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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리베이트, 근절은 '꿈'일까?

  • 데일리팜
  • 2016-08-20 06:14:49
  • 류충열 초당대 (전)겸임교수

2010년11월28일, 의약업계에 '쌍벌제'라는 한파가 몰아닥친 날, 많은 분들이 '이제 곧, 불법 리베이트도 꽁꽁 얼어붙을 것이다' 이렇게 기대했다. 그러나 그때 리베이트의 마성(魔性)을 뼈저리게 체득해 오던 영업전선(戰線)에선 '글쎄 그게 잘 먹힐까?' 한마디로 부정적이었다. 영업현장의 예상대로 '리베이트 쌍벌제'의 효과가 제대로 안 먹히자, 2014년7월2일 '리베이트 투아웃제'라는 된서리를 당국이 추가로 내렸다. 이와 때를 맞춰 제약업계도, 화답(和答)인지 면피(免避)용 방패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도나도 줄줄이 유행처럼 CP(윤리경영, compliance program)도입을 선언했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도, 불법 리베이트는 얼어붙기는커녕, 응축됐다가 결국 터져 나오는 화산처럼 끊임없이 여기저기서 낯 뜨겁게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고 있다. 올해도 예년처럼 예외가 아니다. 겉으로 드러난 이러한 것들이 지하에서 꿈틀대고 있는 식을 줄 모르는 거대한 마그마(magma)의 일각에 불과한 것일 거라면, 침소봉대(針小棒大)요 음해(陰害)일까?

지난 2월22일 서울서부지검은 외국제약사인 한국NVTS사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의사를 대상으로 학술행사를 하는 마케팅 대행사를 통해, 국내 대형병원 의사들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와 유관한 것일까? 지난 6월8일에는 바로 그 지검이 이번에는 그 회사 소속 단체인 KRPIA(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까지 이례적으로 압수수색했다.(뉴스웨이 H기자 2016.2.23., D팜 C기자 2016.6.13.) 또 그 지검은 지난 5월12일 제약사 PMK사 대표를 구속 기소하고 회사관계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전국 병의원 의사에게 역대 최고인 56여억 원 상당의 현금과 상품권 등을 지급한 혐의다. 300만 원 이상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등 병의원 관계자 274명을 함께 기소했다.(경인일보 디지털뉴스부 2016.5.12.) 또한, 전북지방경찰청은 지난 5월23일 전주 J병원 이사장을 구속했다. 지난 4년간 의약품도매상 대표로부터 11억 원의 리베이트를 받는 등 18여억 원을 받은 혐의다. 유명제약사 4처를 포함 29개 업체가 조사를 받고 있다.(세계일보 전주 K기자 2016.5.23.)

그리고, 지난 6월7일 서울종암경찰서는 'YY제약사가 전국 대형 종합병원 등 1,070여 처의 병의원 개설자와 소속 의사 등을 상대로 45억여 원의 리베이트를 뿌린 사실을 적발하여 제약사 임직원 및 의사 등 총 491명을 입건했다.(M파나 C기자 2016.6.7.) 또한 경찰청 특수과는 지난 6월9일 또 다른 YY제약 서울사무소와 임직원 및 영업사원 등 3명의 자택을 압수 수색했다. 관련 의사들에게 12억 원가량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 여기서도 적용되는 걸까. 규제가 강화될수록, 불법 리베이트 수수(授受) 수법도 그에 맞춰 갈수록 더더욱 다양해지고 지능적으로 진화되는 것 같다.

병원이 직영도매상을 실질적으로 차려, 약값할인 방식을 이용해 도매마진을 리베이트로 챙긴 최근 수법은, 고전적인 듯해도 법망(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및 공정거래법 등)의 허점을 최대한 이용했다는 점에서 기발한 지능적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영업사원의 급료나 상여금 및 활동비 등을 대폭 인상해주고 그 인상분으로 상품권이나 기프트카드(gift card) 등을 구입해 '재량껏 리베이트로 써라'는 방법도 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여차하면 리베이트 제공 책임을 영업사원들에게 뒤 집어 씌울 수 있다는 점에서 교활하다. 법인카드로 상품권 또는 물품 등을 구매한 후 되팔거나 카드깡 등으로 세탁하여 마련한 비자금 가지고, 금전을 직접 주든가 아니면 물품(골프채, 노트북 및 기타 물품) 등을 재구매하여 제공하는 통상적인 방법. 과다하게 비용(논문번역료, 자문료, 국내외 세미나 강의료 및 후원비용 등)을 지출하는 방법. 각종 향응(골프, 식사, 동문회 및 친목 모임 등) 및 경조사비 과다 부담. 계열사를 통한 자녀연수 및 리조트 이용권 등 제공. 회사 명의로 리스한 외제차를 사용케 한 후 선물로 제공. 각종 보험료 등 대납. 비급여 약품에 대한 약가할인 방식을 통해 고액의 약가 마진 제공. 그리고 기타 등등. 참 가지가지다.

