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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바이오 IPO, 기관 수요 집중…상장 후 주가는 온도차[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올해 상반기 바이오·헬스케어 기업공개(IPO) 시장은 공모 단계에서 지난해보다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전년보다 크게 높아졌고 기관투자자 의무보유확약도 급증하면서 기술특례 신규 상장 6개사 모두 희망 공모가 범위 최상단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청약에서도 흥행은 이어졌다. 올 상반기 신규 상장 6개사 평균 일반청약 경쟁률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높아졌다. 다만 상장 후 주가 성과는 엇갈렸다.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웃도는 기업은 6곳 중 2곳에 그쳤다. 공모 과정에서 흥행이 곧바로 상장 후 수익률로 이어지지 않은 모습이다. 수요예측 평균 675대 1→1122대 1…기관 장기 보유 의사도 확대 3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6곳은 코스모로보틱스, 인벤테라, 리센스메디컬, 메쥬, 아이엠바이오로직스, 카나프테라퓨틱스 등이다. 이들 6개사는 기관 수요예측 단계에서 지난해보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6개사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은 1122.0대 1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기술특례 바이오·헬스케어 상장사 6곳의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 674.7대 1보다 66.3% 상승한 수준이다. 기업별로는 리센스메디컬이 1352.6대 1로 가장 높은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어 인벤테라 1328.8대 1, 코스모로보틱스 1140.1대 1, 메쥬 1108.9대 1, 카나프테라퓨틱스 962.1대 1, 아이엠바이오로직스 839.2대 1 순이었다. 올해 상장사 6곳 모두 8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기업별 편차가 컸다. 인투셀이 1151.1대 1, 오가노이드사이언스가 1066.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오름테라퓨틱은 16.9대 1에 그쳤다. 로킷헬스케어도 368.5대 1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전반적으로 고른 기관 수요가 형성된 셈이다.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 비율도 크게 높아졌다. 올 상반기 기술특례 바이오·헬스케어 상장사 6곳의 기관 확약 비율은 평균 67.9%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평균 7.8%와 비교하면 8배 이상 높아졌다. 가장 높은 기관투자자 의무보유확약 비율을 기록한 곳은 카나프테라퓨틱스로 이 회사는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 가운데 의무보유확약 물량 비중이 76.1%에 달했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76.0%, 메쥬는 75.4%, 코스모로보틱스는 73.0%를 기록했다. 리센스메디컬도 63.9%였고 인벤테라는 43.1%로 집계됐다. 올해 상장사 6곳 모두 기관 확약 비율이 40%를 넘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기관 확약 비율이 두 자릿수를 넘긴 기업이 2곳에 그쳤다. 인투셀이 12.0%, 오름테라퓨틱이 10.9%를 기록했다. 로킷헬스케어는 8.5%, 이뮨온시아는 8.2%,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6.3%였고 지씨지놈은 1.0%에 불과했다. 6개월 이상 장기 확약도 올해 들어 크게 확대됐다. 올 상반기 6개사의 의무보유확약 물량 가운데 6개월 이상 확약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3.4%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평균이 0.4%에 그쳤다는 점과 비교하면 장기 보유를 전제로 한 기관 참여가 크게 늘어난 셈이다. 코스모로보틱스는 의무보유확약 물량 중 6개월 이상 확약 비중이 90.2%로 가장 높았다. 인벤테라도 88.2%를 기록했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 29.0%, 메쥬 21.5%, 카나프테라퓨틱스 20.6%, 리센스메디컬 10.7% 순이었다. 지난해에는 해당 비중이 1%를 넘긴 기업이 한 곳도 없었다. 기관 확약 확대는 금융당국의 IPO 제도 손질 이후 수요예측 구조와 투자 행태가 달라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과거에는 공모주 배정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고가 주문과 상장 직후 매도 전략이 반복되며 '묻지마 청약' 논란이 이어졌다. 그러나 의무보유확약 우선배정과 확약 위반 제재 등이 도입되면서 일정 기간 보유를 전제로 한 기관 참여가 늘었다. 특히 확약 부담이 커지면서 단기 차익 목적 청약보다 기업가치와 상장 후 주가 흐름을 함께 고려한 주문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기관 수요 몰리며 상장사 6곳 전원 밴드 상단 확정…일반청약도 흥행 수요예측 경쟁률과 기관 확약 비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공모가도 모두 희망 범위 최상단에서 결정됐다. 올해 상반기 기술특례 바이오·헬스케어 상장사 6곳은 모두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희망 공모가 범위 최상단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공모가가 가장 높았던 곳은 아이엠바이오로직스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희망 공모가 범위를 1만9000~2만6000원으로 제시했고 최종 공모가를 최상단인 2만6000원으로 확정했다. 이어 메쥬가 희망 범위 1만6700~2만1600원 가운데 최상단인 2만1600원으로 공모가를 정했다. 카나프테라퓨틱스도 희망 공모가 1만6000~2만원 중 최상단인 2만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인벤테라는 희망 공모가 범위 1만2100~1만6600원 가운데 최상단인 1만6600원으로 공모가를 결정했다. 리센스메디컬은 9000~1만1000원 범위에서 최상단인 1만1000원으로, 코스모로보틱스는 5300~6000원 범위에서 최상단인 6000원으로 각각 공모가를 확정했다. 상반기 신규 상장 6곳 모두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희망 범위 최상단에 공모가가 안착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공모가 결정 결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지난해 상반기 기술특례 바이오·헬스케어 상장사 6곳 중 지씨지놈, 인투셀, 이뮨온시아,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등 4곳은 밴드 상단에서 공모가를 결정했다. 반면 로킷헬스케어는 밴드 하단, 오름테라퓨틱은 희망 범위 하단 미만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공모가 확정 이후 진행한 일반청약에서도 투자 수요가 몰렸다. 올 상반기 6개사 평균 일반청약 경쟁률은 2026.4대 1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평균 761.2대 1의 2.7배 수준이다. 메쥬는 2428.3대 1로 가장 높은 일반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리센스메디컬은 2097.7대 1, 코스모로보틱스는 2013.8대 1로 2000대 1을 넘겼다. 인벤테라 1913.4대 1, 카나프테라퓨틱스 1899.0대 1, 아이엠바이오로직스 1806.0대 1 등도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공모가 웃돈 곳 코스모로보틱스·리센스메디컬 2곳뿐…흥행과 주가 성과는 별개 다만 상장 후 주가 흐름은 공모 단계 열기와 달랐다. 2일 종가 기준 올 상반기 신규 상장 6곳 중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웃도는 기업은 코스모로보틱스와 리센스메디컬 2곳뿐이다. 인벤테라, 메쥬, 아이엠바이오로직스, 카나프테라퓨틱스 등 4곳은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2일 기준 코스모로보틱스 종가는 1만3880원으로 공모가 대비 131.3% 높다. 리센스메디컬도 공모가 대비 70.4% 높은 1만874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인벤테라는 공모가 대비 50.5% 낮은 8220원에 머물고 있다. 메쥬 현재 주가는 공모가보다 36.2% 낮은 1만3780원이다. 카나프테라퓨틱스는 공모가보다 27.1% 낮은 1만4590원,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공모가보다 15.6% 낮은 2만195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기술특례 바이오·헬스케어 상장사 6곳 중 2일 종가 기준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웃도는 곳은 3곳이었다. 로킷헬스케어는 공모가 대비 253.6%, 오름테라퓨틱은 165.5% 높았다. 인투셀도 36.5% 상승했다. 반면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공모가 대비 56.2%, 지씨지놈은 55.2% 하락했다. 이뮨온시아도 공모가보다 5.8% 낮은 주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상장사 역시 종목별 주가 차별화가 컸지만 올해는 공모가를 웃도는 기업 수가 더 줄어든 셈이다. 결국 올해 상반기 바이오·헬스케어 IPO 시장은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등 공모 단계에서는 강한 흥행을 기록했지만 상장 후 주가는 종목별로 갈리는 흐름을 보였다. 높은 수요예측 경쟁률과 기관 확약 비율, 일반청약 경쟁률이 상장 후 수익률을 담보하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공모 단계에서 이미 미래 성장 기대가 공모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상장 이후에는 실적과 파이프라인 진전, 기술이전, 제품 매출 등 구체적 성과 검증이 더 중요해졌다는 시각이 나온다. 공모주 투자 열기는 강해졌지만 상장 후 시장은 기업별 성과를 기준으로 더 엄격하게 주가를 가르고 있다는 설명이다.2026-07-03 06:00:56차지현 기자 -
상장 바이오 추정 이익·공모액↓·할인율↑…깐깐해진 IPO 문턱[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올 상반기 기술특례로 증시에 입성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평균 추정 순이익과 총 공모액이 모두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파두 사태 이후 금융당국의 실적 추정 검증이 강화되면서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제시하는 미래 이익 전망이 한층 보수적으로 바뀐 모습이다. 다만 공모가 산정의 눈높이가 전반적으로 낮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회사 몸값을 매길 때 참고한 비교기업의 주가 눈높이는 지난해보다 높아졌고 대형 제약사를 비교 대상으로 삼는 구조도 이어졌다. 추정 실적은 낮췄지만 비교기업의 시장 평가가 공모가 산정에 반영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미래 순익 평균 398억→242억…실적 추정 보수화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기술특례 상장 기업 6곳은 모두 상대가치법 중 주가수익비율(PER) 계산 방법을 활용했다. PER은 주가를 한 주당 얻을 수 있는 이익, 즉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수익성과 시장 평가를 함께 반영하는 지표다. 상장 추진 기업과 주관사는 향후 몇 년 뒤 달성 가능한 순이익을 추정한 뒤 유사기업의 PER을 적용해 기업가치를 산출한다. 이후 미래 실적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할인율과 공모가 할인율을 반영해 희망 공모가 범위를 정한다. 올해 상장 기업의 순이익 추정치는 지난해보다 낮아졌다. 올 상반기 신규 상장 6개사가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제시한 평균 추정 순이익은 24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6개사 평균 398억원보다 39.2% 감소했다. 개별 기업별로 보면 아이엠바이오로직스가 가장 큰 순이익 추정치를 제시했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2028년 순이익 648억원을 기준으로 공모가를 산정했다. 회사는 2025년 별도 기준 순이익 9억원을 올렸지만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는 3년 안에 순이익을 72배로 키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의 2028년 순이익 추정치 648억원은 오름테라퓨틱을 제외하면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기술특례 바이오·헬스케어 상장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오름테라퓨틱은 미래 추정치가 아닌 기술수출 수익을 반영한 2024년 3분기 말 LTM(Last Twelve Months) 기준 순이익 993억원을 공모가 산정에 활용했다. 