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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불합리 못참는 '약사 대표'

  • 정혜진
  • 2016-03-31 12:15:00
  • 인터뷰 | 부산 서면로타리약국 신성범 약사

신성범 약사
"뭐가 잘못됐다 지적하면 제약사에서 재깍 사람을 보냅니다. 소포장만 해도 그래요. 우리 약국에만 보내주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 약국만 해줄 거면 하지 말고, 전국 모든 약국에 해줘야 한다. 지금 전국 도매상에 30정 포장을 다 보내라 그랬습니다. 나 하나만 문제 해결되면 뭐합니까. 안 그렇습니까?"

제약사 관계자 중엔 이름만 들어도 치를 떠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부산 서면로타리약국 신성범 약사(53·경성대 약대). 그는 제약사에 대해 잘못된 점, 불편한 점을 조목조목 따져 해결될 때까지 제약사 담당자를 괴롭히는 '약사 대표' 약사다.

부산시약사회 게시판에서도 유명하다. 소포장이 없어서, 반품이 안돼서, 다빈도 약인데 너무 자주 품절돼서…. 그가 제약사에 전화를 걸어 '담당자를 바꾸라'고 호통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의약분업이 오래되면서 제약사가 약국을 신경쓰지 않아 생기는 모순점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하다못해 약 포장규격 하나조차 28정, 30정 통일되지 않아 약국에는 26정만 남은 개봉약이 넘쳐납니다. 소포장은 또 어떻습니까. 제약사들이 의무 생산량을 채우면 아무리 필요해도 더 만들지 않지요. 건의사항이요? 말하자면 너무 깁니다, 길어."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신 약사는 약국 불편을 야기하는 대표적인 문제를 줄줄 읊었다.

포장단위와 소포장은 물론, 소분 반품, 제형 변경, 품절 의약품 문제 등 이미 여러차례 기사화된, 약국과 제약사 간 단골 이슈들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그래서 계속해 기사화되는 소재들이다.

"가만 있으면 몰라요. 제약사가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것도 있지만, 약국과 소비자가 불편할 줄 모르는 것들도 꽤 됩니다. 그래서 그때그?? 소비자 상담실이나 제약사 영업팀에 전화해 문제를 제기합니다. 주변 약사들도 '뭘 그렇게까지 하냐'고 할 법한데, 이렇게 계속 문제를 얘기해야 달라지죠."

국민신문고에 품절의약품 관련 제도 건의(일부)
그의 활동상은 유명하다. 소포장이 부족한 A제약에 전화를 해 소포장을 더 많이 만들라 종용해 담당자가 30정 소포장을 들고 약국에 찾아오기도 했다.

B제약 한 처방약은 짧은 시일 내 제형을 자꾸 바꿔 ATC 캐니스커를 두번이나 교체해야 했다. 서 약사는 이 제약사에 전화를 걸어 "캐니스커 교체 비용 5만원을 전국 ATC 사용 약국 모두에 지원하라"고 주장했다.

소포장 생산을 기피하는 제약사에게는 자일리톨 껌 사진과 함께 '슈퍼에서 자일리톨 껌 PTP 생산비용이 아깝다며 100알짜리 덕용포장을 뜯어놓고 작은 통에 12알 씩 담아주면 기분이 좋겠냐'는 일갈을 부산시약 게시판에 업로드하기도 했다.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품절 의약품' 문제는 청와대 국민신문고에도 제안했다. 요양기관이 품절된 의약품을 신고할 수 있는 센터를 만들어, 여기에 취합돼 품절로 판명된 제품은 자동적으로 코드가 정지되는 제도를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복지부 담당자는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제약사에 컴플레인을 넣으면 대부분 반응은 '얼른 해주겠다'입니다. 소포장을 지금 보내주겠다, 반품을 받아주겠다 그러죠. '우리 약국'만 해주겠다는 겁니다. 저는 그럴 때면 우리 약국 포함, 모든 약국에 다 소포장을 공급하고 반품을 받으라고 합니다. 그래야 잘못된 제도가 바로잡히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요구해서 받아들인 제약사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신 약사가 부산시약게시판에 올린 소포장 빗댄 글
그러면서 약사회 회무도 알차게 비판했다. 의약분업이 정부가 주도한 정책인 만큼, 약사회가 약국 불편과 손해를 정부에 항의하고 관련 직능단체와 협의해 실질적인 대안을 찾아야 하지만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약사회도 답답하게 도매, 제약회사만 보고 말할 게 아닙니다. 의약분업은 정부 주도하에 실시됐고 의사, 약사는 원치않았지요. 억지로 따른 정책인데 약국 불편까지 감수해야 합니까? 정부가 제약사를 압박하도록 왜 밀고나가지 못합니까?"

그러던 그가 이제는 이런 '돈키호테'같은 제약사 컴플레인에 회의를 느낀다고 털어놨다. '아무리 노력해도 혼자 하는 노력으로 달라지는 현실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제가 이래봤자 달라지는건 하나도 없고, 약사회도 소극적이고, 저만 '피곤한사람'이 되는 듯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제약사에 혼자 요구하면 제가 원하는 걸 다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데 약사 모두를 위해 '약사님께만 해주겠다'는 요청은 모두 거절하고 '모든 약국에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제약사는 해주려던 것도 그만둬버립니다.

소포장 30정 공급도 제약사가 저에게만 해주겠다는 걸 거부하고 전국 도매에 빨리 다 공급하라고 하니, 저도 소포장을 못받고…아무것도 안되죠. ATC 캐니스커 교체 비용도 마찬가지였고요. 전국 약국 모두 해준다는 말이 없어 그냥 담당자를 돌려보냈습니다. 이런 때 약사회가 더 강하게 나가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제 저도 조용히 있으려 합니다. "

'이제 이런 내용을 말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신성범 약사. 그의 마지막 한 마디가 '모든 약사가 함께 말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렸다. 물론 그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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