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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의·약사 일자리 안녕할까?

  • 데일리팜
  • 2016-05-30 06:14:47
  • 류충열 초당대학교 전 겸임교수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열풍이 거세다. 지난 3월, 세계 최고의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과 구글의 인공지능 기계 ‘알파고’가 겨룬 바둑게임에서, 예상을 뒤엎고 알파고가 다섯 판 중 네 판이나 완승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바둑은 추론해야 할 경우의 수(手)가 무진하고 오묘하여 기계가 인간을 쉽사리 넘볼 수 없을 것이라던 그간의 통념과 자존심이 무참히 깨졌으니 어찌 세상이 놀라지 않겠는가.

지난 1월에는,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제46회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 다보스포럼)이 열렸다. 주제(主題)는 파괴적인 혁신기술이 선도하는 제4차 산업혁명이었고, 그 혁명의 주인공은 단연 인공지능이었다.

1765년 왓트(J.Watt,영국)가 증기기관을 발명하면서 시작된 제1차 산업혁명, 전기를 이용해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한 제2차 산업혁명, 전자정보기술을 이용하여 자동화를 구축한 제3차 산업혁명에 뒤이어, 이미 시작된 제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로봇과 사물인터넷(IoT, the Internet of Things) 및 생명공학(biotechnology) 등으로 대표되는 대변혁과 혁신이 만들어 낼 신세계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유토피아(utopia)를 기대하면서도, 디스토피아(dystopia)에 대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금년의 다보스포럼이 미래의 일자리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60쪽 분량의 '일자리의 미래(The Future of Jobs)'라는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 등과 같은 혁신기술이 주도하는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조만간 닥칠 2020년까지 주요 15개국(세계 고용시장의 65%점유)에서 사라질 일자리가 716만5천개나 되고, 새로 생겨날 일자리는 겨우 206만1천개에 불과하여, 결국 5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지 않은가.

특히, 우리 한국에서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의사, 약사 및 변호사 등의 일자리마저도, 인공지능의 기계로 대체되고 말 것이라는 금년 다보스포럼의 예측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인공지능의 기계가 바둑 최고수를 이기고 고급 전문인의 일자리까지 꿰찰 수 있게 된 것은, 인공신경망을 통해 기계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우도록 개발된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기계 학습기술 덕택이다. 딥러닝으로 학습된 기계(컴퓨터)는 놀랍게도 사람이 판단기준을 정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인지하고 추론하면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의 과학기술 수준에 그저 감탄할 따름이다. 이런 추세라면 영화 속의 '터미네이터'와 '아바타' 그리고 '바이센테니얼맨'과 '그녀' 등의 진짜 출현도 가능할 것 같다. 한낱 허황된 망상이라고 치부하기엔 기술발전의 질(質)과 속도가 너무 눈부시다.

이미, 인공지능 로봇변호사가 활동을 시작했다. 골프로봇이 홀인원을 치고, 로봇기자가 기사를 쓰고 있으며, 무인 자동차가 등장했다. 문학 작품상 공모에 로봇이 쓴 소설이 예심을 통과했고 로봇화가도 존재한다. 무인(無人) 매장에서 로봇이 스마트폰을 판매하는가 하면, 로봇 초밥(시간당, 로봇 3.600개, 최고기술자 600개)의 음식점은 이제 낯설지 않다. 학력고사에서 지방대 합격 실력을 갖춘 로봇학생이 이번엔 도쿄대학교에도 합격할 수 있는 점수를 따기 위해 공부에 매진하고 있고, 증권로봇의 수익률이 투자전문가를 앞섰으며, 드론이 택배를 한다. 인공지능에 의한 산업 빅뱅(big bang)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공지능의 기계가 의료와 의약 업계에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는 걸까? 그동안 병의원에서는 의료진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인해 환자에 대한 진단과 치료법이 각각 달라질 가능성이 항상 존재해 왔다. 그러나 요즈음 선진국에선 인공지능 기계를 통해 빅데이터(big data)와 실증자료 및 세분화된 분석 알고리즘(algorism, 수학적 방법론)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의료 서비스의 정확도와 수준을 높이고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검사를 제거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의료비용을 감소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고조되고 있는 추세다.(한국경제TV,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10대 미래기술Ⅰ, 2016.2.22.)

미국 캘리포니아의 5개 대학병원에서는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자, 약사들을 인공지능 조제로봇으로 대체했다. 35만 건을 조제하는 동안, 단 한건의 오류도 없었다고 한다.(김해뉴스 강한균 교수 2016.3.23., KBS1 시사기획 창 '로봇 혁명 미래를 바꾸다' 2015.1.6., LA중앙일보 경제2면 2016.3.21.)

국내에서도 최근 삼성서울병원이 항암제 조제로봇을 설치했다. 명분은 약사가 조제과정에서 독성물질인 항암제에 노출될 위험을 예방하고, 기존의 수작업 조제방식 대비 뛰어난 조제 생산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D팜, K기자, 2016.1.15.). 또한, 서울성모병원은 조제로봇에 버금가는 '의약품 자동공급 캐비닛(ADC, Automatic Dispensing Cabinet)'을 1년 전에 도입했는데 조제능률과 경제성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D팜, K기자, 2015.5.15.).

미국의 IBM은 최근 2011년 발명한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을 활용하여, 각종 의학 교과서와 저널의 전문 지식 등을 기반으로 왓슨 헬스를 2015년 출범시켜, 유명병원들의 암센터 내의 폐암진단과 백혈병 치료법 연구를 지원하는 등 의료산업 분야에서 본격적인 사업화에 들어갔다. 폐암진단의 정확도는 이미 90%를 넘어섰다.(한국경제TV,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10대 미래기술Ⅰ, 2016.2.22.)

