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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모바일 헬스케어가 의료지형을 바꾼다

  • 데일리팜
  • 2015-07-04 06:14:54
  • 조도현 W메디컬전략그룹 대표

#임신 37주차인 30대 후반 A씨는 복부에 진통을 느낀다. A씨는 산부인과에서 제공한 e벨트를 서둘러 배에 착용한다. 자궁의 수축 정도와 태아의 심장박동 등 다양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산부인과에 전송된다. 산부인과에 비치된 컴퓨터가 A시의 상태를 분석해 담당의사에게 전송하고 의사는 태아의 심박동 패턴의 불안정성을 이유로 분만 시도를 결정한다. A씨의 e벨트와 사전에 보호자로 등록된 2인의 모바일 기기에 바로 병원으로 분만을 위해 내원하라는 메시지와 내원 방법이 전송된다.

#최근들어 손가락과 다리 등의 관절에 통증을 느낀 65세 여성 B는 집 근처의 의원을 찾았다. 의사는 퇴행성 관절염이 의심된다며 정밀진단과 필요한 치료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고 권고한다. B의 주치의는 B의 동의 하에 의료 앱을 통해 디지털화된 B의 의료기록과 각종 영상진단물, 가족력, 유전자 정보 등의 검사결과를 코드화하여 전송한다. 앱에서는 해당 자료가 분석된 후 3차 진료기관 중 B와 유사한 상태의 환자의 내원한 비율과 완치율이 가장 높은 병원들과 의사들을 5순위까지 추천한다. 해당 정보는 주치의의 컴퓨터와 B의 모바일 기기로 전송되고, B는 그 중 가장 접근성이 좋은 곳을 골라 예약 의뢰 버튼을 누른다.

#50대 중반의 남성 C는 건강상태 센서가 부착된 그의 승용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는다. 핸들에 손을 올려놓자 운전석과 핸들 모두가 그의 생체 정보를 분석한다. 앞 유리창에 C가 오늘 섭취해야 할 1일 영양분과 권장 운동량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문자와 간단한 그래프로 보여진다. 혈압 수치의 경미한 변동과 혈당 등 C가 평소 주의깊게 관리하는 몇 가지 건강 수치들이 함께 나타난다. 시동을 걸자 해당 정보들이 시야에서 사라지며, C가 등록해 놓은 건강관리 데이터 베이스로 전송된다.

위의 사례들은 현실일까 가상일까. 현재의 기술력으로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 사례도 있고, 아직까지는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가상 현실일 것 같은 사례도 있다. 기술력이 뒷받침되더라도 법제도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영역도 존재한다. 세계적으로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모바일 헬스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2014년 현재 앱 등을 포함한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40억 불을 상회하고, 구글은 2017년까지 이 시장이 260억불로 성장한다고 예측한 바 있다. 기술력의 비약적인 발전과 더불어 의료의 패러다임 변화가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의료 트렌드가 질병발생 이후의 사후적 치료라는 모델에서 건강관리 등을 통한 사전 예방 모델로 변화함에 따라 모바일 헬스의 영역이 더욱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초고속 인터넷과 퍼스널 컴퓨터가 우리의 삶에 온라인이라는 지평을 만들어냈듯이, 스마트 폰과 모바일 기기의 대중화는 우리의 삶을 또다른 단계로 도약시키고 있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나 금융산업 등의 부문과 달리 보건의료 분야는 법제도적,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편리성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영역이 상당부분 존재하고, 여러가지 사회 집단의 이해관계도 중층적으로 얽혀있어 기술력의 보만으로 그 성장세를 평가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분명 있다. 모바일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에서는 기술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법제도적 측면 및 사회문화적인 측면이 모두 중요하다고 평가되는 이유다. 우후죽순처럼 성장하는 모바일 산업의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주에 6~7개의 모바일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투자를 검토한다는 미국 이스퀘어드(Esquared) 자산운용의 레스 펀틀레이더 펀드 매니저는 모바일 헬스 산업이 실체에 비해 고평가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한다.

지난 5월, 필자가 미국 뉴욕에서 주관하는 헬스포럼이 'The Future is Now: Era of Mobile Health'라는 주제로 맨해튼에서 개최됐다. 모바일 헬스의 선두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다수의 미국기업 관계자들과 이들이 만들어낸 서비스의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공급자인 의사들 등 총 100 여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미국인의 2/3가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고, 이러한 시장규모를 개척하려는 무수한 기업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장의 확장속도는 매우 빠르고 그 최선두에 있는 미국시장의 플레이어들의 나름의 핵심역량과 성장전략으로 모바일 헬스케어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했다. 이 포럼에 패널로 참가했던 많은 전문가들은 헬스케어의 관료적인 구조와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보호 이슈 등으로 기술력의 속도가 모든 것을 좌우하진 못하지만, 현재 모바일 헬스의 변화와 확장은 의료서비스의 지형을 크게 바꾸고 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미국의 대형 의료보험사인 휴매나(Humana)의 쉬라 데라스모 이사는 "소비자가 이미 모바일에 접속되어 있으므로 헬스캐어 서비스도 당연히 이같은 트렌드에 답하는 형태로 비즈니스가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앱으로 의사를 찾고, 진료를 예약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 작닥(ZocDoc)의 케빈 쿰러 부사장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미국 내에서 평균 18일 걸리던 진료예약이 원하는 의사의 진료 스케줄을 보면서 직접 비는 시간을 골라 예약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며 택시 서비스 우버나 음식 배달 서비스에 견줄 수 있을 정도로 효율화되고 빨라졌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 스타트업 기업들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기업인 스타트업헬스(StartUp Health)의 유니티 스톡스 대표도 모바일 헬스를 통해 환자들과 그들을 돌보는 모든 이들이 환자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물론 모바일 헬스캐어가 환자와 의료서비스 제공자 사이의 관계만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신약개발을 비롯한 산업의 영역에서도 모바일 헬스의 지위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임상실험 중에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트랙킹 기기와 정보 전송체계를 활용하면, 단순히 정기 검진일만이 아니라 피험자의 일상생활 속에서 분석된 생체정보와 의약품의 효과성 등이 실시간으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약물의 부작용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들이 통제된 환경과 조건이 아닌 상태에서 연구진에 전달되어 보다 효과적인 약물의 작용기전 분석이 가능해진다.

다만 이같은 기술력의 진보가 미국의 규제당국(FDA)에 모두 수용되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미국 식품의약품국이 현재까지 모바일 헬스케어 기기에 의해 측정된 결과를 인정하여 의약품을 허가한 사례는 없다. 그러나 이는 머지 않은 시기에 변화할 것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신약개발을 위해 사용하는 모바일 기기와 데이터가 일반인이 살을 빼거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규제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규제가 높거나 강하더라도 산업 혹은 생활의 현장에서 도입된 기술을 역으로 법제화해 사후적으로 승인해주는 형태의 입법과 기준 도입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현재는 인정되지 않는 형태라도 모바일 헬스케어 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분명히 시장은 더욱 커지고 범위는 넓어질 것이다. 이제 미래에는 모바일 헬스케어라는 별도의 카테고리가 없어지고 보건의료의 형성과 전달체계 안에 모바일 헬스케어의 기능과 영역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녹아들어가 있는 형태로 진화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의 일관된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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