그러면, 이와 같은 불법 리베이트는 어째서 그렇게도 안 없어지는 걸까. 당장 끊고는 싶을 텐데, 왜 못 끊는 것일까. 복잡하고 다양하게 분석들 하고 있지만 결정적 이유는 딱 두 가지다. (1) 의약품 공급자간의 치열한 '경쟁'과, (2) 인간의 물욕(物慾) 본능의 충족 수단으로 작용하는 '리베이트의 특성'이 그것이다. 이중에서도 앞의 것이 뒤의 것보다 더 결정적이다. 경쟁자가 없으면 리베이트는 발생되지 않는다. 의약품공급자가 단 1개 처뿐이라면, 리베이트를 주면서까지 처방권자와 구매권자에게 청탁할 이유가 없다. 또 처방권과 구매권 있는 자가 리베이트 안 주면 처방과 거래를 끊겠다고 협박할 때, 그 말에 새파랗게 질려 리베이트 다시 주겠다고 무릎 꿇고 비는 일은 결코 발생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급자가 다수가 되어 경쟁상태로 뒤바뀌면 사태는, 오늘의 현상(現狀)처럼, 정반대로 급전된다. 그런데 국내에는 이미 의약품공급자가 2,515 처(제약 288, 수입 213, 도매유통 2014)나 되고, 그들이 공급하는 의약품만도 26,388개 품목이다(2014 완제의약품유통정보통계집, 심평원). 게다가 대체조제(동일성분조제) 장려금지급 대상품목만도 9,326품목이나 된다(D팜 K기자, 2016.5.20.). 그러니 경쟁도 극열해질 수밖에 없다. 파는데 수단과 방법 가릴 처지가 아니다. 팔아야 살아남을 것 아닌가. 이처럼 국내 의약품시장은 불법 리베이트가 없어지지 않을 '필요충분조건(necessary and sufficient condition)'을 함께 갖추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여간해선 절대 사라지지 않을 시장구조다. 이젠 정말 의약품시장에서 불법 리베이트가 필요악(必要惡)으로 완전히 정착돼버린 것 같다.

그렇다하더라도, 불법 리베이트는 잡아야 한다. 그 뿌리가 모두 뽑힐 때까지 가능한 모든 노력을 경주(傾注)해야 한다. 불법 리베이트로 나가는 비용의 원천은 결국 약가로부터 나오므로 그것이 존속되는 한, 알게 모르게 약가가 그만큼 부풀려질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애꿎은 국민만 약제나 약을 구입할 때마다 약가에 얹혀있는 그 불법 리베이트를 부지불식(不知不識)간 부담하게 될 뿐만 아니라, 국민 보험료인 건강보험재정 상태까지 악화시킨다. 또한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의료기관의 의사들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약을 처방하지 못하고 리베이트 주는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미 처방과 조제 유도용 뇌물로 변해버린 불법 리베이트는 투명하고 정의롭고 공정해야 할 공익적 보건사회를 심히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기준은 완화하되, 규제와 처벌은 강화시켜야 한다.

첫째,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전향적으로 완화시켜야 한다.

본래 정상적인 판촉수단인 리베이트가 지탄과 규제를 받는 까닭은 이것이 너무 과하여 뇌물(賂物)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행 법령으로 거래 뇌물이라고 보고 있는 불법 리베이트 항목을 보면, 심한 측면이 없지 않다. 예컨대, 약사법제47조제2항에 의해 불법 리베이트로 낙인찍힌 ① 금전 ② 물품 ③ 편익 ④ 노무 ⑤ 향응 ⑥ 그 밖의 경제적 이익 중, 부동의 뇌물 항목은 '금전과 물품 및 향응'뿐이고, 편익과 노무 및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다.

