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갑자 서른 세번째 새 아침의 소망"
- 데일리팜
- 2016-01-01 06: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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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충열 초당대학교 전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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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도매유통업계와 제약업계가 그렇게까지 서로 각박하게 다퉈야 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서로 먹고 살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없는 살림에 인심 날 리 없다고 했다. 반기업적인 보험약가제도가 양자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2010년 10월 저가구매인센티브제도(시장형실거래가제도) 시행 이후 양자의 관계가 가뜩이나 경직된 상태였는데, 2012년 4월부터 약가일괄인하제도라는 핵폭탄을 정통으로 맞은 제약업계가 내 코가 석자라고 살아남는 긴급 방편으로 소극적으로는 비용인 도매마진율을 줄이면서 적극적으론 사업영역 확대 등을 도모했고, 이러한 조치들이 도매유통업계엔 생존의 숨통을 졸라매는 밧줄이었으니 이들 또한 살기 위해 발끈하며 몸부림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아닌가.
그래도 그동안 의약업계를 심하게 달구어 왔던 양자 간의 긴박했던 대전(對戰)이 우여곡절 끝에 상호양보로 극적으로 타결되었으니 천만다행이다. 따라서 새해 이후 당분간(1~2년)은 양자 간 큰 마찰은 발생되지 않을 전망이다. 다툼 끝이라 서로 조심하면서 새로운 문제 발생을 원치 않을 것이고, 갈등의 원인도 타율적인 약가제도 변경에 있으므로 분명 양자는 지금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심정이 매우 깊을 것이며, 아직까지 업계가 놀랄만한 제도변경 예고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비 내린 후 땅이 굳어진다고 다툼의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협력하는 분위기가 활발히 조성될 것 같다. 유통협회장의 신년사나 도매마진율 인하를 계획했던 제약업체들의 철회 소식 등이 그와 같은 판단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다. 양자 간의 밀월 협력기간은 짧을 수밖에 없다. 길어봐야 2년 안팎일 것 이다. 양자 간엔 앞서 언급한 제도적 환경 악화가 아니더라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잠복된 다양한 갈등 요소들이 땅속의 마그마(Magma)처럼 늘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잠복된 갈등요소엔 (1) 도매마진율 (2) 제약사의 일반 도매행위 (3) 제약사의 직거래 (4) 대금 결제기간 (5) 담보 및 보증 (6) 반품 (7) 유통 및 품질 정보 등이 있다.
또한, 지금까지의 크고 작은 갈등 양상을 분석해 보면, 대부분 제약업계가 먼저 거래조건 변경 등을 통해 갈등의 발단을 제공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제약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볼 때, 그 타개책으로 제약업계는 머지않아 또다시 도매마진율 인하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체가 도매마진율을 1~2%만 축소하면 그 즉시 영업이익률 등이 거의 그만큼 개선되니 이보다 더 효과가 우수하고 빠른 수단이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이젠 종전과는 달리 도매업계와 힘겨루기 할 경우 제약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앞으로 2~3년 안에 도매업계와 제약업계가 또다시 밥그릇 전쟁을 치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만약, 이러한 전쟁 가능성이 실제로 닥친다면 어떻게 될까?
종전과는 달리, 도매유통업계와 제약업계 쌍방 모두가 깊은 내상(內傷)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양자 간 승패도 장담할 수 없다. 이제까지는 개별 제약업체 대 유통협회의 전투이어서 결국에는 단체라는 힘을 이용해 고압적 인해전술을 편 유통협회가 싸움 때마다 거의 모두 일방적으로 승리했지만, 앞으로의 전쟁은 양자 업체들을 대신해서 제약협회 대 유통협회라는 단체 간의 대등한 대리전(代理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산제(일부)가 산반동(酸反動)이라는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장기간의 작용은 강한 반작용을 불러와 지난해의 싸움판에서 기어코 제약협회까지 끌어들였지 않은가.
물론, 양자가 거래 관계를 지속하는 한 갈등은 언제 어디서나 발생될 수밖에 없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갈등이 유발될 수 있는 요소만 대충 따져 봐도 일곱 가지나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작년과 같은 막무가내의 길거리 투쟁은 분명 바람직스럽지 못한 방법이라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론 절대 재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약업계와 도매유통업계는 의약품산업의 양대 기둥이다. 의약품산업이 무엇인가. 국민건강 필수품인 의약품을 제조 공급하는 산업 아닌가. 우리의 평균수명이 100세를 넘보고, 이에 따라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의약품의 기여도와 중요성 등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요즈음이다. 많은 분들이 의약품산업을 21세기 국민 먹거리를 책임질 주요 산업이라 지목하면서 국내의 이 산업이 발전되어 세계 수준을 추월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잖은가.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양자가 앞으로 갈등을 증폭시키며 금쪽같은 시간을 허송하는 일을 해서는 절대 안 되겠다. 앞선 나라보다 한참 뒤져 있어, 갈 길 바쁜 제약업계와 도매업계 아닌가.
그렇다면, 양자가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상생할 수 있는 뭐 뾰족한 방법이라도 있는 것일까?