이어 카나프테라퓨틱스가 2028년 순이익 224억원, 메쥬가 2028년 순이익 223억원을 각각 공모가 산정 근거로 제시했다. 인벤테라는 2029년 순이익 183억원을 반영했다. 코스모로보틱스는 2028년 순이익 91억원, 리센스메디컬은 2027년 순이익 83억원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산출했다. 파두 사태 이후 기술특례 기업의 순이익 추정은 전반적으로 보수적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바이오 기업공개(IPO) 호황기였던 2021년만 해도 기술특례 바이오·헬스케어 상장사의 평균 추정 순이익은 418억원에 달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313억원, 350억원 수준이었다. 2021년 상장한 네오이뮨텍은 3년 후 1205억원의 순이익을 제시했고 같은 해 상장한 차백신연구소도 2년 뒤 241억원, 3년 뒤 932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 상장한 지아이이노베이션 역시 2024년과 2025년 순이익을 각각 926억원, 472억원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2023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금융당국의 예비 상장사에 대한 실적 추정 검증이 강화되면서 2024년 평균 추정 순이익은 89억원까지 낮아졌다. 지난해에는 기술수출 성과를 반영한 기업이 등장하며 다시 300억원대로 반등했지만 올 상반기 6개사 평균이 다시 낮아진 것이다. 과거 바이오 IPO 호황기처럼 수백억~1000억원대 미래 이익을 공모가에 적극 반영하던 때와 비교하면 미래 실적을 공모가에 반영하는 방식이 한층 신중해졌다는 평가다. 올 상반기 상장 업체들은 할인율 역시 높게 적용했다. 할인율은 미래 추정 순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데 사용하는 수치다. 할인율이 높을수록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는 낮아지고 기업가치도 낮게 산정된다. 통상 할인율이 높을수록 투자자에게 보다 시장친화적인 공모가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래 추정 실적을 활용한 기업 기준 평균 할인율은 지난해 상반기 19.0%에서 올 상반기 22.5%로 높아졌다. 올해 아이엠바이오로직스가 30%로 가장 높았고 인벤테라가 25%, 코스모로보틱스·리센스메디컬·메쥬·카나프테라퓨틱스는 각각 20%를 적용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지씨지놈과 인투셀이 15%, 이뮨온시아가 25%, 로킷헬스케어와 오가노이드사이언스가 20%를 적용했다. 평균 PER 21.3배→28.1배…대형 제약사 비교군 반복 순이익 추정치는 낮아지고 할인율은 높아졌지만 유사기업의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반영한 PER은 오히려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상장사 6곳의 평균 적용 PER은 28.1배로 지난해 상반기 21.3배보다 높아졌다. 미래 실적 전망은 다소 보수적으로 잡았지만 비교기업의 시장 평가가 높아지면서 공모가 산정 눈높이를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PER이 가장 높았던 곳은 코스모로보틱스다. 코스모로보틱스는 피앤에스로보틱스와 라온로보틱스를 유사기업으로 선정해 47.45배의 PER을 적용했다. 리센스메디컬도 원텍, 아스테라시스, 클래시스를 비교기업으로 삼아 31.33배를 적용했다. 인벤테라는 24.34배, 카나프테라퓨틱스는 23.59배,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21.46배, 메쥬는 20.66배를 각각 적용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지씨지놈이 26.04배로 가장 높은 PER을 적용했다. 로킷헬스케어는 25.12배, 인투셀은 21.10배, 오름테라퓨틱은 19.26배, 이뮨온시아는 19.18배,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17.22배였다. 올해는 코스모로보틱스와 리센스메디컬 등 일부 기업의 높은 PER이 평균을 끌어올린 구조다. 대형 제약사와 의료기기 업체를 유사기업으로 삼는 흐름도 이어졌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대웅제약과 HK이노엔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했다. 카나프테라퓨틱스는 종근당, 한미약품, 보령, 온코닉테라퓨틱스를 유사기업으로 제시했다. 신약개발 바이오텍이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이미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을 내는 상장 제약사를 비교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의료기기·디지털헬스케어 기업도 각 사업 영역의 상장사를 비교군으로 활용했다. 리센스메디컬은 원텍, 아스테라시스, 클래시스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메쥬는 메디아나와 인바디를 선정했다. 인벤테라는 동국생명과학과 듀켐바이오를 유사기업으로 제시했다. 코스모로보틱스는 피앤에스로보틱스와 라온로보틱스를 비교군으로 삼았다. 지난해에도 대형 제약사를 비교기업으로 포함하는 방식은 반복됐다. 인투셀은 한미약품, 대웅제약, HK이노엔, 에이프릴바이오를 유사기업으로 선정했다. 이뮨온시아와 오름테라퓨틱은 한미약품과 HK이노엔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도 HK이노엔을 유사기업에 포함했다.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대형 제약사의 시장 평가를 참고하는 구조는 올해에도 유지된 셈이다. 총 공모액 1811억, 전년비 6.1%↓…대형 공모 기업도 감소 추정 순이익이 낮아진 가운데 실제 조달 규모도 줄었다. 올해 상반기 기술특례로 신규 상장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6곳의 총 공모액은 181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기술특례 바이오·헬스케어 상장사 6곳의 총 공모액 1928억원보다 6.1% 감소한 규모다. 올해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한 곳은 아이엠바이오로직스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공모가 2만6000원을 기준으로 520억원을 모집했다. 지난해 상반기 가장 많은 금액을 모집한 오름테라퓨틱 공모액 500억원보다 20억원 많은 수치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2020년 HK이노엔(전 CJ헬스케어) 바이오부문장 출신 하경식 대표가 창업한 항체 기반 신약개발 바이오 기업으로 지난 3월 20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거래소 지정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각각 A등급을 획득하며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본 요건을 갖췄다. 이후 같은 해 10월 거래소에 코스닥시장 상장 예심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 회사는 창업 4년 만에 1조원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2024년 6월 자가면역질환 이중항체 신약 후보물질 'IMB-101'을 미국 네비게이터 메디신에 1조3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이어 2개월 뒤 IMB-101에 대해 중국 화동제약과 4309억원 규모 계약을 맺으며 연이은 기술수출 성과를 거뒀다. 해당 계약은 아이엠바이오로직스가 개발을 주도하고 HK이노엔과 와이바이오로직스가 각각 핵심 기술을 제공한 3자 공동개발 구조로 체결됐다. 카나프테라퓨틱스는 400억원을 조달했다. 카나프테라퓨틱스는 지난 3월 16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이 회사는 총 200만주를 공모했으며 희망 공모가를 1만6000~2만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최종 공모가액이 희망 범위 최상단인 2만원으로 확정되면서 카나프테라퓨틱스는 총 400억원을 모집했다. 카나프테라퓨틱스는 2019년 설립된 신약개발 바이오텍이다. 인간 유전체 기반 약물 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종양미세환경(TME)을 표적하는 면역항암제와 자체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 기반 치료제 등을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보유 중이다. 이 회사는 롯데바이오로직스, GC녹십자, 오스코텍,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등과 공동 연구개발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사업화 기반을 넓혀왔다. 이어 메쥬(291억원), 코스모로보틱스(250억원), 인벤테라(196억원), 리센스메디컬(154억원) 순으로 공모액이 컸다. 메쥬는 희망 공모가 1만6700~2만1600원 가운데 최상단인 2만16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하면서 291억원을 모집했다. 코스모로보틱스도 희망 범위 최상단인 6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해 250억원을 조달했다. 기업별 공모 규모에서도 축소 흐름이 확인된다. 지난해에는 오름테라퓨틱, 지씨지놈, 이뮨온시아 등 3곳이 300억원 이상을 조달했다. 반면 올해 300억원 이상을 모집한 기업은 아이엠바이오로직스와 카나프테라퓨틱스 2곳에 그쳤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지난해보다 대형 공모 기업 수가 줄어든 셈이다. 올해 상반기 바이오·헬스케어 IPO는 조달 규모와 미래 실적 전망을 낮추는 방향으로 조정됐지만 공모가 산정의 부담이 완전히 낮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비교기업의 시장 평가를 근거로 공모가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상장 이후에는 실적과 파이프라인 성과로 기업가치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2026-07-02 06:00:58차지현 기자 -
바이오·헬스 IPO 심사기간 단축…'옥석 가리기'에 양극화[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올 상반기 기술특례로 증시에 입성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이 지난해와 같은 6곳으로 집계됐다. 신규 상장 수는 전년과 동일했지만 상장예비심사 통과까지 걸린 기간은 크게 짧아졌다. 카나프테라퓨틱스는 45영업일 만에 예심을 통과하며 '초단기' 심사 사례를 만들었다. 심사 속도가 빨라졌다고 해서 상장 문턱이 낮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바이오 기업에 대한 선별 심사 기조가 이어지면서 유빅스테라퓨틱스와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는 예비심사 단계에서 자진 철회를 택했다. 공모 과정에서도 평균 2회 이상 증권신고서 정정이 이뤄졌다. 예심 빨라진 기술특례 IPO…카나프·메쥬·아이엠바이오 두 달 내 통과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술특례로 신규 상장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은 6곳이다. 카나프테라퓨틱스, 아이엠바이오로직스, 메쥬, 리센스메디컬, 인벤테라, 코스모로보틱스 등이 해당한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상장한 6개사(오름테라퓨틱,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로킷헬스케어, 이뮨온시아, 인투셀, 지씨지놈)와 동일한 규모다. 상장 기업 수는 전년과 같았지만 예심 소요일에서는 변화가 두드러졌다. 올해 상반기 신규 상장 6곳의 예비심사 평균 소요일은 75.7영업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6곳의 평균 92.2영업일과 비교하면 16.5영업일 단축됐다. 예비심사 청구부터 심사결과 통보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기준으로 17.9% 줄어든 셈이다. 올해 가장 빠르게 예심을 통과한 곳은 카나프테라퓨틱스다. 카나프테라퓨틱스는 지난해 10월 17일 예비심사를 청구했고 같은 해 12월 18일 심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소요 기간은 45영업일이다. 거래소 예비심사 45영업일 처리 원칙에 맞춰 결과를 받은 사례다. 메쥬와 아이엠바이오로직스도 두 달 안팎에 예심을 통과했다. 메쥬는 지난해 10월 1일 예심을 청구한 뒤 같은 해 12월 18일 결과를 통보받아 52영업일이 걸렸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0월 28일 청구 후 올 1월 16일 결과를 받아 57영업일이 소요됐다. 코스모로보틱스도 비교적 빠른 편이었다. 코스모로보틱스는 지난해 9월 12일 예심을 청구했고 같은 해 12월 24일 심사 결과를 받았다. 소요 기간은 69영업일이다. 올 상반기 상장사 6곳 중 4곳이 70영업일 이내에 예심을 통과했다는 얘기다. 반면 인벤테라와 리센스메디컬은 100영업일을 넘겼다. 인벤테라는 지난해 7월 17일 예심을 청구해 12월 24일 결과를 받기까지 109영업일이 걸렸다. 리센스메디컬은 지난해 7월 2일 청구 후 12월 29일 심사 결과를 통보받아 122영업일이 소요됐다. 