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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힐듯하면…따라잡기 벅찬 한미약품"

  • 데일리팜
  • 2015-11-28 06:14:54
  • 왕훈식 지엘팜텍 대표이사

대학로가 있는 서울 종로 혜화동에 가면, 여러차례 이름이 바뀌어 곧 '국립어린이박물관'으로 이름이 또 변경된다는 국립서울과학관이 있다.(대전에 과학관이 크게 생기면서 '국립중앙과학관'으로 명명하고 기존의 이 유일한 국립과학관의 이름을 이렇게 축소 변경했던 모양이다.)

동아제약 연구소에 입사한 첫해, 1997년 겨울은 외환위기에 겹친 대통령 선거 탓에 암울하면서도 정신적으로 혼란한 시간들이었던 것으로 깊이 기억된다.

그 암울함과 혼란스러운 환경에 갇혀, 살고 있던 동네 인근이기도 한 대학로 주변을 갓 태어난 첫애를 안고 집사람과 함께 거닐곤 했었다. 눈발이 날리던 서울과학관 정문에 커다란 현판 사진 여럿이 하늘 높이 걸려있던 풍경도 생생하다. 지금 기억에도 현현한 우종수 당시 한미약품 연구소 과장의 흑백 사진이 그 중 하나였다.

이 글을 쓰기 위해 기록들을 뒤져보니, 당시 나이 33세의 우종수 과장(현 한미약품 부사장)과 더불어 송영헌 대리, 박재현 주임(현 한미약품 상무), 이영신 주임 등이 연구팀으로 언급되고 있다. 이들이 국가적 과학업적물 연구자로 인정받았던 이유는 면역억제제인 싸이클로스포린(Cyclosporin)의 생체흡수개선 신제형 연구 결과물에 대해 원제품 개발사인 스위스 노바티스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대한민국 제약산업기술로서는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그 당시 이 사실을 심층보도했던 '과학과 기술' 1998년 4월호는 다음과 같이 분석 보도하고 있다.

"오너의 투지, 팀웍, 행운. 이 세가지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낸 쾌거."

"우리나라 제약업체 대부분이 외국과 라이선스계약을 맺어 제품을 도입해 판매하고 있는 실정에 비춰볼 때 이번 개발은 우리나라 제약업계에도 상당히 교훈을 안겨주는 계기."

"한미약품의 임성기 회장은 현재 신약개발연구조합 이사장으로 있을 만큼 신약개발에는 남다른 의지를 가지고 있다. 또한 막대한 시간과 투자가 뒤따라야 하는 신약개발이 여의치 않은 우리나라 실정을 감안, 신물질에 버금가는 '개량신약 개발'의 중요성을 평소 역설" (개량신약이란 단어가 이 때부터 언급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묘한 기분이 든다.)

제약업계 특히 연구직으로, 그 중에서도 제형설계를 담당하던 연구원으로 입문하면서 대학원에서 세부전공에 비해,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이 아닌 기존의 것을 개선하거나 심지어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내야만 한다는 실망감에 사로잡혀 있던 당시 내 위치에서 당시 이 소식은, 내게 부여된 일들에 새로운 소명을 불러일으키는 큰 사건이었다.

근 20년이 흘렀다. 그 사이, 항비만제 시부트라민(Sibutramine)과 항고혈압제(Amlodipine)의 염변경 개량신약을 출현시켜 업계의 발빠른 추격을 요청하더니 Amlodipine과 Losartan의 고혈압 복합제를 필두로 한 각종 복합제 개발로 또한차례 업계 연구개발 임원들이 사내에서 질책과 압박에 놓이게 해 이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각종 국내시장용 복합제 개발에 뛰어들게 만든지 얼마 되지 않은 듯 기억된다.

혹시 이런 경험들이 어렴풋이 또는 가슴 깊이 남아있으실지 모르겠다.

이건가 보다 하고 열심히 따라가고 있는데, 그래서 어느 정도 따라 잡았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내가 그렇게 쫓고 있던 상대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의 무대에서 느닷없이 등장하는, 상상하기 싫은 이런 경험 말이다.

따라잡기에 부족한 시차로 연이어 날아드는 한미약품의 기술이전계약 소식은 여러 리딩그룹의 제약회사들뿐만 아니라 그에 비견되지 못하는 회사들의 관련 임원들이나 직원들조차도 악몽에 시달리게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 동안의 투자비가 어느 정도였다고 연일 보도되는 숫자를 바라보며 그만큼 투자할 재원도, 인력도, 오너나 종업원의 의지도 없었음을 개탄하며 자학하고 있을 수도 있고, 제대로 드러나지 않으며 소문만 무성한 해당 사업개발팀의 구성과 면모를 궁금해 하며 추적하고 있을 수도 있겠고, 왜 상대들이 이 프로젝트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분석하며 운발 좋다고 자위하며 바라보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인용했던 위 기사에선 다음과 같은 사실을 더했다.

"한미약품이 이 제제기술을 개발하는데 든 총 비용은 20억원 정도. 이 가운데 2억여원은 정부보조로 이루어졌고 나머지 18억원이 한미약품에서 내놓은 순수연구비."

현재 기준으로 육감적으로 환산하면 공 하나 더 붙여 생각하면 얼추 비슷하지 않겠나 싶다. 단일 과제에, 그것도 해외사업화 가능성을 감안하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던 점을 상기하면, 당시 국내 시장 규모로 볼 때 누가 생각해도 지나치나 싶은 연구개발 투자인 게 분명하다. (당시 한미약품의 연간매출은 1000억원 가량이었다고 확인된다.)

사업화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데, 연구개발이란 측면에선 상대적으로 업계를 선도할 수 있어 보이고 규제적으로도 선도되길 원하는 과제를 계속 진행해야 할 지 내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는 요즈음, 한 제약회사 대표님이 내게 건넸던 말씀이 마음을 계속 울린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르겠어요"란 질문에 해주신 대답.

"훈식아, 결정하는 게 먼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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