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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코스닥 30년, 화려한 기념식보다 중요한 것[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이립(而立). 서른 살을 이르는 말이다. 공자는 서른에 뜻을 세우고 스스로 설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코스닥이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1996년 341개 기업으로 출발한 코스닥은 지난해 기준 1827개 기업이 상장한 시장으로 커졌고 시가총액은 개장 당시 7조원에서 지난달 기준 580조원 규모로 확대됐다. 숫자로 보면 코스닥은 지난 30년간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이립의 나이에 들어선 시장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부실기업 퇴출 지연과 불성실공시, 반복적인 자금조달, 우량기업 저평가 등 누적된 문제가 시장 신뢰를 흔들어왔다. 현재 코스닥은 외형 성장의 단계를 넘어 성숙도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 앞에 놓여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체질 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당국은 상장 유지요건 강화와 세그먼트 도입, 밸류업, 기술특례상장 고도화 방안 등을 잇따라 내놨다. 이를 통해 부실·한계기업은 신속히 걸러내고 우량기업은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코스닥의 본래 역할인 '모험자본 시장'의 성격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코스닥의 존재 이유는 이미 완성된 기업만 골라내는 데 있지 않다.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그 기업들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이번 정책대로 선별과 퇴출에만 무게를 두다 보면 성장 시간이 필요한 기업까지 한계기업으로 묶일 수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처럼 연구개발 기간이 길고 사업화까지 시간이 걸리는 업종은 단기 실적이나 재무지표만으로 평가받을 경우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아직 성과가 숫자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성장기업이 위험기업처럼 비칠 수 있다는 얘기다. 세그먼트 도입도 마찬가지다. 우량기업을 따로 구분해 제대로 평가받게 하겠다는 취지는 타당하다. 다만 우량기업과 관리 대상의 기준이 불명확하면 시장 내 낙인 효과가 생길 수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 성장 전략보다 어느 군에 들어가느냐, 관리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느냐가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코스닥 시장의 체질 개선과 투자자 보호가 시급한 과제라는 점에는 십분 공감한다. 그럼에도 제도 개혁이 기업을 나누고 솎아내는 방식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당국이 해야 할 일은 어떤 기업을 퇴출할지 정하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기업에 시간을 줄 것인지 구분하는 일이다. 부실기업은 과감히 걸러내되 제약바이오처럼 사업화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업종에는 산업 특성을 반영한 정교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30주년을 맞은 코스닥에 필요한 것은 화려한 기념식보다 분명한 원칙이다. 우량기업을 키우고 한계기업을 솎아내는 일은 필요하지만 그 기준은 모험자본 시장이라는 코스닥의 본래 역할을 지키는 방향이어야 한다. 다음 30년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기업을 걸러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혁신기업이 시장 안에서 버티고 성장했느냐로 평가될 것이다.2026-07-07 06:00:40차지현 기자 -
[기자의 눈] 바이오USA, 이제는 결과를 말할 때[데일리팜=황병우 기자] 바이오USA가 끝나면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글로벌 기업과 수십 건의 미팅을 진행했고, 파트너링을 확대했으며, 기술이전에 대한 관심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이어진다. 하지만 시장이 궁금한 것은 행사장에서 누구를 만났느냐가 아니다. 그 만남이 지금 어디까지 이어졌느냐다. 물론 이를 단순한 홍보 문구로만 볼 일은 아니다. 바이오USA는 대표적인 글로벌 파트너링 무대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 이 자리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글로벌 기업과 미팅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활동인 것도 사실이다. 신약 개발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산업이다. 