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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효동등·리베이트 해결없인 성분명 못가"

  • 최은택
  • 2015-02-16 06:14:57
  • [의료인 출신 의원 인터뷰②]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논란 원칙부터 정해야"

"의약품 품질이 동등하다는 확신이 의·약사와 정부에 생긴다면 성분명처방을 도입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의약분업은 내부보다는 외부, 특히 제약산업에 대한 신뢰문제(제네릭 약효동등성, 리베이트 등)를 해결해야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의약분업의 방아쇠를 당긴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63·의사). 김 의원이 국회 전문기자협의회 소속 기자들과 만나 모처럼 의약분업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의약분업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모든 환자들이 의사를 먼저 보게된 구조 변화라고 했다. 처방의 질적 수준이 높아진 것도 의미있는 성과라고 했다.

성분명처방 도입은 의·약사와 정부가 모두 제네릭 약효동등성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거꾸로 약효동등성에 더해 불법 리베이트 등 제약산업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갈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전제가 먼저 완성돼야 앞으로 의약분업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또 병원을 의약분업에 포함시킨 건 의학적 판단보다는 경영적 이유로 의약품을 선정하는 경향 때문이었고, 환자들의 편의성을 희생시킨 측면이 있었다면서, 이런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택분업은 안된다고 일축했다.

그는 한의사 사용 현대의료기기 범위 논란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이 논란은 양·한방 의료체계에 대한 큰 틀의 방향 설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방식으로는 판단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당·정·청의 보건의료정책은 건강보험 급여 확대 등 잘 한 측면도 없지는 않지만 굳이 평가하면 '상중하' 중 '하위권'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그는 단기적 사고에 얽매이지 말고 긴 호흡으로 문제를 풀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의약계에 주문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 일문일답.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현대의료기기 범위를 놓고 양·한방 갈등이 첨예합니다. 의원께서는 이번 갈등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지금 같은 방식은 판단 근거가 없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큰 틀에서 양·한방 또는 한·양방 관계를 어떻게 봐야 할지 먼저 정해야 합니다. 일원화 방향이든, 그것까지는 아니어도 교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체적 틀이 정해지면 그 틀에 맞춰 한방의 영역과 양방의 영역을 서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일정 교육을 통해 한방병원에서도 일부 의료기기를 쓰도록 하고, 양방에서 (일부) 한약처방이나 침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식이죠.

이와 달리 양·한방이 고유 방식으로, 독자적으로 발전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면 거기에 맞춰 판단해야겠죠. 그렇게 되면 한방병원은 한방 고유, 양방병원은 양방 고유의 영역을 유지하면서 협진 등을 활성화하는 쪽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겁니다.

결국 원칙이 먼저 서야 한다는 거죠. 지금처럼 양·한방 관계에 대한 아무런 비전 합의 없이 단순히 의료기기를 한방이 사용하는 게 맞느냐, 틀리냐를 얘기하면 누가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복지부, 한의계, 양의계, 국회가 양·한방 관계에 대해 논의하고, 그 틀을 만드는 게 선행돼야 하는데, 일단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자고 제안해 놓은 상태입니다.

보건복지위원장과 여야 간사위원들이 동의했으니까 (이르면) 이달 말쯤 공청회를 열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위원회를 만들어 양·한방 관계 교류 문제를 어떤 원칙에서 앞으로 해쳐 나갈 지 논의하는 게 순서입니다. 긴 호흡을 갖고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해야 할 일인 거죠.

-의원께서는 의약분업의 방아쇠를 당긴 분인데요. 성분명처방이나 지역처방목록 제출 합의가 이행되지 않아 의약분업은 아직 미완상태입니다. 의약분업은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또 잘한 게 있고 못한 것도 있으니까 잘잘못으로는 잘라 얘기할 사안은 아닙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한번은 해야 할 일을 한 거다', 이렇게 봐야 합니다. 의약분업을 통해 의·약사 간 관계를 정리해놓지 않았다면 훨씬 더 복잡한 일이 많았을 겁니다.

양·한방 관계도 이런 정리 과정이 없어서 지금까지 갈등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의약분업으로 정리해놓으니까 의·약사 간 직역을 둘러싼 말은 잘 안 나옵니다. 일단 큰 갈등 요인 하나를 줄인 거죠.

