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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코스닥 30년, 화려한 기념식보다 중요한 것

  • 차지현 기자
  • 2026-07-07 06:00:40
  • 요약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이립(而立). 서른 살을 이르는 말이다. 공자는 서른에 뜻을 세우고 스스로 설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코스닥이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1996년 341개 기업으로 출발한 코스닥은 지난해 기준 1827개 기업이 상장한 시장으로 커졌고 시가총액은 개장 당시 7조원에서 지난달 기준 580조원 규모로 확대됐다.

숫자로 보면 코스닥은 지난 30년간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이립의 나이에 들어선 시장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부실기업 퇴출 지연과 불성실공시, 반복적인 자금조달, 우량기업 저평가 등 누적된 문제가 시장 신뢰를 흔들어왔다. 현재 코스닥은 외형 성장의 단계를 넘어 성숙도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 앞에 놓여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체질 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당국은 상장 유지요건 강화와 세그먼트 도입, 밸류업, 기술특례상장 고도화 방안 등을 잇따라 내놨다. 이를 통해 부실·한계기업은 신속히 걸러내고 우량기업은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코스닥의 본래 역할인 '모험자본 시장'의 성격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코스닥의 존재 이유는 이미 완성된 기업만 골라내는 데 있지 않다.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그 기업들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이번 정책대로 선별과 퇴출에만 무게를 두다 보면 성장 시간이 필요한 기업까지 한계기업으로 묶일 수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처럼 연구개발 기간이 길고 사업화까지 시간이 걸리는 업종은 단기 실적이나 재무지표만으로 평가받을 경우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아직 성과가 숫자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성장기업이 위험기업처럼 비칠 수 있다는 얘기다.

세그먼트 도입도 마찬가지다. 우량기업을 따로 구분해 제대로 평가받게 하겠다는 취지는 타당하다. 다만 우량기업과 관리 대상의 기준이 불명확하면 시장 내 낙인 효과가 생길 수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 성장 전략보다 어느 군에 들어가느냐, 관리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느냐가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코스닥 시장의 체질 개선과 투자자 보호가 시급한 과제라는 점에는 십분 공감한다. 그럼에도 제도 개혁이 기업을 나누고 솎아내는 방식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당국이 해야 할 일은 어떤 기업을 퇴출할지 정하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기업에 시간을 줄 것인지 구분하는 일이다. 부실기업은 과감히 걸러내되 제약바이오처럼 사업화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업종에는 산업 특성을 반영한 정교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30주년을 맞은 코스닥에 필요한 것은 화려한 기념식보다 분명한 원칙이다. 우량기업을 키우고 한계기업을 솎아내는 일은 필요하지만 그 기준은 모험자본 시장이라는 코스닥의 본래 역할을 지키는 방향이어야 한다. 다음 30년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기업을 걸러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혁신기업이 시장 안에서 버티고 성장했느냐로 평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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