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백신 속도전과 식약처의 역할
- 이탁순
- 2021-01-08 15: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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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미국FDA를 압박할 때부터 식약처의 독립적 심사에도 위험이 닥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최근엔 유럽 EMA도 각 나라의 압박을 받고, 심사위원회 모집을 앞당겨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하는 상황이니 각 나라의 의약품 규제당국 수난은 불 보듯 뻔하다.
식약처에게는 아예 데드라인을 제시했다. 서양이 긴급하게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하고 나서 정치권과 언론이 연일 신속도입을 촉구하면서 2월 데드라인이 공식화했다.
과정이 어떻든간에 식약처는 코로나19 백신 1개는 2월 전에 심사를 마치고 허가를 내줘야 할 상황이다.
상황이 안 좋으니 하루라도 일찍 도입하려는 마음은 공감하고 남는다. 이번만 특별한 케이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나갔다. 논의과정에서 식약처의 존재감은 아예 사라졌다. 식약처가 체계적인 심사를 통해 허가를 내줘야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것 같다.
규제당국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도 보이지 않는다. 일부 언론은 미국FDA 승인도 안 됐는데, 식약처가 단독으로 심사해 허가할 수 있냐며 식약처를 깎아내리기도 했다.
이러한 보도는 앞으로 CPP(수입국 제조·판매 증명서) 제출 의무를 폐지해 독립적 심사 의지를 보이고 있는 식약처의 의욕만 꺾을 뿐이다.
코로나19 백신을 최초 승인한 영국과 미국의 상황을 똑같이 적용하기도 어렵다. 그 나라에서는 해당 백신이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사전검토(롤링리뷰)를 통해 심사도 같이 병행해왔다.
그러면서도 FDA는 백신에 긴급승인을 이번에 처음 실시했다. FDA가 긴급 승인한 코로나19 치료제 '클로로퀸'은 긴급사용 승인이 철회되기도 했다. 그만큼 긴급 승인 약물은 정식 승인처럼 효능·안전성을 완벽하게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긴급승인 제도도 없다. 위급시를 대비해 특례수입이나 특례제조 제도가 있으나 코로나19 해외개발 백신처럼 전혀 검증할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내리기도 어렵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임상시험이 진행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해당 수입업체가 정식 허가신청을 해야 승인할 수 있다. 식약처를 건너뛰고 백신 접종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권과 언론은 공급계약만 맺으면 바로 국민에게 접종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앞으로 식약처가 코로나19 백신 승인이 늦어져도 비난해선 안 된다. 지금처럼 식약처를 압박한다면 의약품 승인은 투명성과 국가 보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제는 식약처의 시간이다. 코로나19 백신을 철저하게 검증한 뒤 들여올 수 있도록 일단 식약처를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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