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일간 메르스 전쟁…초동대처 안일했다
- 이혜경
- 2015-08-03 12: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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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스 발생 19일 만에 병원명 공개...의료계 우왕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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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증상으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온 12명의 환자 가운데 1명이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고 있어 공식적인 메르스 종식 선언은 8월 하순에야 가능하지만, 추가 유행 가능성은 미비한 상태다.
69일간 치른 메르스와의 전쟁. 그동안 총 186명의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했고, 36명이 사망했다. 격리대상자만 해도 1만6693명이다.
국내 메르스 환자 감염 경로가 병원이라는 점에서 환자 경유 및 발생 의료기관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의원급 의료기관 61개소가 자발적 휴진을, 병원급 의료기관 41개소는 부분 및 전체 병동 폐쇄에 들어가야 했다.
메르스 걱정말라던 정부, 19일 만에 병원명 공개
69일 간 걷잡을 수 없었던 메르스 전파력.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전염병에 정부도, 의료계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현 상황이 발생한 가장 큰 원인으로 정부의 안일한 초동대처가 손꼽히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5월 20일 바레인으로부터 입국한 내국인 1명이 메르스 확진환자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일반 국민들에게는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안심시켰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정보공개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와 의료계 단체의 말을 믿을 사람은 없었다. 의료 현장의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메르스 첫 확진환자 발견 지역인 경기도 평택은 시민 뿐 아니라 의료진들까지 '쉬쉬'하는 분위기 속에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첫 환자 발견 9일 만에 평택성모병원은 자진폐쇄조치를 택했다.
"메르스 확진자 발생인 5월 20일부터 병원 자체 휴원인 29일까지 역학조사관으로부터 입원환자들에 대한 지침을 전달받지 못했어요."
이기병 평택성모병원장이 국회 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말이다. 정부는 메르스 환자 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위험 정보를 숨겼다.
급기야 의료계 단체와 야당의원들이 메르스 발생지역과 의료기관 공개를 요구했고, 19일 만에 병원명이 공개됐다.

6월 7일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병원의 실명이 공개됐다. 하지만 '메르스 병원'으로 낙인 찍힌 곳의 원장들은 울분을 토해야 했다.
무차별적인 언론 노출에 인권까지 침해됐다.
Y내과 윤모 원장은 "정부 정책에 성실히 따르고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했던 노력이 병원명 발표로 돌아오니 참담하다"며 "의원의 피해는 감수할 수 있다 하더라도 가족들과 인권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토로했다.
정부 시책에 충실히 따르고 전염병 확산에 최선을 다한 의사들의 조치가 메르스 병원이라는 낙인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C내과 최모 원장은 메르스 격리대상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의 원장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오보로 '무개념 의사'가 되고 말았다.
이 병원 관계자는 "내과 원장 두 명 중 최 원장은 메르스 환자를 진료하지 않았고, 역학조사관이 격리대상자가 아니라고 얘기해서 미리 예정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며 "언론에 정부의 지침을 따르지 않고 해외여행을 다녀온 의사로 마녀사냥을 당해야 했다"고 언급했다.
메르스 5번 환자로 완치 판정을 받아 재개원 한 강동 365열린의원 정경용 원장 또한 "사실과 잘못된 사실이 인터넷에 많이 올라왔다"며 "사실과 다르다는걸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대처할 수 없어서 답답했다"고 말했다.
정 원장이 말한 잘못된 정보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정 원장이 환자 진료를 계속했다는 것이었다.
지난 6월 2일 메르스 확진환자가 경유한 서울 중구의 하나로의원은 7월 1일 폐업했다. 하나로의원은 "피해규모 파악이 불가하다"며 구체적인 피해규모를 추산하지 못한 상태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어왔다.
직원들 월급 걱정해야 하는 피해병원들
병협이 조사한 메르스 피해병원 규모에 따르면 총 102개소가 확진자 발생 및 경유병원으로 나타났다.
휴진한 의료기관들은 진료를 하지 못하는 동안 발생하는 금전상의 손실과 직원들의 임금 지급을 걱정할 수 밖에 없었다.

하루 130~140여명의 외래환자를 진료했다는 S의원은 현재 30~40명으로 환자가 줄었다.
임영진 경희대의료원장은 "자본을 어느정도 보유한 대부분의 대형병원도 1~2달 정도만 버틸 수 있지만, 수익이 창출되지 않으면 다음 달 직원들 월급부터 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상근 인제대의료원장 겸 대한병원협회장 또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병원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열악한 환경"이라며 "정상진료를 하지 않으면 급여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직원 임금 지급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모 병원에서는 자발적으로 직원들이 월급을 반납했다"며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병원들이 허리띠를 조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협에서는 의원급 의료기관 직·간접 피해금액을 22억원 가량으로, 병협은 병원급 의료기관 피해금액을 5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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