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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급여화로 힘들고, 통계 착시로 손해보고"

  • 김정주
  • 2015-05-21 06:14:56
  • 요약
  • 할 말 많은 의약단체들...건보공단-가입자는 '냉담'

[이슈분석]=2016년도 보험자-공급자 1차 수가협상

내년도 수가협상 '1라운드'가 모두 끝났다. 공급자 단체들은 13조원에 육박하는 최대 재정흑자의 수혜를 나눠갖기 위해 보험자 설득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지만, 보험자는 '포커 페이스'를 유지 중이다.

병원협회와 의사협회, 약사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간호사협회는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건보공단과 1차 수가협상을 진행하고, 추가재정소요분(밴딩 폭)을 늘려달라며 경영난을 거듭 호소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병협, 의협, 약사회, 한의협, 치협 협상단.
◆재정흑자 기대치 = 공급자 단체들은 사상최대 흑자 기조를 타고 밴딩을 대폭 늘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정부의 갖가지 급여 인상책이 이어져 왔고, 곳간이 풍족한 상황에서 경영난을 입증해야 하는 만큼, 보험자 속내를 읽어내기 위해 표정을 최대한 숨기는 전략도 구사했다.

아직 재정위원회 소위원회의가 열리지 않아 밴딩을 키울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소위에 참여하는 공단 측 역할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일부 협상단은 '제로섬 게임'에서 더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것을 또 다른 '미션'으로 숨겨뒀다.

약사회 이영민 협상단장은 "그간 약국은 정책적인 협조를 계속해왔다. 재정이 여유있는 지금 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원협회 이계융 협상단장 또한 "12조8000억원의 재정을 쌓아놓고 보험자가 몇년째 '어렵다'고 호소하니 이해되지 않는다"고 의아해 했다.

이 같은 시각 차는 의사협회 측 입장에서도 드러난다. 김숙희 협상단장은 "재정 흑자에 대해 공단 측에 (수가로 보상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보험자-가입자의 해석이 제각각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통계 착시현상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급여비 증가세가 두드러진 현상이 많이 분배받은 것처럼 인식이 치환되면서 상대적 '손해'가 발생한다는 것인데, 바로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적은 한방과 치과 얘기다.

한의사협회 김태호 기획이사는 "한방은 고작 4% 비중을 차지하는 작은 규모다. 그러다보니 증가율만 갖고 협상을 하게 되면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1000원 비중에서 100원 올리는 것과 100원 비중에서 100원 올리는 것은 엄연히 다른 통계 착시"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치과의사협회 마경화 부회장도 "정책요인으로 늘어난 진료비 착시현상을 떨궈내고 늘어난 수치가 11% 수준"이라며 "수치가 늘었다고 해서 치과 살림살이가 나아졌는 지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통계 착시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경영난의 이유 = 각 단체는 협상 테이블에서 수가인상 이유를 피력할 때 대표적으로 경영난을 꼽는다.

종별 또는 규모별 특성상 경영난 이유도 제각각이다. 급여 보장성이 확대된 유형은 급여로 인해, 그렇지 않은 유형은 별도의 특성과 상황이 있다는 것이다.

병협과 치협은 정부의 보장성 강화와 비급여 개선 등 일련의 정책으로 인한 손해 분을 강조했다. 이른바 '보장성 피로감'인데, 병원과 치과에서 비급여로 묶여있던 것을 급여권으로 들이면서 기존 가격보다 깎인 부분이 사실상 손해로 이어지고, 경영악화의 큰 요인이라는 주장이다.

약국은 6년제 졸업자 배출로 인한 인건비 단가 상승과 카드수수료 압박을 피력했고, 의원급은 인력감축을, 병원급은 구조조정을 경영난의 대표적 근거로 꼽았다.

◆곳간 쌓여도 허기진 보험자 = 공급자의 이 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미 재정 쓰임에 대한 대략의 밑그림을 그려놓은 것이다.

부과체계 개편과 보장성강화, 내년 국고보조금 시한 만료까지 겹쳐서 곳간이 쌓여도 허기가 지는 불안한 흑자라는 것이 공단 측 입장이다.

순순히 곳간을 열어줄 수 없다는 것인데, 공단이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근거를 대라", "원가자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드러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공단은 지난 단체장 상견례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병협에 원가자료를 언급할 정도로 빗장을 걸어놓은 상태다. 약사회에는 약대 6년제 졸업자들의 인건비 상승 근거자료를 제출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건보공단 협상단.
공단의 철벽수비는 보험료율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과 불경기, 물가상승률 저조도 하나의 이유로 작용한다.

이미 공단은 일부 단체와 마주한 협상 테이블에서 저물가 상황 등을 언급하며 재정이나 물가와 수가를 연동하는 일종의 '위험분담(Risk Sharing)'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공단 협상단 측은 "재정연동은 학계에서도 강조한 상황이고, 물가연동의 경우 건보법을 굳이 개정하지 않아도 합의에 의해 기준을 잡고 즉시 적용할 수 있다"면서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고 밝혔다. 일종의 부대합의조건이 되는 셈이다.

공단이 곳간을 사수하고 정책 순항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부대조건을 '히든카드'로 두고 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인데, 추후 확정될 밴딩 규모에 따라 카드의 효력이 좌우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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