글로벌 제약사와 논의가 이뤄졌다고 해서 곧바로 계약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의미 있는 논의가 진행되더라도 비밀유지 계약, 추가 실사, 데이터 검토,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기 전까지 외부에 공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바이오USA 이후 반복되는 낙관적 표현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매년 행사 직후마다 "글로벌 관심을 확인했다", "파트너링 논의를 확대했다", "기술이전 가능성을 높였다"는 설명이 반복된다면 시장이 궁금해하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관심을 받았다는 말보다 중요한 것은 이후 어떤 논의가 이어졌는지다. 미팅이 있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진전 여부다. 바이오USA 참석이 일회성 이벤트인지, 실제 사업개발 전략의 일부인지도 결국 행사 이후의 움직임에서 드러난다. 글로벌 파트너링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요소 역시 단순한 기술 소개에 머물지 않는다. 후보물질 하나의 가능성뿐 아니라 플랫폼의 확장성, 후속 파이프라인, 임상 개발 역량, 반복적인 글로벌 접점 형성 능력까지 함께 검토된다. 현장에서 파트너링 논의를 진행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연속성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이오기업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다. 시장은 빠른 성과를 요구하지만 기술이전이나 공동연구 계약은 속도전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초기 미팅 이후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검토가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행사 직후 당장 계약을 공개하지 못했다고 해서 성과가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하지만 반대로 행사 참석 자체가 성과처럼 소비되는 흐름도 경계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기술 경쟁력이 검증됐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파트너링 미팅의 양만큼 중요한 것은 논의의 질이고, 현장 반응보다 중요한 것은 후속 검증이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바이오USA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넓히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특히 바이오 분야의 자본시장 침체와 기술특례 상장 이후 검증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해외 파트너와의 접점 확대는 기업가치와 생존 전략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글로벌 기업과의 대화 경험은 기술의 위치를 확인하고 개발 방향을 조정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이제는 표현보다 결과를 축적해야 할 시점이다. '논의 확대'가 실제 추가 미팅으로 이어졌는지, '관심 집중'이 데이터 요청이나 공동검토로 전환됐는지, '파트너링 강화'가 다음 행사에서도 이어지는 연속적 관계로 남았는지 살펴봐야 한다. 바이오USA는 매년 반복된다. 그래서 더 중요하다. 한 번의 참가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해에도 같은 기술을 더 성숙한 데이터로 설명할 수 있는지, 같은 파트너와 더 깊은 논의를 이어갈 수 있는지, 그리고 시장에 약속한 방향을 실제 결과물로 보여줄 수 있는지다. 바이오USA의 진짜 성과는 행사가 끝난 뒤 증명된다.2026-07-03 06:00:42황병우 기자 -
[기자의 눈] 탈모약 급여 논의가 남긴 질문[데일리팜=손형민 기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탈모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환자에게는 적지 않은 심리적·사회적 부담을 안겨준다. 치료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돼 왔고, 이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반면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안에서 급여의 우선순위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탈모를 단순히 미용의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우울감이나 대인관계 위축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고, 젊은 연령층일수록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급여화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다만 건강보험이라는 제도 안으로 들어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건강보험은 필요한 모든 치료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결국 한정된 재정 안에서 무엇을 먼저 보장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따라서 급여 여부는 질환의 중증도와 미충족 의료수요,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재정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최근 취재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접한 화두 중 하나는 건강보험 급여의 높은 문턱이었다. 