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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이진석 교수는 왜 의사협회 문을 열었을까

  • 최은택
  • 2015-04-29 06:14:50
  • 의사단체의 진보 수혈이거나 이 교수의 '엔트리 전략'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이 된 서울의대 이진석 교수
다음달 1일부터 항해에 나서는 '추무진호' 승선자 명단에 '이방인'이 끼여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낯설기만한 사람이다. 진보진영은 그가 왜 '추무진호'에 몸을 맡겼는 지 의아해한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이진석(44) 교수에 대한 이야기다. 추무진 의사협회장은 28일 39대 집행부 명단을 발표했다. 의료정책연구소 소장과 연구조정실장도 포함돼 있었는데, 이 교수는 연구조정실장 명단에 올랐다.

시민사회 진영은 그의 갑작스런 행보에 적지 않게 놀란 반응이었다. 한 때 의료계 내 가장 왼쪽 그룹에 서 있었던 이 교수가 의사라는 직능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의 싱크탱크 '2인자'로 돌아왔으니 그럴만도하다.

28일 주변 인물들에 따르면 이 교수는 최근 대외활동이 뜸했다. 안식년을 맞아 미국에 나갔다가 지난해 돌아온터라 족적을 찾기 힘든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교수의 그동안 행보를 보면 '물과 기름'처럼 의사협회와 섞이기 힘든 인물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과거 행적(언론보도)은 이렇다. 이 교수는 2005년 보건의료계 가장 왼쪽 그룹 중 하나였던 민중의료연합에서 활동하면서 당시 노무현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을 맹렬히 비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과 함께 삼성보고서를 근거로 삼성이 공보험체계를 붕괴시키고 의료체계를 대체하려는 시나리오를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후 의료계 진보적 인사들이 만든 건강정책포럼(2007년), 비판과 대안을 위한 건강정책학회(2009년)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내만복(내가만드는복지국가)'의 전신인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준비위원회에도 가담했다. 현재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정책적 마인드도 크게 다르다. 이 교수는 과거부터 줄곧 건강보험 개혁을 주창하면서 개혁과제로 건강보험 보장성 90%로 확대, 입원부문 포괄수가제 전면실시, 보장성과 지출구조 개편을 연계한 건보료 인상, 1차의료 주치의제 전면 시행, 3차병원 지역 병상총량제 등 의료전달체계 확립, 공공의료확충, 가입자 건강보험제도 운영참여 기회 확대 등을 제시해왔다.

특히 경만호 전 회장 등 의사협회 관계자들이 건강보험통합 위헌소송을 제기했을 당시에는 참여연대 측 저격수로 나서기도 했다.

당시 이 교수는 "의사협회 인사들이 위헌소송을 제기한 것은 의료수가를 올리기 위한 정치·경제적 꼼수에 불과하다"며 "자신들의 이런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국민건강의 보루인 건강보험의 근간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었다.

이 교수는 또 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 참여연대 측 대표로 참여하기도 했다. 수가협상에서 의약단체의 반대편에 섰다는 얘기다.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캠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 관계자는 "의료정책 전문가인 이 교수 영입은 의료계의 정책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역량을 수혈받기 위한 목적이라는 얘기인데, 진보 성향에 대한 부분은 말을 아꼈다.

그는 "이를 계기로 연구소가 의료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보다 충실히 할 수 있도록 기틀을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반면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다소 황당해했다. 한 단체 관계자는 "맞는 정보냐. 솔직히 이해되지 않는다. 배경이 무엇인 지 궁금하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 교수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게 된 건 아닌 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엔트리 전략 아니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의사협회는 의료영리화 논란이나 원격의료, 서비스산업선진화 등 잇따라 불거진 의료관련 쟁점에 대해 정부와 반목하면서 최근 시민사회단체나 야당과 접점을 만들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의 정책방향의 물꼬를 조금씩 돌린다면 국민과 의료계가 함께 '윈윈'할 수 있는 쪽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의료계가 원하는 적정수준의 수가 보전방안을 모색하면서, 의료체계와 건강보험 보장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꿀 모멘텀을 만들어가는 대열에 의사협회를 합류시키는 방향이다.

야당 한 관계자는 "이 교수의 결정이 개인적 소신에 의한 것인 지, '엔트리 전략'인 지 알 수는 없지만, 밑그림을 그리기에 나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의 제자이기도 하다.

이번 '이촌동행(반상근)'에 대한 궁금증은 이 교수의 말을 들어봐야 풀릴 수 있다. 그러나 데일리팜이 이날 수 차례 핸드폰 통화를 시도했지만 아쉽게도 이 교수와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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