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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톡, 까톡", 제약업계 스트레스 도착 알람

  • 어윤호
  • 2016-02-08 06:15:00
  • 매너없는 오피스 카톡...갑과 을의 그 쓸쓸한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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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대부분의 직장인이 그렇듯,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하 카톡)은 제약업계 종사자들에게도 업무의 필수요소가 됐다.

필요하고 편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역기능으로 인해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제약사 직원들을 억누르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카톡방이 몇개냐, 대체!"

한 국내 상위 제약사에 근무하는 영업팀장 K씨는 업무와 관련된 카톡방만 6개다.

본인의 팀원들로 구성된 채팅방, 영업 담당 품목의 마케팅팀과 연동된 채팅방, 약가·홍보 담당자까지 연동된 채팅방 등 구성은 다양하다. 여기서 본인이 가장 상사인 팀 톡방을 제외한 모든 채팅창이 주말과 퇴근시간을 가리지 않고 알람을 울린다.

심지어 얼마전에는 코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신약의 개발사인 모 다국적제약 마케팅팀까지 채팅창을 만들었다. 확실한 '갑'질이 또 하나 추가되는 순간이다.

K씨는 "제약업종 특성상 업무 내용이 전문적이고 외부 미팅이 많다. 카톡방이 더 많이 생겨나는 이유인 듯 하다. 본질적인 문제는 갑은 원할때 언제라도 톡을 날리고 을은 그때마다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이렇다 보니, 예기치 못한 실수로 인해 곤란한 상황도 발생한다. 바로 '방을 헷갈려 잘 못 보낸 카톡'이다.

실제 K씨는 코프로모션 파트너사가 내놓은 한 당뇨병치료제에 대한 마케팅 정책에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 자사 마케팅 PM에게 "로컬(개원의)들 상황 아무것도 모르고 저런 소리 해대네요"라는 카톡을 보낸다는 것을 다국적사가 포함된 카톡방에 올려, 고초를 당하기도 했다.

K씨는 본인 뿐 아니라, 의대 교수에게 뒷담화 카톡을 잘못 보낸 부하직원, 영업부가 속한 채팅창에 영업부 비판 내용의 톡을 올린 PM 등 다양한 사례를 경험했다.

그는 "웃고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경위서나 시말서를 작성하게 된 사례도 있었다. 특히 PC 카톡이 나오면서 키보드 사용이 용이해져, 채팅창을 잘못 클릭하는 사례는 더 늘어나는 듯 하다"고 말했다.

말단 직원들 "카톡 지우고 싶다"

역시 카톡 스트레스의 최고봉은 말단 직원들이다. 보통 직급이 없고 팀 내 막내 직원들인 이들은 카톡의 노예가 돼 가고 있다.

다국적 A사에 근무하는 영업사원 J씨. 그는 가장 극심한 카톡 스트레스로 상사의 '사담'을 꼽았다.

업무를 위해 만든 단체 카톡방에 자신의 자녀 얘기와 사진, 주말 등반중 수다 등 아무렇지 않게 톡을 날리는 상사들로 인해 핸드폰을 꺼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는 전언이다.

문제는 이들은 응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기 사진에 "너무 예쁘다.", "팀장님을 닮았다."고 진심 가득해 보이는 리액션을 보여야 한다. 적절한 이모티콘 사용은 필수다.

J씨는 "막내기 때문에 대답이 늦으면 중간 선배들에게 욕을 먹기도 한다. 어렵게 들어간 회사지만 앞으로 이같은 스트레스가 지속될 것을 생각하면 막막하다. 직장내 메신저 사용에 대한 윤리지침이 필요하단 생각까지 든다"라고 털어 놨다.

평소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국내 B사 마케터 C씨는 카톡 연동 게임 때문에 고초를 겪기도 했다.

새로나온 카톡 게임을 시작한 C씨는 출퇴근 시간 등 여가시간을 활용해 꾸준히 접속한 결과, 카톡친구 내 게임 랭킹 1위를 차지하게 됐다.

화근은 조금 늦게 제출한 보고서였다. C씨의 보고서를 받아 든 팀장은 전체 팀원들 앞에서 느닷없이 게임을 들먹이며 C씨를 문책했다.

"맨날 게임만 하고 있으니, 일에 신경 쓸 틈이 있나?"

알고보니 팀장도 그 게임의 유저였던 것이다. C씨는 "곧바로 게임을 지웠다. 그런데 얼마 후 팀장이 내 자리로 와서 본인이 그 게임 랭킹 1위가 됐다고 자랑했다. 회사 때문에 취미 생활까지 침해를 받는다"라고 성토했다.

얼마전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근로자의 65%가 '업무외 시간에 스마트기기로 업무지시를 할 경우 임금의 6~20%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반대로 업무 외 시간에 스마트 기기를 통한 업무지시를 받지 않을 수 있다면 월급의 8.7%를 반납하겠다는 결과도 나왔다.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해 개발된 카톡의 직장 내 활용이 낳은 폐해에 대한 업계 전체의 고찰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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