혁신 항암제는 허가를 받고도 급여까지 수년을 기다리는 경우가 적지 않고 희귀질환 치료제 역시 비용효과성이라는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해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놓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치매 치료 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증상이 악화된 이후 대응했던 시대에서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지만 새로운 치료제가 실제 환자에게 도달하기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은 여전히 소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고령층 예방접종 확대 논의는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비만 치료 역시 만성질환 관리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커지고 있지만 정책 변화는 제한적이다. 여기에 언급하지 못한 과제들까지 더하면 건강보험 보장을 둘러싼 논의는 계속 쌓여가고 있다. 의료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새로운 치료제는 끊임없이 등장하지만 이를 어떤 원칙으로 건강보험 안에 담아낼 것인지는 여전히 결정하기 쉽지 않은 숙제다. 물론 질환마다 특성이 다르다. 환자 규모도 다르고 질병 부담과 치료 목적도 상이하다. 탈모와 암, 희귀질환, 치매를 단순히 같은 저울 위에 올려놓고 우선순위를 정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급여 논의의 원칙까지 달라져서는 안된다. 어떤 질환은 사회적 관심이 높다는 이유로 빠르게 공론화되고, 어떤 치료는 충분한 임상적 근거를 갖추고도 재정 부담을 이유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면 건강보험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의문은 계속 제기될 수밖에 없다. 탈모약 급여화 논의가 남긴 질문도 여기에 있다. 탈모를 급여화할 것인지 아닌지를 넘어 건강보험이 어떤 원칙으로 보장 범위를 넓혀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건강보험은 국민 모두가 보험료를 함께 부담하는 사회보험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급여를 결정할 때마다 더욱 신중한 우선순위가 요구된다.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는 사회적 관심이나 정치적 필요보다 의료적 필요성과 환자 혜택, 재정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원칙 위에서 결정돼야 한다. 그 기준이 분명할수록 앞으로 이어질 급여 논의도 더 큰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2026-07-02 06:00:40손형민 기자 -
[기자의 눈] 창고형약국이 약사사회에 던진 진짜 '화두'[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약사사회의 가장 큰 화두를 꼽으라면 단연 창고형약국이다. 창고형약국 개설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 새로운 형태의 약국이 등장했다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일반의약품 가격 경쟁과 난매, 소비자 신뢰, 약사의 전문성, 유통 질서까지 그동안 수면 아래 머물러 있던 여러 문제를 한꺼번에 끌어올렸다. 사실 이 같은 문제들이 하루아침에 생긴 것은 아니다. 일반의약품 가격 편차는 오래전부터 존재했고,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한 과도한 가격 경쟁도 꾸준히 이어져 왔다. 소비자들은 같은 의약품이라도 약국마다 큰 가격 차이를 경험했고 약사들 역시 가격 경쟁과 전문성 사이에서 고민을 반복해 왔다. 그럼에도 그동안 이 문제를 정면으로 논의하는 분위기는 크지 않았다. '시장에 맡길 문제'라는 시각과 '약국 자율권'이라는 인식이 공존했고 가격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공개적인 논의도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창고형약국은 그 균형을 흔들었다. 가격 경쟁이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지, 일반의약품이 단순한 소비재와 같은 방식으로 판매되는 것이 적절한지, 약국의 역할은 어디까지여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약사사회 안팎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최근 대한약사회가 일반의약품 가격 질서와 유통구조 전반에 대한 연구에 착수한 것도 같은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부 지역 약사회에서는 회원 의견을 수렴하며 가격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 있고 일반의약품 안전관리 강화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쉽게 꺼내기 어려웠던 주제들이다. 