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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독감백신, 접종률 넘어 보호의 질 논의할 시기"

  • 손형민 기자
  • 2026-07-07 06:00:44
  • 요약
  • 최민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 고령층 대상 보호 전략 전환 필요
  • 면역증강 백신 비용-효과성 확인

[데일리팜=손형민 기자] "현재 정책의 장점이 접종률 확대에 있다면 앞으로의 과제는 보호 효과 향상입니다. 이제는 접종률과 함께 고령층에게 어떤 백신이 더 충분한 보호를 제공할 수 있는지, 즉 '보호의 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최민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최민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층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정책의 방향을 이같이 제시했다.

인플루엔자는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300~500만건의 중증 감염과 최대 65만명의 사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호흡기 감염병이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은 입원과 중증 합병증, 사망 위험이 가장 높은 고위험군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인플루엔자 입원 환자의 약 70%, 사망 환자의 약 80% 이상이 고령층에 집중돼 있으며, 이들의 의료비 부담 역시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높은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고령층의 질병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고령층은 면역노화(immunosenescence)로 인해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 능력이 건강한 성인의 40~80%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표준용량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충분한 면역반응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주요국은 이미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면역증강 또는 고용량 인플루엔자 백신을 표준용량 백신보다 우선 권고하고 있으며, 대한감염학회 역시 2023년 성인 예방접종 권고안을 통해 같은 방향을 제시했다.

이 같은 배경에서 최 교수는 한국과 대만의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MF59 면역증강 4가 인플루엔자 백신(aQIV)의 비용-효과성을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Vaccine에 게재됐다. 고령층 백신 전략의 임상적 효과와 함께 비용-효과성까지 함께 평가한 국내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비용효과성에 건강 편익까지…경제성 분석 의미는

연구 결과 면역증강 백신은 표준용량 백신보다 접종 비용은 높았지만, 인플루엔자 관련 입원과 합병증, 사망 감소에 따른 의료비 절감 효과를 고려하면 비용-효과적인 전략으로 평가됐다.

특히 표준용량 백신에서 면역증강 백신으로 변경했을 때 ICER(점증적 비용-효과비)는 2200달러/QALY로 산출돼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지불의향 기준인 1인당 국내총생산(GDP) 약 3만6130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추가 접종 비용보다 건강 편익이 더 크다는 의미다.

최 교수는 "표준용량 백신보다 접종 비용은 증가하지만 입원과 합병증, 사망 감소를 통해 추가 비용의 상당 부분을 상쇄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추가 비용 대비 얻을 수 있는 건강 편익이 상당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비용-효과성 분석은 단순히 백신 가격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 가능한 감염과 합병증, 입원, 사망 감소에 따른 의료비 절감과 삶의 질 향상까지 함께 반영해 예방접종 전략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이번 연구에서도 한국과 대만의 고령층 인구 구조와 백신 접종률, 의료 이용 패턴 등이 반영됐으며, 다양한 민감도 분석과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결과의 안정성을 확인했다. 분석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변수는 상대적 백신 효과(relative vaccine effectiveness, rVE)와 백신 가격이었다.

최 교수는 "민감도 분석에서도 상대적 백신 효과가 가장 영향력이 큰 변수로 나타났고, 백신 가격 역시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용량 백신과의 비교에 대해서는 신중한 해석을 주문했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면역증강 백신이 비용 절감 전략으로 나타났지만 두 백신 간 직접 비교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라며 "고용량 백신과의 비교 결과는 탐색적 결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으며, 이번 연구의 핵심은 표준용량 백신 대비 면역증강 백신의 임상적·경제적 가치를 확인했다는 데 있다"고 밝혔다.

질병부담 넘어 경제성까지 분석

이번 분석은 최 교수가 2022년 발표한 고령층 인플루엔자 백신 전략 연구를 확장한 후속 연구다.

당시 연구에서는 국내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표준용량 4가 백신과 고용량 4가 백신, 면역증강 4가 백신 전략에 따른 감염과 합병증, 입원, 사망 등 질병 부담을 비교했다. 이를 통해 향상된 면역원성을 가진 백신 전략이 고령층 질병 부담 감소에 기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예방접종 정책을 실제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임상적 효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새로운 백신 전략을 국가예방접종사업 등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 대비 얼마나 건강 편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제성 평가가 함께 요구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2022년 연구 당시에는 국내에서 면역증강 백신과 고용량 백신의 활용 경험이 제한적이었고, 경제성 평가에 중요한 변수인 백신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도 컸다"며 "당시에는 비용-효과성 분석을 신뢰성 있게 수행하기 어려웠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후 국내에서도 실제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가격에 대한 가정을 보다 현실적으로 설정할 수 있게 됐고, 이를 토대로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연구는 한국과 대만을 동시에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도 차별화된다. 기존 경제성 연구는 대부분 북미와 유럽 등 서구 국가를 중심으로 수행됐지만, 이번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두 아시아 국가의 인구 구조와 의료 환경을 반영했다.

최 교수는 "한국과 대만은 고령층 인구 구조와 인플루엔자 유행 양상, 의료 이용 패턴에는 차이가 있지만 두 국가 모두 초고령사회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서구 중심 근거를 보완하고 아시아 지역의 역학적 특성과 보건의료 환경을 반영한 예방접종 정책의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고위험군 중심 예방접종 전략 확대 필요

최 교수는 이번 연구가 65세 이상 전체 고령층을 대상으로 진행된 만큼 특정 고위험군 만을 대상으로 한 결과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대표적인 고위험군인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이번 분석 결과는 향후 위험도 기반 예방접종 전략을 논의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최 교수는 "접종률 향상을 넘어 입원과 중증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예방 전략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이 옮겨가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연령과 개별 위험도를 함께 고려하는 예방접종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정책의 장점이 접종률 확대에 있다면, 앞으로의 과제는 보호 효과 향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얼마나 많이 접종했는지 만이 아니라, 고령층에게 어떤 백신이 더 충분한 보호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피력했다. 

현재까지 한국의 고령층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정책은 접종률 측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국가예방접종사업을 통해 65세 이상 고령층의 백신 접근성이 높아졌고 실제 접종률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접종률이 높아졌다고 해서 고령층의 질병 부담이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고령층은 면역노화로 인해 백신 접종 후 면역반응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고 이로 인해 접종 후에도 인플루엔자 관련 입원과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높은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고령층의 중증 질환과 입원 부담은 여전히 중요한 공중보건 문제로 남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 교수는 향후 50~64세 성인을 대상으로 예방접종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연령대는 만성질환 유병률이 증가하기 시작하는 시기로, 고령층 이전 단계부터 예방 전략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아울러 성인 예방접종을 건강보험 급여 체계 안에서 관리하는 방안도 장기 과제로 제시했다. 

최 교수는 "현재는 성인 예방접종률과 실제 예방 효과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건강보험 청구자료 등을 활용해 예방접종 현황과 효과를 지속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축적된 근거를 바탕으로 보다 정교한 성인 예방접종 정책을 설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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