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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기 회장으로 풀어본 한미 기술 대박"

  • 데일리팜
  • 2015-12-07 06:14:49
  • 류충열 초당대 (전) 겸임교수

한미약품이 금년 드디어 초대박 장외(해외) 만루 홈런(4점)을 때려냈다. 어둡던 국내 제약업계에 빅뱅(big bang)을 일으키며, 그동안 난공불락 같았던 글로벌 신약개발이라는 그 무겁고 비좁던 신천지의 철문을 기어이 힘차게 열어 제치었다. D팜 책임 논객의 명쾌한 축약처럼 그야말로 ‘2015년은 한미약품의 해’가 됐다.

지난 3월, 개발 중이던 면역질환치료제(HM71224)를 '라이센싱 아웃(L/O,?기술수출) 및 글로벌 판권(한국-중국 제외) 부여’ 대가로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로부터 6억9000만 달러(약 8000억 원)를 받기로 계약한 것을 시작으로, 7월엔 베링거 인겔하임(Boehringer-Ingelheim)과 내성표적 항암신약(HM61713)을 7억3000만 달러(약 8500억 원)에, 11월엔 사노피((Sanofi-aventis)와 당뇨신약 3개 후보(퀀텀프로젝트)를 무려 39억 유로(약 4조8000억 원)에, 그리고 며칠 뒤 미국 얀센(Janssen)과는 당뇨 및 비만치료 바이오신약(HM12525A)을 총 8억1000만달러(약 9400억 원)에 기술수출 등을 하는 계약을 성사시켜 왔기 때문이다.

이 네 가지 기술수출 건만 얼핏 따져 봐도 그 합계가 무려 7조4000억 원에 이른다. 물론 앞으로 이 금액이 모두 수익으로 잡히려면 일정기간이 소요돼야 하고 잔여 임상결과에 따른 상업화 성공으로까지 이어져야 하겠지만, 이게 어디 우리 제약업계의 지금까지의 상식으로 상상이나 했던 액수인가. 게다가 지금 한미약품은 이런 성과물들에 못지않은 연구개발 중에 있는 과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쯤이면 한미약품도, 21세기 국민 먹거리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제약업계(바이오 포함)의 제왕적 리딩기업이 됐다는 관점에서,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의 반열에 올라 설 자격이 생긴 건 아닐까?

이제 국내 제약업계는, 한미약품을 신호탄 삼아, 글로벌 신약(금광)개발이라는 엘도라도(El Dorado)를 찾는 꿈에 부풀어 오를 것 같다. 한미약품이 선봉에서 애쓰며 험한 길 닦아 놨으니, 이제 너도나도 담보짐 꾸려 그길따라 금맥을 찾아 나설 참이리라. 제약협회와 다국적의약산업협회도 기민하게, 지난 19일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한국 제약산업 공동 컨퍼런스 2015'를 개최했다. 언론들도 전문지, 일반지, 공중파, 가릴 것 없이 귀중한 지면과 화면 등을 계속 할애하면서 연방 신약개발에 대한 희망을 북돋우고 있고 증권가는 제2 제3의 한미 찾기에 혈안이 돼있다. 당국은,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이겠지만, 한미의 이 모든 게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에 따른 효과라고 공을 탐할 법하다.

그러나, 한미약품의 이러한 천문학적인(국내 제약업계의 시각으로) 성과는 보통의 노력과 투자로 얻어진 결과가 전혀 아니다. 따라서 지금쯤은 차분히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동안 한미약품이 그 위험천만한 신약 연구개발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인고(忍苦)를 해 왔는지, 그리고 그 험난한 항해를 책임져온 선장은 과연 어떤 분인가 등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behind story)’도 함께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아닐까? 누구나 모방하고 흉내 낸다고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부고속도로 옆 동탄의 한미약품연구센터는, 가까이에 있는 수원의 삼성전자(근처에 필자가 살고 있음)가 그러하듯, 1년 365일 24시간 내내 불이 켜져 있다. 사주(社主)인 회장이 직접 매주 최소 2회 이상, 사장과 연구소장 및 각 분야 연구책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신약 연구과제들을 놓고 점검과 검토와 토론 등을 거치면서 연구 사안들을 꼼꼼히 챙기며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일찍이 전후(戰後) 일본이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을 건설하는데 큰 힘을 보탠 품질관리의 정석인 PDCA(plan, do, check, action) 사이클(Cycle)을 쉼 없이 돌리고 있는 것이다. 연구소엔 100여명의 연구원(중국, 북경한미엔 350여 명)들이 바이오신약과 합성신약 그리고 항암신약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놓고 동시다발적으로 낮밤 안 가리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장기간(30여년)에 걸쳐 자체 육성한 유능한 연구개발 전문가(연구소장)를, 한미약품이 그것도 첫 적자를 낸 가장 어려운 때 부담을 무릅쓰고 전격적으로 CEO(사장)로 발탁 한 것은, 글로벌 신약개발에 올인(all in)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출 아니겠는가.

