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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고 바로 약국한다고요? 선배들의 걱정

  • 정혜진
  • 2016-04-16 06:14:59
  • 가상인터뷰 | "개업 준비해 놓고 입학...조제만 하는 곳 아냐"

6년제 약사들이 배출됐지만 지역 약국에서는 아직도 근무약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한다.

2년 간 약사 배출이 없었으니, 6년제 약사가 두 번에 걸쳐 배출됐고, 약대 정원 증가로 졸업생도 늘었으니 셈법으로 따지자면 약사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왜일까?

약국을 운영하는 현직 약사 두 명의 의견을 조합해 대화 형식으로 가상 인터뷰 상황을 꾸며보았다. 이들의 대화에는 선배 약사가 바라보는 후배 약사에 대한 염려와 우려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실제 약사 인터뷰 내용에 기반해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A약사: 여약사, 47세, 제약사 근무 후 약국 경력 8년 차 ▣B약사: 남약사, 45세, 근무약사와 약국장 경력 15년 차

A약사: 안녕하세요, B약사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B약사: 별 말씀을요, A약사님. 저야말로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약국도 한번 가보고 싶었고요. 어떻게, 요즘 약국은 잘 되세요?

A약사: 정신 없이 바빠요. 아이들 키우느라, 약국 하느라. 얼마 전에 근무약사님이 독립하는 바람에 새 약사님을 구하고 있는데, 잘 안구해져서 저 혼자 떼우느라 너무너무 바쁘네요.

B약사: 그렇죠. 요즘 약사 구하기 힘들죠. 그나마 서울이나 문전약국은 좀 나아요. 저같은 지방의 동네약국은 근무약사 구하기 거의 포기하고 있어요. 아직 근무약사 구할 형편도 안되지만요.

A약사: 아는 동료한테 근무약사 좀 알아봐달랬더니 하는 말이, '선배님, 약사 못 구하실 것 같아요. 요즘 졸업생들은 전부 바로 약국 할 거래요' 하는 겁니다.

B약사: 네? 졸업하고 바로 약국을 한다고요?

A약사: 네. 바로요. 그래서 근무약사 하려는 친구들이 없다기에 너무 정말 놀랐어요. 저희 때는 배울 게 한참 많아 약국을 하려면 근무약사는 필수라 생각했는데... 요즘 친구들, 특히 6년제를 나온 친구들은 '다 알고 있다. 바로 개국해도 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B약사: 약국은 정말 실전인데, 염려스럽네요. 과연, 그 친구들 괜찮을까요?

저만 해도 처음 약국 근무할 때 얼마나 고생했는지…….약물치료학을 배웠다고 해도, 당장 약국에 '배가 아프다'고 찾아온 환자에게 어떤 약을 권할 지 알 수 없어 쩔쩔 맸는데 말이죠.

그러고 보니 저도 얼마전에 6년제 졸업한 한 후배가 '바로 약국을 열려고 하는데, 조언 좀 해달라'고 연락해와 흠칫 놀랐습니다.

A약사: 저만 느낀 게 아니네요.

B약사: 그렇죠. 6년제 출신 모두를 만나본 건 아니니 일반화할 순 없겠죠. 그래도 요즘 친구들은 나이도 많고 경제적으로 개국 준비를 해놓고 입학한 친구들도 꽤 된다고 하니, 그런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A약사: 저는 제약회사에서 오래 근무하고 근무약사 거쳐 약국을 열고도 처음은 '멘붕' 수준이었어요. 얼마나 힘들었는지, 매일 야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하던 제약사인데도 '왜 그만뒀을까' 생각이 절로 들었는데. 바로 개국해도 된다는 그 자신감, 어찌 보면 대단하네요.

B약사: 아마 연령대도 그렇고, 학교에서는 전문약 위주로 배우기 때문 아닐까 싶어요. 실습을 나와서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학생들은 조제실 안에서 조제만 하고 손님 응대를 제대로 경험하거나 배워보지 못한다고 하잖아요.

약국이 '처방전 대로만 조제해서 복약상담 잘 하면 되는 곳'으로 인식한다면, 졸업하고도 바로 실전이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할 수 있죠.

A약사: 제가 6년제 교과과정을 잘은 모르지만, 요즘은 일반약에 대해 많이 배우나요? 환자 증상을 듣고 '베아제'를 줘야할지, '까스활명수'를 줘야할지, 병원에 보내야 할지 알 수 있는 수준으로 배우나요?

B약사: 그 점이 제가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약물 치료학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약사국시에도 약물 치료학이 포함되는데, OTC 케어와 트리아지(triage)를 포함해 자세히 교육받는지는 담보할 수 없죠.

A약사: 약국에 처방전을 가져오는 환자야 오류 없이 조제하고 복약지도 잘 하면 되지만…당장 급한 증상에 약국에 온 환자에게는 OTC케어가 필수인데요.

환자가 '타이레놀 주세요'라고 말한다 해도 약사는 그 말을 '통증이 있어요, 아파요'로 해석해 왜 먹으려 하는지, 누가 먹을 건지, 증상이 얼마나 오래됐는지 물어봐야 하잖아요.

B약사: 그렇죠.

A약사: 제가 처음 약국을 했을 때 힘들었던 점도 그런 내용을 학교에서 배우지 못해서, 오로지 경험과 나만의 임상으로 익혀야 해서였는데. 그런 점에서 졸업하자마자 약국을 열려는 후배들은 걱정스럽네요.

B약사: 선배들이 더 잘 이끌어야 하죠. 지역 약사회와 선배 약사들의 의무가 이것이라고 생각해요.

A약사: 네. 그래서 B약사님은 약국 오픈 상담하려는 후배에게 뭐라고 말씀하셨어요?

B약사:...뭐라고 잔소리할 수 있나요. 이미 성인인데요. 개국에서 조심해야 할 점, 꼭 필요한 점 짚어주고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고 당부당부했죠.

A약사: 조언을 하면 자칫 잔소리가 되고, 본인이 느끼지 않는 한 배우지 못하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저도 어릴 때 선배님들이 해주신 얘기들을 이제서야 '그때 그 말씀이 이 뜻이었구나' 한다니까요.

B약사: 누구나 그렇죠.

A약사: 네. 저는 근무약사님 들어오시면 정말 잘 가르쳐드릴 수 있는데. 좋은 분 있으면 소개 좀 해주세요.

B약사: 알겠습니다. 다음에 또 뵙죠.

A약사: 네. 약사님도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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