평균 심사 기간은 줄었지만 기업별 편차는 지속됐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올해 '단기 통과' 기업이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에는 60영업일 이내에 예심을 통과한 기업이 없었다. 오름테라퓨틱과 지씨지놈이 각각 76영업일로 가장 짧았고 인투셀 95영업일, 이뮨온시아 97영업일, 로킷헬스케어 98영업일, 오가노이드사이언스 111영업일 등이었다. 올해는 카나프테라퓨틱스, 메쥬, 아이엠바이오로직스 등 3곳이 60영업일 이내에 심사를 마쳤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90영업일 안팎 심사가 일반적이었다면 올 상반기에는 단 두 달 안팎 만에 예심을 통과하는 초고속 심사 기업이 대거 등장하며 거래소 심사 적체 해소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올해 심사 기간 단축을 두고 거래소가 예비심사 절차를 대대적으로 간소화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바이오 업계에서는 심사 장기화가 기업 생존을 위협한다는 호소가 끊이지 않았다. 심사가 지나치게 길어지면서 임상 일정이나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결국 투자자 신뢰 등 기업 운영 전반에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거래소는 심사 지연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특별심사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는 등 고강도 대응책을 펼쳐왔다. 인력을 보강하고 심사 프로세스를 재정비해 적체된 물량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뒀다. 또 거래소는 기술특례 상장에 한 번 실패한 기업이 재도전할 시 의무 사전 협의 절차를 도입해 사전에 문제점을 점검하도록 했다. 예심은 빨라졌지만 검증은 여전…자진 철회·신고서 정정 반복 다만 심사가 빨라졌다고 해서 규제가 완화됐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예심을 통과한 기업 기준으로는 심사 기간이 줄었지만 당국이 기술수출이나 매출 등 구체적 성과 증명이 미비한 기업에는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 상반기 상장을 추진하던 유빅스테라퓨틱스와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는 예비심사 단계에서 자진 철회를 택했다. 유빅스테라퓨틱스는 지난해 11월 예심을 청구했지만 올해 3월 심사를 철회했다.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도 지난해 12월 예심 청구 이후 올해 6월 자진 철회했다. 두 기업 모두 심사 과정에서 요구되는 사업화 입증 부담이 커진 데다 코스닥 시장 변동성 속에서 기업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상장 일정을 늦춘 것으로 풀이된다. 예심 기간 단축에도 기술성·사업화 가능성·수익화 경로를 둘러싼 거래소 선별 검증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모 단계에서도 보완 요구가 이어졌다. 올 상반기 기술특례 바이오·헬스케어 상장사 6곳의 증권신고서 평균 정정 횟수는 2.5회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6곳 평균 3.0회와 비교하면 소폭 줄었으나 올해에도 기업당 평균 두 차례 이상 신고서를 고쳐 제출했다. 기업별로는 카나프테라퓨틱스가 4회로 가장 많았다. 카나프테라퓨틱스는 예심은 45영업일 만에 통과했지만 공모 과정에서는 가장 많은 정정신고서를 제출했다. 예심 통과 속도와 공모 단계 검증 부담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코스모로보틱스와 메쥬는 각각 3회 정정신고서를 제출했다. 리센스메디컬과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각각 2회, 인벤테라는 1회 정정했다. 지난해에는 이뮨온시아와 오가노이드사이언스가 각각 4회 정정했다. 지씨지놈, 인투셀, 로킷헬스케어는 각각 3회, 오름테라퓨틱은 1회 정정했다. 올해 평균 정정 횟수는 줄었지만 기술특례 기업의 공모가 산정 근거와 위험요인 공시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검토 부담은 계속된 것이다. 거래소 예비심사와 금융감독원 증권신고서 검토는 성격이 다르다. 거래소 예심은 상장 적격성과 기술성, 계속기업 가능성 등을 검토하는 절차다. 증권신고서 심사는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공모 정보의 충실성과 위험요인, 재무 추정, 밸류에이션 근거 등을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올 상반기에는 두 단계의 역할이 분명히 갈리는 모습이다. 올해 상장한 업체의 예심 소요일과 신고서 정정 횟수를 보면 거래소 예심 처리 속도는 빨라진 반면 공모 단계의 공시 보완은 지속됐다. 예심 단계에서는 심사 적체 해소와 절차 개선 효과가 나타났지만 증권신고서 단계에서는 미래 실적 추정과 사업화 가능성, 비교기업 선정, 투자위험 기재 등을 둘러싼 당국의 검증이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2026-07-01 06:00:58차지현 기자 -
이슈 터지면 줄이고 늘리고…공동·위탁생동 정책에 업계 혼선[데일리팜=이탁순 기자] 공동·위탁생동 1+3 제도를 주관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까지 제도 전면 폐지(공동·위탁 생동 허용 금지)에 대해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다. 1+3 제도가 의원 입법을 통한 법률(약사법) 개정 사항이다보니 여당 측에서 공식 의견이 있기 전까지 식약처 스스로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 고시 개정을 추진하면서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에서 두 번이나 제동이 걸렸기 때문에 공동·위탁 생동 제한 정책은 식약처가 완전히 주도권을 잃어버렸다. 더구나 대형 제약사와 중소사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식약처가 주도적으로 밀고 나가기도 부담스럽다. 이에 2021년 7월 1+3 제도가 시행된 이후 5년차에 들어섰지만 제도개선은 커녕 영향 평가 등 연구 계획도 없다. 식약처 관계자는 "공동·위탁 생동 1+3 제도와 관련해 제도 개선이나 영향 평가를 위한 연구 용역 계획은 없다"며 "여당 쪽에서 공식적으로 의견이 오간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단계적 폐지 약속했던 식약처…당시 계획은 잊어버렸다 하지만 지금과 달리 식약처가 고시 개정을 추진할 때는 1+3 시행 3년차에는 공동·위탁 생동시험을 전면 폐지하겠다는 입장이었다. 2020년 4월 규개위에서 철회 권고 결정이 내려진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개정안'에서도 식약처는 규제영향분석서를 통해 전면 허용되어 있는 공동·위탁 생동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명확히 했다. 1차로 공동·위탁생동의 품목 허가 수를 제한(원제조사 1개+위탁제조사 3개 이내)하고, 2차로 3년 경과 후 공동·위탁생동 제도를 완전 폐지(생동자료 허여 불인정)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는 고혈압치료제 원료 '발사르탄'에 비의도적 혼입 불순물(NDMA)이 함유되어 완제품의약품 115품목이 잠정 판매 중지되면서 당시 제약바이오협회 등 제약단체에서도 공동·위탁생동이 시장 난립과 과다경쟁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품목허가 수 제한을 적극 건의한 점이 반영됐다. 당시 제도를 추진했던 식약처 관계자도 "당시엔 제약바이오협회에서 공동·위탁생동 품목허가 수 제한을 적극 건의한데다 약가 개편과 맞물려 복지부에서도 관심이 많아 여러차례 회의를 하며 방안을 수립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2단계인 공동·위탁생동 제도 완전 폐지는 제약협회 내에서도 이견이 있었기에 일단 1단계인 1+3 제한 도입에 더 신경을 썼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정책 입안자나 현재 관리주체들도 공동·위탁생동 제도 완전 폐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거나, 모르겠다는 답변을 하고 있다. 이슈 발생 때마다 늘리고 줄이는 일관성 없는 고무줄 정책 공동·위탁생동 제도 완전 폐지는 여당인 민주당 일각에서 언급되는 수준이지만, 제약업계는 실현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제도가 과거 이슈가 있을 때마다 왔다 갔다 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공동·위탁생동이 최초로 허용됐다. 의약분업 도입에 맞춰 제네릭 진입을 장려하기 위한 조치였다. 2002년에는 무분별한 제네릭 증가를 막기 위해 공동 생동 제한(1+2) 정책이 시행됐고, 대규모 생동 시험 데이터 조작 사태 발생으로 2006년에는 1개 위탁사만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다 다시 2011년 11월에는 공동생동 제한 전면 폐지됐다. 하지만 2018년 고혈압약 불순물 검출 사태로 동일 공장에서 생산된 대규모 제네릭이 판매 금지되는 사태가 발발하면서 규제 재도입 여론이 급부상했다. 이에 식약처가 고시 개정을 통해 단계적 폐지안을 예고했지만, 규개위에 막혀 약사법 개정을 통한 직접 규제로 우회 추진하게 된다. 이렇게 2021년 7월 약사법 개정으로 1+3 규제가 정식 시행된 것이다. 1+3 제도 시행 이후 제네릭 수가 전보다 줄어들긴 했다. 식약처가 제공하는 생물학적동등성 인정품목을 보면 2022년부터 생동인정품목은 200~300건 내외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제도 시행 전 풍선효과로 2019년 1418개, 2020년 1012개 등 제네릭 품목이 급증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연 제도의 순기능만 있었는지는 물음표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 도입을 너무 장기간 예고하는 바람에 업계가 수년 치 제네릭 허가를 한꺼번에 쟁여두는 최악의 풍선효과를 낳았다"며 "2022년 이후 통계상 품목 수가 줄어든 것은 제도의 순기능이라기보다, 이미 2019년과 2020년에 허가받을 수 있는 약은 다 받아두었기 때문에 나타난 기저효과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당시 허가 급증으로 승인된 제품 중 상당수는 실제로 시장에 출시되지도 않은 채 '장롱 면허'처럼 허가증만 유지되고 있거나, 허가권 양도·양수 시장에서 껍데기만 거래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 강화보단 규제 완화에 방점…개량신약 지위 공동 인정 검토 식약처가 규제 강화보다는 규제 완화에 방점을 두고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도 '공동·위탁생동 제도 완전 폐지' 실현 가능성이 낮은 이유다. 특히 식약처는 자료제출의약품에도 1+3을 시행하면서 개발 주관업체에만 개량신약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 현행 규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공동개발사에도 개량신약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제약업계 건의에 최근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제도 개선 모색에 나선 것이다. 식약처는 2021년 공동·위탁 생동 1+3 제도를 시행하면서 자료제출의약품에도 적용했다. 그러면서 2022년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동 개발을 통해 위탁생산된 제품은 개량신약 지위를 불허했다. 개량신약 지위가 불허된 품목은 약가 가산을 받지 못해 공동개발 품목이라도 불이익을 받았다. 실제 5개사 공동개발한 아세클로페낙-에페리손염산염 복합제는 주관사인 아주약품 제품만 개량신약 지위를 인정받으면서 홀로 가산 약가를 적용받고, 나머지 4개사는 가산없이 이보다 낮은 약가를 산정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개량신약 공동개발이 위축된다며 위탁사라도 공동개발사에는 개량신약 지위를 부여해달라고 강력히 건의해 왔다. 이를 식약처가 전향적으로 검토하면서 협의체를 통해 제도개선안이 나올지 제약업계가 기대를 하고 있다. 이런 규제완화 추진 상황에서 '공동·위탁생동 제도 완전 폐지'를 식약처가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다. 제약업계 한 제품개발 임원은 "개량신약 지위 인정 확대 등 규제 완화 움직임이 있는 상황에서 공동·위탁 생동 완전 폐지가 언급되는 건 모순적"이라며 "과거 식약처가 이를 추진했다 해도 현재는 부담이 더 커져서 폐기했던 정책을 다시 꺼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2026-06-25 06:00:59이탁순 기자 -
