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22 06:36:24 기준
  • #제품
  • 약국 약사
  • 허가
  • #제약
  • 글로벌
  • GC
  • 의약품
  • #염
  • 유통
  • AI

"연구소, 공장 없지만 난 제약 CEO"

  • 조광연
  • 2015-01-01 06:14:59
  • 버추얼 제약회사 차린 노용환 오비타트 대표

그의 경력은 독특하다. 약대를 졸업했고, 술 한잔 하러 선배가 일하는 제약회사에 들렀다가, 얼떨결에 선배 양복을 빌려 입고 즉시 면접을 본 후 덜컥 취업해 버렸다.

그 회사를 거쳐 화이자에 합병된 파미탈리아 칼로엘바 한국지사에 10년 가량 일하다 돌연 파마시아 캐나다지사로 가버렸다. 명성을 얻은 그는 와이어스 미국 글로벌 본사에 스카웃 돼 그다지 큰 성과를 내지 못하던 항생제를 일약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키워냈다.

성균관대 제약산업 특성화 대학원 노용환 초빙교수의 사연이 그랬다. 2009년부터 그는 국내 제약회사 근무자들이 대부분인 강의실에서 제약산업 글로벌 마케팅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또 CEO다. 명함엔 오비타트 바이오파마 대표라고 또렷이 적혀있다. 제조시설이 있는 것도, 연구실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선배의 양복'처럼 필요하면 빌려 쓸 뿐이다. 이름하여 버추얼 제약회사다. 그의 자산은 아이디어와 아이디어에 기반한 신약후보 물질과 전세계적으로 구축된 네트워크가 다다. 글로벌 마케팅을 경험한 그를 만나 가치중심의 신약개발과 글로벌 진출, 버추얼 제약회사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년 12월 초 데일리팜 회의실에서 만났다.

성균관대 제약산업특성화대학원에서 제약산업 마케팅을 강의하는 노용환 초빙교수는 오비다트 바이오파마의 CEO이기도하다. 그는 4명으로 구성된 버추얼 회사를 통해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꿈꾸고 있다. 전성기시절 글로벌 빅파마에서 기존 제품을 인큐베이팅해 블록버스터를 만들어 봤던 그가 또다른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낼 지 주목된다.
▶ 버추얼 제약회사가 궁금합니다.

"미국에선 일반화 되어 있는 기업의 한 형태에요. 의약품산업은 지식산업이고 그렇기 때문에 아웃소싱이 모두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연구실도, 생산시설도 필요없으니 고정비용이 덜 들죠. 전통적인 회사와 다른 개념입니다. 중요한 것은 시장 상황을 파고드는 아이디어죠."

▶ 그게 제약회사로서 작동할 수 있나요?

"버출얼 회사에서 제일 중요한 건 네트워크 연결 능력입니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필수적인 합성이나, CRO, 생산시설 등 관계자를 움직일 수 있어야 하니까요. 버추얼회사는 초기 개발단계에서 투자자금의 효율적인 사용과 글로벌 신약개발에 필수적인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인재, 최첨단 연구시설을 최고의 CRO를 통해 필요한 경우만 활용함으로써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죠."

▶ 오비다트 바이오파마란 회사를 하시는데, 조직은 어떻게 구성돼 있죠?

"만든지 1년정도 됩니다. 한국에 2명과 미국에 2명 총 4명이 각자의 역할을 맡아 프로젝트를 진척시켜나가고 있습니다. 미국 보스턴, 뉴저지, 캘리포니아에 있는 전문가들과 협업 하고 있습니다."

▶ 핵심 프로젝트가 있나요?

"물론이죠. 바로 비만치료 물질입니다. 연세대에서 후보물질에 관한 기술을 이전받았고, 그 물질로 동물실험도 거쳤어요. 처음엔 GCP 기준에 맞춰 대장균으로 후보물질을 만들었고, 이젠 상업화를 위해 단백질을 합성하는데까지 갔습니다."

▶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2013년 11월 혁신적인 고도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해 오비타트 바이오팜를 설립했어요. 기존 비만치료제들은 대개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시키거나 장에서 지방의 흡수를 억제 시키는 등 에너지흡수억제를 통해 체중을 감소시키는 기전이에요.

