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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개발 과정 협력, 내 맘같지 않죠?"

  • 데일리팜
  • 2015-02-16 06:14:48
  • 왕훈식 지엘팜텍 대표이사

우리 회사가 연구개발한 제품 중에 급만성위염 치료용 전문의약품이 한가지 있다. 2008년 연구에 착수했고 2012년 허가 취득했으니 개발이 완성되기까지 5년이 걸렸던 셈이다.

건강기능식품만을 연구개발, 생산해 온 중국 파트너와 초기 추출 공정을 확립하고, 우리 회사 전문 분야는 제형 설계이니 이 부분은 우리가 도맡아 진행했다. 제형 설계 마무리 단계인 코팅제 선정은 2000년 초반부터 업무협력계약을 체결한 전세계 1위 코팅제 전문 회사와 협력을 통해 이뤄졌다.

추출 공정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를 파악하는 데 사용되는 지표물질은 상용 표준품이 없어서 이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독일 기업과 협력해서 확보했다. 추출물 내 성분들의 프로파일이 일관성 있게 유지되는지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이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computational similarity solution을 보고했던 홍콩 유명대학 교수와 일을 함께 했다.

오히려 포함되어서는 안 되는 성분이 있었는데 이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이 분야에 정통한 네덜란드 기업을 통해 결과를 얻었고 이 과정을 매개해준 독일 친구가 있었다.

효력과 안전성 검증은 국내 전임상시험CRO가 담당해주었고, 의약품 생산에서 GMP에 문외한인 우리 회사에 성실히 도움을 준 완제품 생산 전문 회사도 함께 해주었다.

그리고, 이 지리한 시간의 협력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했지만 지금도 우리 회사 일이라면 신실하게 개발 협력을 모색해주는 모 회사의 사장님도 계셨다.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밤 새가며 특허 관련 일들을 도와준 변리사도 계시다, 나라면 그렇게 못할 것 같을 정도로.

내부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해당 분야 이외에는 전문적 역량을 확보하지 못한 우리 회사와 같은 입장에서 협력(collaboration)은 불가피한 항목이 되었다.

특별히 기존과 다른 새로운 형식의 도전에선 필수적인 항목이 되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위치에서 업을 해왔었다 보니 상호 이해가 부족하기 마련이고 특히, 마음 급한 우리 사정을 상대가 호응해주지 못하거나 우리가 기대했던 수준 이하의 자료를 산출해 제시해 올 때 감정적으로 서운한 건, 사람이라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서운한 수준을 넘어서 감정을 다치면 이젠 상황이, 큐피드 화살 맞고 다푸네를 쫓는 아폴로 신세가 되고 만다.

신뢰, 이 상황들을 다시 회복시키고 처음 그 지점은 아니어도, 다른 방향으로 달아났던 마음을 처음에 함께 바라봤던 방향으로 옮겨주는, 쉽게 형성되지 않지만 단칼에 사라지기도 하는 이것이 협력의 기초를 다시 놓음을 여러 차례 확인한다.

국내엔 제약용으로서 제조 및 품질 관련 기초 개념이 없었던 시기에 한국에 진출하고 싶어 우리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던 싱가포르 소재 포장재 전문기업이 대표가 바뀌며 일언반구 상의 없이 제휴를 파기할 때도 그 한국 지사장과 국내 공급원 대표와 관계는 무너지지 않았었다.

너무나 손쉽게 말을 바꿔온 여러 중국회사를 소개해준 또다른 중국 친구와는 그런 난처한 과정을 함께 겪었어도 지금도 새로운 과제를 같이 모색하는 사이에 있다. 단칼에 사라지기도 하지만 한번 형성되면 좀처럼 마음에서 제거하기 어려운 이 '신뢰'에 너무도 감사를 느낀다.

새로운 협력을 모색하기 위한 이번 대만 일정을 마치면서 이 친구들과 쌓일 또다른 종류의 신뢰에 기대를 걸면서 동시에, 지난 협력 과정에서 내게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지면을 빌어 용서를 구한다.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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