시장 독식 대형사 Vs 생존 걸린 중소사…공동생동 패권 경쟁[데일리팜=이정환·정흥준 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제네릭 '공동·위탁생동 1+3' 제도 개선안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복잡다단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켰다. 덩치가 크고 연 매출이 높은 중견·대형 제약사들은 위탁생동 폐지에 찬성표를 던지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영세한 중소제약사들은 현행 유지를 관철하는 이분법적 찬반 대립만으로 현상을 해석하는 게 전부가 아니란 얘기다. 단순 제네릭인지 염·제형·복약순응도를 개선한 자료제출의약품·개량신약인지 여부에 따라 공동생동 폐지·축소에 대한 미시적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바이오 CDMO(위탁개발생산)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달리, 공동생동 규제는 사실상 케미컬 CDMO 산업을 위축시키는 차별적 정책이라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23일 제약업계는 정부가 제네릭 규제 정책을 수립할 때 국내 제약산업의 구조적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민국 제약산업이 지향해야 할 최종 목표가 '블록버스터급 혁신신약'일지라도, 현재 서 있는 위치는 아직 단순 제네릭 중심의 산업 생태계라는 게 대다수 국내 제약사들의 중론이다. 특히 전 세계적인 자국 중심 보호무역 기조 강화로 원료약·필수약 수급 불안 문제가 국가적 과제로 부상한 상황에서 공동생동 축소·폐지는 공급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약가제도 개편 잘 작동한다면 공동생동 규제 불필요" 달라진 약가제도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공동생동까지 규제할 필요성은 없다는 의견도 있다. 다품목 등재관리, 기준요건 미충족 패널티 강화 등으로 위수탁이 자연스럽게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약가제도 개편으로 산업의 변화가 이제 막 시작되는 시점이라 공동생동 규제까지 강화해 중소 제약사들을 고사 위기로 밀어붙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국내 중소 제약사 A씨는 “이미 난립한 제네릭 정리는 기등재 약가인하로 한 번 이뤄질 것이고, 신규 제네릭은 다품목 등재 관리로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라며 현장에 미칠 영향을 지켜보며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견·대형 제약사들은 공동생동 규제를 강화해 산업 발전에 높은 수준으로 기여하는 업체들이 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크다. 국내 상위 제약 약가담당자 B씨는 "제네릭 약가인하 제도를 놓고 정부와 제약업계가 줄다리기를 하는 과정에서도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상위 제약사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단순 위수탁 제네릭사 간 이익 차이가 크지 않고 일괄적으로 인하하는 정책이 설계되고 있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있었다"면서 "사실상 제네릭 일괄약가인하를 결정한 지금, 위수탁 제네릭을 축소·폐지해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의 기업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반면, 중소 제약사 약가담당자 C씨는 "몇몇 상위 제약사들이 시장을 독식하고 자기업 이익만 보호하기 위해 무작정 공동생동을 폐지하고 중소사 설 자리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 중"이라면서 "제약산업은 고용 창출, 일자리 창출 효과와 규모가 상당한 분야다. 단편적인 논리로 공동생동을 폐지하면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아야 하는 실직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제네릭 시장 난립을 정리하고, 페이퍼컴퍼니 수준의 업체들을 솎아내야 한다는 취지에서 공동생동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상위 제약사 D씨는 “페이퍼컴퍼니는 물론이고 GMP 인증을 비타민제로 받아 품목허가를 받는 업체도 난립해있다”면서 “문제가 있는 업체들만 핀셋으로 집어내듯 해결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규제 강화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어 D씨는 “약가제도 개편으로 위탁생동 시 약가 패널티가 강화됐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면서 “약가개편과 공동생동 폐지의 정책적 목표는 같다.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하다면 공동생동을 폐지하거나 1+1을 대안으로 가져갈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공동생동 폐지가 시장 난립을 해결할 정답이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차라리 CSO와 리베이트 문제 해결에 행정력을 더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제약사 A씨는 “일부의 문제를 해결하자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전방위적 규제는 좋지 않다”면서 “공동생동의 문제라기 보다 페이퍼컴퍼니 수준의 업체들이 CSO를 통해 기형적인 영업 활동을 하는 것이 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면 자체생동으로의 전환은 제약사 R&D 역량의 비합리적 배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A씨는 “제약사의 자원은 한정돼 있다. 그런데 모든 제약사가 제네릭 자체생동을 하게 된다면, 정작 신약이나 개량신약 개발에 집중해야 할 R&D 자원을 분산하게 된다. 모든 제네릭을 자체 생동하라고 하는 건 산업적인 역량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케미컬 CDMO 차별적 규제...개량신약 등 예외조건 반드시 필요" 정부가 바이오 CDMO(위탁개발생산) 산업은 특별법까지 만들며 전폭 지원하면서, 케미컬(합성의약품) CDMO는 옥죄려는 모순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불만도 있다. 중국, 인도 등 해외시장과 경쟁하기 위해 케미컬 CDMO도 배치 사이즈를 키워야 하는데, 1+3 규제 폐지는 오히려 장애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제약 A씨는 “공동생동 폐지는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역량을 키우려는 케미컬 CDMO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의약품 전체 시장에서 케미컬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바이오 CDMO와는 다른 차별적인 규제를 강화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제네릭 난립을 이유로 1+3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더라도, 개량신약이나 자료제출의약품은 예외 조건을 달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 중견 제약사 허가(RA) 담당자는 "단순 제네릭이 아닌 자료제출약이나 개량신약은 약제에 따라 적게는 100억원에서 많게는 300억원의 임상시험 비용이 소요된다. 이런 경우 공동생동 제도가 임상비용 부담을 낮추는데 유리하게 작용한다"면서 "자료제출약 등 임상시험이 필수인 약제는 1+3 제도를 1+4, 1+5 등으로 지금보다 늘릴 필요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국내 제약산업이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가기 위해서는 결국 캐시카우가 필요하다. 단순 제네릭을 넘어 개량신약 시장을 활성화 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만약 정부가 개량신약에 대해 1+3 공동생동 규제를 더 완화하는 허가 정책을 편다면, 제약사들은 단순 제네릭이 아닌 자료제출약과 개량신약 개발에 힘을 합치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이것만큼 명확한 정부 시그널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2026-06-24 06:00:59이정환·정흥준 기자 -
위탁 제네릭 30%대 약가 추락...딜레마 빠진 중소제약[데일리팜=정흥준 기자]정부의 약가제도 개편과 다품목 등재 관리 방안이 맞물리면서 ‘1+3 위탁생동’은 변곡점을 맞이했다. 자체 생동을 수행하지 않는 위탁 품목들이 직면할 이중 패널티가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전망이다. 제네릭 시장 진입을 위한 ‘가성비 전략’으로서 위탁 생동의 매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뜻이다.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에 담긴 계단식 인하 강화와 다품목 등재 관리 방안으로 위·수탁사의 셈법은 어떻게 달라질까. 우선 주관사의 입장에서 보면 위탁사 모집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계단식 인하 적용 기준이 동일제제 22번째에서 13번째로 강화돼 최저가의 85% 적용 시점이 빨라졌다. 특히 다품목 관리 방안이 신설되면서 동일제제가 14개 이상 될 경우 1년 후 약가는 45%에서 15% 깎인 38.25%로 인하된다. 일차적으로 산정률이 53.55%에서 45%로 낮아졌기 때문에 추가 15% 인하는 더욱 뼈아프다. 오리지널 약가가 1000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14번째를 넘어서면 1년 뒤 약가는 382.5원으로 떨어지는 셈이다. 만약 위탁생동 1개 그룹을 주관사 1곳과 위탁사 3곳이라고 가정한다면, 3개 그룹까지만 다품목 관리에 따른 약가인하를 피할 수 있다. 네 번째 그룹이 되지 않아야 하는 선착순 눈치싸움에서 위·수탁은 자연스럽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시장 규모가 큰 블록버스터 품목은 3개 그룹 이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진입할 것이기 때문에 주관사도 위탁사를 두지 않거나, 위탁사의 숫자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제약사 약가 관계자는 “다품목 등재관리 때문에 (주관사도)위탁을 잘 내주지 않을 것이다. 위수탁 전문 회사들이 아니라면 차라리 높은 약가를 유지하는 편을 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탁생동 약가 패널티 15%→20% 강화...자체생동과 마진감소 기로 다품목 관리 방안뿐만 아니라 자체생동을 하지 않아 받게 되는 기준요건 미충족 패널티도 강화됐다. 정부는 기준 요건 ▲자체 생동시험 자료 제출 ▲식약처 등록 원료약 사용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받게 되는 약가 패널티를 15%에서 20%로 상향했다. 즉, 위탁 생동을 한 품목은 낮아진 산정률 45%에서 또 다시 20%가 인하된 36%의 약가가 적용되는 것이다. 오리지널 약가 1000원을 기준으로 자체 생동 제네릭은 450원, 위탁 생동 품목은 360원을 받게 된다. 약가제도 개편 전까지 위탁생동 제네릭은 산정률 53.55%에서 15%가 인하된 45.52%를 받을 수 있었다. 산정률 인하와 기준요건 패널티 강화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약가가 약 10% 저렴해지는 것이다. 위탁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13번째 이내로 제네릭을 등재하더라도 위탁생동 품목의 마진은 크게 줄어든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만약 위탁생동 제품이 14번째로 등재하며 다품목 관리방안까지 적용될 경우, 약가는 36%가 아니라 30.6%로 떨어진다. 45% 산정률을 받는 제네릭과 비교하면 15% 약가 차이가 벌어지는 셈이다. 결국 위탁을 맡겨오던 제약사들은 자체 생동을 하거나, 큰 폭의 마진 감소를 감당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자금력과 R&D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 제약사들은 고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대로 된 약가를 받기 위해 자체 생동으로 전환하자니 투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다품목 포트폴리오로 승부를 보던 기존 영업 방식으로 모든 품목을 자체 생동으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기존 방식대로 위탁 생동을 유지하자니 30%대 약가와 쪼그라든 마진으로는 기본적인 영업 활동도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기준요건 인하율이 15%에서 20%로 높아졌기 때문에 (위탁생동)약가가 더 크게 벌어지게 됐다. 그래서 자체 생동을 고민하는 제약사들이 여럿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달라진 약가제도로 많은 회사들이 자체생동을 한다면 1+3 규제 강화는 굳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이 예상대로 작동할 것인지는 두고봐야 한다”면서 “비관적으로 보자면 마진이 줄어도 위탁생동을 유지하면서 지금과 같은 제네릭 영업을 이어갈 수도 있다”며 제도 개편의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약가제도로 공동생동에 대한 자율적인 통제가 가능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따라서 수면 위로 오르는 생동 1+3 폐지론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다품목 등재관리로 위수탁 제안이 꺼려지기 때문에 시장은 자연스럽게 조정될 것이다. 굳이 1+3 제도를 폐지하거나 강화하지 않아도 자율 통제가 가능하다”면서 “과거에는 1+1이었다가 제한 없이 전면 풀었다가, 그 뒤 1+3으로 줄였는데 그걸 다시 강화하겠다는 건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2026-06-23 06:00:59정흥준 기자 -