오랫동안 제약과 도매 양측에서 경험하고 지켜봐 온 필자지만, 솔직히 그 상생을 위한 뾰족한 방법 찾기가 참 쉽지 않다. 머리가 아둔하고 푸는 방법 잊었지만 차라리 미적분 문제를 머리 싸매고 몇날며칠 푸는 것이 더 낫겠다. 그렇지만 이 문제는 당위(當爲)의 문제다. 때문에 어느 누구라도 어떻게 해서든 상생 방법을 필히 찾아내어 꼭 실천토록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의약품산업계 모두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근자의 양자 간 피 터지는 밥그릇 전쟁 속에서 그 방법의 편린(片鱗)을 찾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첫째 고정관념을 내려놓아야 한다.
요즘 세상에 불가침(不可侵)적 천부(天賦)의 업종은 없다. 국가의 정책 목적에 맞춰 법령에 의해 의도적으로 규제해 놓은 것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진출입의 자유가 허용돼 있다. 만약 국가의 보호가 꼭 필요하다면 입법을 추진할 일이다. 세계 어느 누구한테라도 국내에서 제약업과 의약품도매업을 할 수 있도록 문호가 활짝 열려 있음을 양자가 새삼 인식했으면 좋겠다. 또한, 갑과 을, 재벌기업, 대기업, 중소기업 등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면, 공정거래법과 중소기업기본법 등의 해당 조문을 먼저 들춰 봐야 한다. 임의로 재단하면 설득력을 잃는다.
둘째,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해야 한다.
도매마진율은 수수(授受)하는 입장에 따라 정반대의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제공자 측에선 비용이고, 받는자 측은 이익인 것이다. 때문에 항상 제공자는 내리려 하고 반는자는 올리려하니 이로 인한 양자 간의 갈등은 언제나 바람 잘 날이 없다. 이럴 때일수록 입장 바꿔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셋째, 철저히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오래전부터의 진부한 논리지만, 역할분담은 최소한 의약품산업에서는 금과옥조(金科玉條)다. 이 논리의 발원지는 아직도 퇴색되지 않은 240년 전 1776년 아담스미스의 국부론 속의 분업의 유용성 논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 우리식으로 정리하면, ‘제약은 연구 개발 생산, 도매는 유통’이 된다.
그러나, 이 역할분담의 논리가 성립되고 설득력을 얻으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전제가 있다. 권리에 상응하는 의무도 함께 지는 것이다. 즉 도매가 유통을 전담하려면 그것을 수행할만한 능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유통 능력도 없는 자에게 유통을 전담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유통 능력 중에는 상류수행 능력과 물류수행 능력이 있다. 현실을 보면 도매유통의 경우 물류수행 능력은 수준급으로 갖춰져 있지만, 상류능력(마케팅 능력)은 한참 모자라니 참 딱한 노릇이다. 따라서 도매유통이 완전한 상생을 주장하려면 최우선적으로 상류능력 배양에 전념할 필요가 있다
넷째, 거래관계를 경제적, 이성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도매마진율은 하는 일에 대한 대가다. 어느 업종이 살아가야 하니까 무조건 그 수준에 맞춰 주고받아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도매와 제약은 일반 국민이 아니라 명색이 돈을 벌기 위해(경제적 이익 추구) 경영을 하는 기업체들이다. 때문에 냉혹하겠지만 양자의 판단과 의사결정 등의 근저에는 항상 경제적 이성적인 시각이 넓고 짙게 깔려 있어야 한다. 수행하는 기능의 수준이 높고 하는 일이 많으면 마땅히 도매마진율을 높여 주어야 하고, 하는 일이 시원치 않고 별로 없으면 당연히 마진율이 내려가야 하는 것이 옳은 이치 아니겠는가. 미국의 경우, 의약품 도매마진율은 최고가 3%(의약품 적정 도매마진율 고찰, 도매협회 2011.11. 참조)다.
이에 대해 일본의 도매마진율은 6.13%(일본 약사핸드북 2015, 지호우 참조)다.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날까? 물론 양국 간엔 각종 기업 환경과 기타 여건 들이 다르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미국과 일본의 도매업체들이 각각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이 훨씬 높은 것은 미국이 하지 않는 ‘의약품 판촉 활동’을 일본은 하기 때문이다.(의약품 도매의 기능별 원가 국제 비교, 일본 도매협회, 2011. 6. 참조)
다섯째, 철저히 사전 소통하고 설득한다.
양자 간 갈등요소는 의외로 널려있다. 도매마진율, 제약사의 일반 도매행위, 제약사의 직거래, 대금 결제기간, 담보 및 보증, 반품, 유통 및 품질 정보, 기타 등이 그것이다. 양자 간 이들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전에 그 문제에 대해 상대방과 진지하게 논의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 말 한마디로 천량 빚을 갚는다는 속담을 상기했으면 좋겠다. 소통이 잘 됐으면 근자의 큰 소동은 아마 없었을 것 같다.
지금 우리 의약품산업계는 희망과 기대에 차 있다. 이렇게 된 데는 한미약품이 큰 몫을 해냈다. 업계를 소용돌이에 몰아넣었던 도매와 제약의 갈등도 작년에 모두 마무리 되어 조용하다. 업계를 옥조이던 당국의 각종 규제도 극심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금년이 의약품산업계가 도약하는 절호의 기회인 것 같다. 의약품산업의 양대 중심축인 제약과 도매가 갈등을 없애고 상생의 깃발을 높임으로써, 금년 국내 의약품산업계가 한 단계 높이 도약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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