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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리포트, 미국 약사도 인정할 퀄리티"

  • 정혜진
  • 2016-01-07 06:14:59
  • 부작용보고 전도사로 각광받는 엄준철 약사

엄준철 약사
약사들이 '이런 자료는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약물학 정보. '아무리 검색해도 나는 찾을 수 없던데'라며 다시 한번 보게 되는 연재. 더 나아가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한 약사.

데일리팜에서 2년 넘게 한달에 한 번 '약물 부작용 리포트'에 출연한 #엄준철 약사(성균관대·36)다.

"#부작용 리포트를 한달에 한 편 작성하기 위해 무수하게 많은 논문과 자료를 찾습니다. 99%가 영문으로 된 원본 자료이고요, 기왕이면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FDA와 같은 정부 기관이 발행한 자료를 비중있게 다룹니다. 미국과 유럽 등 약물 연구가 활발한 나라의 자료를 거의 모두 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줄의 데이터를 작성하기 위해 세가지, 네가지 자료를 기본으로 확인합니다. 긴 시간과 노력, 정성이 들어갑니다."

엄준철 약사는 연구원도 아닌, 교직에 있는 약사도 아닌 군포 편한약국을 운영하는 개국약사다. 6일 기자가 편한약국을 찾았을 때 그가 가장 먼저 보여준 것은 약국 창고에 쌓인 영문 원서였다. 10여권의 책은 형광펜과 밑줄, 정갈한 메모 등 공부한 흔적이 빼곡했다. 엄 약사에게는 자랑거리나 다름 없다.

엄 약사가 주로 공부한 영어 원서의 약물학 정보집들
공부한 흔적들. 모든 장이 꼼꼼한 필기와 밑줄로 가득하다.
"졸업 후 대학원 약제방으로 진학했는데 당시 미국약사면허 열풍을 타고 'FPGEE'라는 외국약사 인증시험과 토플, 미국비자, 영어말하기 시험 등을 공부했습니다. 결국 한국에서 약국을 개업했고 이후로 쭉 그때 공부한 기반으로 지금도 필요한 정보를 영어 원문에서 찾고 있습니다. 같이 공부했던 대학동기와 선배들은 지금 미국약사로 많이들 일하고 있죠."

엄 약사의 약물학 연재는 여러 매체에 소개됐다. 경기도약사회지에 1년 간 연재를 했고, 대한약사회나 주변 권유로 그때 그때 자료를 모아 필요한 콘텐츠를 만들었다.

이에 따른 잊지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연재를 보고 많은 약사들과 다양한 분야에서 자문을 구해왔다. 가장 특별했던 기억은 '수면제 범죄 악용' 사건을 맡은 변호사로부터 자문 요청이었다.

"수면제 범죄악용 기사를 보시고 변호사분께서 전화가 왔습니다. 현재 졸피뎀 관련 성폭행 사건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사건 담당 변호사인데, 졸피뎀에 대한 학술 자료를 받아 법정진술에 사용하고자 자료를 요청한 것이지요. 미국 FDA 인증자료를 상세하게 '사실조회사항'이라는 문서로 제공해 드렸습니다. 이밖에 식약처, 잡지사 등 질문과 기사 자문을 응했습니다."

그렇다면 유독 엄준철 약사에게 '전문가들의 자문'이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영어공부를 해 미국 약사 자격증 공부를 한 약사가 우리나라에 적지 않은데도 말이다.

엄 약사 PC에 저장된 최신 약물 정보 사이트 즐겨찾기 목록.
"미국 약사면허시험을 한 경험이 있어 필요한 자료를 '미국 용어, 조건'에 맞춰 잘 찾는다는 점, 또 한국 약국 상황을 잘 알기에 외국 지식을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잘 가공한다는 점 아닐까요. 이미 외국어와 외국 약물학 지식이 풍부하신 분들이 너무나 많이 계시지만 이런 점에서 제가 좀 더 특화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엄 약사는 책으로 공부한 외국 약물학 정보를 기반으로, 최신 정보는 미국 약사회 자료, FDA 자료, 미국 약학 전문지에 올라오는 정보, 최신 논문을 참고한다. 검색 능력 역시 탁월하다. 끊임 없이 찾고, 찾고 또 찾아 '가장 적확한 정보'가 나올 때까지 찾는다. 그렇게 한줄 한줄을 쌓아 한 편의 부작용 리포트를 완성한다.

"미국이나 유럽 자료를 많이 인용하지만, 제가 만든 한 편의 보고서는 미국, 유럽 약사들도 알지 못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자료 검증부터 취합까지 세세하게 공을 들인 결과지요.

사실 부작용이나 상호작용 설명은 인서트에 다 기재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내용이 엄청나게 많고, 단순 나열에 그쳐 이해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원리를 알면 훨씬 쉬워지는데, 안타깝게도 영어로 된 원서를 보고 영어 논문을 검색해야 이해가 됩니다. 미국에서도 이 분야는 이제 시작단계에요. 누가 알기 쉽게 정리한 것도 아직 없고요. 각 사안별로 안전성 서한이나 사례, 보고서 등을 토대로 업그레이드 하는 게 좋습니다. 저는 이 작업을 하고 있어 약사님들께 '미국 약사들도 모르는 내용들'이라고 자신합니다."

환자 잘 보이는 곳에 '부작용 제보'를 안내해놓았다.
엄 약사가 이렇게 공을 들이는 이유는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더 좋은 정보를 제공해 약사 직능을 격상시키고 우리나라 약사 직능을 미국의 그 수준만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힘들게 만든 콘텐츠를 더 많은 약사님들과 공유하는 것, 그리고 언제나 '최상의, 최신의' 약물 정보를 전해드리는 것은 결국 '약사'를 위해서입니다. 일반인들에게 복약정보지가 제공되는 시대입니다. 정보지에 적힌 내용보다 훨씬 더 전문적인 내용을 약사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엄 약사는 미국의 예를 들었다. 미국은 일반인도 약물에 대한 지식 수준이 우리보다 높은데, 그럴 수록 약사는 더 많이, 더 깊이 공부해 약물 지식 수준이 높은 일반인에게도 '전문인'으로서 정보를 제공한다. 엄 약사는 '우리나라도 그러기 위해서 먼저 약사들이 높은 수준, 좀 더 디테일한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상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제가 약물 정보를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디테일하게, 알기 쉽게 전하겠습니다. 어떤 약물은 부작용 정도가 어떤지, 병용 금기 약물은 '어떤 기전으로, 어떤 이유에서' 병용하면 안되는지 레퍼런스를 끈질기게 찾고 있거든요. 한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더 많은 약사님들이 '내가 알고 있는 것도 공유하자'고 나서주시는 겁니다. 높은 수준의 정보를 함께 만들고 공유해 우리 약사들 전반적으로 더 '전문직능'에 가까워졌으면 합니다."

엄 약사의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똘똘 몽친 의약품 부작용 리포트는, 그의 열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연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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