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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약가로 본, 두얼굴(Janus)의 제약업계

  • 데일리팜
  • 2015-01-12 06:14:49
  • 류충열 한국의약품유통협회 정책고문

보험약가를 통해 들여다보면, 제약업계는 분명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

그동안, 당국은 '국민의 약제비 절감으로 국민건강보험 재정안정을 도모한다'는 공익적(公益的) 명분을 앞세워, 보험약가에 대해 가지가지 칼질을 다 하는 제도를 시행해 왔다.

2006년 12월부터 지금까지의 사용량약가연동제, 2010년10월부터 시행되다가 2년 유예 후 2014년 8월말 폐지된 저가구매인센티브제(시장형실거래가제), 2012년4월부터 현재까지 실시되고 있는 약가일괄인하제도, 2014년9월부터 시장형실거래가제를 대체한 새 장려금제도 등이 대표적인 그것들이다.

당사자인 제약업계는, 이러한 약값 떨어뜨리는 제도들에 의해 수익감소가 촉발되고 이로 인해 국내 제약산업이 결국 고사(枯死)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로 사생결단(死生決斷) 극구 반발했고, 제도 시행중에도 끊임없이 개선 내지 폐지를 촉구한 바 있다. 이러한 제약업계의 주장에 도매유통업계를 비롯한 유관업계와 일부 국회의원 및 언론사 등도 동조했다.

제약업계 등의 반발은 당연한 걸로 생각된다. 국내 의약품시장에서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보험의약품(약90% 점유, 심평원 자료)의 가격이, 제도에 의해 지속적으로 하락되면 제약업계는 결국 수익성 고갈(枯渴)로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은커녕 살아남는 일 자체까지도 위태롭게 될 우려가 지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 우려가, 현실로 어떻게 다가왔을까? 종잡을 수 없는 이 시점에서, 엄살이었는지 아닌지 확인하고 넘어 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앞서 언급한 각종 약가인하제도 시행 전후(前後)의 일정기간 동안, 가격변동이 그대로 반영되는 수익성 평가지표인 매출액총이익률과 순이익률 등의 동태(動態)자료(매년 발행되는 한국은행ECOS 기업경영분석 책자 자료)를 비교 분석해 봤다.

다만, 시장형실거래가제는 도입 4년 중 2년간 시행 유예되다 결국 폐지됐고, 이를 대신한 새 장려금제도는 최근에 도입되었기 때문에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사용량약가연동제(이하 연동제)는 생각보다 제약업계 전체의 수익성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연성(蓋然性)은 컸지만, 필연성(必然性)은 아니었던 것 같다.

연동제가 시행되기 전 4개년(2003년~2006년)의 제약업계 연평균 매출액총이익률을 보면 46.5%였는데, 연동제가 시행된 후 4개년(2007년~2010년)간은 47.1%로, 오히려 0.6%만큼 조(粗)수익성이 호전됐기 때문이다.

연동제가 시행된 앞뒤 8년간은 특별한 약가제도의 변화가 없었다. 다만, 이 연동제에 이따금 소수의 품목들이 저촉돼, 약가가 이중으로 인하되기도 하였고 어떤 국산신약은 해외 진출에 장애를 받기도 하였으나, 매출액총이익률 분석 자료에서 보는 것처럼 이 연동제가 제약업계 전체의 수익성 변화에 별 영향을 주진 못했다. 매출액순이익률을 보면, 연동제 시행 전 4개년간은 6.71%, 후 4개년간은 6.60%로, 연동제 전후 거의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약가일괄인하제도는 제약업계의 수익성에 매우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렇게 생각된 이유는, 이 제도 시행 전 2개년(2010년~2011년)간의 제약업계 연평균 매출액총이익률은 44.75%이었는데, 시행 후 2개년(2012년~2013년)간은 41.66%로, 무려 3.09%나 갑자기 추락했고 이 원인은 모두 약가일괄인하제도로 인한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요인으로도 매출액총이익률이 하락할 순 있겠지만, 그렇다고 약가일괄인하제도에 따른 약가급락 이외에 딱히 집히는 것이 없다.

저가구매인센티브제를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제도는 시행 초기 1년6개월 동안 일부 대형종합병원에만 영향을 미쳤을 뿐 다른 요양기관에는 영향 확대가 안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후 2년 간 시행 유보됐기 때문에 논외(論外)로 하고, 환율 변화도 지목할 수 있겠으나 이는 지난 4개년 간 지속적으로 떨어져 왔기 때문에(1US$:2010년 1107.99원~2013년 1095.04원, 한국은행), 제약원료의 극심한 수입초과 현상을 감안해 보면, 국내 제약업계엔 오히려 수익성 개선으로 작용했을 것이니, 환율 또한 매출액총이익률 급락 원인으로는 볼 수 없다. 매출액순이익률도 시행 전 연평균 6.52%에서, 시행 후 4.89%로, 1.63% 급락했다. 이와 같은 분석과 심평원의 완제의약품유통정보통계집 자료를 바탕으로, 약가일괄인하제도의 악영향을 금액으로 환산해 보면 참으로 엄청나다.

