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방짜유기 분실 사건
- 이혜경
- 2016-09-22 06: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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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사 보고서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2013년 8월 시도의사회장단 회의가 개최된 한남동 소재 식당에서 제공한 유기잔 4개가 분실됐다. 의협은 법인카드로 분실된 유기잔 대신 60만원을 변상했다. 드러나지 말았어야 할 치부다. 엘리트로 손꼽히는 의사, 그리고 그들을 대표하는 의사단체의 수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분실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이 같은 치부는 김 전 감사의 감사 결과를 통해 드러났다. 김 전 감사는 2014년 5월 감사를 진행하면서 '2013년 8월 10일 법인카드 결제사유'를 요청했다. 여기엔 식대를 포함해 버젓이 유기잔 분실비용 60만원이 표기됐다.
식당 직원의 이메일 내용을 보면 더 심각하다. 당시 직원은 "유기잔 23개 중 총 4개가 분실된 것을 확인하고 노XX(당시 노환규 전 회장)님에게 상황을 설명해드리니 분실된 항목에 관한 결제도 함께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기잔 분실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개당 25만원 상당의 방짜유기를 1년 이상 사용한 점을 감안해 15만원으로 측정해 결제를 했다고 덧붙였다. 황당했을 직원들의 얼굴이 그려진다.
가리고 싶었을 상처고, 숨겨야 했을 치부였을 수 있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가려지는게 아니었다. 김 전 감사는 이를 4인의 의협 감사단 공동명의로 감사보고서를 내지 않고, 단독으로 낸 감사보고서에 실었다.
결론적으로 김 전 감사는 '명예훼손, 정관위반' 등의 이유로 올해 열린 첫 번째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불신임 받았다. 의협 역사 상 감사 불신임은 처음이다. 그는 떠나면서 "누가 했든 잘못한 일은 잘못한 일이고, 잘못에 대한 지적은 당연한 일"이라는 말을 했다.
의료계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발생한 방짜유기 분실사고 내용이 담긴 감사보고서는 채택되지 않았다. 아마 이번 분실사고가 특별한 경우인지, 빙산의 일각인지 누구도 모른다. 의사들이, 의협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더 큰 치부가 얼마나 더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가리려고 가릴 수 없다는 사실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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