이에 비해 우리는 국소 지방세포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에너지대사를 증가시킴으로써 체중감소를 유도하는 새 기전의 비만치료약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5조에서 10조 매출을 보고 야심차게 개발하고 있어요."

▶ 투자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우리는 2014년 11월 10일부터 13일까지 영국 옥스포드대학에서 열린 '캐빈디쉬 글로벌 헬스 임팩트포럼'에 'Breakthrough Therapy for Severe Obesity'라는 제목으로 고도비만치료제 개발 계획과 비전을 발표해 전문가 및 투자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참고로 캐빈디쉬 글로벌은 전 세계 150 개국 이상 세계적인 거부가족들과 재단의 재산관리인들로 이뤄진 피어 투 피어(peer to peer) 공동체 모임이죠."

▶ 대한민국 환경에서 버추얼 회사의 역할이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시장에서 가능성이 크고 우수한 후보물질이나 질병의 새로운 타깃 나름 많이 연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글로벌 상업화죠. 이런 연구 결과물이 특허출원까지는 매우 활발하지만 경비가 많이 들어 특허등록이나 특허의 유지 면에서는 실망스럽게 마무리 되는게 현실이죠. 결국 사업화되려면 학계의 연구결과와 산업체 혹은 벤처투자자들이 투자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필요 요건 사이의 갭이 메워져야 합니다. 연구비지원 또는 펀딩 생태계가 필요한 이유죠. 버추얼회사가 갭을 메우는데 역할을 하리라 봅니다."

▶ 잠깐 쉬어가시죠. 제약산업과 인연, 어떻게 맺으셨죠?

"1983년 말 ROTC로 군복무 마치고 진로를 고심하던 중 보령제약에 근무하던 대학 선배와 술 한잔 하려고 놀러 갔어요. 그랬다가 선배 양복 빌려 입고 김승호 회장님과 임원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입사하기로 결정했어요. 보사부(현 복지부), 보건원을 출입하며 의약품허가와 변경업무를 했어요."

▶ 보령제약 근무 등 국내서 10년 간 일하시다 1993년 홀연 캐나다로 이민 가셨네요.

"네, 그렇게 됐어요. 파마시아 캐나다 지사에 입사 한 후 임상연구분야와 마케팅 PM을 역임했어요."

▶ 외국 회사에서 활약이 국내 약업계에 회자됩니다.

"마케팅 PM 당시 제품 연령이 15년 이상돼 매출이 감소하던 달라신씨?(성분명 클린디마이신)을 치과 감염증에 리포지셔닝해 1년 반만에 매출을 2배 성장시켜 회사 매출 1위 품목으로 만들었어요."

▶ 잘 나가실 때 또 이직하셨어요.

"1998년 미국 와이어스 글로벌마케팅부서에 아시아 항생제 사업담당 PM으로 이직했어요. 글로벌 10대 제약회사였던 와이어스 미국 본사에서 항생제 사업 분야의 세계 사업담당 책임자로 재직하며 회사를 주사항생제 분야에서 최고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시키는데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 어떻게 했는데요?

"글로벌 매출 2얼불이던 타조신(Piperacillin/Tazobactam)을 10년에 걸쳐 12억불로 성장시켰어요. 항생제 사업부 총 책임자로 P&L 관리를 하며 100명의 연구개발, 의학부, 마케팅, 허가, 특허 전략, 생산 및 물류 전략, 재무팀을 지휘했죠. 특허 만료 이후를 대비한 새 제형과 표시사항 변경, 100 개국에서 등록과 출시로 미국시장을 포함한 세계 주요시장에서 제네릭으로 인한 매출감소를 방지하기도 했죠. 최근 화이자 보고서에 따르면 이로인해 거둔 추가 세계 매출이 50억불 이상 부가가치를 창출했다고 나오더군요. 지금도 뿌듯합니다."

▶ 성균관대 제약산업특성화 대학원에서 마케팅 강의, 어떻게 되신거죠?