-의약분업 14년을 평가하신다면?(성과 중심으로)

=앞서 언급했지만 큰 틀에서 가장 큰 기여도는 의·약사 간 기능을 명확히 구분한 것입니다. 사실 국민 측면에서 어마어마한 기여도가 있는데요, 모든 환자들이 (약사보다) 의사를 먼저 보게 된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한 기여도입니다. 이전에는 결핵, 신경통, 고혈압, 당뇨 등의 환자도 상당수가 약국에서 약을 사먹었죠.

환자들이 의약분업으로 일제히 의사들에게 진단받게 된 것은 국민 입장에서 보면 건국 이래 최대 보건사업을 한꺼번에 한 것과 같습니다. 의사들 입장에서도 모든 환자가 의사 관리 영역으로 들어왔으니까 엄청난 일이 일어난 겁니다. 약사도 약에 대한 확실한 관리권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죠.

처방의 질적 수준도 달라졌습니다. 의약분업 이전에는 의원도 많아야 100개 이내 약을 비치하고 그 범위에서 처방했습니다. 의약분업 이후에는 1000개 이상의 약을 처방해줍니다.

과거에는 환자의 질병이 아니라 보유하고 있는 약에 맞춰서 처방이 이뤄졌다면 지금은 병에 약을 맞춰 처방하게 됐죠. 처방이 굉장히 자유로워졌고, 처방의 질적 수준이 높아진 겁니다.

약국도 의약분업 이전에는 많이 팔리는 약 위주로 구비해놓고 있었습니다. 의약분업 이후에는 구비 약이 많이 늘었고, 약사들이 그만큼 약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게 됐죠. 의사 역시 처방이 공개되다보니 좋은 처방을 위해 공부를 더했습니다.

사실은 주사제, 스테로이드, 항생제 사용 감소는 부분적인 영향입니다. 의약분업은 이런 약 사용을 줄이는 기초를 놓은 것이고, 많은 의·약사의 노력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평가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줄어들었다고 봐야죠. 다시 말해 의약분업 자체가 스테로이드 사용 감소의 충분조건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의약분업을 더 공고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보완 또는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또 성분명처방, 지역처방목록 제출 이행 필요성에 대한 의견은 어떠신지요?

=제가 처음 디자인 한 대로 모든 게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일정부분 다른 방향으로 제도화 돼 여러 가지 문제들이 남아 있죠. 지역처방목록 제출은 당시 약의 품질을 믿을 수 없어서 하자고 한 것입니다. 약효동등성이 확보되지 않았고 우리나라 약의 품질이 동등하다는 믿음이 없었기 때문에 만든 전제였죠. 의약분업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의약분업 내부가 아니라 이런 외부문제를 해결하는 일이죠.

제약산업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약의 품질을 확보해야 하니까요. 품질이 균일하고 좋으면서 믿을 수 있는 약을 만드는 구조가 되도록 제약산업의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었는데 아직도 잘 안 되고 있죠.

약의 품질이 동등하다는 확신이 의약사와 정부에 있으면 성분명처방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문제는 이런 전제가 확립되지 못하고 있으니까 성분명처방도 도입할 수 없다는 점이죠.

사실 성분명으로 처방하면 의사도 처방이 아주 쉽고, 약사도 조제하기 쉬어집니다. 그런데 리베이트 문제가 여전히 해결 안 되니까 의약분업이 더 효율적으로 안 되고 있다고 봐야죠. 다시 말해 의약분업 내부가 아닌 제약산업과 약가 등 의약 관련 주변 정책이 정비돼야 의약분업이 훨씬 더 제자리를 찾고 한 걸음 더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성분명처방 도입발언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이는데요

=다시 말하지만 성분명 처방 도입에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기술적으로 약효가 정말 동등해야 합니다. 또 보험수가가 조절돼서 의약품과 리베이트가 무관하게 돼야 합니다. 이런 조건이 성립되면 의사들이 굳이 상품명을 일일이 찾아 처방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그럴 때 성분명처방이 가치가 있어지는 것이죠. 그러나 제약부문 개혁이 지체되고 있는 지금은 요원한 꿈입니다.

일부 약들은 아무리 약효가 동등하다는 시험결과가 있어도 경험적으로 잘 안 되는 부분(효과)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심장, 정신질환, 알레르기 등과 관련된 일부 의약품은 상품명 처방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습니다. 반면에 소화효소제 같은 약은 지금이라도 대체조제를 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성분명 처방에 선행돼야 할 것은 제약산업의 변화입니다. 제약기업 수가 1000개를 넘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영세기업까지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약효동등성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제약산업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먼저이고, 성분명처방은 그 다음 단계의 이야기입니다.