창고형약국은 결과적으로 약사사회가 외면해 왔던 숙제를 다시 펼쳐 보게 만든 셈이다. 물론 해답은 아직 없다. 정찰제가 정답인지, 자율가격제가 유지돼야 하는지, 일반의약품 유통구조를 어디까지 손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창고형약국을 둘러싼 논란을 단순히 일부 약국의 문제로만 바라본다면 결국 같은 논쟁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형태의 약국을 둘러싼 찬반을 넘어 일반의약품의 가치와 가격, 안전관리, 그리고 약국이 지켜야 할 공공성을 함께 고민하는 일이다. 창고형약국은 분명 약사사회에 적지 않은 혼란을 안겼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번 논란은 오랫동안 미뤄왔던 질문을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창고형약국이 남긴 진짜 숙제는 한 형태의 약국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아니다. 앞으로 약국이 어떤 질서를 만들고, 일반의약품을 어떤 가치로 국민에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일일 것이다.2026-07-01 06:00:44김지은 기자 -
[기자의 눈] 상비약 확대, 숫자보다 중요한 안전망의 본질[데일리팜=강혜경 기자]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품목 확대를 둘러싼 공방은 매년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하반기 중점 추진 과제로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 ▲탈모 치료 건강보험 급여 확대 ▲비대면 진료 처방약 배송(재택수령)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상비약 제도 논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약사단체는 오남용 우려와 무자격자에 의한 판매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반발하는 입장이지만 편의점 업계와 일부 소비자 단체는 지정 품목을 약사법상 최대치인 20개까지 늘려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포장단위를 줄여야 한다는 절충안까지 제시되고 있다. 여기에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의 '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은 9000개가 넘는데, 복지부는 여전히 안전상비의약품을 20개라는 숫자 안에 가두고 있다. 국민을 위한 기준인가, 아니면 이해관계에 묶인 기준인가. 복지부가 우선해야 할 것은 약사회의 눈치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라고 일침을 가하며 드라이브를 걸었다. 한 의원이 제시한 주요 선행 국가들의 상비약 허용 품목 수는 미국 30만개, 영국 1500개, 일본 930개로, 약사법상 최대치인 20개까지 확대 된다고 해도 비교가 안 되는 수치다. 해외 사례와 비교할 때 접근성 부족 문제는 꼬리표처럼 계속해 따라 붙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소비자단체는 확대 품목군으로 지사제, 제산제, 알레르기 증상 완화제 등을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 수요가 높고 안정성 검토가 가능한 품목에 대해 품목 확대 논의를 우선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지만, 판매자는 약학에 대한 일절 지식이 없는 일반인일 뿐이다. 그마저도 편의점주만 4시간 인터넷 교육을 받으면 돼 약을 판매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단순 '캐셔'의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약을 선택하고 약물에 대한 부작용까지 떠안아야 하는 주체가 모두 소비자가 되는 것이다. 이같은 논의를 지켜보면서 의아함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공공심야약국이 전국적으로 확충돼 운영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365 의원·약국이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이다. 야간 시간대나 주말, 공휴일에도 손쉽게 문 연 병원, 약국을 검색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직접 카트를 끌고 다니며 약을 쇼핑할 수 있는 형태의 창고형·마트형 약국도 방방곡곡 생겨나며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부분은 간과된 채 품목수 확대에 대한 논의에만 열을 올리는 부분은 아이러니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진정한 의약품 접근성은 단순히 편의점 매다 위에 더 많은 약을 올려놓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약물 투약에 취약한 소아나 청소년, 다제약물을 복용하는 고령층에게 필요한 것은 더 쉽게 살 수 있는 약이 아니라, '내 상태에 맞게 조절애 줄 수 있는 전문가의 손길'이다. 소매 상권조차 붕괴해 편의점 조차 들어서지 못하는 진짜 의료취약지 주민들이 원하는 것 역시 편의점 상비약의 종류를 늘리는 것보다 대면이 가능한 보건의료기관과 전문가의 확충일 것이다. 국민의 편의성을 높이자는 주장은 언제나 그럴듯 해 보인다. 그러나 의약품은 편의성 보다 안전성이 우선돼야 하는 공공재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품목 수 확대를 두고 벌이는 소모적인 숫자 싸움이 아닌,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공공심야약국처럼 전문가 관리 체계 내에서 접근성을 넓히는 방안이 없는지, 공공심야약국을 더 많은 이들이 이용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이 있는지 등을 고민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편리함이라는 달콤한 구호 뒤에 숨은 보건의료 안전망의 빈틈을 메우는 것이 국가와 정치권의 진정한 책무다.2026-06-30 06:00:42강혜경 기자 -
