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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기술은 '글로벌' 수준인데 가격정책은 '내수용'

  • 안경진
  • 2016-03-22 06:14:55
  • 장우순 제약협회 실장 "글로벌진출 신약 확실한 약가우대 필요"

3월 21일
자그마치 18년. 1989년 오메프라졸이 FDA 첫 허가를 받은 후 일양약품의 놀텍(일라프라졸)이 PPI 계열 중 5번째로 등재되기까지 소요된 기간이다.

10년 전만 해도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개발 기술을 쫓기에 급급했던 국내 제약기업들은 신약개발 기술격차를 꾸준히 단축시켜 왔다.

지난해 시벡스트로(테디졸리드포스페이트)를 동일 계열 중 2번째로 등재시키며 최초 허가시점으로부터 간격을 7년으로 줄인 동아ST가 대표적 예다.

이제 국내 신약 개발기술은 3세대 내성표적 폐암 신약 HM61713(한미약품),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CJ-12420(CJ헬스케어), 세계 최초 퇴행성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티슈진-C(코오롱생명과학) 등 혁신신약을 개발하는 단계에 올랐다.

그런데 과연 기술 수준에 걸맞게 정책적 개선이 뒤따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제약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인식하고 장려하는 분위기에도 약가정책은 제네릭 중심의 제약환경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 지나치게 낮은 신약 가격이 글로벌 진출의 발목을 잡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데일리팜 주최 제23차 제약산업 미래포럼에 참석한 장우순 한국제약협회 실장은 "우리나라의 혁신신약 가격결정 방법은 아직 불완전한 상태다. 신약개발 기술의 혁신 및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선 신약 가격정책이 재확립돼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글로벌 진출 발목잡는 약가정책= 신약 가격정책이 바뀌어야 할 당위성은 가장 먼저 국내 개발 신약의 활발한 글로벌 시장 진출에서 찾아진다.

'국내개발신약 15호'라는 타이틀을 가진 보령제약의 '카나브'는 2010년 9월 국내 허가를 받은 후 중남미, 러시아, 중국 등과 수출계약을 맺었다. 2014년 8월 수출 선적을 개시하고, 현재까지 약 2200억원의 수출계약금액을 달성했다.

LG생명과학이 개발한 DPP-4 억제제 '제미글로'는 2012년 6월 국내 허가 이후 전 세계 103개국과 수출계약을 성사시키고 최대 기술수출료 1억 2000만 달러를 올렸다.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한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 티슈진처럼 현지 법인 설립을 통해 직접 진출하거나, 한미약품 같이 기술수출을 통해 국내외 동시 출시하는 사례도 있다.

장우순 한국제약협회 실장
문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신약들조차 그에 부응하는 가격을 부여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2006년 선별등재제도 시행 이후 우리나라의 신약 가격은 OECD 국가 평균의 50~70% 수준이라는 게 산업계와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장우순 실장은 "한국의 신약 가격 정책은 경제적(비용평가성) 가치에 집중하는 경향이 크다"며 "그러다보니 새로운 계열의 신약일수록 오히려 가격이 낮아진다"고 꼬집었다.

한국과 일본의 당뇨병 신약 출시 가격을 비교한 데이터를 보면 더욱 이해하기 쉽다. TZD 계열,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 등 새로운 계열의 신약이 나올수록 가격이 높아지는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가격이 점차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일본에서는 대체약제에 10%를 가산해 준다는 제도적 차이가 초래하게 된 결과다.

장 실장은 "비용효과성을 평가하는 단계에서 비교 기준인 대체약제의 범위에 올드드럭, 제네릭 등을 모두 포함시키다 보니 신약의 R&D 투자가치가 약가에 반영되기 어렵다"며 "가격협상 시에도 재정영향 등의 이유로 10% 내외 인하된 가격으로 등재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R&D 투자 선순환 이루려면= 그렇다면 국내 약가제도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이날 장우순 실장은 ▲수출가격 자율결정권 ▲약가인하 유예 ▲협상면제 트랙 ▲약가 재조정 ▲대체약제 선정기준 개선의 5가지를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첫 번째 '수출가격 자율결정권'은 임상적 유용성이 개선된 신약에 대해 대체약제 유무와 관계없이 가치에 부응하는 보험약가를 부여하고, 수출가격은 개발 기업의 자율적인 결정에 맡기자는 의견이다.

장 실장은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 21개 물질의 세계시장 규모를 토대로 추계한 결과, 수출가격을 자율 결정하도록 하면 연간 1조 6천억원의 외국매출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위험분담제는 프랑스, 독일, 일본 등과는 달리 희귀난치성 치료제와 일부 항암제에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경제성평가 제출이 필수인 데다 이중가격이 허용되지 않아 글로벌 마케팅이 불가한 상황이다.

두 번째로는 유용성 유사신약을 포함한 모든 신약의 약가인하 시기를 유예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사용범위 확대, 사용량 연동, 실거래가 조사에 의한 약가인하 단행시기를 특허만료일 이후로 미뤘다가 일괄인하 하자는 것이다. 실제 일본에서는 사용량연동 약가인하, 실거래가 조사 약가인하에 유예를 적용하고, 특허기간 중 약가인하를 최대한 지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약 R&D 투자비를 조기회수하고, 글로벌 진출에 필요한 해외임상, 시설증축에 소요되는 투자비를 지원할 뿐 아니라, 특허만료 후 일괄인하에 따른 재정손실을 만회하고 제네릭 제품의 빠른 시장침투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장 실장은 가격으로 환산할 경우 신약 1개당 연평균 400~500억원의 외국매출 증대 효과가 있다고 추산하면서 2015년 5월부터 시행 중인 약가인하 환급제의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추가 R&D 투자비에 따른 환급액 감면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했다.

신약 유형별 제도개선과제 종합
세 번째 안은 이중가격을 원치 않는 글로벌 진출 신약의 경우 심평원 가격으로만 등재하고 공단과는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만 진행하는 식으로 '약가협상 면제 트랙'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또한 신약 출시 이후 적응증 확대 및 해외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드는 비용이 많다는 점에 착안, 추가 R&D 비용을 신약 가격에 재반영하는 약가 재조정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더했다.

마지막으로는 대체약제 선정기준을 특허의약품으로 제한하자는 의견을 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체약제는 해당 적응증에 사용되고 있는 약제 및 동등한 치료범위에 포함되는 약제 중 교과서, 임상진료지침, 연구논문에 제시되는 약제를 전부 포괄한다.

반면 일본에서는 등재 후 15년 이상 지난 제품은 대체약제에서 제외시키며, 뉴질랜드와 스웨덴은 시장점유율을 반영,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제를 대체약제로 비교하고 있다.

장 실장은 "대체약제에 제네릭이 포함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제네릭이 등재되지 않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대체약제로 국한시키되, 제네릭이 등재됐을 경우 특허만료 전 가격으로 보정해 비교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그는 "신약 R&D 투자가치가 반영돼야만 글로벌 영업이익이 확대돼 납세액 증가 및 R&D 재투자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며 "신약개발 기술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선 혁신에 상응하는 가격보상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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