지난 2년간 제약업계(제조와 수입)는 매출액총이익 1조3,916억 원, 생명줄인 순이익을 7,339억 원이나 날려버렸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나 환경변화 등이 없는 한, 약가일괄인하제도가 존속하는 날까지 앞으로도 계속 매년 최하 3,679억 원 이상의 순이익이 달아날 참이다.

그러나, 이러한 참담하고 긴박한 와중(渦中)에도, 제약업계는 한편으로, 언제 약가제도 때문에 우리가 다 죽는다고 말했느냐는 듯이, 민낯을 다양하고 적나라하게 그리고 아무런 주저나 부끄러움도 없이 빈번히 보여 왔다. 참 알다가도 모를 제약업계다.

지켜도 시원치 않을 그 알량한 보험약가를, 제약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자진(自進)해서 깨 부스러뜨리고 있다. 오리지널 가격의 53.55% 미만과 판매예정가를 선택하는 제약회사들과 그들 제품들이 부지기수(不知其數)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의약품 입찰시장에서는 약가제도들의 악영향을 비웃듯, 초저가 낙찰이 관행으로 고착된지 오래다. 제약업계는 초저가낙찰을 유통업계가 일방적으로 저질러놨다고 매번 비판하고 있지만, 그걸 믿는 분들은 입찰시장의 속사정을 잘 모르는 분들뿐이다.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기 때문이다.

신문들에서 회자(膾炙)되고 있는 몇 가지 사례들을 보자.

(제1 상황) - "달라진 제약환경?"…경쟁위해 약값도 스스로 인하 - '시장형실거래가제 사라지니 저가등재 경쟁 재 활개' - '00K(외자제약사), 신흥시장 약가인하 통해 판매량 높인다' - '오리지널 상한가의 15%수준까지 저가 등재된 제네릭' - '초저가 제네릭, 오리지널 상한가의 16%면 족하다?' - '저가등재 경쟁에는 00제약, 00약품, 00양행, 00파마, 한국000 등 줄줄이 나섰다' - '판매예정가가 몰고 올 변화를 주목한다' - "시장경쟁은 가격" 보험약가 3186원짜리 900원으로 자진인하'

(제2 상황) - '보험약가의 13% 수준에…00병원 등 덤핑낙찰 여전' - '시장형실거래가제(저가구매인센티브제) 기간, 1원 낙찰 품목 48% 급증'

제약업계! 이 무슨 두 얼굴. 지금이 어느 때라고, 야누스(Janus)의 이중성(二重性)인가?

한 면(面)으론, 잘 못된 약가제도들이 국내 제약업계를 말려 죽인다고 울부짖는다. 억울해서 참지 못하겠다는 듯, 당국을 대상으로 약가 원상회복을 위한 소송까지도 불사한다.

그런데 또 다른 한 면(面으)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당국이 던져 준 그 빈약한 보험약가마저 경쟁적으로 그것도 자진해서, 오리지널의 15%수준까지 태연히 폭삭 깎아내리기도 한다.

당국이 강제로 내리면 갑(甲)질이고, 내(제약사)가 스스로 내리면 로맨스(Romance)인가.

아무리 경쟁우위가 기업성장의 발판이라 해도, 보험약가에 해당 제약사만 아는 비밀이 있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다. 그 비밀이 도대체 뭘까?

약가에 아직까지 거품이 잔뜩 끼어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과거(1994년~2000년) 7개년 간의 매출액순이익률이 연평균 1.32%(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자료)였던 절박한 시절도 있었지만 오늘도 이렇게 쌩쌩하게 살아 있는 걸 보면 순이익률 4.58%의 지금은 그래도 호시절이니, 가격경쟁에 배팅(Batting)할 수 있지 않은가. 이건가?

21세기도 벌써 15년이 흘렀다. 2015년 새해를 맞아, 우리 제약업계는 공익을 앞세운 반기업적인 약가제도로 인해 주저앉을 확률보다, 업계 스스로의 값 깎기 무한경쟁 때문에 선진화의 발목이 잡히고 무너질 가능성이 훨씬 더더욱 높다는 것을 자각(自覺)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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