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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비대면 진료 적정수가와 시범사업의 민낯[데일리팜=정흥준 기자]정부가 오는 12월 비대면진료 본사업 전환을 앞두고 적정 수가를 검토한다. 지난 2023년 시범사업 시작 후 이어져왔던 30% 가산 수가가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연구용역을 통해 해외 주요국의 비대면진료 수가를 비교 분석하고, 비대면진료에 투입되는 자원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적정 수가를 제시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주요국은 비대면진료 수가가 대면진료 보다 같거나 낮다. 시범사업 내내 한국의 30% 가산 수가는 이례적 사례로 지적받아 왔다. 또 이번 연구에서는 대면진료 대비 비대면진료의 자원 절감 요인을 포함해 적정 수가를 분석한다. 연말에 나올 연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30% 가산 종료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3년 만의 적정 수가 검토는 본사업으로 가기 위한 단계지만, 달리 보자면 불명확한 근거로 유지돼왔던 시범사업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비대면진료의 정책 결정이 부실한 근거 위에서 이뤄졌다는 의미다. 아직도 가산 수가의 명확한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다. 초기 시장 안착을 위해 적정 보상이 필요하다는 정책적 판단이 가산 수가로 이어졌고, 이후 수가를 재조정할 동기가 없었으리라고 짐작할 뿐이다. 그동안 가산 수가를 왜 줬냐고 따지려는 것은 아니다. 모든 정책적 결정을 연구용역 후에 진행할 수도 없다. 현장이 수용할 수 있는 적당한 타협점을 찾는 과정도 시범사업이 가진 의미일 수 있다. 다만, 비대면진료 시범사업만 놓고 보자면 정책의 유연성보다는 근거 부실의 정책 결정이 얼마나 큰 혼란을 야기하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지난 2020년 한시적 허용, 2023년 공식 시범사업 전환 이후에도 비대면진료 운영 방식은 축소와 확대를 수시로 반복해왔다. 그때마다 관련 업계는 호황과 위기를 번갈아가며 롤러코스터를 탔고, 제도 변화를 쫓아가야 하는 요양기관들도 혼란을 겪었다. 여러 잡음 끝에 가까스로 제도화되며 본사업을 앞두고 있지만 디테일이 담긴 하위법령 개정은 아직이다. 초진을 며칠까지 제한할지, 제한 약물 범위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여전히 협의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시적 허용 이후 6년이 지났고, 시범사업 이후로도 3년이다. 정책 결정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고 이해 관계자들을 납득시키기에 시간이 부족했던 걸까. 그게 아니라면 수가의 적정성을 뒤늦게 검토하는 것처럼 “시범사업인데 뭐 어때”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일까. 비대면진료 사례를 돌아보며 정부가 또 다른 시범사업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2026-06-25 06:00:40정흥준 기자 -
[기자의 눈] 장관 교체설과 탈모약 급여 속도전의 상관관계[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을 겨냥한 개각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표면적인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과제 이행 속도 부족, 정책 퍼포먼스 미흡이다. 그러나 이번 개각설 부상이 과연 객관적인 부처 업무·정책 성과 평가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집권 중반기 정권의 조급증이 투영된 정치적 움직임인지 판단이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복지부 장관 개각설과 맞물려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탈모 치료약 건강보험 급여 적용' 이슈는 현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이 과연 합리적이고 타당한지 여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만든다. 보건복지 행정은 국민의 생명, 건강권과 더불어 국민 건보료로 마련된 건강보험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담보해야 하는 고도의 전문 영역이다. 대통령실이 바라보는 국정과제 이행 속도만을 기준으로 정은경 장관의 정책 성과를 섣불리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정 장관을 향한 정책 퍼포먼스 미흡 비판의 핵심은 이재명 정권의 핵심 공약을 밀어붙이는 돌파력이 일부 부족하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하지만 복지부 입장에서 대규모 재정이 소요되는 중장기 과제들을 치밀한 시뮬레이션 없이 속도전으로 다루는 것은 자칫 사회적 우선순위를 무시한다는 비판을 낳을 위험이 크다. 