[기자의 눈] CSO협회 사단법인 가시화…자정으로 화답할 때[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이재명 정부가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범정부 차원의 '국가 정상화 과제'로 지정하고 고강도 압박을 예고한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CSO협회의 사단법인 인가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두 차례나 반려됐던 인가 신청을 복지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부의 태도 변화는 단순히 단체 하나를 공인해 주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음지에서 불법 리베이트 우회로로 낙인찍혀 있던 CSO를 양지로 끌어올려, 제도권 내의 공식적인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겠다는 일종의 '신분 상승' 신호탄이다. 4년간 임시조직에 머물렀던 CSO협회와 건강한 영업 생태계를 꿈꾸던 이들에게는 제도권 진입의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정부가 양성화의 발판을 마련해 둔 셈이지만, 정작 일선 영업 현장에선 여전한 ‘수수료율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정부가 CSO 실태조사에 착수하고, ‘수수료율 상한제’ 등을 검토하는 그 순간에도 수수료율 경쟁은 오히려 과열되는 양상이다. 최근 중견·중소 제약사 6~7곳은 특정 품목의 CSO 수수료율을 기존보다 5~20%p씩 줄줄이 인상했다. 일부 고혈압 복합제의 신규 처방 수수료율은 무려 75%까지 치솟았다. 1억원어치 약을 팔면 7500만원을 영업 대행사에 떼어주는 기형적인 구조다. 처방액만큼 수수료를 고스란히 얹어주는 ‘100:100(백대백) 프로모션’도 여전히 성행 중이다. 하반기 제네릭 약가 인하가 단행되기 전에 처방처를 선점하겠다는 제약사의 조바심과, 늘어난 규제 비용을 보전받으려는 CSO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다. 제도권 진입을 요구하면서 뒤로는 75%를 넘어 100%에 달하는 기형적인 수수료 베팅을 벌이는 업계의 이중성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매출 대부분을 영업 대행 수수료로 주고받는 구조를 방치한 채 "리베이트와 무관한 전문 영업 조직"이라는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현장의 이러한 과열 양상이 지속된다면 복지부의 법인 심의위원회를 통과하기는커녕, 정부가 검토 중인 '수수료율 상한제' 같은 강제적 규제에 명분만 더해줄 뿐이다. 규제는 시장이 자정 능력을 상실했을 때 비로소 개입한다. 정부가 '사단법인 인가 검토'라는 합법적 테두리와 양성화의 기회를 제공한 지금이야말로, CSO 업계가 스스로의 통제력과 가치를 증명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올여름 새 회장 선출을 앞둔 CSO협회가 준비해야 할 것은 서류 보완만이 아니다. 회원사들을 단속해 공멸로 가는 고율 수수료 경쟁을 스스로 멈춰 세우고, 시장을 흐리는 불량 점조직들을 퇴출하는 실질적인 '자정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CSO가 제도권으로 편입돼 당당한 제약산업 파트너로 거듭날 수 있을까. 아니면 눈앞의 이익에 매몰돼 음지의 리베이트 통로로 남을까. 정부는 문을 열어뒀다. 이제 그 문으로 당당히 걸어 들어갈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은 오롯이 CSO 업계의 몫이다.2026-06-26 06:00:46김진구 기자 -
[기자의 눈] 비대면 진료 적정수가와 시범사업의 민낯[데일리팜=정흥준 기자]정부가 오는 12월 비대면진료 본사업 전환을 앞두고 적정 수가를 검토한다. 지난 2023년 시범사업 시작 후 이어져왔던 30% 가산 수가가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연구용역을 통해 해외 주요국의 비대면진료 수가를 비교 분석하고, 비대면진료에 투입되는 자원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적정 수가를 제시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주요국은 비대면진료 수가가 대면진료 보다 같거나 낮다. 시범사업 내내 한국의 30% 가산 수가는 이례적 사례로 지적받아 왔다. 또 이번 연구에서는 대면진료 대비 비대면진료의 자원 절감 요인을 포함해 적정 수가를 분석한다. 연말에 나올 연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30% 가산 종료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3년 만의 적정 수가 검토는 본사업으로 가기 위한 단계지만, 달리 보자면 불명확한 근거로 유지돼왔던 시범사업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비대면진료의 정책 결정이 부실한 근거 위에서 이뤄졌다는 의미다. 