"제가 약대를 졸업했어요. 국내와 글로벌시장에서 했던 경험과 지식을 후배들과 나눌 수 있는 기회여서 보람됩니다. 저는 언제나 R&D는 허가가 아니라 글로벌시장에서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둬야한다고 강조합니다."

▶ 최근 국내 제약회사들의 화두는 단연 신약개발과 글로벌 진출입니다. 신약개발의 길, 어디에 있을까요? "신약개발의 궁극적 목표 어디에 둬야할까요? 단언컨대 상업적 성공입니다. 바이오 제약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성공하려면 글로벌 시장에서 허가를 받고 상용화에 성공해야 합니다. 그래서 부가가치가 높은 글로벌 신약개발을 할 때는 투자와 정책의 뚜렷한 최우선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 글로벌 신약, 좋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국내 제약산업은 두려워 합니다. "그렇습니다. 미국 FDA에서 허가를 받은 신약의 25% 만이 상업화에 성공한다는 보고서가 있어요. 나머지 75%는 개발비 회수도 어려운 거죠. 신약개발은 막바로 성공 혹은 대박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 겁니다. 선진 거대 시장에서 신약 하나 판매허가를 받는데 드는 비용이 10년 이상 1조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옵니다. 문제는 비용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건 확실합니다. FDA 허가가 글로벌 시장에서 상업적 성공을 담보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죠. 마케팅적 접근이 필요한 거죠."

▶ 실망스러운 결과네요. 그렇다면 이 숙명의 도전 어떻게 해결해야 하죠? "신약개발이 글로벌시장에서 상업적 성공을 거두려면 5개의 허들을 넘어야만 합니다. 상업화에 실패하는 주요 원인은 시장에서 의미 있는 차별화에 실패하기 때문입니다."

▶ 5가지 허들과 해법은 뭔가요.

"성공적인 판매를 위한 허가등록과 생산이 필요합니다. 그 나라의 처방집 등재, 약가등재 및 치료 가이드라인에 포함되는 것은 필수죠. 처방자는 물론 사용자 확보와 확대를 통한 매출 증가가 요구되고요, 계속해 새 국가로 진출하는 한편 새 적응증 추가 필요하죠. 사용량을 증가시킬 방법들이죠. 끝으로 경쟁제품과 특허만료에 따른 제네릭으로 인한 매출 및 가격하락을 염두에 둬야합니다. 허가가 끝이라면 오죽 좋겠습니까."

▶ FDA 허가도 쉽지 않은 마당에 갑자기 더 아득해 집니다.

"잘 압니다. 하지만 우리의 실력은 꽤 괜찮습니다. FDA 허가를 목전에 둔 제품들도 있잖아요. 다만 허가 그 넘어 지점도 보자고 하는 말입니다. 신약개발의 상업적 성공은 개발초기부터, 신제품 도입기, 성장기, 쇠퇴기의 전주기를 통해 관리되어야 하거든요. 그래야 신약개발의 진정한 보람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신약개발과 관련해 세계 메이저 플레이어들의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있나요?

"우리들의 고민과 다르지 않습니다. 글로벌 제약기업들도 인구고령화와 이머징 시장의 경제발전으로 인한 의약품의 사용량 증가를 기회로 봅니다. 반면 신약연구개발비 중 특히 임상 3상 단계의 비용 증가 등 연구개발의 생산성저하, 세계 각국의 의료비 와 약제비 절감을 위한 각종 정책 및 규제를 위험요소로 봅니다. 이런 요인들 사이에서 새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변하고 있나요?

"글로벌 제약사들은 허가를 위한 '연구중심'에서 성공적인 글로벌 상용화를 위한 '가치중심의 신약개발' 로 연구개발과 투자의 패러다임을 전환했어요. 빠르게 증가하는 신약개발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성공적인 글로벌 상용화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거죠."

노용환 교수는 신약개발의 궁극적 목표는 상업적 성공이라고 강조한다. 글로벌 빅파마들도 종전 허가중심의 연구개발에서 상업적 성공에 방점을 둔 가치중심의 신약개발로 패러다임을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 가치중심의 연구개발, 확 안들어 옵니다.