약가개편 이어 '공동생동 폐지론' 부상…제네릭 난립 해법은[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정부여당이 현재 운영중인 제네릭 '위탁(공동)생물학적동등성 시험 1+3' 제도의 선진화 필요성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공동생동 1+3 허용 기준을 지금보다 축소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게 고민 방향성인데, 1개 성분 당 적게는 10여개 많게는 100여개를 초과하는 제네릭이 품목허가를 유지중인 기형적인 의약품 생태계를 쇄신하는 게 배경이다. 더욱이 보건복지부가 국내 제약산업 체질 개선과 건강보험재정 지속 가능성 강화를 목표로 약가제도 개편안을 확정·시행중인 상황에서 공동생동 규제 강화는 개편안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정부여당의 방편으로도 꼽힌다. 기허가 제네릭들의 전반적인 약가인하가 불가피해진 만큼 불필요하게 많이 허가돼 건전한 의약품 유통질서를 훼손하는 단일 성분 다품목 제네릭 허가 환경을 규제 강화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서렸다. 2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약가제도 개편안 후속 조치로 제네릭 난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 모색을 검토중이다. 정부, 1개 성분 당 적정 제네릭 개수 연구 완료…약가인하 후속 규제 가능성 제약업계는 정부가 제네릭 약가제도 인하 개편안과 공동생동 1+3 제도 축소·폐지를 패키지로 기획, 추진을 검토해왔다고 바라보고 있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3년 김동숙 공주대 교수 연구팀과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 개선 방안 마련' 연구과제를 시행하면서 동일성분 별 의약품 약가 차등 기준 개수를 20개에서 변경할 필요성과, 특허 만료 후 제네릭 약가인하율인 53.55%를 손질해야 할 타당성을 연구했었다. 특히 제네릭 등재 순서에 따른 평균 보험청구액 비중과 1개 성분 당 적정 제네릭 품목허가 개수에 대한 분석도 연구에 포함됐었다. 이 중 이번에 복지부가 시행을 확정한 약가인하 개편안은 제네릭 약가 차등 기준 개수 축소와 약가인하율 하향 조정이 포함되고 제네릭 품목허가 개수에 대한 규제는 명확하게 담기지 않았다. 이에 정부여당은 약가제도 개편안 시행 후 이어져야 할 규제로 공동생동 1+3 제도를 축소·폐지하는 방향의 행정이 필요할지 여부를 검토하는 표정이다. 공동생동 폐지는 과거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네릭 무제한 공동생동을 허용했던 규제 환경에서 1개 생동 수탁사 당 3개 위탁사까지만 허용하는 1+3 제도를 적용하며 공동생동 품목 허가 수 제한 정책을 확정했을 때 미리 예정됐던 결과다. 발사르탄 성분 고혈압제에서 불순물(NDMA)이 검출되는 문제가 촉발되면서 복지부, 식약처는 발사르탄 성분 함유 고혈압제 가운데 판매가 중지된 품목수를 분석했는데 영국 5개, 미국 10개, 캐나다 21개인 대비 우리나라는 무려 174개로 확인되면서 공동생동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타당성에 힘이 실렸다. 당시 식약처는 생동성시험과 관련해 1단계 규제로 위탁·공동 생동시험 품목 허가 수를 제한(1+3)하고, 3년이 지난 뒤에는 위탁·공동 생동시험을 전면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었다. 해당 타임라인대로라면 지난 2022년부터는 공동생동 제도가 종식됐어야 하는 셈인데 여러가지 정책적 배경으로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던 격이다. 다품목 제네릭 난립 환경, 공동생동 폐지론 부상 배경…제약계 "산업 위축 우려" 멈춰섰던 공동생동 폐지론에 다시 탄력이 붙게 된 이유는 1개 성분 당 백여개가 넘는 제네릭이 허가되는 환경을 규제해 약가인하 개편안 목적인 제약산업 체질전환과 시너지 효과를 낼 필요성이 정치권에서 제기되면서다. 올해 복지부가 약가제도 개편안을 여당에 보고하는 당정협의 과정에서 '1+3 공동생동' 제도의 전면적인 점검과 폐지 필요성이 국회 측으로부터 흘러나왔다. 직접 생동시험을 진행하며 제네릭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제약사와, 다른 회사의 생동자료를 비용을 지불해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름만 올리는 위탁 제약사가 동일한 약가를 보장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논리가 작용했다. 나아가 국회 다수당인 여당을 비롯한 주요 정책 관계자들 역시 제약 생태계의 혁신적 재편을 위해 1+3 위탁생동 전격 폐지가 가야 할 길이란 입장을 개진하면서 제네릭 중심의 국내 제약사들은 정부여당의 규제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정부여당을 비롯한 국회 정치권은 22대 후반기 국회 원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약가제도 개편한 효과를 극대화하고 국내 제네릭 환경을 선진화 하기 위한 다양한 입법안을 발의할 태세다.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정책실장은 1곳의 제네릭 생동성시험을 수행하는 제약사에게 3곳의 공동위탁 제약사를 허용하는 현행 규제는 복지부 개편 약가제도와 상충지점이 크다며 1+3 공동생동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조원준 실장은 "위탁생동 제도는 폐지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앞서 정부(식약처)도 1+3 제도를 발표하면서 한시적이고 임시적으로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일각에서 1+3 폐지가 일자리 축소로 이어진다는 주장을 하는데, 페이퍼컴퍼니 비중이 큰 위탁 제네릭사가 어떤 산업적·국가정 생산을 유발하는지, 고용 창출 효과를 보이는지 의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약가제도 개편안 확정으로 제네릭 약가인하가 기정사실화 한 상황에서 공동생동을 급격하게 축소하거나 폐지할 경우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해 제약사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제약업계 우려도 있다. 이에 정치권과 정부, 제약업계가 약가제도 개편안 세부 내용을 상호 조율하는데 우선 집중하고 공동생동 폐지 정책은 일부 시간을 두고 숙의를 거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단일 성분, 다품목 허가로 제네릭이 난립하는 환경을 규제해 제네릭에 대한 제약사 책임을 강화하고 비용 투자 등 제약사별 노력에 따라 보상체계를 달리 적용하는 정책을 설계하기 위해 공동생동 폐지 논의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일부 제약사들이 급격한 제도 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충격파를 우려하고 또 일자리 축소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정부가 제약업계와 면밀히 상호 소통할 필요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2026-06-22 06:00:59이정환 기자 -
렉라자, 공익 지배구조의 결실…다음 100년 준비하는 유한재단[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유한양행의 100년은 항암 신약 '렉라자'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외부에서 도입한 초기 후보물질을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했고 국내 항암신약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까지 이끌어냈다. 렉라자는 제품 하나의 성공을 넘어 유한양행이 전통 제약사에서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사로 전환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성과다. 유한양행이 혁신신약을 배출할 수 있었던 건 안정적인 지배구조 덕분이다. 공익재단의 장기 지분 보유와 독립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는 긴 호흡의 연구개발(R&D)과 오픈이노베이션을 뒷받침했다. 이제 유한양행은 렉라자에서 확보한 성과를 후속 신약 개발과 미래 연구인재 육성으로 연결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 100년을 위해 유한양행과 유한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FDA 허가 넘어 글로벌 캐시카우로…렉라자 매출·로열티 본격화 18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렉라자와 존슨앤드존슨(J&J) '리브리반트' 글로벌 합산 매출은 2억5700만 달러로 집계된다. 전년 동기 1억4100만달러 보다 82.3% 급증한 수치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2억1600만 달러와 비교해도 19.0%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렉라자·리브리반트는 미국에서 매출 1억7500만 달러를, 미국 외 지역에서 매출이 8200만 달러를 올렸다. 미국 외 매출은 지난해 1분기 2800만 달러에서 1년 만에 세 배 가까이 확대했다. 렉라자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을 치료하는 3세대 EGFR 티로신키나아제 억제제다. 암세포 증식에 관여하는 변이 EGFR의 신호를 차단한다. 함께 투여하는 리브리반트는 EGFR과 중간엽상피전이인자(MET)를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항체 치료제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암세포 성장 신호를 억제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조합이다. 렉라자·리브리반트는 2024년 8월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서 개발한 항암제가 FDA 허가를 획득한 첫 사례다. 앞서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오스코텍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렉라자 후보물질을 도입했다. 이후 임상개발을 거쳐 2018년 J&J 얀센에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기술수출했다. 렉라자는 2021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처음 허가받았다. 렉라자·리브리반트는 허가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렉라자·리브리반트 합산 매출은 2024년 3억2700만 달러에서 지난해 7억3400만 달러로 124.5% 증가했다. 분기 매출은 2024년 1분기 이후 매 분기 증가하며 최대치를 경신했고 올 1분기에는 처음으로 2억5000만달러를 넘어섰다. 렉라자의 성장은 유한양행의 재무적 성과로 직결된다. 유한양행이 2018년 기술수출 계약 이후 J&J로부터 받은 계약금과 단계별 마일스톤은 총 3억 달러다. 유한양행은 2018년 11월 J&J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업프론트) 5000만 달러를 수령했다. 이후 2020년 4월 병용요법 추가 개발 결정에 따라 3500만 달러, 같은 해 11월 병용요법 임상 3상 투약 개시로 6500만달러를 받았다. 2024년 9월 미국 출시로 6000만 달러, 2025년 5월 일본 출시로 1500만 달러, 같은 해 10월 중국 출시로 4500만 달러를 각각 받았고 지난 5월 유럽 상업화로 3000만 달러를 추가 수령했다. 각각 받았다. 유한양행이 앞으로 받을 수 있는 잔여 경상 기술료(마일스톤)는 6억5000만 달러다. 이와 별도로 렉라자의 글로벌 판매에 따른 로열티도 발생한다. 로열티율은 순매출액의 10% 이상으로 알려잔다. 회사가 개발한 신약이 일회성 기술수출 계약을 넘어 글로벌 판매가 늘어날수록 반복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장기 현금창출원(캐시카우)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렉라자 성과는 유한양행 외형과 수익성 개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유한양행의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은 2조18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49억원에서 1044억원으로 90.2% 뛰었다. 렉라자 기술료 수익 확대에 해외사업 호조까지 더해지면서 외형과 수익성이 함께 개선된 것이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글로벌 영토를 빠르게 확장하는 추세다. 미국 허가·출시 이후 유럽과 일본, 캐나다, 호주, 중국에서 잇달아 승인을 획득했고 일본과 중국에서는 상업화까지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는 영국과 스위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주요국에서도 급여 적용이 이어지면서 미국 외 지역의 매출 기반도 확대하는 모습이다. 임상 경쟁력도 처방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지난해 11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최선호 요법으로 등재됐다. 여기에 기존 정맥주사 대비 투여 시간을 6시간에서 5분 안팎으로 줄인 리브리반트 피하주사 제형이 주요국에서 허가를 획득하면서 환자와 의료진의 부담을 낮출 수 있게 됐다. 이로써 병용요법 시장 침투와 처방 확대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다. 재단 최대주주·전문경영인 체제…장기 R&D·환자 중심 결정 뒷받침 유한양행이 렉라자 결실을 본 원동력으로는 유한양행 특유의 지배구조가 거론된다. 