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죄없는 자 돌로치라? 슬픈 제약산업의 강수
- 데일리팜
- 2015-03-02 12: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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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일제 치하에서 벗어나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 역시 창립 70주년이 되는 한국제약협회도 '불법 리베이트로부터 광복의 날'을 맞기 위해 '자기발등찍기식이라는 비판'을 감수한 채 강수를 마련하는 등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국내 제약산업이 불법 리베이트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지 못했으며, 어떻게든 이 컴컴하고 눅눅한 터널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결심을 안팎에 천명하려는 비장한 의지로 읽힌다. 때마침 헌법재판소가 '리베이트 쌍법제를 합헌'으로 결정한 것도 의약품 거래와 관련해 불법 리베이트가 만연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여망을 담아낸 것으로 풀이되는 시점이라 제약협회의 고육책은 다행스럽다 싶으면서도 씁쓸한 산업계의 자화상으로 다가온다.
분기마다 제약협회 이사사 50곳이 무기명으로 리베이트 의심 기업을 적어내, 이중 가장 많이 거론된 제약사를 협회장이 경고하는 방식의 리베이트 사전관리 시스템을 운용하기로 한 제약협회의 결단은 고육지책이라하더라도 외견상 썩좋아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일부 이사사나, 이사사가 아닌 중소 제약사들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외부에 우리 잘못을 공연히 드러내 알리는 패착이다' '이사사들은 얼마나 깨끗한가' 같은 비판적 발언을 내고 있다. 실제 이같은 지적들에 공감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경향적으로 과거에 비해 리베이트 행태가 약화됐다고는 하나 '리베이트 기업을 돌로 치라' 했을 때 돌을 집어들 수 있는 기업이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제약협회가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이유는 제약산업이 발전과 퇴행을 가르는 '골든타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는 때문이다. 25일 제약협회 정기 총회 축사에서 김용익 의원(새정치)은 "제약산업은 우리나라 경제에 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더 커져야 한다"며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 가야할 산업"이라고 말했다. 손명세 심평원장도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 심평원이 보유 역량을 갖고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상근 병원협회장도 "우리국민의 아픔은 우리 약으로 고쳐야 한다"며 협회가 역할을 하겠다고 거들었다. 실제 최근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던 대기업 주도 산업이 중국 기업으로부터 위협 받으면서 국가적으로 제약산업의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제약산업에겐 모처럼 찾아온 기회다.
제약산업의 가능성을 현실화시키려면 반드시 뛰어넘어야할 계곡은 불법 리베이트로 대변되는 의약품 유통시장의 불투명성이다. 이를 극복해야만 제약산업은 정부와 사회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 25일 총회에서 제약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배병준 보건산업정책국장도 "국내기업들이 불모지에서 R&D에 투자하고 혁신을 거듭하며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일부 기업들이 비정상적인 영업관행을 이어가는 건 유감"이라고 콕 찝었다. 배 국장이 지적한 이 부분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산업 내부와 정부, 국회가 더 산업을 지원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김용익 의원의 말도 힘을 받을 수 없다. 이게 지금 제약산업계에 놓여진 환경이자 숙명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제약협회가 비판을 받으면서도 결단을 내린 '내부고발을 통한 사전 관리'는 수긍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반드시 지켜야할 전제 조건은 있어야 한다. 그것은 이사사 50곳이 자신들의 잘못엔 관대하면서도, 그 밖의 중소 제약회사는 표적으로 삼는 인상이나 의도를 가져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공연히 제약산업 안에 분란만 키우는 등 부작용을 일으킬 공산이 커진다. 제약협회 이사사 50곳이 투표하는 방식은 아무리 공평을 강조한다해도 구조적으로 불형평성을 내재하고 있는 만큼 보완책도 필요하다. 그러니 이사사 50곳 외 나머지 제약사들도 이사사를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둬야 할 것이다. 고해성사하는 마음으로 컴컴한 터널에서 함께 손잡고 빠져 나오겠다는 제약협회의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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