"가치중심의 신약개발은 허가를 받기위해 필요한 안전성과 유효성 자료의 획득을 주목적으로 하는 연구개발과 함께 허가 후 사용 확대에 필요한 경제성 및 가치 에 관한 다양한 니즈를 초기연구기획 단계부터 반영해 글로벌상용화의 확률을 높이려는 전략입니다."

▶ 어떻게 한다는 거죠?

"Innovation과 Maximizing Value를 동시 추구하기 위해 내부 R&D와 Open Innovation 통해 초기 후보물질 다량 확보하는 것으로 출발합니다. 다음으로 비교적 경비가 저렴하고 기간이 짧은 임상 1, 2 단계에서 과감하고 높은 개발 중단율을 보이는데요, 임상 2상에서 안전성, 효과 및 용량뿐만 아니라 가치를 결정하는(차별화)데 필요한 자료를 확보한 후 임상 3상으로 갈거냐, 말거냐 판단(Go/No-Go Decision)을 합니다.

결국 임상 3상에서 허가와 상업화 성공 가능성 높이는데 목표가 있는 겁니다. 소수의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만 3상으로 진입시킵니다. 된다싶은 물질에 과감하고 집중적인 투자를 해 글로벌시장에서 상용화 성공을 높이려는 전략이죠. 그래야 특허보호기간 안에 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으니까요. 적응증과 시장 확대, 상업화 속도가 다 고려사항이에요."

▶ 좀 노골적으로 여쭤보죠. 돈이 되는 글로벌 신약개발 전략, 어때야 합니까.

"현재의 눈으로 미래를 보면 안됩니다. 미래 시장에서(허가 후~10년 정도) 경쟁력 있고 차별화될 수 있는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해 투자해야 합니다. 또 규모가 크고 언멧니즈(Unmet needs)가 많은 시장을 선택하거나 경비가 적게 들고 개발기간이 짧은 틈새(Niche) 또는 희귀약품 개발 전략을 고려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허가 후 상업화 시점의 경쟁과 시장 상황은 중요합니다. 미래의 시장 상황은 현재와 매우 다르다는 것을 반드시 전제해야 합니다."

▶세계 의약품 시장을 볼 때 대한민국은 2% 밖에 안됩니다. 국내 제약사들이 2%를 벗어나려 몸부림치는데, 어떤 전략이 좋을까요.

"선진시장에서 성공이 필수적이죠. 미국, 유럽, 일본이 여전히 전 세계시장의 85% 이상 점유합니다. BRICs를 포함한 이머징 마켓의 성장속도가 선진국보다 빠르긴 해도 아직은 선진시장에 비해 규모가 작죠. 이건 현실이에요. 국내 제약사가 20여개 국산신약을 개발했으나 대부분 국내용이거나 일부 신흥시장에서 허가를 득한 정도에요.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을 이해하고 이를 실행해야 합니다."

▶ 글로칼리제이션, 어떻게 실행하나요. "회사의 조직, 문화 및 의사결정과정이 변화해야 합니다. 글로벌 전략은 통일성을 유지하면서도 계획의 실행은 각국의 시장 상황에 따라 실행해야 하죠. 국내시장서 성공한 방식이 다른 시장에서도 그대로 통한다는 믿음은 글로벌시장 진출에 실패하는 가장 위험한 요인입니다."

▶ 사례가 있을까요.

"유럽에서 허가를 취득한 바이오시밀러는 왜 판매가 저조할까요. 최근 국내사들의 성공적인 신약 라이센싱 아웃, 유럽시장에서 세계 최초의 바이오시밀러 허가 및 판매계약, 미국에서 성공적인 개량신약의 허가획득 소식이 들려옵니다. 그러나 실제로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어요."

▶왜죠?