또한, 이 '왓슨'은 뉴욕 최고의 암병원인 MSKCC(Memorial Sloan-Kettering Cancer Center)에서 폐암 치료법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왓슨이 MSKCC에 처음 도입됐을 때는 의료지식이 의대본과 3학년 정도였지만, 현재는 실력이 늘어 전문의 전임(專任)수준으로 올라섰고, 머지않아 시니어 의사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환자가 왓슨에게 '나는 머리가 아프고, 오른쪽 눈에 상처가 났으며, 왼쪽 무릎이 부어있다. 열은 38도나 되고 콧물이 줄줄 흐르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natural language), 왓슨은 이를 모두 다 알아듣고 환자의 다른 검사자료들과 기타 공부(딥러닝)한 모든 자료들을 참고하여 이에 적합한 진단을 빠르고 정확하게 내려준다고 한다.(00비뇨기과 개원의사 두진경, 2016.3.9.)

이웃 일본에서도, 지치(自治)의대(도치기현 소재)가 5개 의료기기 업체와 공동으로 '화이트잭'이라는 인공지능 기계를 개발하고 운용 테스트에 들어갔다. 환자가 증상과 발병 시기 등을 입력하면 화이트잭은 그 자료와 과거 진찰결과 등을 활용해 환자의 질병 후보와 확률, 필요한 검사 등을 알려주며, 여기에 의사가 자세한 증상 정보를 추가로 입력하면 다시 압축된 병명을 제시하고 확률도 재계산해 제시한다. 의사는 이를 참고하여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는 시스템이다.(연합뉴스 도쿄 특파원, 2016.3.28.)

국내의 루닛(Lunit Inc)사도 인공지능의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X레이와 유방촬영술 분야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데, 흉부 X레이에서 96%의 진단 정확도를 보이고 있는 결핵진단 시스템의 경우 금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심장질환이나 폐암 검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2016.1.4.)

지금, 이러한 사례(事例)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과거나 현재의 발상 가지고는 상상조차 잘되지 않는, 깜짝 놀랄 수많은 변혁의 현상들을 접하면서, 국내 의료와 의약 업계 및 학계 그리고 정부 당국 등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문제는 결국 일자리 아니겠는가.

이미 성큼 다가와 버렸고 곧 무르익을 인공지능(AI) 기계 만능시대에, 의사와 약사의 일자리는 과연 안녕하실까?

각종 자료와 언론 등을 통해 전해지는 지금까지의 다양한 견해들을 종합해 보면, '환자에게는 원초적으로, 의사와 약사와 접촉하면서 유대관계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이나 위로 또는 위안 등이 치료 효과를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인공지능 기계는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이와 같은 인간만이 갖는 감성적 정서적인 치료기능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의사와 약사의 직능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것 같다.

하지만, 현재 의사와 약사가 수행하고 있는 업무의 대부분(어떤 분은 80%까지 보고 있음)은 인공지능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이들의 현재 일자리는 대폭 축소될 것이 분명하다. 이로 인해 의사와 약사, 인공지능 기계 소유자(의료기관과 약국 개설자 등) 또는 사용자, 그리고 이와 관련된 제도 결정권자(정부당국) 간에, 전문직능인들의 일자리가 더 중요한가 아니면 국민(환자)과 요양기관(의료기관 및 약국) 등의 경제성과 효율성 추구가 더 중요한가를 놓고, 상호 피 터지는 이론적, 이념적, 물리적 투쟁이 불가피할 것 같다. 이미 시작돼버린 인공지능에 의한 4차 산업혁명의 보편화를 우리가 힘으로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불상사를 사전에 가능한 줄이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지 않을까?

1. 의사와 약사의 직무 중, 인공지능 기계로 대체될 수 없는, 새로운 일거리를 찾고 만들어야 한다. 이에 발맞춰 대학의 학제와 커리큘럼(curriculum)도 조정될 필요가 있다. 독일에서는 이미 '위키피디아(Wikipedia)'에 나와 있는 지식을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고, 창의력과 기계가 할 수 없는 지식만 가르치도록 교육과정의 개편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병원약사회 포함) 등도 기계 영역 밖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직무를 다양하게 개발하여 이를 회원들에게 적극적으로 보급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2. 정부당국과 국회는 학계와 업계 등과 머리를 맞대고 의사와 약사의 배출 인력시스템을 점진적으로 감소 조정할 필요가 있다. 대학교의 관련학과 정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현재는 매년 전문의 3300여명, 약사 1750여명이 배출된다. 앞으로 이대로라면 이들이 빽빽한 콩나물시루가 되어 극심하게 시달릴 것임은 물론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될 날도 머지않다. 약사와 전문의가 배출되려면 대학입학 때부터 최소 6년~11년(2+4+1+4) 이상이 소요되고, 국방의무 2년을 보태야 하니까, 이들이 직무를 제대로 보기 시작하려면 적어도 대입 후 8년~13년이 지나야 한다. 금년 의대 입학생의 경우 2030년이 돼야한다. 기술혁신의 속도가 갈수록 더더욱 빨라지는데, 그때가 되면 세상이 얼마나 어떻게 몰라보게 많이 변해 있을까?

3. 보건복지 당국은, 인공지능의 의료 및 조제 기계 등이 일반화될 것에 대비해, 관련제도의 신설 또는 개선대책 마련에, 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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