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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오머

사전·사후피임제 '현행유지' 분류기준 배경 뜯어보니

  • 이정환
  • 2016-12-13 06:14:55
  • 연구진 '피임 부정적 인식 개선·자기결정권 강화'만 뜻 모여

정부가 연구용역을 토대로 지난 6월 사후·사전피임약 '분류체계 현행유지'를 결정했지만 피임제 복용법과 낙태 자기 결정권 등을 둘러싼 국민들의 의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단순히 피임제 안전성·유효성만으로 투약 장벽 높낮이를 설정할 수 없는 데다가 의·약사, 소비자단체, 학계, 여성계, 종교계 등 다양한 직역 간 이견대립이 첨예해 사전·사후피임약 재분류 결과에 대한 서로 다른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사전피임약은 처방이 필요한 전문약과 약국 구매가 가능한 일반약이 나눠져있고, 사후피임약은 모두 전문약으로 분류 중이다.

12일 데일리팜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전·사후 피임약 사용실태 조사 용역연구 결과보고서를 펼쳐 당시 분류체계 현행유지가 결정된 배경을 살펴봤다.

피임제 재분류 연구는 식약처 산하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시행하고 최종 보고서를 작성했다. 해당 연구는 2014년 4월부터 2015년 11월 30일까지 약 18개월에 걸쳐 진행됐고 4억원 연구비가 투입됐다.

의약품안전원은 이번 연구에 대해 "2년에 걸쳐 소비주체인 일반 여성들과 피임 전문가, 이해 단체들의 인식을 파악하고 비교·분석할 수 있었다"고 의의를 밝혔다.

연구에는 의약학계, 종교계, 여성계, 소비자단체, 학계 5개 분야를 대표하는 총 20명의 연구진이 참여했다.

연구는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인 '긴급피임약'을 처방 없이도 약국 구매가 가능한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할지에 방점이 찍혔다. 피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방안 등도 논의됐다.

연구자들은 ▲재분류 선택(찬성) ▲현행 유지 ▲유보 총 3가지 태도로 입장이 극명히 갈렸다. 특히 각 직역 별 의견차이가 모두 달라 규제당국인 식약처로서는 재분류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매우 어려웠으리란 짐작이 가능했다.

다만 안전하고 건강한 피임을 위한 문화조성에 정부가 힘쓰고, 피임에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데는 견해 차 없이 의견 합치를 보였다.

이를 위해 정부의 실효성 있는 안전관리 정책과 양성 평등한 피임문화 육성을 위한 사회문화적 시스템이 요구된다는 게 연구진들의 공감대였다.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식약처는 사회 각 직역 별 의견 조회를 통해 올바른 피임과 피임제 사용정보를 생산하고 피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데 역점을 두고 사전·사후 피임약 분류기준을 현행유지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입장이 달랐던 긴급 피임제 재분류와 관련해서는 크게 '부작용 등 안전성'과 여성의 '사후 피임약 접근성 향상' 두 가지가 쟁점이었다.

고농도 호르몬제인 사후 피임약이 별다른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고 되려 낙태 시술 중 사망위험이 커 일반약 전환해야한다는 견해와 일반약 전환 시 약물 오남용률이 크게 높아지고 부작용 위험이 확인되지 않아 여성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입장이 정면으로 부딪혔다.

구체적으로 사후 피임약은 1회성이기 때문에 고용량이더라도 사실상 별로 몸에 문제가 없어 일반약으로 풀어줘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드물긴 하지만 비정상적 혈전 유발에 따른 환자 사망이 보고돼 의사 처방이 필수라는 주장이 대립됐다. 또 긴급피임제가 일반약이 되면 성문화가 문란해 진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 같은 견해 차는 소비자계, 의약학계, 여성계, 종교계, 학계 모두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에 참여한 수십계 단체들이 조금씩 모두 다른 피임약 재분류 관련 입장을 보유한 셈이다.

일례로 소비자계 소비자시민모임은 "아직까지 오남용 우려가 있어 긴급 피임제 일반약 전환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 반면 경실련은 "긴급 피임제 접근성 높아진다고 청소년들이 막 쓰지 않을 것"이라고 표명했다. 다른 소비자계 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안유 검증이 되지 않아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드러냈다.

의약학계의 경우 대한산부인과는 "사후 피임이 가능해지면 소비자들이 긴급 피임약을 피임의 한 방법으로 인지할 수 있다. 전문의약품 유지해야 한다"고 피력했고 대한약사회는 "긴급성 성격에 맞게 일반약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가 객관적인 안전성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제약협회는 "사전 피임약은 안전하다고 판단하나 긴급 피임약은 아직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 국민 공감이 이뤄질 때 일반약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계는 피임과 관련한 여성 결정권이나 선택권이 우선적으로 논의 돼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었다. 긴급 피임약을 일반약으로 바꿀지를 논의하기 전에 의학적 상담이나 복약지도 없이 기계적으로 처방되고 있는 절차가 문제라는 것.

결국 피임제 안전성 보장을 위해서는 정부의 교육과 상담이 재분류 문제 보다 시급하다는 견해였다.

의견차는 종교계에서도 발생했다. 기독교계는 "고용량 호르몬제를 편의적으로 쓰는 것은 문제다. 전문약 보다 더 강력히 규제해야한다. 긴급 피임제를 일반약 전환한 영국은 성병이 증가하고 낙태가 늘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불교계는 피임제 부작용과 낙태 시 피해 등을 비교해 경중을 따져야 한다고 봤다. 불교계는 "긴급 피임약을 쓰는 상황에 처한 여성에 대한 동정심이 불교의 자비윤리다. 그 여성의 관점에서 어떤 선택이 가장 나은지를 따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의약품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다뤄야 하는 것은 확실하다. 약사라면 사전이든 긴급이든 다룰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재분류나 현행 유지 두 견해에 뚜렷한 찬반이 없는 유보적 연구 참여자들은 "피임제 관련 이해관계 집단의 상당한 입장차이가 있고 타협점을 찾을 수 없어 의견 제시가 부담스럽다"고 표명했다.

긴급 피임약 일반약 전환에 대한 찬반 여론이 치열해 갈등관계가 형성된 상황에서 어느 한쪽 입장을 드러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어렵다는 것이다.

유보적 연구자들은 "시간이 더 지나면서 대국민 홍보·교육을 통해 사회가 변했을 때 거기에 맞춰 제도가 가야한다. 제도가 먼저 나서면 갈등을 만들 수 밖에 없고 위험하다"는 입장을 표현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식약처는 처럼이 평행선을 지속중인 각 직역 간 입장차를 고려해 현행 유지를 통한 신중론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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