아직도 가산 수가의 명확한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다. 초기 시장 안착을 위해 적정 보상이 필요하다는 정책적 판단이 가산 수가로 이어졌고, 이후 수가를 재조정할 동기가 없었으리라고 짐작할 뿐이다. 그동안 가산 수가를 왜 줬냐고 따지려는 것은 아니다. 모든 정책적 결정을 연구용역 후에 진행할 수도 없다. 현장이 수용할 수 있는 적당한 타협점을 찾는 과정도 시범사업이 가진 의미일 수 있다. 다만, 비대면진료 시범사업만 놓고 보자면 정책의 유연성보다는 근거 부실의 정책 결정이 얼마나 큰 혼란을 야기하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지난 2020년 한시적 허용, 2023년 공식 시범사업 전환 이후에도 비대면진료 운영 방식은 축소와 확대를 수시로 반복해왔다. 그때마다 관련 업계는 호황과 위기를 번갈아가며 롤러코스터를 탔고, 제도 변화를 쫓아가야 하는 요양기관들도 혼란을 겪었다. 여러 잡음 끝에 가까스로 제도화되며 본사업을 앞두고 있지만 디테일이 담긴 하위법령 개정은 아직이다. 초진을 며칠까지 제한할지, 제한 약물 범위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여전히 협의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시적 허용 이후 6년이 지났고, 시범사업 이후로도 3년이다. 정책 결정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고 이해 관계자들을 납득시키기에 시간이 부족했던 걸까. 그게 아니라면 수가의 적정성을 뒤늦게 검토하는 것처럼 “시범사업인데 뭐 어때”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일까. 비대면진료 사례를 돌아보며 정부가 또 다른 시범사업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2026-06-25 06:00:40정흥준 기자 -
[기자의 눈] 장관 교체설과 탈모약 급여 속도전의 상관관계[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을 겨냥한 개각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표면적인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과제 이행 속도 부족, 정책 퍼포먼스 미흡이다. 그러나 이번 개각설 부상이 과연 객관적인 부처 업무·정책 성과 평가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집권 중반기 정권의 조급증이 투영된 정치적 움직임인지 판단이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복지부 장관 개각설과 맞물려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탈모 치료약 건강보험 급여 적용' 이슈는 현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이 과연 합리적이고 타당한지 여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만든다. 보건복지 행정은 국민의 생명, 건강권과 더불어 국민 건보료로 마련된 건강보험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담보해야 하는 고도의 전문 영역이다. 대통령실이 바라보는 국정과제 이행 속도만을 기준으로 정은경 장관의 정책 성과를 섣불리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정 장관을 향한 정책 퍼포먼스 미흡 비판의 핵심은 이재명 정권의 핵심 공약을 밀어붙이는 돌파력이 일부 부족하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하지만 복지부 입장에서 대규모 재정이 소요되는 중장기 과제들을 치밀한 시뮬레이션 없이 속도전으로 다루는 것은 자칫 사회적 우선순위를 무시한다는 비판을 낳을 위험이 크다. 건보재정 적자 전환이 유력한 상황에서 생명에 치명적이지 않은 탈모 질환에 연 수 천억원 규모 건보재정을 투입하는 결정을 정 장관 혼자 독단적으로 내리긴 어렵단 얘기다. 특히 장관에게 책임을 묻기 전에, 대통령실이 요구하는 '국정과제 이행 속도'가 오늘날 사회와 행정 시스템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범위 내에 있었는지 객관적인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장관 경질론이 대두되는 시점에서 복지부가 탈모약 건강보험급여 적용을 위한 대국민 의견수렴을 공표하며 정책에 드라이브를 거는 그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행정 부처가 건보재정 건전성과 국민 건강·생명권에 기반한 합리적이고 타당한 정책 검토에 앞서 정권의 인사 압박에 밀려 정책 기조를 급선회하고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복지부 복지 담당 이스란 제1차관이 임명 1년여만에 갑작스레 교체되면서 정 장관과 보건 담당 이형훈 제2차관의 정책 성과 입증이 불가피해 졌다는 외부 평가가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건보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한정돼 있다. 한정된 재원 안에서 급여 적용 우선순위를 정할 때는 '질환의 중증도'와 '치명성'이 최우선 기준이 돼야 한다. 