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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난, 오늘부터 흡연환자…한데 약국도 걱정

  • 조광연
  • 2015-02-25 12:24:53

나는 오늘부터 환자다. 20년 이상 '흡연이라는 질병'을 앓아왔지만, 환자로 진단 받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 국가로부터 환자로 분류됐다. 정부가 '금연치료' 건강보험 지원사업을 시작하는 탓이다. 엄밀히 말해 어제까지 멀쩡했던 나는 물론, 수많은 '흡연 동지들'이 한꺼번에 환자가 되었다.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될 것으로 알려진 작년 말 새해 금연결심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다만, 값이 오르기 전에 사놓은 두어 갑에 발목이 잡혀 여전히 편의점을 들락거리는 신세다. 그래도 가끔 금연을 꿈꾼다. 또 가끔은 엉뚱한 상상을 한다. 만약 담배갑에 흡연 폐해를 여실히 보여주는 그림이 인쇄된다면, 이를 가릴 케이스를 만들어 보자는 따위의 생각이다. 나는 과연 정부 프로그램 안으로 들어가게 될까?

어떻게 결심에 이르게 될지 모르겠지만, 종합검진을 받는 것으로부터 출발해 보자. "콜레스테롤 총량이 높네요. 문제는 LDL과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거죠. 왼쪽 경동맥에 혈전이 조금 쌓여 있는데 치료에 앞서 무엇보다 금연하셔야 겠어요." 내게 선택의 여지, 더는 없다. "금연치료 프로그램에 가입하는 수밖에 없는 거잖아." 그렇게 정부 사업에 참여하는 의원을 찾았다. "20년 이상 흡연질환을 앓으셨는데, 약간의 고지혈증도 있으니 자, 치료에 들어갑시다." 의사가 권고했다. 상담은 총 12주 6회까지 하기로 했다. 최초 상담료 1만5000원 중 본인부담금 4500원을 냈다. 앞으로 5번은 금연유지 상담료 본인부담금 2700원을 내야한다. "상담료 총액은 1만8000원 이군." 처방전을 들고 인근 약국에 갔다. 의사가 지정해 준 약을 '건네'받고 600원과 국고지원금 외 약값을 냈다. 600원은 약국이 받는 2000원 중 본인부담금이다. 약국이 받는 2000원은 건보공단과 환자 사이를 이어주고, 약을 보관하다, 건네준 대가로 받는 것이다.

정부 금연치료 건강보험 지원사업으로 일개 흡연자인 내가 번민하는 것 이상 지금까지 보건의료체계 안에서 한축을 담당해 왔다고 자부하던 약사 혹은 약국의 기능과 역할은 한층 더 휘청거리게 됐다. 소비자 문턱이 제일 낮고, 그만큼 접촉면이 넓어 '1차 의료역할'을 담당했다던 약국의 과거 영화는 의약분업으로 한차례, 금연치료사업으로 또한차례 위협받게 됐다. 문턱으로 치자면 의료기관이 이번 정부 정책으로 더 낮아지게 됐다. 의약분업 이후 누군가 아침에 일어나 콧물에 미열과 기침이 난다면 자연스레 이비인후과를 찾는다. 분업이 만들어 낸 '의원 먼저 가는 행태'는 의료 소비의 새 문화가 됐다. 누군가 비장하게도 건강 때문에 금연을 결심한다면, 또 우연히 찾은 의료기관이 정부 금연치료 사업에 등록한 곳이고, 그곳의 의사가 권고할 경우 프로그램에 참여할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내가 금연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상의 내용이 이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약국의 고민은 앞으로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서울시가 진행하고 있는 세이프약국의 약국 금연사업 성과가 좋다는 보고도 있었지만, 정부는 금연치료 건강보험 지원사업 프로그램에 약국의 자리를 만들지 않았다. 23일 기준으로 이 사업에 등록한 병원, 일반의원, 치과의원, 한의원, 보건기관은 6만4천여곳 중 1만4688곳이었다. 그렇다면 약국은? 2만여 약국이 있다지만, 이번 프로그램에는 등록할 필요가 없는 기관이다. 약국은 금연치료 프로그램에서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하는 단순 역할의 윤활유일 뿐이다. 달리 말하면, 국민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공무원들의 머릿속에 약국의 자리가 없었다는 것을 뜻한다. 고령사회나 건보재정 등으로 정부가 국민 건강관리 개념을 치료중심에서 예방중심으로 옮기는 모든 정책에서 약국이 배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한약사회도 정부 금연치료 지원사업이 틀을 갖춘 2월 초 복지부에 "금연치료에 약국이 참여하고 금연관리료를 신설하라"는 자료를 전달했었다.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 안에서 약국의 역할이 '처방에 따른 조제로 한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약사회는 더 민감하게 알아차려야 하지 않을까? 보건의료체계에서 약국의 장점과 역할이 소실될까 걱정하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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