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루가 지옥인 한지붕 네 약국의 '어색한 동거'
- 김지은
- 2015-12-03 12: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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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원 2곳에 층약국 4곳 혈투...호객·약 유통 전쟁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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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오래된 상가 건물 3층. 약국들은 하루하루가 폭풍 전야라고 말합니다. 평온했던 일상이 틀어진 건 6개월 전 1곳의 약국이 더 자리를 잡으면서입니다.
소아과와 내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치과. 웬만한 진료과는 다 모여있지만 하루 평균 전체 의원에서 나오는 처방전은 200여건에 불과합니다.
그리 유명세를 타는 의원들도 아니고, 인근에 주거단지도 많지 않아 한 의원당 하루에 나오는 처방전은 30~40건 남짓. 큰 욕심없이 3개 약국이 나름의 자기 영역을 지켜가며 약국을 운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6개월 전 내과 인근 약국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또 하나의 약국이 문을 열면서 갈등은 시작되었나 봅니다.
200여장의 처방전을 옹기종기 모여있는 4개 약국이 나누려니 하루하루가 생존을 볼모로 한 싸움, 아니 전쟁입니다. 특히 내과를 사이에 두고 쌍둥이처럼 붙어있는 2개 약국은 하루하루가 적과의 동침이랍니다.
물론 각자의 입장이 있습니다. 다들 서운하고 상대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생존을 볼모로 한 밥그릇 싸움은 언제난 승자도 패자도 없는 법이니까요. 문제는 서로 자신이 약자라고 말하는 데 있습니다.
6개월 전 상가 3층에 합류한 한 선배 약사는 최근 옆 약국들이 자신을 죽이려 든다며 이곳저곳에 살려달라 호소하고 있습니다.
제약사들은 물론 약사회에까지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유는 신규로 들어온 자신의 약국을 기존 약사가 텃세를 부리며 약 공급까지 막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약사는 옆 약국 후배 약사가 일부 제약사 영업사원에 특정 약을 공급하지 말라며 압력을 넣고 있다고 말합니다. 영업사원을 통해 이미 확인한 내용이고 이것은 명백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말을 하고 있죠.
후배 약사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랍니다. 특정 약 공급을 안했으면 한다고 영업사원에 이야기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답니다.
이미 약국 자리를 잡고 단골 환자를 만들었습니다. 환자와 상담하며 자신만의 단골 환자, 단골 약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러던 중 날벼락을 맞았답니다. 13만원에 판매한 한 건기식 제품이 화근이었습니다. 바로 옆 약국에서 해당 제품을 7만5000원에 판매 중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환자에 발송했단 겁니다. 일순간 약사는 도둑 아닌 도둑이 돼버렸다고 하소연합니다.
까마득한 선배 약사가 하루 평균 60~70건이 채 안되는 처방전이 나온단 사실을 알면서도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약국 문을 여는 것도 참았습니다. 약국 문을 열자마자 시작된 호객도 견뎠습니다.
하지만 단골 환자가 자신을 믿고 구입해 간 약을 난매 가격으로 매도해 약사인 자신을 도둑으로 몰고 가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누구 하나 잘했다고 이야기하기 쉽지 않은 싸움입니다. 의약분업이 만들어 놓은 약국의 현실을, 어두운 폐해를 자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우리네 약국들의 자화상이니까요.
오늘도 한지붕 네가족은 피 튀기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끝없는 싸움지이요.
"하루하루가 전쟁이에요. 살고 싶네요." 약사도, 이 상황을 지켜보는 직원도 힘들다 입을 모읍니다. 처방 건수가 약국 생존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지금의 싸움은 계속될 예정입니다.
하루 하루가 지옥처럼 여겨질 이 곳, 어찌해야 좋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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