따라서, 불법 리베이트 항목 중에서 편익과 노무 및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 그 대신 금전을 '금전 및 유가증권'으로 강화시키는 것이다. 아무리 불법 리베이트가 밉다고 해도 금전과 물품 및 향응이 있음에도 그 밖의 경제적 이익으로까지 숨 쉴 틈 없이 포괄적으로 제도적인 그물을 치는 것은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너무 과도하다.

의약품 공급자(영리기업체)를 물고기라 생각할 때, 그 물고기가 역량 것 살아나갈 수 있는 1~3급수(水) 정도의 리베이트는 용인(容認)되는 게 바람직하다. 완전히 맑고 깨끗한 증류수 속에서는, 4급수 이상의 썩은 물속에서처럼, 물고기가 생존할 수 없음을 유념했으면 한다.

둘째, 처벌 수위는 아주 모질게 대폭 강화시켜야 한다. 틈을 줘서는 안 된다.

강한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불법 리베이트 행위의 속성(屬性)을 생각해 볼 때, 달리 방법이 없다. 예를 들면,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300만원 미만의 의료인에게 '1차 경고'제를 없애고, 리베이트 금액 범위에 따라 1차부터 즉시 자격정지 처분을 한다. 행정처분을 과징금으로 대체적용 하는 규정을 폐지하고 불법 리베이트 수수자(授受者) 명단을 전국 일간지에 즉시 공개하는 것 등이다. 이런 식으로, 불법 리베이트와 관련된 약사법령과 의료법령 등의 각종 행정처분 기준과 벌칙 조항을 현행보다 1단계 또는 2단계 상향 조정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울러 제약과 수입업자에겐 '리베이트 원아웃제'로 강화시킨다. 불법리베이트에 대한 미련을 다시는 갖지 못하도록 조치하는 것이다.

그런데, 집고 넘어갈 것이 하나 있다. CP와 관련된 대책이다. 이것은 기업문화 차원에서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러나 현 상황에서 충분한 것은 절대 못된다. 그 이유는 의약품공급사 오너(owner)분들과 요양기관의 의약품 소비권력자분들의 경쟁우위 마인드(mind)와 물욕 및 속마음 등이 진정으로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허울은 좋지만, 앞으로도 계속 헛바퀴 돌 가능성이 지대하다.

셋째, 외국에서 효과를 보고 있는 제도 중, 추가로 선택하여 새롭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미국, 독일, 프랑스 및 일본 등 선진국들이 시행하고 있는, 지급한 각종 리베이트를 공개하는 '선샤인 액트(sunshine act)', 미국의 '킥백(kickback, 뇌물)금지법', 프랑스의 보건의료 전문가에게 금품 제공행위를 금지하는 'anti-gift Law', 일본과 독일에서 시행하고 있는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형법(수뢰죄) 적용 등이 그것들이다.

넷째, 불법 리베이트 수수 정보에 대한 제보 활성화와, 제보 없이도 그 징조를 사전에 찾아내어 사찰할 수 있는 방법 개발 및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조사 및 처벌 등은 거의 모두 양심선언 등 제보에 의한 것이었다. 만약 제보가 없었다면 지하에서 불법 리베이트가 성행되고 있다는 것을 당사자들 이외에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스럽다. 때문에 제보를 더더욱 활성화시켜야 한다. 예컨대, 제보 건당 조사 확인 후, 최하 5~10억 원 이상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무턱대고 앉아서 제보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지금은 다행히 인공지능 시대이고, 건보 공단과 심평원에는 이미 처방 변동 등에 대한 '빅 데이터(big Data)'와 수퍼(super)급 컴퓨터가 있으며, 국세청 세무자료까지 협조 받는다면, 분명 적중률 높은 훌륭한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시스템 개발이 가능할 것 같다. 이를 통해 얻어낸 리베이트 수수 가능성 정보가지고, 지속적 능동적으로 사찰(査察)에 들어간다면 분명 소기의 성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안 주고 안 받으면 될 일 가지고, 심하다느니 어쩌니 이러쿵저러쿵 뒷말하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주고받겠다는 반증(反證)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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