유한재단은 유한양행 지분 15.9%를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회사의 R&D와 영업, 투자, 인사 등 일상적인 경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회사 경영은 이사회와 전문경영진이 맡고 재단은 창업 철학과 공익적 가치의 수탁자이자 장기주주 역할에 집중한다. 특정 개인이나 가족이 재단을 소유하지 않는다는 점이 유한양행의 장기적인 경영 안정성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창업주 일가의 세대 승계나 상속 재원 마련, 경영권 분쟁에 따른 부담이 적은 만큼 유한양행 경영진은 신약개발과 오픈이노베이션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었다. 재단은 안정적인 최대주주 역할을 맡고 전문경영진은 사업 성과에 책임지는 구조가 장기 신약 프로젝트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 됐다는 얘기다. 이 같은 장기·공익 중심 경영 기조는 렉라자 무상공급 프로그램에서도 빛을 발했다. 유한양행은 2023년 7월 렉라자 1차 치료 건강보험 급여 적용 전까지 환자에게 약을 무상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지원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의료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환자에게 급여 적용 시점까지 렉라자를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총 895명 폐암 환자가 330억원 규모 무상 혜택을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 약값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고가 항암제를 급여 적용 전까지 제한 없이 무상 공급하는 것은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쉽게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다. '기업의 이익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의 철학이 유한양행 기업문화와 지배구조에 뿌리내렸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유한양행에 놓인 다음 과제는 렉라자 성공을 후속 성과로 이어가는 것이다. 렉라자에서 확보한 마일스톤과 로열티, 글로벌 임상 경험을 차기 후보물질에 재투자해 '제2·제3의 렉라자'를 지속해서 배출할 수 있는 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유한양행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후속 신약 개발 속도와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지속형 알레르기 치료제 후보물질 '레시게르셉트'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치료제 후보물질 'YH25724' ▲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2형(HER2) 타깃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YH42946' 등 5개 후보물질을 '포스트 렉라자'로 제시, 유망 후보물질의 개발과 사업화를 본격화한다는 목표다. 유한재단은 유한양행 최대주주로서 소유와 경영의 철저한 분리 원칙을 기반으로 전문경영진이 장기 R&D 투자에 몰두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뒷받침하는 '경영 안정판' 역할을 지속할 전망이다. 유한양행이 신약개발을 통해 거둔 성과가 배당으로 재단에 유입되고 다시 장학·복지 등 공익사업에 투입되는 사회환원 선순환도 강화한다. 구체적으로 유한재단은 기존 장학·복지사업을 의료·보건과 돌봄 영역으로 넓혀 가족돌봄 청소년·청년과 암환자 가족, 의료 취약계층, 청년 연구자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공공기관과 의료·복지기관, 전문단체의 역량을 연결해 제도권 지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지속 가능한 해결 방안을 만드는 '공익 플랫폼'으로 발전한다는 포부다. 원희목 유한재단 이사장을 만나 유한양행 100년의 의미와 유한재단이 준비하는 다음 100년의 방향을 들어봤다. 원 이사장은 대한약사회 회장과 제18대 국회의원,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원장,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등을 지낸 보건의료·공공정책 전문가다. 원 이사장은 지난해 6월 유한재단 제10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유한양행이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유일한 박사가 남긴 유산을 어떻게 평가하나. 원 이사장: 유한양행의 지난 100년은 단순한 기업 성장의 역사가 아니다. 국민 건강에 기여하고 정직한 기업 활동을 이어가며 그 성과를 다시 사회로 환원해온 시간이다. 유일한 박사는 기업을 개인의 소유물로 보지 않았다. 기업은 사회의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그 성과를 다시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철학을 실천했다. 종업원지주제 도입과 전문경영인 체제 정착, 전 재산의 사회환원은 '기업은 사회의 것'이라는 정신을 제도와 구조로 남긴 선구적인 결단이었다. 유한재단은 그 정신을 이어받은 기관이다. 유한양행의 성장 성과가 배당을 통해 재단의 장학·복지사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유일한 박사의 사회환원 철학이 지금도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지난 100년의 정신을 기념하는 데 머물지 않고 국민 건강과 연구개발, 보건의료, 청년과 미래세대 지원 등 새로운 시대적 과제에 맞게 발전시켜야 한다. 공익법인 최대주주와 전문경영인 체제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 원 이사장: 핵심은 유일한 박사가 남긴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과 이를 지켜온 유한의 문화다. 유한재단이 유한양행 최대주주라는 사실은 단순한 지분 구조가 아니라 창업 철학이 제도화한 결과다. 유한재단은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건전한 지배구조에 관심을 갖되 일상적인 경영 판단과 사업 운영에는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 전문경영인과 이사회가 책임경영을 수행하고 재단은 설립정신과 공익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큰 방향에서 지켜보는 구조다. 유한양행은 경영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유지하고 재단은 창업정신의 계승자이자 공익적 가치의 수탁자 역할에 집중했다. 특정 개인의 소유나 판단이 아니라 제도와 원칙에 따라 운영돼온 점이 유한양행의 100년 성장을 뒷받침했다. 렉라자 성과를 유일한 박사의 창업철학과 재단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볼 수 있나. 원 이사장: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창업정신을 오늘의 방식으로 실천한 사례다. 과거에는 필요한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국민 건강에 기여하는 방법이었다면 오늘날에는 혁신신약을 개발해 더 많은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렉라자는 국내 연구진과 바이오기업, 유한양행, 글로벌 제약사의 협력이 결합해 탄생했다. 외부의 우수한 기술을 발굴하고 장기간 연구개발을 이어가 글로벌 신약으로 키워냈다는 점에서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 전체에도 의미가 크다. 제약바이오 혁신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실패를 감수하고 긴 시간을 견디며 외부와 협력하고 가능성 있는 연구를 끝까지 밀고 가는 문화가 필요하다. 유일한 박사의 철학이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한다'는 것이었다면 렉라자는 그 철학이 100년 뒤 첨단 신약개발로 구현된 사례다. 기업의 성장 성과가 재단 공익사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인가. 원 이사장: 유한의 구조가 특별한 이유는 기업의 성장 성과가 특정 개인이나 가족에게 귀속되지 않고 배당을 통해 재단의 공익사업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유한양행의 기업가치와 수익 기반이 확대되면 재단의 공익사업 기반도 함께 커지고 그 재원은 장학·교육·복지와 취약계층 지원에 다시 투입된다. 렉라자와 같은 성과는 이 선순환의 의미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기업이 연구개발을 통해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기여하고 그 결실이 다시 사회를 위한 공익사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앞으로는 배당수입을 집행하는 데 머물지 않고 사회 변화에 맞는 공익사업 모델을 만들고 지원 효과를 높여야 한다. 재원을 투명하고 책임 있게 운용하고 청년과 교육, 취약계층 복지, 의료·보건 사각지대 등 도움이 절실한 곳에 보다 정밀하게 배분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예방의학과 정신건강, 의료 접근성, 보건의료 연구와 청년 연구자 지원도 강화하고자 한다. 기업의 성과가 배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공익적 투자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재단의 역할이다. 유한재단이 우선적으로 기여해야 할 분야는 무엇인가. 사회공헌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도 있나. 원 이사장: 유한재단의 기본 축은 앞으로도 장학과 복지다. 다만 경제적 어려움과 돌봄 부담, 심리적 고립, 교육 격차, 건강 문제가 서로 얽혀 있는 만큼 공익사업도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유한의 출발점이 국민 건강에 기여하는 것이었던 만큼 의료·보건은 재단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져야 할 영역이다. 예방의학과 정신건강, 만성질환 관리, 취약계층 의료지원, 암환자와 가족 지원 등으로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단순한 의료비 지원을 넘어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과 돌봄 공백, 정서적 어려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가족돌봄 청소년·청년과 암환자 가족, 의료 접근성이 낮은 취약계층,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보건의료 연구와 청년 연구자 지원도 검토할 계획이다. 재단이 모든 사업을 단독으로 수행하기보다 공공기관과 의료기관, 복지기관, 전문단체와 협력해 필요한 자원을 연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공부조를 대체하기보다 민간재단의 유연성과 신속성을 활용해 제도권의 빈틈을 보완해야 한다. 다음 100년 동안 유한재단이 어떤 기관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하는지. 원 이사장: 유한재단은 단순히 장학금과 복지비를 지급하는 기관을 넘어 사회에 필요한 공익의 방향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기관으로 발전해야 한다. 첫째, 미래 인재를 키우는 재단이 돼야 한다. 장학사업을 단순한 학비 지원에 머물게 하지 않고 청년의 성장과 자립, 사회 기여로 이어지는 인재 양성 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둘째, 공공부조가 미처 닿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다. 가족돌봄 청년과 취약계층 아동·청소년, 위기가구, 고령층, 의료·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을 발굴하고 공공기관·지자체·의료·복지기관과 협력해 필요한 지원을 연결해야 한다. 셋째, 유한의 공익정신을 사회적으로 확산해야 한다. 기업이 정직하게 성장하고 그 성과가 재단의 공익사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모델을 시민과 청년, 기업, 공공기관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유한재단은 사회문제를 먼저 발견하고 필요한 자원을 연결하며 지속 가능한 해결 모델을 만드는 '공익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 정직하게 벌어 사회에 돌려주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실질적인 힘이 되는 것이 다음 100년에도 지켜야 할 가치다.2026-06-18 06:00:59차지현 기자 -