2010년, 한미약품은 생각조차 하기 싫은 악몽에 시달렸을 것이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당기순손실)를 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그마치 220억 원(사업보고서 참조)이나 된다. 그런데도 그해 연구개발비를 852억 원이나 쏟아 부었다. 매출액 대비 14.30%에 이른다. 그해는, 코스피 상장 제약사들이 6.4%, 코스탁 제약사들이 3.4%의 연구개발비(제약협회, 2011제약산업통계집 참조)를 썼을 때다. 2011년에도 적자(81억 원, 사업보고서)는 지속됐다. 그러나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매출액의 13.9%나 되는 840억 원을 또 투입했다. 2012년에는 70억 원이 늘어난 910억 원, 2013년에는 전년대비 256억 원이나 급증된 1,156억 원을 연구개발에 썼다. 2014년 들어서는 급기야 매출액의 20%를 연구개발에 퍼부었다. 무려 1525억 원이나 된다. 금년에는 3분기까지 1383억을 썼으니(이상, M파나 C기자의 2015.11.12.기사 참조) 이대로 간다면 2015년엔 1800억 원을 훨씬 넘어 설 것이 분명하다.

이와 같은 파격적인 인사관리나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는 신약개발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확고부동한 신념이나 두둑한 배포 없이는 국내의 그 누구도 도저히 선택할 수 없는 실행 불가능한 일이라 여겨진다. 한미약품 외, 어느 제약사가 이런 사운(社運)을 건 승부수를 띠울 마음이나 먹겠는가. 이런 점에서 한미약품은 타 제약사와 정말 유별나다.

그렇다면, 한미약품의 이러한 무모할 정도의 소신과 추진력 등은 도대체 누구로부터 나오는 것일까? 물론 임성기 회장이다.

그는 남다른 데가 참 많은 분이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약사(藥師)다. 기업가이면서 약의 전문가인 것이다. 약대 졸업 후 JW제약사에 근무도 했었고 약국도 20년 가까이 직접 경영했다. 60~70년대에 휘날렸던 저 임성기 약국이다. 그 시절, 특히 군 생활을 하던 젊은이들한테는 그곳이 성지나 다름이 없었다. 젊음을 발산하다 은밀한 중심부 고질병에 걸린 수많은 청년들이 복무기간 중 거기에 한번 이상은 꼭 순례하듯 다녀와야 했다. 당시 임성기 약국장이, 자신이 창안한 비법인 ‘항생제와 프로베네시드(probenecid)’의 복합 조제약을 가지고 그들의 남부끄러운 질환을 간편한 1일 1회 대량 복용 요법으로 깨끗이 한방에 날려줬기 때문이다. 금년 한미약품이 '초대박'을 거둔 요인이 '랩스커버리(LAPSCOVERY, Long Acting Protein/Peptide Discovery)'라는 세계적인 독자 기반기술이라는데, 바로 이 기술은 그가 이미 40여 년 전 약국 경영할 때 처음 개발해낸 복합 조제기술을 모태(母胎)로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양자 모두, 임성기라는 동일인에 의해 개발 됐다는 점, 그리고 제제(製劑) 아이디어의 발상이 둘 다 공통적인 롱액팅(long acting) 기술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금년의 대성과(大成果)가 손에 잡히기 전, 수많은 분들이 한미약품의 그 막대한 연구개발비 투자를 보고, 참 무모한 도전을 하고 있다고 비판 겸 우려를 많이 한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임성기 회장은, 절대 허투루 의사결정을 하는 분이 아니다. 소신이 설 때까지 끈질기게 시간을 물 쓰듯 하면서 요모조모 세밀히 따져본다. 돌다리도 건너길 망설이는 분이다. 그러나 일단 어떤 전략이나 계획 또는 방안 등에 소신이 서면 그것을 탱크처럼 밀어붙이며 끝까지 추진 한다. 마치 지하수맥이 터질 때까지 계속해서 한 우물만을 파내듯. 상황에 따라 과정이나 방법 등은 바꿀지언정 목표는 어지간해선 결코 바꾸지 않는다. 중간에 목표를 미련 없이 바꾸는 경우는 경쟁에서 뒤쳐졌다고 판단될 때가 유일하다. "투약주기 2일이라고? 시장성 없어요, 7일로"

일화가 전해진다. 랩스커버리 기술을 개발할 때 연구소에서는 애초 투약 주기를 2일로 보고했지만, 임 회장이 7일로 늘리지 않으면 시장성이 별로 없다며 강력하게 지시하는 바람에, 연구소장을 비롯한 30여명의 연구인재들이 자그마치 만12년 동안이나 밤낮없이 외골수로 눌러붙어 노력한 끝에, 결국 보람찬 대망의 일주일 주기 랩스커버리 기술이 완성됐다는 것 아닌가. 국내 어떤 제약사가 이렇게 비용을 퍼부어 대며 끈질기게 오랜 시간 한 우물을 팔 수 있을까.

