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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주인공 연기하는 약사

  • 정혜진
  • 2016-05-09 06:14:48
  • 서울약대 나온 이은정 성우(KBS)

성우
지난 4월 2일 제주도 휴베이스 워크숍 현장. 행사가 시작되자 장내 조명이 꺼지고 가면을 쓴 사람이 나와 마이크 앞에 섰다.

"안녕, 친구들? 나야 나. 하하하 이렇게 만나서 반가워."

익살스런 만화 주인공부터 요염한 성인 여성에 이르기까지 목소리를 바꿔가며 약사들의 눈과 귀를 단박에 사로잡은 사람. 그는 KBS 공채 출신으로 현재 영화, 애니메이션, 다큐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목소리를 선보이는 '성우 은정'이었다.

약사들이 '저 사람이 약사라고?'라며 놀라워한 이은정 성우(40·서울대 약학대, 예명 '은정')는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병원약사로까지 활동했다. 지금도 이따금 남편 정 현 약사의 약국 일도 돕는 '전문 성우'이면서 '전문 약사'다.

가정 형편과 가족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어 '끼'를 감추고 약학대를 들어간 은정 성우는 졸업 후 빡빡하기로 소문난 서울대학교 병원 인턴약사로 1년, 정규약사로 2년 간 일했다. 학업과 업무를 병행해야 하는 바쁜 일상이었지만 마음 속 허전함은 그를 성우 학원으로 이끌었다.

"어릴 때에는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목소리가 좋아 '아나운서 하라'는 권유도 많았지만, 현실적으로 가수도 아나운서도 덥썩 시작할 수 없었어요. 하루 4시간 자고 공부하고 발표수업을 준비하는 약사로서 일상에 적응하니 마음 속 헛헛함이 찾아왔죠."

취미처럼 시작한 성우 수업이 그에게 약사 업무와는 또 다른 기쁨을 안겨줄 쯤, 그는 2002년 KBS 성우 시험에 합격했다. 망설일 틈 없이 성우로서 인생 시즌2가 시작됐다.

"가수라는 꿈과 달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제가 바라던 인생과 꼭 들어맞는 게 성우라는 직업 같아요. 원하는 역할을 얼마든지 연기할 수 있고 연기 뿐 아니라 진행, 내레이션 등 많은 목소리를 낼 수 있죠. 얼굴이 알려지지 않으니 사생활도 보장되고요."

그의 말처럼 그의 성우 경력은 다채롭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지상파 방송 3사는 물론, 케이블과 종편 방송 등 경계 없이 넘나든다.

맡은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디즈니 주니어 채널의 간판 성우로 활동하고 있고 EBS 다큐프라임과 KBS 스페셜, MBC 휴먼 다큐 '사랑' 등 묵직한 프로그램 내레이터 경력도 여러번이다. 영화 더빙도 빼놓을 수 없는 성우 영역. 그는 웨딩싱어의 드류 베리모어 등 수많은 캐릭터를 연기했다.

"약사 일과 또 다른 행복감이 있어요. 원체 다이내믹한 성격이어선지 뭔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도전해야 하는 성우라는 직업이 더 잘 맞아요. 경력이 오래됐어도 제가 내야 하는 목소리와 감정은 매번 달라지죠. 매 순간이 도전이고 과제이지만, 또 잘 해냈을 때 자신감과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죠. "

KBS 신인성우상과 최우수 여자연기상 등 수상 경력도 빠지지 않는 성우 은정은 이제 눈을 돌려 약사 사회에 일조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을지 생각하고 있다.

"제가 약사이고 남편도 약사인 만큼, 약사사회를 외면할 수 없어요. 예전에 비해 약사와 약국 환경도 많이 어려워져 그 팍팍함을 누구보다 잘 아고 있고요. 무언가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요. 저는 또 다른 전문영역을 소화하고 있으니 약사와 성우 두 영역의 교집합이 될 수 있는 그런 일들이요. 이를테면 지난번 휴베이스 행사 오프닝이 그런 일이겠죠."

성우 은정은 약사들에게 복약 상담을 잘 하는, 정보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약사들이 모이는 행사를 진행하는 일. 약사의 자존심을 높일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 지금까지 성우 영역에서 성공하기 위해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그 시선을 약사사회에도 돌리고 싶다는 말인듯 하다.

"병원에서 일했을 때 의약분업이 막 시작됐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약사들의 환경과 여건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고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을 거라 믿어요. 저도 찾고 있지만, 다른 약사님들도 저의 역할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불러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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