늘어난 신약만큼 쌓여가는 비급여 항암제, 해법은 있나?[데일리팜=손형민·어윤호 기자] 그렇다면, 해법은 있을까? 첨단 신약이 늘어 갈수록 비급여 항암제도 쌓여가고 있는 현실은 환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혁신 항암신약 개발 속도가 빨라질수록 건강보험 급여체계가 감당해야 할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면역항암제와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특이항체, 방사성의약품, 유전자치료제 등 신규 기전 항암신약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암 환자의 생존율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일부 암종에서는 장기 생존을 넘어 완치 가능성까지 논의되는 시대가 열렸지만 건강보험 입장에서는 수억원에 달하는 고가 치료제에 대한 재정 부담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신약 개발과 허가 속도를 현재 급여체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표준치료로 자리잡은 치료제조차 급여 진입까지 수년이 걸리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으며 허가 이후 실제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체감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실제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건강보험에 등재된 항암제 32개의 허가 후 등재까지 소요 기간은 평균 659일로 집계됐다. 약 1년 10개월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이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제네릭 약가 구조 개편을 통한 재정 효율화와 희귀·중증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약가 유연계약제 도입, 위험분담제 확대 등을 통해 혁신신약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돈이 아니라 가치의 문제"…급여 평가체계 변화 요구 공감대 의료계는 항암신약 급여 논의를 단순한 재정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급여 논의 과정에서는 여전히 재정 영향이 가장 강력한 변수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인식이다. 한 종양내과 전문의는 "최근 급여 평가를 보면 치료 효과보다 예상 청구액 규모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특히 환자 수가 많은 암종은 약효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재정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급여 논의가 길어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환자 수가 많을수록 오히려 급여 진입이 어려워지는 역설적인 상황도 나타난다"며 "생존 혜택이 입증된 치료제조차 재정 문제 때문에 접근성이 제한되는 구조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암질심 참여 전문가는 항암신약 급여 평가를 두고 "돈을 따지는 과정이 아니라 가치에 가격표를 붙이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비용효과성은 단순히 약값이 높다, 낮다를 따지는 개념이 아니다. 생존 연장과 삶의 질 개선, 완치 가능성에 대해 얼마만큼의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를 결정하는 과정"이라며 "우리나라 1인당 GDP 수준인 약 3만6000달러 정도를 기준으로 논의하는 경우가 많지만 중증질환 영역에서는 그 두 배 수준인 7만달러 이상도 수용 가능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3만6000달러 이하라면 비교적 수용 가능성이 높고, 7만달러를 넘어가면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그 사이 영역은 결국 어떤 가치를 우선할 것인지의 문제"라며 "이는 과학적 판단이라기보다 사회적 선택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현재 급여 평가 체계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적잖다. 현재 암질심 결과는 급여기준 설정, 급여기준 미설정, 재논의 등의 형태로 공개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요소가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급여기준 미설정이라는 결과만 공개될 뿐 임상적 근거 부족 때문인지, 비용효과성 문제인지, 재정 영향 때문인지 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다음 심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피력했다. 이어 "급여 평가가 재정과 환자 접근성 사이 균형을 찾는 과정이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할 경우 결과에 대한 수용성도 낮아질 수 있다"며 "평가 기준과 판단 근거를 보다 투명하게 공유하는 방향의 논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네릭 약가 개편…재정 절감 넘어 혁신신약 재투자 관건 정부가 추진하는 약가제도 개편 역시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제네릭 약가 인하를 통해 확보한 재정이 혁신신약 접근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급여 체계가 치료 가치를 보다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게 된다면 이번 개편은 단순한 재정 절감 정책을 넘어 환자 중심 제도 개편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5%로 낮추는 방안을 확정했다. 동시에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높은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해서는 약가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제네릭 중심 시장 구조를 개선하고 연구개발 중심 산업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은 단순 약가 인하 정책이라기보다 산업 구조 재편의 성격이 강하다"며 "연구개발 투자가 부족한 기업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신약 개발 역량을 갖춘 기업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약가인하로 확보한 재정을 다시 혁신신약과 연구개발 투자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가 중요하다"며 "절감 효과만 강조되고 실제 접근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제도 개편의 명분도 약해질 수 있다"고 피력했다. 약가인하로 확보한 재정이 단순 산업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혁신신약 접근성과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성 강화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영역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RSA 확대·약가 유연계약제…환자 접근성 높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위험분담제(RSA)와 약가 유연계약제 확대다. 위험분담제는 고가 신약의 재정 부담을 정부와 제약사가 분담하는 제도로 국내에서는 이미 다수의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가 이를 통해 급여권에 진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환급형 중심 RSA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급여 진입 이전 단계에서 거의 모든 판단을 끝내려는 구조"라며 "결과적으로 환자는 더 오래 기다리고 제도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정 수준의 불확실성을 수용하고 먼저 환자 접근성을 확보한 뒤 실제 사용 데이터를 통해 효과를 평가하고 약가를 조정하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일 수 있다"며 "앞으로는 급여 전 심사보다 급여 후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임상적 유용성 측면에서는 평가 기준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전체생존기간(OS)이 가장 중요한 임상적 근거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장기 생존과 재발 방지, 삶의 질 개선 등 다양한 가치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주요 혁신신약들은 OS 데이터가 성숙하지 않은 단계에서도 무진행생존기간(PFS) 개선, PFS2의 긍정적인 경향, 무질병생존기간(iDFS) 개선 등 장기 생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종양내과 전문의는 "고형암에서 OS는 여전히 중요한 지표지만 최근 항암 치료 환경에서는 그것만으로 모든 가치를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장기 생존 환자가 늘어나고 후속 치료 옵션도 다양해지면서 과거보다 OS 해석 자체가 복잡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난치암이나 희귀암의 경우 환자 수가 적고 예후가 좋지 않아 OS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질환 특성과 미충족 의료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OS만 절대적인 기준으로 적용할 경우 환자들이 새로운 치료 기회를 얻기까지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적응증 확대가 빠른 면역항암제와 ADC를 중심으로 기존 급여 체계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키트루다는 국내 허가 적응증만 35개에 달한다. 하나의 품목이 사실상 수십 개 치료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적응증이 늘어날수록 급여 심의 역시 반복된다는 점이다. 하나의 적응증이 암질심이나 약평위 단계에서 장기간 논의될 경우 후속 적응증 역시 순차적으로 심의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혁신신약의 개발 속도와 급여 심의 속도 사이 간극이 커질수록 환자 접근성 문제도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적응증별 약가제도(Indication-Based Pricing) 도입을 주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는 하나의 약물이 여러 적응증을 보유하더라도 동일한 약가 체계가 적용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적응증에 따라 치료 효과와 환자 규모, 비용효과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단순 환급형을 넘어 성과 기반 위험분담계약 확대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 국내 RSA는 예상 청구액 환급이나 총액제한 방식이 중심이지만 해외에서는 실제 치료 성과에 따라 제약사가 비용 일부를 부담하는 성과 기반 계약 모델도 확대되는 추세다. 결국 항암신약 급여 논의는 단순히 약값을 조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생존 연장과 완치 가능성, 환자 접근성 등 새롭게 등장한 치료 가치를 제도가 얼마나 담아낼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신약의 허가 여부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환자가 실제 치료 혜택을 얼마나 빠르게 받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급여 체계 역시 치료 환경 변화에 맞춰 유연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2026-06-17 06:00:59손형민 기자, 어윤호 기자 -