또한 그는 국내외 의약품 시장에 대한 미래의 트렌드(trend)를 꿰뚫어 본다. 타고난 성격이 이성적이며 논리적인 데다 약사로서 직능적인 직감을 바탕으로, 습관적으로 매일 수집하고 있는 의약품 시장과 연구개발 정보 자료 등을 함께 융합함으로써, 그런 예지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리라.

이를 토대로 그는 미래의 시장성과 수익성 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신약개발 연구 아이템(item)들을 심혈을 기울여 골라낸다. 금년에 일궈낸 기술수출 성과들을 볼 때, 우선순위를 정하여 선택하고 그 선택한 것을 이루기 위해 한정된 자원을 최대로 집중시키고 있는, 그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아주 선견지명(先見之明)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임성기 회장은 퍼블리시티(publicity)나 광고 선전에 매우 능한 분이다. 천부적이다. 전문가 뺨치는 고수다. 사업을 개시하는 약국 상호를 임성기라는 성명을 활용한 것이 결정적인 증거다. 60년대 후반(1967년경) 창업이후부터 일간지에 ‘임성기 약국’이란 광고를 실었다. 우리나라 마케팅 초창기인 60년대에 이미, 광고 선전 전문가가 아닌 이상, 그 누가 자기의 성명을 약국상호에 쓰고 광고할 생각을 해 낼 수 있겠는가.

그의 이와 같은 퍼블리시티 본능은 오늘 더 큰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아무리 랩스커버리 기반기술이 세계적인 독자 기술이라 할지라도 이 정보를 ‘글로벌 빅파마’들이 알지 못했다면 그 기술은 아마 지금처럼 금년에 큰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퍼블리시티의 귀재답게 연구개발에 몰두하면서도 그 기술을 빅파마들에게 알리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랩스커버리 기술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이미 몇몇 빅파마들을 상대로 선전(宣傳)하는 시간을 가졌고, 매년 1월마다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봄과 가을에 열리는 '바이오US', '바이오유럽', 그리고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기타 국제학회에는 꼭 참석하여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면서 발이 붓도록 국제대회를 찾아 다녔다. 그 결과로 한미약품의 금년 성과가 도출 됐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러할진대, 지금 국내 제약사들이 한미약품의 오늘의 외형적 성과만을 부러워하며 흥분해서 쫓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자신들의 현재 상황부터 마음 비우고 허심탄회하게 뒤돌아보는 즉, 자기를 아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닐까. 말이 쉽지 까딱 잘 못하면 패가망신하기 십상인 도박과도 같은 신약 연구개발이기 때문이다. ‘한미약품도 해 냈는데 우리라고 못 할쏘냐.’라는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무분별하게 덤벼들다가는 큰 코 다치기 딱 알맞다. 때문에 한미약품의 성과만을 뒤쫓을 게 아니라 한미약품이 어떻게 해서 그런 성과를 올렸는가하는 한미약품 내면의 사정과 연구개발 과정 등을 우선 소상하게 깊이 연구 할 필요가 있다. 만약 임성기라는 걸출한 사주(社主)가 없었다 해도 과연 한미약품이 오늘과 같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을까? 한마디로 노(no)다. 국내 제약업계는 이를 필히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자사의 최대 역량 범위 내에서, 자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자사만의 색깔이 있는 그리고 실현가능성이 큰, 신약 연구개발 전략을 추진할 것을 국내 제약사들에 권고한다.

또한 보건복지 당국이, 금년 한미약품을 계기로 이참에 국내 제약업계에 신약 연구개발 붐(boom)이 조성되기를 진정 원한다면, 만사제치고 지원해 줘야 할 것이 딱 하나 있다. 보험약가 제도를 친기업적으로 개선해 주는 일이다. 이젠 남아돌아가는 건보재정 흑자액을 주체하지 못해 그 소비방법에 대해 심히 걱정할 정도가 됐으니, 보험약가 제도를 건보재정 안정화란 굴레에서 벗겨 줄 때가 됐다. 저가구매인센티브 제도를 대신한 ‘신장려금제도’를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폐지하고 보험약가를 깎아 대는 규제를 더 이상 도입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만 국내 제약업계가 내부유보(retained earning) 증대를 통해, 자발적으로 신약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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