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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R 의무화법, 34개월째 방치…"또 폐기할 건가"

  • 최은택
  • 2015-04-13 06:14:57
  • 쟁점법안 심사 미루는 국회...환자·시민단체 "입법 촉구할 것"

의·약사는 의약품을 처방 또는 조제하기 전에 환자가 복용하게 될 의약품이 해당 환자에게 안전한 지 사전 점검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시판 승인한 의약품을 투약하는 데 왜 점검이 필요한 지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이유는 간단하다.

의약품은 함께 복용하면 상호작용에 의해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어린이나 임산부에게 투약 금지된 의약품도 적지 않다.

의·약사는 처방 또는 조제 전에 이런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하는데, 수 천개가 넘는 의약품 성분의 이런 특징을 모두 암기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복지부와 심평원은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고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위해 2008년부터 이른바 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 DUR)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은 그동안 적지 않은 진화를 거듭해왔다. 점검대상 항목은 병용금기, 연령금기, 임부금기, 효능군 중복, 용량주의, 투여기간 주의, 안전성 관련 사용중지, 저함량 배수처방·조제 대상, 노인주의 의약품 등 8개에 달한다. 요양기관의 참여도 적극적인 편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전체 7만461개 요양기관 중 7만37개(99.4%)가 이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해 8~9월 한달 간 이 시스템을 점검한 기관 수는 6만8454개(97.2%)로 집계됐다. 의료기관과 약국의 투약 전 상시 점검체계가 구축됐다고 볼 수 있는 근거다.

그런데 각론을 들여다 보면 상황은 좀 달라진다. 지난해 상반기 DUR 점검요청 건수는 5억6284만3000건이었다. 처방 2억9703만3000건, 조제 2억6581만건 등으로 분포했다. 이중 처방 1752만9000건(5.9%), 조제 1389만8000건(5.2%) 등 총 3142만7000건(5.6%)에 정보가 제공됐다.

투약할 의약품이 병용금기 등에 해당한다며 시스템에 '경고창'이 뜬 건수다. 그러나 실제 변경은 처방 259만4000건(14.8%), 조제 33만4000건(5.2%) 등 275만8000건(8.8%)에 불과했다. 100건 중 8~9건에 대해서만 처방 또는 조제가 변경되고, 나머지 91~92건은 그대로 투약됐다는 얘기다.

물론 의·약사는 해당 환자에게 불가피하게 필요한 약제인 경우 예외사유를 기재해 변경없이 투약할 수 있다. 그러나 예외사유를 제대로 기재한 건수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약사가 소신껏 적절히 투약했다고 이해하면 좋겠지만 해당 의약품의 특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경우 환자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DUR 사전 점검을 의무화하는 입법안 두 건(유재중, 이낙연)이 지난 18대 때 국회에 제출됐지만, 의·약계의 반대가 거세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회기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그렇다고 의무화법의 필요성이 사장된 건 아니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낙연 의원은 19대 국회 시작과 동시에 2012년 6월 다시 의무화법(약사법)을 발의했고, 지난해 9월에는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도 가세(약사법, 의료법)했다.

법률안을 보자. 이낙연 의원은 의무규정을 약사법에 통일적으로 규정하고, 투여경로가 같은 동일한 성분의 의약품만을 점검대상으로 삼았다. 사전점검하지 않은 결우 제재조항은 두지 않았다.

김현숙 의원은 의사(의료법)와 약사(약사법)에 각각 운영 규정을 신설했다. 점검범위는 투여경로를 불문하고 동일한 성분 의약품 전체로 확대했다.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부과하도록 했다.

의·약계 입장은 18대 때나 지금이나 바뀐 게 없다. 우선 정부 측 입장을 보자. 복지부는 "DUR 시스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했지만, "제재조치를 두기보다는 단기적으로 선언적 의무로 규정하고, 추후 법적 의무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식약처는 법안 취지에 공감한다면서, "병용금기 등 외에도 의약품 안전사용에 필요한 총리령으로 정한 정보를 포함해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의사협회는 "DUR 시스템 설치율이 99%에 이를 정도로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강제하고 처벌규정을 두는 것은 과도한 규제다. 민감한 개인진료 정보 유출 우려도 있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병원협회도 "법제화에 반대한다"고 전제한 뒤, "DUR 시스템을 통한 사전점검 때 경제적·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약사회 또한 "법적 의무를 부여하기 보다는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법적 의무를 부여할 경우 DUR 점검에 따른 수가 신설 등 보상기전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DUR 수가는 의사협회도 줄곧 주장해왔던 내용이다.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은 "DUR 점검 의무부과는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위한 중요한 요소다. 또 안전확인 의무 근거를 법률에 규정하는 건 DUR제도의 안정적 정착과 원활한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의무부과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DUR 의무화법안은 지난해 여당 의원인 김현숙 의원의 가세로 입법논의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원회가 쟁점법안을 다루는 데 미온적이라는 데 있다.

실제 지난 2월 임시회에서도 민생법안 위주로 법률안을 심사한다는 명목으로 쟁점법안을 모두 안건에서 제외시켰다.

DUR 의무화법안의 경우 이낙연 의원이 발의한 시점을 고려하면 3년이 다 되도록 법안소위에 단 한번도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19대 국회 임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국회 회기종료와 함께 또 사장될 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달라진 점은 환자단체와 시민단체의 관심이다. 환자단체 한 관계자는 "DUR 의무화법에 대해 그동안 잘 알지 못했다. 환자가 안전하게 의약품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입법이라면 뒷전으로 미뤄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도 "법률안을 검토해 필요한 경우 입법을 촉구하는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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