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 기반 현 의약품 가치 평가방식 만이 최선?
- 최은택
- 2015-10-26 0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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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 환자 의견 반영 MCDA 부상…다른 키워드 '비교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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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연대 약학대학 공동 국제심포지엄]

"HTA를 의사결정의 중심에 두더라도 '퀄리(Qaly)' 극대화가 유일한 기준이 될 수는 없다."(영국 보건경제연구소 낸시 데블린 소장)
"의약품 보험급여와 관련, 일반인과 전문가는 비용효과성보다 임상적 유용성을 더 중요하게 본다." (성균관대 약학대학 이의경 교수)
"부적절한 비교기준을 선택하면 신약에 대한 상대적 가치평가가 잘못될 수 있고, 신약이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결과적으로 R&D가 위축될 것이다." (연세대 약학대학 강혜영 교수)
국내 보험약가제도는 2007년 약제비 적정화방안 시행 이후 제약업계로부터 끊임없이 비판과 도전을 받아왔다. 전문가그룹 중 하나인 약가정책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시각이 갈리는 데, 최근들어 일각에서 제약계 목소리에 공감하는 흐름이 확인되고 있다.
성균관대 약학대학와 연세대 약학대학이 지난 16일 공동 주최한 '신약 가치 평가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 국제심포지엄은 제약계와 학계 일각이 현행 약가제도에 대해 학술적으로 제기한 '공개변론'이었다.
키워드는 두 가지로 압축됐다. '다기준의사결정기준(MCDA)'과 '비교약제 선정기준'이 그것이다. 데일리팜은 당일 행사를 보다 세밀히 정리해보기로 했다.
◆신약 가치평가와 세명의 전문가=이날 국제심포지엄은 한양대 사공진 교수가 좌장을 맡아 주제발표와 지정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영국 보건경제연구소 낸시 데블린 소장, 성균관대 약학대학 이의경 교수, 연세대 약학대학 강혜영 교수가 주제 발표자로 참여했다.
먼저 데블린 소장은 보건분야 의사결정에서 MCDA 활용, 그 중에서도 패러다임 변화 부분에 초점을 맞춰 발표했다.
그는 "HTA는 국제적으로 변화기를 거치고 있다. 많은 기관들이 헬스케어 분야 '베네핏'을 평가하고 환자 관점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나라에서 Qaly를 통한 정량적 접근으로 건강증진을 추구하지만, 이는 제약산업의 다양한 요인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데블린 소장은 특히 영국 NICE 마이클 월린스 박사의 말을 인용해 "Qaly에서 간과하는 사회경제적 사항을 더욱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Qaly를 넘어서(Beyond QALYs)'라는 요구가 많아지고 있고, 더 좋은 방법을 고안하기 위해 노력 중인데, 특히 Qaly가 커버할 수 없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MCDA 쪽에 영국의 MRC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사결정자들은 MCDA가 너무 엄격하고 과정이 복잡하다고 반대하기도 하는데,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생각"이라며 "MCDA는 의사결정을 보완하는 과정이고 판단을 체계적으로 반영해 명확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또 기준들이 더 분명해지도록 도와주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HTA를 의사결정의 중심에 두더라도 '퀄리(Qaly)' 극대화가 유일한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의경 교수는 그동안 연구해온 MCDA 방법론이 국내에서 적용 가능한 지, 그리고 적용한다면 어떤 방법이 있는 지 소개했다. 이 교수는 "MCDA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2010년부터 관심을 갖고 연구되고 있다. 글로벌한 트렌드"라며 "보험등재 뿐 아니라 의약품 허가에서도 널리 활용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MCDA의 목표는 급여 등재 평가 기준으로 고려될 수 있는 요소들을 실험적으로 도출하고 일반인과 전문가의 우선순위를 비교해 보험등재 의사결정에 적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일반인 300명과 전문가 30명을 상대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도 소개했는데,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 의약품 보험급여에서 비용효과성보다 임상적 유용성을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선호를 보여줬고, 다른 한편 전문가는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일반인은 질병의 중증도를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등 두 그룹간의 차이도 존재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MCDA의 정책적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평가항목 선정과 평가 항목별 가중치가 질환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질환별 MCDA 평가모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강혜영 교수는 신약 가치평가 과정에서 비교약제 선정 문제에 주목했다. 강 교수는 "심평원 의약품경제성평가 지침상의 비교선정기준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그다지 잘못된 게 없고, 문구 차이도 없다"고 했다. 국제약물경제성평가 가이드라인과도 부합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비용효과성(CE)의 상대비교는 효과나 비교 모두 상대적이어서 비교대상이 결과에 상당히 큰 영향을 준다"며 "가령 포르쉐의 가치를 비교한다면 페라리와 비교해야 하는데 포니와 비교하면 적절한 가치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비교대상을 선정하는 건 비용효과분석의 첫 단추이기 때문에 이슈가 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부적절한 비교기준을 선택하면 신약에 대한 상대적 가치평가가 잘못될 수 있고, 과소평가되는 경향도 나타난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R&D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 교수는 우려했다.
강 교수는 다국적의약산업협회 회원사 직원 10명을 상대로 한 심층면접 조사결과도 소개했다. 의제는 크게 8가지로 요약됐는데 믿을 수 있는 시장자료, 다시 말해 가장 많이 쓰이는 약을 비교 선정하는 부분에서 심평원이 보유 중인 정확한 시장점유율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지적이 가장 많았다.
또 오래 써온 약과 비교하거나 치료적 위치가 동등하지 않은 의약품 또는 제네릭 가격을 비교가격으로 사용하는 것 등이 문제점으로 많이 지적됐다.