대통령이 대선 당선 전 공약했더라도 건보급여 우선순위 근간이 흔들리는 결정이 쉽사리 이뤄져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이는 곧 필연적으로 환자 단체 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사회적 혼란과 분란, 갈등을 촉발하는 원인이 된다. 이런 혼선과 사회적 갈등 조장의 근본 원인은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 간의 상호 협의·조율 채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부재한 데 있는 게 아닐까. 정치적 목적을 우선하는 대통령실의 정치와 재정 건전성과 국민 건강·생명권 실무를 전담하는 복지부 행정은 때때로 사안별로 충돌하고 맞부딪힐 수는 있지만, 충분하고 빈도높은 정청 소통으로 정면 충돌만은 피해야 한다. 대통령실이 결정, 명령하고 복지부가 이에 따라 실무 행정을 설계·강행하는 건 오늘날 대한민국의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정책 결정 과정이 아니다. 정청 간 상호 유기적인 조율이 아닌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과제 수행 시그널과 이에 부응하지 않는 장관의 교체 압박 의심은 똑똑한 대한민국 국민 시각에서 박수칠 수 없는 풍경이다. 정권의 정무적 과제와 부처의 행정적 전문성을 수평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상설적·상시적 정청 소통 시스템의 마련 또는 복원으로 합리적 근거와 치밀한 조율 속 건보재정 급여 정책이 설계·시행되는 그림이 그려질 때 비로소 국민이 공감하고 인정하는 '국민주권정부'가 실현될 수 있다.2026-06-24 06:00:44이정환 기자 -
[기자의 눈] 병리 AI 열풍이 놓치고 있는 것[데일리팜=황병우 기자]개인적으로 디지털 병리라는 화두를 처음 접한 것은 의료 분야를 출입하던 2019년이었다. 당시 대한병리학회는 전공의 지원 기피과라는 오명 아래 수련 방향성에 대한 논의와 함께 인공지능(AI) 접목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자칫 AI 시대에 뒤처질 수 있는 전문과라는 편견을 깨고, 디지털화를 통한 빅데이터 수집과 연구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주요 과제였다. 더 나아가 디지털병리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까지 염두에 둔 논의도 이어졌다. 당시 디지털병리 전환의 큰 허들로 꼽힌 것은 의료기관의 수요였다. 별도 수가가 없는 상황에서 고가의 장비와 시스템을 선뜻 도입할 수 있는 곳은 일부 대형 의료기관에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빅5'로 불리던 대형병원조차 도입에 신중하던 시기다. AI 대전환이라는 화두가 확산되면서 최근 디지털병리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 역시 AI다. 유리슬라이드를 고해상도 이미지로 바꾸고, AI가 암세포를 찾아내며, 병리의사의 판독을 보조하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의료 AI 기업들도 병변 탐지, 바이오마커 분석, 동반진단 지원과 같은 표현을 앞세워 기술력을 설명한다. 하지만 디지털병리 현장을 취재하면서 여전히 강조되는 부분은 AI 전환(AI Transformation, AX)에 앞선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이다. AI로 병변을 찾고 판독을 보조하는 단계로 가기 전에, 병리과의 업무 흐름 자체가 먼저 디지털 환경에 맞게 정비돼야 한다는 의미다. 병리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전제가 필요하다. 검체 접수부터 슬라이드 제작, 스캔, 저장, 판독, 보고, 병원 전산 연동까지 병리 업무 전 과정이 디지털 환경에 맞게 구조화돼야 한다. 단순히 유리슬라이드를 스캔해 이미지 파일로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검체가 어떤 과정으로 처리됐고, 어떤 이미지와 어떤 진단 결과로 연결됐는지 추적 가능해야 한다. 데이터가 표준화되고 축적돼야 AI도 학습하고 검증될 수 있다. 영상의학 분야가 PACS를 기반으로 비교적 일찍 디지털 전환을 경험한 것과 달리, 병리 분야는 여전히 아날로그 업무가 많이 남아 있다. 병리 이미지는 용량이 크고, 색상 재현과 표준화가 까다롭다. 병원마다 장비와 시스템이 다르면 데이터 활용성도 떨어진다. 여기에 초기 투자비, 유지비, 수가 부재, 인력 적응 문제까지 겹치면 병원 입장에서 디지털병리 전환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이 공백을 건너뛰고 AI부터 이야기하면 산업의 순서가 뒤집힌다. 병원 현장에 디지털 인프라가 충분히 깔리지 않은 상태에서 AI 솔루션만 앞세우면 실제 활용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AI가 아무리 좋은 알고리즘을 갖고 있어도 들어갈 데이터가 흩어져 있고, 병원 업무 흐름과 연결되지 않으면 임상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쓰이기 어렵다. 최근 만난 한 디지털병리 회사의 대표 역시 출발점을 병리 워크플로우 통합으로 설정했다. 병원 안에서 디지털병리로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가능하게 만들고, 그 위에서 AI 분석과 정밀의료로 확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로슈는 올해 5월 디지털병리와 AI 기반 병리 기술을 보유한 PathAI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선급금과 마일스톤을 합치면 최대 10억5000만달러 규모다. 