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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사, 흡연자 중독 조장…쉽게 못 끊게 설계됐다"

  • 김정주
  • 2015-07-17 06:14:50
  • 국내외 학자 '한목소리'...연구조작 등 의혹도 제기

건보공단의 #담배소송에 주목하는 국내외 석학들은 세계의 담배회사들이 흡연자의 니코틴 중독을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고, 이를 악용해 돈을 벌어왔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니코틴 중독이 되도록 제품을 설계해 담배를 쉽게 끊지 못하도록 하고, 그 악순환의 고리를 이용해 계속 이윤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흡연-폐암의 인과관계는 성립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5차 변론까지 진행된 우리나라 담배소송의 핵심 쟁점이었는데, 논박의 여지 없는 "이미 입증된 사실"이라는 것이다.

16일 건보공단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담배의 폐해, 중독성 그리고 담배회사의 책임에 대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여한 국내외 학자들은 담배사들의 니코틴 중독 조장 음모를 우리나라 법원과 대중에 바로 알리기 위해 다국적 담배사들의 내부 기밀문건을 폭로하고 치밀한 제품 설계, 마케팅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1990년대 한국, 담배시장 '블루오션'…"여성을 흡연시켜라"

국내외 석학과 학자들은 담배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비단 거대 시장이자 업체들의 거점 지역인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일관되게 이어져 왔다는 데 동의했다. 그 중 한국은 1990년대 담배시장 전면개방 시점부터 '블루오션' 지역으로 꼽혔고,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학자들에 따르면 이들 업체가 우리나라에 진출해 벌인 마케팅은 매우 치밀했다. 특히 흡연자는 많지 않지만 흡연자 중에서 흡연을 막 시작한 사람('Starter')에 속하는 그룹 중 두각을 보이는 부류는 여성이었다. 흡연자들이 담배 제품을 쉽게 바꾸지 않는 특성상 업체들은 이들을 공략해 충성도 있는 흡연자로 만들기 위해 온갖 전략을 세운다.

보의연 이성규 부연구위원이 미국 담배회사 내부 기밀문건 속 한국 마케팅 전략을 조사한 결과는 놀라웠다.

다국적 담배사들은 1990년 당시 우리나라의 잡지 매체를 치밀하게 분석해 주 여성 독자층의 나이와 성향을 분석하고 스타 모델을 기용한 지면광고에 열을 올린다.

'휘네스(finess, 외국 판매명 '카프리)'의 경우 1990년대 우리나라에 일명 '커피숍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여성이 커피숍에서 흡연하고자 하면 담배를 공짜로 나눠주는 이벤트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이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담배를 피우기 힘들고, 실내 어디서나 담배를 피우는 것에 거리낌 없었던 당시 사회 분위기를 분석해 여성들이 자주 드나드는 카페 등 실내 공간에서 자유롭게 흡연할 수 있도록 타깃화시킨 것이다.

담배사 "니코틴, 흡연유지 중요요소…못끊는 건 우리의 행운"

이들 다국적 담배회사들은 오늘날과 같은 휴대용 담배가 생산, 판매되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부터 이미 담배 니코틴 중독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악용, 이윤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철저히 숨긴 채 담배에 더욱 빠져들게 했다.

즉 알면서 고의적으로 중독을 유발시키는 전략으로 제품을 개발해왔다는 것이다. 흡연으로 인한 질병과 중독성 등이 모두 얽혀 있는 지점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주립대 스탠튼 글란츠 교수는 "담배사들은 반세기동안 흡연이 암 등 질병을 유발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를 (내부적으로) 인정해왔지만, 정책입안자와 대중, 법원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며 "니코틴 중독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윤극대화 위한 제품을 설계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들 학자들이 건보공단 국제 심포지엄에서 소개한 담배사 내부 기밀문건들은 이를 여실히 방증했다.

1953년 미국 자료를 보면, 담배사 임원들이 호텔에 별도로 모여 향후 50년 간 미국 대중들에게 담배와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 지 논의했는데, 여기서 거론된 얘기가 폭로됐다.

이 자리에서 임원들은 "한 번 궐련을 물면 쉽게 끊을 수 없도록 한 것은 우리의 행운"이라며 "우리 고객 중 대부분이 마음만 먹으면 중단할 수 있는 제품을 팔게 되면 흡연자들이 빠져나갈 일(금연)이 생겨 하룻새 망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한 담배업체 기밀자료에는 "탄 담뱃잎 맛을 좋아해 흡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니코틴은 흡연습관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적혀 있었다. 담뱃잎을 날 것 그대로 태우면 여러 약물이 나오는 데, 호흡과 신체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흡연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진다. 즉 업체들이 이 부분 때문에 흡연자들의 니코틴 흡수를 촉진시키려고 맛과 향을 개선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담배사들은 궐련에 니코틴량을 중독성 있게 설계하고 맛과 향을 위해 설탕 등을 가미하는가 하면 어린 아이들이나 청소년, 여성들에게 접근하기 쉽도록 만화나 영화 등에 거리낌 없이 노출될 수 있는 마케팅을 펼쳐왔다.

또 다른 담배사 CEO의 메모 중에서 "만약 흡연자가 중독됐다는 것이 밝혀지면, 흡연을 지속하는 원인은 단순히 자유의지 문제로 주장할 수 없다", "승소를 위해서는 그 어떤 내용도 인정할 수 없다", "니코틴에 대한 흡연자의 생리적 욕구는 담배에 최적 니코틴 양을 넣음으로써 충족될 수 있다"는 등의 내용도 발견돼 미국에서 폭로됐었다.

글란츠 교수는 "담배사 또는 담배사에서 돈을 주고 연구나 자문을 의뢰한 전문가들이 말하는 어떤 말도 믿어선 안된다"며 "이들은 자신들의 이윤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법원에서 제시하는 과학적 사실도 조작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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