강 교수는 "결론적으로 부적절한 비교약을 선정하면 평가나 의사결정이 줄줄이 잘못될 수 있기 때문에 개선방안을 모색해서 비용효과분석 가이드라인을 개선하거나 구체적인 내용을 넣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레인저 부사장는 "영국의 MRC가 진행하는 'Beyond QALYs'와 같은 다양한 연구들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며 "CPQ(cost-per-Qaly)에 100% 의존하지 않는다면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서 반영할 것인가'에 대한 환자와 전문의의 '인풋(의견반영)'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10개 국가를 CPQ그룹과 non-CPQ 그룹으로 분류하면, non-CPQ 그룹에서는 항암제가 비급여인 경우가 거의 없다"며 "CPQ 자체에만 의지하는 건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레인저 부사장은 특히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료전문가와 환자 의견을 점점 더 많이 반영할 필요가 있다. 환자 관점에서는 중시하는 가치가 무엇인 지, 뭘 달성하려고 하는 지가 기준이 되고, 전문가는 프로세스가 중요하다"면서 "캐나다에서는 11개 암종에 구체적인 자문패널이 있고 자문위원회 등을 통해 환자들의 관점을 많이 반영하는 방법을 찾기위해 여러 주체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여러 혁신적 신약들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비용효과성 평가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부적절하다. 현 HTA 제도는 개선점이 있고, 국가별 HTA 역시 이런 변화 추세에 잘 적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수경 전무는 제약업계 관점에서 국내 HTA 시스템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고 전문는 "경제성평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어떻게든 어떤 대상을 찾아서 경제성평가를 해야 한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경제성평가를 하다보면 실질적으로는 오래된 약제들과 비교하는 경우가 생기고 간접비교가 있기는 해도 기껏해야 비열등성을 입증하는 정도다. 신약의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시스템상) 동일가를 보증하는 '트렉'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가중평균가를 받을 상황인 경우에는 비교약제의 범위가 너무 넓어져서 매우 낮은 가중평균가를 받게 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는 조금 더 융통성 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평가가 여의치 않은 경우 다른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새로운 약제와 오래된 약제를 비교해서 약가를 주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 전무는 이어 같은 적응증으로 허가받은 약제가 없는 경우 경제성평가를 면제하고, 기존 2제요법에 추가적으로 쓰이는 약제(add-on therapy)는 경제성평가 입증이 어렵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고 전무는 또 "HTA로 갈 경우 외국계 회사는 한국에만 낮은 가격을 부여할 수 없다.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면 RSA(위험분담제)를 좀 더 확대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는 '구름 위를 걸어야 할 만큼' 너무 어렵다. 더 쉽고 보편적인 제도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MCDA와 관련해서는 "방법론이 복잡하고 실제 적용하려면 여러가지 고민이 필요하지만 이론적으로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면서 "(다만) 대안이 2개로 명확하지 않거나 ICER처럼 수치적인 지표를 앞세워 다양한 가치를 반영한다는 본래의 가치를 잃고 변형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이런 난관을 잘 극복해서 MCDA가 모든 관점을 반영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탄생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열홍 교수는 HTA의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비용효과성 때문에 임상적으로 유용한 약제가 보험 등재되지 않은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며 "문제는 과거 치료 약제와 신약을 비교할 때 가장 중요한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정의와 판단기준에 대해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비교약제 선정 때도 일선 의사들에게 묻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근 5년동안 37개 항암제가 출시됐는데 그중 10개만 등재됐다. 또 평균 600일 이상 등재기간이 소요됐다"며 "이런 상황이 누적되면 국민들의 요구나 신약 출시 압력에 현 시스템은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과장은 이어 "임상현장에서 필요성이 높은 데도 비용효과적이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면 건강보험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가 발생하게 되는 데, 그런 가치(임상현장의 필요도 등)들도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MCDA나 다른 연구방법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이 과장은 "심평원도 더 필요한 게 있는 지 추가 연구중이다. 그러나 MCDA도 어떤 가치를 정하고 어떻게 점수를 부여할 것인 지 수치화하는 계량적인 틀이기 때문에 결국 우리가 ICER을 지표화할 때와 똑같은 한계를 갖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염두에 둬야 할 건 (MCDA를 도입하더라도) 숫자가 얼마로 나오는 지, 어떤 값을 갖는 지에 따라 (ICER과 마찬가지로 여러 한계를 가진 수치이지만)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라며 "정성적 판단을 제한하기 때문에 정성적 판단을 고려할 수 있으면서 어떻게 수치와 조화롭게 의사결정할 것인 지 등의 방법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 과장은 또 "지금과 같은 이런 기초적인 연구들이 쌓여 나가면 수년 내 정책결정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논의가 진행될 때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확실한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접근인 만큼 신약 가치평가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 경제성평가를 기반으로 한 신약 가치 반영이 합리적으로 이뤄지도록 정부와 학계 모두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치평가 추가 연구는 정부 몫=이(의경) 교수는 패널토론을 듣고 "MCDA는 완벽한 방법론이기보다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경제성평가가 어려운 경우 추가적인 방법론을 찾아서 정부, 임상, 소비자, 학계, 기업이 함께 오픈 마인드로 노력하는 시도가 필요하다"며 "아쉬운 건 정부 예산으로 이뤄지는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의약품 가치평가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에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강(혜영) 교수는 "김(열홍) 교수 지적처럼 환자나 의료제공자가 아닌 전문가들이 의약품을 평가하는 현 시스템은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은 사회보험 중 하나로 좋은 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려는 건데,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관점들이 잘 반영되는 건 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비교가 안되는 것을 비교하는 현 상황에 대한 고(수경) 전무의 지적에 공감한다. 보완적으로 다른 '트랙'을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좌장인 사공(진) 교수도 "경제성평가가 너무 우선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MCDA가 보완적인 기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앞으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지적과 주장에 공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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