-최근 의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선택분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병원계는 노인과 영유아에 한해 원내조제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법청원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분업 원칙과 근간을 흔들려는 의료계 일련의 움직임에 대한 의견은 어떠십니까?

=의약분업 당시 저는 병원도 분업을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병원 내에서 조제하면 환자에게 편리한 부분이 있다는 걸 몰라서 그런 게 아닙니다. 병원이 약을 선정할 때 의학적 판단 기준이 아니라 '경영에 이로운가' 하는 기준으로 선택을 하게 되니까 처방과 조제를 분리시켜야 국민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죠. 다시 말해 편의성 부분을 일정부분 희생시킨 겁니다.

이런 부분은 현재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병원의 선택분업이나 일부 원내조제를 허용하는 것은 약 선택이 의학적으로 될 수 있다는 전제가 확보되면 얼마든지 융통성 있게 할 수 있을 겁니다. 반면 그게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안 됩니다. 환자 이익이 아닌 병원 이익을 위해 약이 지정되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확신이 필요하죠. (병원계가 주장하듯이) 환자가 불편하다고 하면서 얘기를 풀어가려고 하는 건 그 제도를 만든 기본적인 문제의식을 외면하는 겁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약국에 행위료를 너무 많이 준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 의·약사 행위수가가 적정하다고 보시는지요?

=의약분업 와중에서 길을 잃어 버렸다고 판단합니다. 의약분업 실시 전에 저는 '의약분업 이후 처방·조제 행태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6개월이든 1년이든 임시수가를 정해서 시행해보고 그 결과를 평가해 최종적인 수가를 결정하자'고 제안했었습니다.

'경험치가 전혀 없으니까 예측할 수가 없지 않느냐', 이 방안은 의사들이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해서 무산됐고, 정부는 의약분업을 실시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수가를 대폭 인상해줬습니다. 다음해 건보재정에 구멍이 났고, 장관이 교체된 후 다시 수가를 깎았죠. 결국 의사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수가를 올렸다가 정리되자 다시 인하해 버린 겁니다. 그러다보니까 수가의 높낮이가 제대로 돼 있는지를 평가해서 적절히 재조정하자는 개념은 없어져 버렸죠. 애당초 그런 일이 없도록 차분히 보자고 했던 건데 말입니다.

-여당, 복지부, 청와대 등 현 정부 당·정·청의 보건의료정책을 평가하신다면?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이나 줄 수 있을까요?

=점수를 매기기가 쉽지 않은 문제죠. 그렇지만 '상중하'로 하면 '하'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봅니다. 잘한 게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건강보험 급여 범위를 상당히 확대했고, 급여 확대 방향도 모두 다 찬성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잘 한 일입니다. 상대가치점수를 재산정하는 문제도 진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진하는 건 굉장히 잘못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죠. 정책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질병관리 영역에서도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야당이어서 그렇게 평하는 건 아닙니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상중하' 중 '하'를 벗어나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재선 도전 계획은 있으신지요?

=제가 국회에 들어온 과정도 별로 정치적이지 않았습니다. 나가는 과정도 '정치적이지 않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좀 더 봐야겠지만 전문가 위치를 그냥 지키는 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정권 교체에는 기여해야 하는데, 그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반드시 국회에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정권교체는 중요한 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구 출마 의지는 없느냐'는 물음에) 내가 지역구 정치를 해야 하겠나요?(웃음)

-의약계에 당부한 말씀.

=보건의료 전문직 단체가 장기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와의 갈등관계가 오래 지속되다보니까 풀기 어려운 안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럴수록 장기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인 사고에 너무 얽매이다보면 싸움은 반복되고 풀리지 않는 앙금만 쌓입니다. 21세기도 15년이나 지났는데 언제까지 싸울만 할 겁니까?(웃음).

나라가 선진화한다는 건 국민소득이 올라가는 문제만이 아니고 사회적 자본이 축적돼 나라 운영이나 사회가 돌아가는 게 합리적, 이성적으로 된다는 뜻입니다. 의료계 전문인들은 한국 사회의 지식인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창의적으로 사고해서 긴 호흡으로 풀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서서히 변화를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국회에 들어와서 사실 저도 그렇게 하려고 애를 써왔습니다. 어느 정도는 여러 단체들이 그런 점을 인정해주는 것 같아서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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