건보재정 적자 전환이 유력한 상황에서 생명에 치명적이지 않은 탈모 질환에 연 수 천억원 규모 건보재정을 투입하는 결정을 정 장관 혼자 독단적으로 내리긴 어렵단 얘기다. 특히 장관에게 책임을 묻기 전에, 대통령실이 요구하는 '국정과제 이행 속도'가 오늘날 사회와 행정 시스템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범위 내에 있었는지 객관적인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장관 경질론이 대두되는 시점에서 복지부가 탈모약 건강보험급여 적용을 위한 대국민 의견수렴을 공표하며 정책에 드라이브를 거는 그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행정 부처가 건보재정 건전성과 국민 건강·생명권에 기반한 합리적이고 타당한 정책 검토에 앞서 정권의 인사 압박에 밀려 정책 기조를 급선회하고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복지부 복지 담당 이스란 제1차관이 임명 1년여만에 갑작스레 교체되면서 정 장관과 보건 담당 이형훈 제2차관의 정책 성과 입증이 불가피해 졌다는 외부 평가가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건보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한정돼 있다. 한정된 재원 안에서 급여 적용 우선순위를 정할 때는 '질환의 중증도'와 '치명성'이 최우선 기준이 돼야 한다. 대통령이 대선 당선 전 공약했더라도 건보급여 우선순위 근간이 흔들리는 결정이 쉽사리 이뤄져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이는 곧 필연적으로 환자 단체 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사회적 혼란과 분란, 갈등을 촉발하는 원인이 된다. 이런 혼선과 사회적 갈등 조장의 근본 원인은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 간의 상호 협의·조율 채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부재한 데 있는 게 아닐까. 정치적 목적을 우선하는 대통령실의 정치와 재정 건전성과 국민 건강·생명권 실무를 전담하는 복지부 행정은 때때로 사안별로 충돌하고 맞부딪힐 수는 있지만, 충분하고 빈도높은 정청 소통으로 정면 충돌만은 피해야 한다. 대통령실이 결정, 명령하고 복지부가 이에 따라 실무 행정을 설계·강행하는 건 오늘날 대한민국의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정책 결정 과정이 아니다. 정청 간 상호 유기적인 조율이 아닌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과제 수행 시그널과 이에 부응하지 않는 장관의 교체 압박 의심은 똑똑한 대한민국 국민 시각에서 박수칠 수 없는 풍경이다. 정권의 정무적 과제와 부처의 행정적 전문성을 수평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상설적·상시적 정청 소통 시스템의 마련 또는 복원으로 합리적 근거와 치밀한 조율 속 건보재정 급여 정책이 설계·시행되는 그림이 그려질 때 비로소 국민이 공감하고 인정하는 '국민주권정부'가 실현될 수 있다.2026-06-24 06:00:44이정환 기자 -
[기자의 눈] 병리 AI 열풍이 놓치고 있는 것[데일리팜=황병우 기자]개인적으로 디지털 병리라는 화두를 처음 접한 것은 의료 분야를 출입하던 2019년이었다. 당시 대한병리학회는 전공의 지원 기피과라는 오명 아래 수련 방향성에 대한 논의와 함께 인공지능(AI) 접목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자칫 AI 시대에 뒤처질 수 있는 전문과라는 편견을 깨고, 디지털화를 통한 빅데이터 수집과 연구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주요 과제였다. 더 나아가 디지털병리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까지 염두에 둔 논의도 이어졌다. 당시 디지털병리 전환의 큰 허들로 꼽힌 것은 의료기관의 수요였다. 별도 수가가 없는 상황에서 고가의 장비와 시스템을 선뜻 도입할 수 있는 곳은 일부 대형 의료기관에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빅5'로 불리던 대형병원조차 도입에 신중하던 시기다. AI 대전환이라는 화두가 확산되면서 최근 디지털병리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 역시 AI다. 유리슬라이드를 고해상도 이미지로 바꾸고, AI가 암세포를 찾아내며, 병리의사의 판독을 보조하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의료 AI 기업들도 병변 탐지, 바이오마커 분석, 동반진단 지원과 같은 표현을 앞세워 기술력을 설명한다. 하지만 디지털병리 현장을 취재하면서 여전히 강조되는 부분은 AI 전환(AI Transformation, AX)에 앞선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이다. AI로 병변을 찾고 판독을 보조하는 단계로 가기 전에, 병리과의 업무 흐름 자체가 먼저 디지털 환경에 맞게 정비돼야 한다는 의미다. 