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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쇼윈도마네킹 한미약품과 신약개발 테마주

  • 조광연
  • 2016-12-16 06:14:54

대표적 신약개발 테마주인 한미약품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쇼윈도의 으뜸 마네킹'이 됐다. 작년 8조원대 기술수출이 불러온 자연스러운 결과다. 모든 이의 시선을 끌어모으는 '쇼윈도 마네킹의 운명'이란 연예·스포츠계 스타만큼이나 평탄할 수 없다. 늘 세세한 관찰의 대상이되는 탓이다. 박수와 갈채, 비판과 원망도 숙명처럼 예비되어 있다. 한미약품의 일거수일투족이 대규모 기술수출 이후 훨씬 무겁고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별탈없던 예전의 행위들도 이젠 큰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기술수출 릴레이가 박수를 유발시켰다면, 신약기술수출계약 파기 지연공시는 비판과 원망을 야기했다. 2015년 이후 한미를 바라보는 눈들은 셀 수 없이 많아졌다.

검찰은 최근 '한미약품 신약 기술수출계약 파기 미공개정보이용 사건'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주식시장 개장 후 29분 지연공시에서 회사의 고의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한 줄기다. 하지만 고의성이 없었다고 해서, 자율공시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해서 기업의 사회적 책무로부터 마냥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계약파기 정보를 유출해 특정투자자들만 이득을 보게하거나, 손해를 회피하도록 한 임직원 10여명이 기소되었기 때문이다. 계약파기 정보를 몰라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눈에 법인과 직원은 뚜렷하게 분리되지 않은 채 한몸으로 보일 따름이다. 검찰 발표 직후 회사는 "부끄럽다"고 사과했다.

한미약품은 신약개발 테마주 가운데 대장주로 손 꼽히는 쇼윈도의 '으뜸 마네킹'이다. 해서 한미의 선전은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의 평가에도 곧장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미의 호재나 악재는 모두 시장을 출렁이게 만든다. 이같은 점에 비춰 최근 얀센에 수출한 항암신약 기술 논란도 아쉬움을 남긴다. '임상중단 논란'이란 오해가 한창 증폭되고 나서야 '임상지연'이라는 해명을 내보냈다. 요즘 투자자들의 정보 취득 경로가 국내에 한정되지 않고, 미국국립보건원(NIH)이 운영하는 임상시험 데이터베이스까지 촉수를 뻗치고 있는 이 현실마저 관리했어야 했다. 지나친가? 그런데 이게 현실이다.

신약개발 투자는 로또가 아니다, 과학이다

대장주로서 한미는 '신약개발이나 투자는 로또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점을 꾸준히 설득해 나가야 한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벤트를 투자자들에게 선제적으로 설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8조원대 기술 수출이 한껏 올려놓은 높은 기대치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안마다 언제든 깊은 실망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함정은 '8조원'에 비롯됐는지 모른다. 투자자들이 듣는다면 실망할지 모르겠으나, 이 8조원은 육상종목으로 치자면 '110미터 허들 달리기'에서 모든 장애물을 무사히 넘어 피니시 라인을 지났을 때 실현 가능한 최대치다. 기술수출의 현재가치는 계약금 뿐이다.

투자자들 역시 신약개발은 그 과정이 험난하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고부가가치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해서 신약개발 테마주는 미래가치를 볼 수 밖에 없다. 회사가 신약개발에 관한 신념은 뚜렷한지, 실제 최근 10년의 매출액 R&D비는 어땠는지 엄격하게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 FDA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든지, 기술수출을 했다든지하는 것은 110미터 허들 경기에서 한 두개 허들을 넘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신약개발 분야에선 1+(-1)의 정답이 무엇이냐는 물음이 있다. 해답을 제로(0)로 보면 신약개발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실패를 성공의 어머니로 삼는 영역, 바로 신약개발이다.

신약개발은 하나하나 과정이 과학인지라 해답은 최소 '2이상'으로 보아야 추진력이 약화되지 않는다. 1을 성공으로, -1을 실패로 보는 것인데, 실패에서도 많은 것을 배우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오늘의 실패는 또다른 태양이 떠오르는 내일로 가는 지름길이다. 물론 이 길을 포기하지 않을 때야 -1은 가치가 있을 것이지만 말이다. 남극으로 가는 쇄빙선처럼 두터운 얼음을 깨고 대한민국 신약개발의 길을 개척해온 한미약품이라면, 그 도전정신 못지 않게 자본시장의 요구에 이젠 선제적으로, 적극적으로, 세련되게 호응해야 한다. 지연공시와 임직원 정보유출 사건은 경영진 가슴에 깊숙이 새겨 놓아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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