유한양행 100년의 버팀목…'소유-경영' 분리가 이끈 혁신[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유한양행에는 늘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1936년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했고 1962년 제약 업계 최초로 주식을 상장했다. 1969년에는 창업주 일가가 아닌 내부 출신 인사에게 경영을 맡기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열었다. 이후 국내 첫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항암신약까지 탄생시켰다. 그야말로 한국 제약산업의 변화를 앞장서 이끈 기업이다. 이 같은 성과의 비결은 소유와 경영을 철저히 분리한 지배구조에 있다. 유한양행 최대주주는 창업주가 보유 주식과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 만든 공익법인 유한재단이다. 재단은 회사 지분을 장기 보유하되 일상 경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한다. 이로써 안정적인 지배구조 아래 장기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가는 동시에, 기업의 성장 과실을 다시 사회공헌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았다. 기업은 사회의 것…주식과 경영권 내려놓은 유일한 박사 유한재단의 뿌리는 유한양행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가 1965년 출연해 조성한 유한교육신탁기금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 박사는 평생을 바쳐온 교육·장학사업과 사회원조사업을 영속적인 제도로 정착하기 위해 1970년 개인 주식 8만3000여주를 기탁해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신탁기금'을 공식 발족했다. 이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창업주가 회사 지분과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유 박사는 기업을 가족의 재산이 아닌 사회의 자산으로 봤다. 회사에서 얻은 부와 성과 역시 후손에게 남기기보다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유 박사의 이런 철학은 1971년 별세 후 공개된 유언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유 박사는 장남에게 "대학까지 공부시켰으니 앞으로는 스스로 살아가라"는 뜻을 남겼다. 어린 손녀에게는 대학 졸업 때까지 필요한 학자금 1만 달러만을 지원하도록 했다. 외동딸 유재라 여사에게 맡긴 유한공고 주변 토지 5000평 역시 개인 재산으로 사용하지 않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유한동산'으로 조성하도록 했다. 가족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기반만 남기고 나머지 재산을 사회에 귀속한 것이다. 유 박사가 생전 공익기관에 출연한 개인 주식은 당시 유한양행 발행주식의 40%에 달한다. 기업 이익 일부를 기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회사의 소유권 자체를 공익 영역으로 옮겼다는 데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창업주의 뜻이 후대에도 흔들리지 않고 이어질 수 있는 재단의 지속 가능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신탁기금은 1977년 공익법인 관련 법률에 따라 재단법인 유한재단으로 전환됐다. 보유 주식 일부는 교육사업을 담당하는 유한학원과 나눴다. 기업은 유한양행이, 공익사업은 유한재단이, 교육사업은 유한학원이 담당하는 사회환원 체계가 갖춰졌다. 이후 유 박사의 뜻은 외동딸 유 여사에게로 이어졌다. 유 여사는 1977년부터 유한재단 이사장을 맡아 장학·복지사업을 이끌었고 1991년 별세를 앞두고 당시 시가 200억원 상당 전 재산을 재단에 기증했다. 이후 유 박사 여동생이자 간호계 원로인 유순한 여사와 유한양행도 주식과 재산을 추가로 출연했다. 창업주 한 사람의 결단에서 시작된 사회환원 정신이 가족과 회사로 이어진 셈이다. 국민 건강이 먼저…'건강입국'에 바친 독립운동가의 뚝심 유 박사는 1895년 평양에서 6남 3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부친 유기연의 영향으로 일찍이 개화사상과 나라 없는 민족의 현실을 접했다. 아홉 살이던 1904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네브래스카주에서 생활했고 1909년 독립운동가 박용만이 세운 한인소년병학교에 입학해 군사훈련과 민족교육을 받았다. 이후 미시간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며 신문 배달과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마련했다. 낯선 땅에서 학업과 생계를 스스로 책임졌지만 조국 독립에 대한 관심은 계속됐다. 유 박사는 1919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한인자유대회에 참여해 한국의 독립 의지를 알리는 결의문 작성과 낭독에 나섰다. 대학 졸업 후에는 식품회사 라초이를 세워 사업가로 성공을 거뒀지만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1926년 유 박사가 귀국했을 당시 식민지 조선은 가난과 질병에 시달렸고 의약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유 박사는 '건강한 국민만이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주권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제약업을 선택했다. 같은 해 12월 서울 종로에 유한양행을 설립한 유 박사는 초기 미국 의약품 공급을 시작으로 자체 생산과 제품 개발로 사업을 넓히며 기업을 통해 국민 건강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철학을 본격적으로 실천하기 시작했다. 유 박사가 세운 경영 원칙은 분명했다. 기업은 개인과 철저히 분리돼야 하며 투명경영과 성실납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것. 그는 정실인사를 배격하기 위해 가족과 관계마저 엄격하게 구분했고 경영은 혈연이 아닌 능력과 책임에 따라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철학은 1936년 종업원 지주제 도입으로 구체화됐다. 유 박사는 개인기업이던 유한양행을 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임직원에게 회사 주식을 나눴다. 창업주와 가족이 회사 주식을 독점하던 당시 관행과 달리 종업원을 피고용인이 아닌 기업의 공동 소유자로 참여시킨 것이다. 기업 성장의 과실을 구성원과 공유하는 동시에 창업주 개인에게 집중된 소유권을 분산한 조치였다. 종업원 지주제는 일회성 조치에 머물지 않았다. 유한양행은 1973년 이를 사원지주제로 공식화하고 직급과 근무연한을 기준으로 직원들에게 주식을 배분했다. 이듬해에는 6만7500주를 추가 배정하며 직원의 경영 참여 기반을 넓혔다. 이에 따라 직원의 경영 참여와 성과 공유를 뒷받침하는 틀이 갖춰졌다. 인사에서도 혈연과 연고보다 능력과 전문성을 우선했다. 유한양행은 1957년 제약업계 최초로 사원을 공개 모집하고 의사·약사에게 의약품 정보를 전문적으로 전달하는 '디테일맨' 제도를 도입했다. 공개채용으로 선발한 9명에게 한 달간 제품과 약리 지식, 영업윤리 등을 교육한 뒤 현장에 배치했다. 연고가 아닌 능력을 기준으로 인재를 선발하고 육성하는 원칙이 이때부터 자리 잡았다. 소유 분산은 1962년 기업공개로 이어졌다. 유한양행은 자금 조달이 시급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국내 제약사 가운데 처음으로 주식을 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주주가 늘어나면 경영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내부 반대가 있었지만 유 박사는 기업이 한두 사람의 손에 머물러서는 장기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종업원에게 나눈 소유권을 일반 투자자에게까지 확대하면서 자본과 경영의 분리를 한층 강화했다. 1969년에는 경영권도 혈연에서 떼어냈다. 유 박사는 부사장으로 근무하던 장남 유일선 씨를 비롯한 친인척을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게 하고 평사원으로 입사해 내부에서 성장한 조권순 전무에게 사장직을 맡겼다. 창업주가 생전에 가족 승계를 포기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공식화했다는 얘기다. 전문경영인 체제는 이후 유한양행 경영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유한양행 역대 대표이사 대부분이 공채로 입사해 회사 내부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들이다. 사장 임기는 3년이며 한 차례 연임을 포함해 최대 6년으로 제한된다. 내부 승진을 통해 경영의 연속성을 유지하되 특정 경영인에게 권한이 장기간 집중되는 것을 막는 구조다. 종업원 지주제와 기업공개로 소유를 분산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경영권을 분리한 뒤, 재단에 지분을 귀속하며 현재의 지배구조가 안착한 것이다. 최대주주는 재단, 경영은 전문경영인…유한양행 100년 지킨 분리 원칙 유한재단은 3월 말 기준 유한양행 지분 15.9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유한재단의 성격은 일반 기업의 최대주주와 다르다. 재단법인은 주식회사가 아니어서 재단 자체를 소유하는 개인 주주가 없다. 특정 개인이나 가족이 재단 지분을 보유하거나 재단 재산을 상속받을 수도 없다. 유한재단이 보유한 유한양행 주식과 여기서 발생하는 배당수익의 최종 수혜자가 특정 개인이 아니라는 의미다. 유한양행의 경우 유한재단이 창업주 일가의 지배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제약사 공익법인과 차별화된다.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주요 상장 제약사 16곳 산하 공익법인 21곳 가운데 20곳이 제약사나 지주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15곳 제약사에서 창업주나 오너 2·3세, 배우자 등 오너일가가 이사장 또는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대웅재단과 JW이종호재단, 가송재단 등은 오너 2·3세가 직접 이사장을 맡고 있다. 녹십자그룹과 광동제약, 동아쏘시오그룹 산하 재단에도 오너 후계자가 이사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재단 보유 지분이 오너일가 개인 지분과 결합해 그룹 지배력을 보완하는 구조다. 한미약품그룹의 경우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특정 주주 측 우호지분 역할을 하면서 공익법인 의결권 행사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반면 유한재단 이사회에 창업주 후손이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재단 보유 지분이 창업주 일가의 개인 지분과 결합돼 경영권을 뒷받침하는 방식과도 거리가 멀다. 현재 유한재단은 원희목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 10명과 감사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유한양행 전·현직 경영인은 이정희 이사와 조욱제 이사 2명이다. 회사 사정을 잘 아는 전문경영인이 재단과의 연결 역할을 맡되 외부 인사가 이사회의 다수를 구성하는 형태다. 재단 수장도 유한양행 퇴임 경영진이 관행적으로 이어받지 않는다. 유한재단은 2004년 제5대 한배호 이사장 이후 정원식 전 국무총리와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 한승수 전 국무총리,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를 거쳐 원희목 이사장까지 6대 연속 외부 인사에게 운영을 맡겼다. 회사와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이사장직을 창업주 일가나 특정 경영인의 영향력 아래 두지 않는 운영 원칙을 이어온 것이다. 이 같은 지배구조는 '사람 중심 경영'이 뿌리내리는 토양이 됐다. 유한양행은 창업 이후 100년 동안 한 차례의 노사분규도 겪은 적이 없다. 전국적으로 노동 운동과 노사분규가 폭발했던 1987년 단 한 건의 탄압이나 갈등이 없었으며 IMF 외환위기(1998년)와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같은 거대 경제 위기 속에서도 고용 조정 없이 노사 대타협으로 위기를 극복해 냈다. 직원을 기업의 공동 주체로 보는 경영 기조 아래, 회사 내부에서 경영진과 직원을 사용자와 노동자로 구분하는 '노사'(勞使) 대신 모두가 함께 일하는 구성원이라는 의미의 '노노'(勞勞) 정신을 강조해온 영향이다. 2025년 기준 임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12년8개월에 달한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경영 안정뿐 아니라 구성원의 장기근속과 조직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공익법인이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전문경영진이 독립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지배구조는 혁신 신약개발의 기반으로도 작용했다. 구성원의 장기근속이 연구 경험과 전문성의 단절을 막고 조직 내에 축적되면서 유한양행은 긴 시간이 필요한 신약개발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다. 경영진도 특정 개인의 이해나 단기 실적 압박보다 회사의 장기 전략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내렸다. 유한양행의 지배구조는 공익재단이 기업의 장기 주주로 자리하는 덴마크 산업재단 모델과 닮았다. 전 세계를 뒤흔든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개발한 덴마크 노보노디스크는 노보노디스크재단이 지주회사 노보홀딩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노보홀딩스가 노보노디스크와 노보네시스의 지배주주로 참여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노보홀딩스는 두 회사의 의결권 70% 이상을 확보해 안정적인 지배력을 유지하는 한편 배당과 투자수익을 생명과학 연구와 대학·병원 지원, 바이오기업 투자에 다시 투입한다. 노보노디스크가 창업주 일가의 세대 승계나 지분 매각 부담 없이 장기 연구개발과 산업 생태계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배경이다. 유한양행 역시 덴마크 못지않게 일찍이 소유와 경영을 철저히 분리하는 거버넌스 기틀을 완성한 셈이다. 재단은 안정적인 최대주주 역할에 집중하고 경영진은 정해진 임기 안에서 사업 성과를 책임지는 체제 덕분에 유한양행은 창업주 일가 상속이나 경영권 분쟁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 성장에 집중할 수 있었다. 창업주가 남긴 청지기 정신과 유한재단은 유한양행이 '오너 없는 회사'로 한 세기를 버티고 혁신 신약 성과까지 일군 핵심 동력이 됐다.2026-06-17 06:00:58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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