병리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전제가 필요하다. 검체 접수부터 슬라이드 제작, 스캔, 저장, 판독, 보고, 병원 전산 연동까지 병리 업무 전 과정이 디지털 환경에 맞게 구조화돼야 한다. 단순히 유리슬라이드를 스캔해 이미지 파일로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검체가 어떤 과정으로 처리됐고, 어떤 이미지와 어떤 진단 결과로 연결됐는지 추적 가능해야 한다. 데이터가 표준화되고 축적돼야 AI도 학습하고 검증될 수 있다. 영상의학 분야가 PACS를 기반으로 비교적 일찍 디지털 전환을 경험한 것과 달리, 병리 분야는 여전히 아날로그 업무가 많이 남아 있다. 병리 이미지는 용량이 크고, 색상 재현과 표준화가 까다롭다. 병원마다 장비와 시스템이 다르면 데이터 활용성도 떨어진다. 여기에 초기 투자비, 유지비, 수가 부재, 인력 적응 문제까지 겹치면 병원 입장에서 디지털병리 전환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이 공백을 건너뛰고 AI부터 이야기하면 산업의 순서가 뒤집힌다. 병원 현장에 디지털 인프라가 충분히 깔리지 않은 상태에서 AI 솔루션만 앞세우면 실제 활용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AI가 아무리 좋은 알고리즘을 갖고 있어도 들어갈 데이터가 흩어져 있고, 병원 업무 흐름과 연결되지 않으면 임상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쓰이기 어렵다. 최근 만난 한 디지털병리 회사의 대표 역시 출발점을 병리 워크플로우 통합으로 설정했다. 병원 안에서 디지털병리로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가능하게 만들고, 그 위에서 AI 분석과 정밀의료로 확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로슈는 올해 5월 디지털병리와 AI 기반 병리 기술을 보유한 PathAI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선급금과 마일스톤을 합치면 최대 10억5000만달러 규모다. 단순히 당장의 실적을 확보하기 위한 거래라기보다, 병리 데이터와 AI 기반 진단 역량이 정밀의료 시대에 필요한 인프라로 평가받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정밀의료 시대에서 병리 데이터의 가치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다만 이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는다. 병원이 디지털병리에 투자할 유인이 있어야 하고, 병리과가 새로운 업무체계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시스템 간 연동과 표준화도 필요하다. AI가 제시한 결과를 실제 진료에 반영하기 위한 검증과 책임 구조도 마련돼야 한다. 디지털병리의 미래를 말하려면 AI 전환(AX)보다 디지털 전환(DX)을 먼저 봐야 한다. 병리과의 업무 흐름이 디지털로 바뀌고, 데이터가 표준화되며, 병원 시스템과 연결되는 순간 AI도 비로소 임상 현장의 언어가 될 수 있다. 병리 AI의 출발점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인프라다.2026-06-23 06:00:44황병우 기자 -
[전문가 칼럼] 약국 개설, 벽 하나로 나눴다고 끝 아니다약국 개설에는 보증금과 권리금, 인테리어 비용 등 상당한 자금이 투입된다. 특히 병원이나 의원이 밀집한 메디컬빌딩에 약국을 개설할 때는 예상 처방전 수와 환자 동선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된다. 그러나 의료기관과 가까워 환자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오히려 약국 개설등록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약국이 의료기관과 충분히 분리되지 않았거나 의료기관에서 약국으로 이어지는 전용통로가 설치돼 있다면 약사법상 개설등록 제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약사 출신 변호사이자 약국전문변호사로 약국 관련 분쟁을 다뤄온 이일형 변호사는 “약국 출입구가 병원 출입구와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개설등록 가능 여부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공간의 구조와 환자 동선, 의료기관과 약국의 기능적 관계를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구내약국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구내약국은 의료기관의 시설 안이나 구내에 설치된 약국을 의미한다. 의약분업의 기본 취지는 의약품을 처방하는 의료기관과 이를 조제하는 약국을 서로 독립시키는 데 있다. 이에 약사법은 의료기관과 약국의 공간적·기능적 결합을 제한하고 있다. 약사법 제20조 제5항은 ▲약국을 개설하려는 장소가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 ▲의료기관의 시설이나 부지 일부를 분할·변경 또는 개수해 약국을 개설하는 경우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에 전용 복도·계단·승강기·구름다리 등의 통로가 설치된 경우 등에 대해 개설등록을 제한한다. 