단순히 당장의 실적을 확보하기 위한 거래라기보다, 병리 데이터와 AI 기반 진단 역량이 정밀의료 시대에 필요한 인프라로 평가받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정밀의료 시대에서 병리 데이터의 가치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다만 이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는다. 병원이 디지털병리에 투자할 유인이 있어야 하고, 병리과가 새로운 업무체계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시스템 간 연동과 표준화도 필요하다. AI가 제시한 결과를 실제 진료에 반영하기 위한 검증과 책임 구조도 마련돼야 한다. 디지털병리의 미래를 말하려면 AI 전환(AX)보다 디지털 전환(DX)을 먼저 봐야 한다. 병리과의 업무 흐름이 디지털로 바뀌고, 데이터가 표준화되며, 병원 시스템과 연결되는 순간 AI도 비로소 임상 현장의 언어가 될 수 있다. 병리 AI의 출발점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인프라다.2026-06-23 06:00:44황병우 기자 -
[기자의 눈] 유한양행의 다음 100년에 거는 기대[데일리팜=차지현 기자] 대한민국에서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지난해 기준 국내 100년 기업은 16곳에 불과하다. 이웃 나라 일본에 100년 이상 기업이 4만5000여곳을 웃도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장수 기업의 희소성이 한층 두드러진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산업화와 외환위기를 지나며 수많은 우리 기업이 사라졌다. 유한양행이 한 세기 동안 이름과 신뢰를 지켜왔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한국 기업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성취다. 괄목할 만한 건 유한양행의 100년이 단순히 명맥을 이어온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한양행은 1936년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했고 1962년 제약 업계 최초로 주식을 상장했다. 1969년에는 창업주 일가가 아닌 내부 출신 인사에게 경영을 맡기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열었다. 이후 국내 첫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항암신약까지 탄생시켰다. 그야말로 한국 제약산업의 변화를 앞장서 이끈 기업이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서도 유한양행은 남달랐다. 사람 중심 경영 아래 유한양행은 창업 이후 단 한 차례의 노사분규도 겪지 않았다. 회사가 거둔 이익은 유한재단을 통해 다시 사회로 돌아갔다. 지난 10년간 유한재단이 공익사업에 집행한 금액은 514억원, 재단 출범 이후 장학금 수혜 인원은 누적 1만200여명에 달한다. 항암 신약 '렉라자' 국내 허가 이후에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 전까지 환자에게 약을 무상 공급하는 파격적인 지원책도 내놨다. 유한양행이 한국 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이 같은 행보는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가 남긴 결단 덕분이다. 기업인이 평생 일군 기업과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럼에도 유 박사는 기업을 개인의 소유물이 아닌 사회가 키운 공적 자산으로 봤다. 친인척을 경영에서 배제했고 보유 주식과 재산은 사회에 환원했다. 오늘날 유한양행이 이뤄낸 경영 안정과 혁신신약 성과는 창업주 경영철학이 한 세기에 걸쳐 맺은 결실인 셈이다. 유한양행이 걸어온 길은 국내 기업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와 같다. 상속과 경영권 분쟁으로 기업의 존속이 흔들리는 현실에서 유한양행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오히려 장기 성장과 혁신의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기업이 성장하고 그 이익이 연구개발과 구성원, 사회로 다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유한양행은 오래 살아남는 기업을 넘어 오래 존경받는 기업의 기준은 세웠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이 본받아야 할 모범이다. 물론 100주년이 여정의 끝은 아니다. 현재 유한양행에는 기업가치에 걸맞은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 관리, 렉라자를 이을 후속 혁신신약 발굴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전문경영진이 장기 성과와 주주가치에 책임지는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고 기업 성장의 결실이 장학·복지와 환자 지원으로 이어지는 사회환원 체계도 한층 발전시켜야 한다. 한 세기에 걸쳐 쌓아온 신뢰와 혁신을 기반으로 한국 제약산업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갈 유한양행의 다음 100년을 응원한다.2026-06-19 06:00:44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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