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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2천억 규모 약가인하 또 한 번의 데자뷰

  • 데일리팜
  • 2015-07-27 06:39:36
  • 신광식 소장(의약품정책연구소, 보건학박사)

정부에서는 실거래가 조사 근거를 기반으로 2000억 정도에 해당하는 약가인하를 예고하고 있다고 한다. 이 한 줄의 뉴스를 보고도 우리는 어떤 일이 벌어질 지에 대해 이미 한참의 진행을 예견할 수 있다. 이건 데자뷰가 아니다. 기억에 분명히 남아있는 현실의 재현이다.

제약업계가 주장하는 내용은 세 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실거래가 조사결과라고 하는데 거래가 이루어진 것은 도매업체와 의료기관이며 도매업체의 납품가격에 대해서 제조업체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하는 가라는 것, 두 번째는 그 조사결과라는 것을 밝혀달라는 것. 세 번째는 메르스 사태가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큰 상태에서 1년이라도 유예를 해달라는 것 등이다.

이렇게 보면 제약업계 입장에서 억울한 심정을 가질만하며 정부가 지나치게 경직된 방침을 가진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할 수 있다. 제약업계에 정부가 이렇게 한편 강경하게 비춰질 수 있는 정책을 견지하는 이유는 정작 실거래가 문제가 아니라 잊을만하면 터지는 리베이트가 문제가 되고 있음은 관련자들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리베이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약가에 거품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연구개발에 투여되어야 할 재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국민적 불신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렇게 숨 막히는 대립각이 해로운 것은 정작 풀어가야 할 합리적 솔루션을 봉쇄하는 점이다. 나름의 이유 있는 행위와 입장은 상대측의 이유 있는 주장에 대한 답을 철저하게 외면하는 일관성을 함축하고 있다. 그래서 주장은 더욱 선명하고 관념적으로 치닫는다.

제약업계와 정부의 대립각은 공급자와 소비자의 대립각이 아니다. 정부가 대변하는 것은 소비자, 국민의 이해이기 보다는 보험자의 이해이다. 보험자는 재정의 조달과 효율적 사용에 우선의 관심을 두지만 소비자의 그것은 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통한 전체 복지의 확대이다.

만일 의약품 분야에 자원을 투입하여 치료영역을 넓히는 것이 타 분야에 대한 투자보다 전체복지를 확대할 수 있다면 그것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소비자의 진정한 이해는 약가인하가 아닌 적정약가를 보장하는 것일 수 있다. 의약품의 가격은 자원이 의약품의 개발에 투여될 수 있게 하는 가장 간명한 유인자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이해가 의약품 분야에 대한 자원의 투여 확대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사실일 수 있다. 왜냐하면 소비자의 이해를 궁극적으로 대변할 수밖에 없는 정부에서 의약품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유인하고 직접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의약품 분야 연구개발에 직접 투자된 돈은 약 1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불행히도 이 투자의 성과는 별반 확인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은 이런 것이다. 소비자의 이해에 기반하여 자원을 투여하고 싶지만 약가로 그렇게 하자니 이 돈이 리베이트라는 항아리 구멍으로 새어 버리기 때문에 연구개발 투자를 입증하도록 하여 세제혜택을 주거나 혹은 직접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기술 결과를 공여하는 것이 그런 문제를 피하는 전략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성공할지는 지극히 의문스럽다. 약가는 개발된 의약품의 투자금이 시장에서 매출과 이익으로 회수될 수 있게 하는 가장 궁극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기술을 개발하여 기술료 형태로 외국기업에 판매될 수는 있겠지만 시장이라는 대량 매개체를 포기하고 블록버스터의 기술료 수익만을 기대하는 것은 대문을 닫고 바늘구멍만을 열어놓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인식하에서는 이야기를 시작한 지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리베이트 근절을 제약업계가 받아들이고 답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대한 답이 이루어진다면 정부 역시 인하를 위한 인하와 같은 근시안적 보험자입장에서 벗어나 적정약가를 통한 자원의 투여를 인정하는 소비자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의약품정책연구소는 제약업계에 윤리경영 인증제의 도입을 제안해 놓은 상태이다. 리베이트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정해놓고 자율적으로 점검받는 시스템을 실시하고 이에 대한 인센티브를 정부에 요구하자는 제안이다.

이것은 일방통행으로 고정되어버린 양 진영의 반대의 목소리에 답을 내자는 제안이다. 제도적 솔루션을 통하여 이것이 확인된 후라면 합당한 제품에 합당한 가격을 인정받고자 하는 공급자적 시각이 소비자의 시각과 일치하는 영역이 생길 수 있으며 바늘구멍만이 아닌 대문을 열어달라는 주장 역시 성립될 수 있고 정부역시 직접 수행하는 연구개발의 비효율성 함정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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