"파트너 선정과 계회 수립 때 바이오시밀러나 개량신약의 경우 제네릭과 달리 약국에서 대체조제가 불가하므로 가격이 브랜드제품보다 저렴한 장점에도 의사의 처방없이 판매가 불가능한거죠. 현지 파트너들이 주로 제네릭을 취급하는 회사거나 의사들로부터 신규 처방을 끌어낼 수 있는 마케팅 역량이 달리거나 혹은 영업조직이 없거나 매우 약한 듯 보입니다. 이들 회사들이 신규로 판매망을 만들기 위해 많은 경비가 소요돼 본래 예상했던 이익 목표를 달성 할 수 없게 되거나 신규 투자 여력이 없어 판매가 저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 동어반복 같지만 다시 여쭤볼게요. 국산 글로벌 신약 개발이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한 원인은 무엇으로 파악하시나요.

"지금까지 국내기업의 글로벌시장 진출은 거의 개발초기 글로벌사에 라이센싱 아웃 하는 전략이었죠. 대우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라이센싱아웃 한 후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을 통해 개발하던 주요 5대 신약 후보물질이 모두 개발 중단됐습니다. 원인이 뭘까요? 임상시험 과정에서 부작용 발견도 있고, 외국 파트너사가 M&A 등으로 개발 중단도 있습니다. 특히 국내 제약사들 대부분 저분자 화합물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임상 과정에서 높은 실패 위험성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에요. 합성신약의 높은 개발 경쟁으로 인한 시장성과 물질 특성에 따라 개발 우선순위에서 변동이 잦아요. 유사한 파이프라인이 많다는 거죠."

노용환 교수는 라이센싱 아웃이 많은 국내 제약산업과 관련, 라이센싱 아웃하면 그쪽 큰 회사가 알아서 약 만들어 줄 것으로 안일하게 판단하면 실패의 확률이 커진다고 강조한다. 끊임없이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네릭은 어떤가요.

"국산 제네릭이 거대 선진시장에 진출하려면 GMP허가가 필수죠. 제네릭 성공 요소가 뭡니까. 개발의 속도, 가격경쟁력, 생산시설이 각국의 GMP기준에 따라 허가 받아야 하는 겁니다. 국산 제네릭은 미국이나 유럽의 GMP 규정에 따라 허가 받지 않아 이들 국가에서 판매 할 수 없어 부가가치 창출에 미흡합니다."

▶ 그러면 이야기를 되돌려 가치중심의 신약개발 이야기 좀 더 해보죠.

"제 아무리 과학적으로 우수한 후보물질이라도 미래시장에서 미래의 경쟁제품과 차별화 되고 적정한 가격을 받는데 확신이 없다면 후보물질은 과감히 개발을 중단하는 게 맞습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신약연구개발의 초기 연구기획, 프로젝트 선정, 및 중간점검 단계부터 과학자와 임상의사가 중심인 연구개발팀과 마케팅팀을 포함한 다기능 상용화 팀과 긴밀한 협업 및 융화를 요구하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라이센싱아웃에 성공하기 위해 R&D 역량뿐만 아니라 글로벌 전략 마케팅 역량도 돈이 되는 신약개발의 필수요소죠."

▶국내 제약사들의 라이센싱 아웃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국내 제약사들은 라이센싱아웃 이후에도 글로벌회사가 개발에 따른 모든 책임과 경비를 부담한다고 안심할 게 아닙니다. 큰 회사에 라이센싱하면 그곳이 만들어주는 게 결코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전략적 대화관계를, 특히 끊임없이 순현재가치(NPV)로 따져보며 상업화 성공가능성을 타진하고 지속적으로 각 단계별 우선순위 선정에서 자사 품목이 낙오되지 않도록 관리해야만 합니다. 그러려면 글로벌 상용화팀 같은 곳을 만들어 글로벌제약사의 상용화팀과 협업 또는 전략적 대화를 해야 합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이런 말을 했다. 국내 제약기업들은 통상 자신만의 성공 방식, 다시말해 성공 DNA를 갖고 있는데, 이를 세계 어디서나 적용하려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출대상국의 다이내믹을 이해하지 못해 많은 수업료를 치르고 있다고 그는 관측했다. 그는 "내가 뭘 잘 모르는지 모르면서 내방식대로 하는게 제일 위험한 글로벌 전략"이라며 진출 대상국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