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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우수약무기준 원탁토론, 아쉬움이 컸다

  • 데일리팜
  • 2015-08-28 12:14:50
  • 유창식 새물결약사회 회장

유창식 새물결약사회장.
8월23일 대한약사회가 주최한 토론회는 전문진행자가 진행을 맡고 분임토론에서 나온 의견을 실시간으로 집계하여 참가자들에게 보여주는 등 2000여만원의 비용이 투입된 행사답게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아쉬운 면이 적지 않았다.

우선 우수약무기준이 무엇이며 왜 필요한지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이 참가자들에게 사전에 안내되지 않은 점이다. 이로 인해 초반에 참가자들이 토론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기도 했으며, 미리 생각해보고 심도 있는 의견을 내놓기 어려웠다. 전국 각지에서 어렵게 모신 만큼 제한된 시간에 알찬 의견을 많이 취합할 수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우수약무기준 도입의 취지나 배경에 대한 안내가 부족했음에도, 이번 원탁토론회에서 구체적인 좋은 방안들이 많이 나오기도 했다. 개별 약사 경험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근거중심의학에 기반한 서비스, 약물정보 전달자를 넘어 약물치료 전체의 관리자라는 새로운 역할, 전문약뿐만 아니라 일반약에 대해서도 자문서비스를 강화할 것 등이다.

아쉬운 것은 이러한 좋은 의견들의 구체적인 내용이 취합 과정에서 거친 반올림을 통해 다른 의견에 합쳐지고 몇 개의 범주에 억지로 끼워 넣어져 버림으로써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사라져버렸다는 점이다. 이번 원탁토론회처럼 각 테이블 단위로 토론을 하고 그 결과를 중앙에서 취합하는 방식은 집계의 효율성과 편의는 증진시킬 수 있을지 모르나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와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날 것 그대로 전달하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번 원탁토론회는 대약 회무에 대한 홍보효과는 있을지언정 회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충실하게 수집하지 못했으며, 이날 참여한 140여명이 전체 회원을 대표할 만한 수도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명백한 한계가 있어보인다. 차라리 대약의 우수약무기준 TF에 현장의 의견을 생생히 전달할 수 있는 평회원을 더 많이 참여시키고, 팜통 등 이미 구축된 의견수렴도구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지 않은가 제안을 한다.

우수약무기준(Good Pharmacy Practice: GPP)은 약국 서비스를 상향 평준화하는데 그 도입 목적이 있다. 좋은 서비스를 하기 위해 약국이 갖추어야 할 요건은 무엇인지 살펴 기준을 마련하고, 인증제도를 통해 약국의 서비스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서비스 수준을 끌어올려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의 보건의료환경에서 약사의 역할과 위상이 나날이 취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제 및 투약과 같은 의약품 전달행위나, 약물에 대한 단순한 정보 전달 정도로는 약사가 국민에게 꼭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가 없다. 약사가 의사의 동반자로서 전체 치료 중 약물치료 부분을 담당하는 것이 의약분업의 진정한 취지였으나, 15년이 지난 지금도 약국은 이러한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우수약무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는 좋은 서비스, 좋은 약국은 과연 어떠한 것인가라는 고민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또한 약사의 미래 역할과 약국의 발전적 모델에 대한 비전이 여기에 담겨야 한다. 실제로 2010년에 FIP와 WHO가 공동으로 발표한 GPP 가이드라인에서도, 치료와 건강증진 과정에서 약사에게 기대되는 폭넓은 역할이 GPP의 핵심으로서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대한약사회가 지난 2월 발표한 연구용역 결과에서도, GPP에 대한 근래의 논의에서도, 미래에 약국이 제공해야 할 서비스나 약사의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연구용역 결과는 현재 약국가에서 하고 있는 업무를 정리하여 매뉴얼화한 수준에 불과하다.

GPP에 관한 토론을 접해보면 하드웨어에 대한 논의가 지나치게 많다는 느낌을 받는다. 소프트웨어는 그 중요성에 비해 충분한 조명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말이다. 약사라는 전문인이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그리고 그 핵심은 교육이 될 수 밖에 없다.

교육을 통한 약사의 자질 향상과 미래지향적인 서비스, 그 결과 얻게 되는 국민의 신뢰야말로 한국형 GPP의 기본 골격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GPP가 대형약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며 새로운 규제로 작용할 것이라 우려한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GPP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야기는 어떠한 약국 서비스가 좋은 서비스인가로 다시 되돌아오게 된다. 그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보고, 약국이 그런 좋은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이 회원약사들에게 필요하고 어떤 제도적 제반 요건을 마련해야 할지 대약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약국과 약사는 그 어느 때 보다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기업이 법인약국을 시작한다면 그들은 반드시 GPP와 같은 기준을 마련하여 기존 독립약국들보다 우수하고 표준화된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다.

우리가 그 때 가서 준비해서는 게임이 되지 않는다. 대약은 GPP의 도입취지와 배경, 기초적 내용을 다룬 알기 쉬운 자료를 만들어 회원들에게 배포하고, 약국이 좋은 서비스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회원들과 좀더 폭넓고 직접적으로 의견을 나누어야 한다. 준비 기구에도 더 많은 평회원을 포함시켜야 한다. GPP를 어떻게 시행하느냐에 따라 미래 약국의 모습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그리 많은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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