이때 약국이 병원 건물 내부에 있는 전형적인 구내약국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외관상 의료기관과 약국이 분리돼 있어도 의료기관 시설을 인위적으로 나눠 약국을 만들었거나 사실상 병원 환자만 이용하는 연결통로가 있다면 개설등록이 거부되거나 기존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 약국 전용통로는 어떻게 판단하나 전용통로 규정은 의료기관과 약국을 형식적으로만 분리해 의약분업 원칙을 우회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예를 들어 병원 출구에서 시작되는 복도 끝에 약국이 있고, 환자가 외부로 나가려면 사실상 해당 약국 앞을 지나야 하는 구조라면 전용통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병원과 약국 사이에 별도의 문이나 벽이 설치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반대로 병원 환자뿐 아니라 일반 보행자도 자유롭게 이용하는 공용 복도나 계단이라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전용통로가 아니라고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통로의 명칭이나 건축도면상의 표시보다 실제 이용 형태가 중요하다. 전용통로 여부를 검토할 때는 다음 사항을 살펴봐야 한다. 첫째, 의료기관과 약국의 출입구가 실질적으로 분리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약국에 들어가기 위해 의료기관 내부를 통과해야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셋째, 해당 복도나 계단을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지, 병원 환자만 주로 이용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넷째, 병원 안내표지나 직원의 안내가 특정 약국으로 환자를 유도하는지도 검토 대상이다. 병원 공간을 가벽으로 나눠 만든 약국도 주의 실무에서는 의료기관이 사용하던 공간을 분할해 약국을 개설하는 사례도 문제가 된다. 병원 대기실로 사용하던 1층 공간에 가벽을 설치하고 한쪽은 카페, 다른 쪽은 약국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외관상 각각 독립된 점포처럼 보이더라도 과거 의료기관 시설의 일부였던 공간을 분할·변경한 것이라면 약사법 제20조 제5항에 해당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건축물대장이나 임대차계약서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 해당 공간의 과거 용도, 의료기관의 임차 범위, 건축물 변경 과정과 공사 내용까지 살펴봐야 한다. 계약 전에 관할 보건소에 개설등록 가능성을 문의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구조와 제출 자료가 달라지면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판례가 보는 핵심은 ‘구조적·기능적 독립성’ 구내약국과 전용통로 관련 판례의 핵심은 약국이 의료기관으로부터 구조적·기능적으로 독립돼 있는지 여부다. 대법원 2004년 7월 22일 선고 2003두12004 판결과 대법원 2018년 5월 11일 선고 2014두1178 판결 등의 취지를 종합하면, 법원은 단순히 벽이나 출입문이 존재하는지만 보지 않는다. 약국에 접근하는 방법과 환자 이동 경로, 건물의 구조, 해당 공간의 과거 이용 상태, 의료기관과 약국의 운영 관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실질적인 독립성을 판단한다. 출입구가 별도로 설치돼 있어도 의료기관 환자가 자연스럽게 특정 약국으로 유도되는 구조라면 기능적 독립성이 부정될 가능성이 있다. 약사가 약국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의료기관과 임대차계약이나 자금 관계가 없다는 사정 또한 중요한 판단 요소다. 그러나 형식적으로 운영 주체가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공간적·기능적 결합 문제가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약국 계약 전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 구내약국 논란을 예방하려면 임대차계약이나 권리금계약 체결 전에 최소한 다음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의료기관과 약국의 출입구가 완전히 분리돼 있는지 ▲병원을 통하지 않고 외부에서 약국에 접근할 수 있는지 ▲복도·계단·승강기를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지 ▲과거 의료기관이 사용했던 공간인지 ▲의료기관 시설을 분할하거나 개수한 이력이 있는지 ▲건축물대장과 실제 구조가 일치하는지 ▲병원 안내판이나 직원이 특정 약국 이용을 유도하는지 등이다. 이미 영업 중인 약국을 양수하는 경우에도 기존 약사가 개설등록을 받았다는 사실만 믿어서는 안 된다. 과거 등록 당시와 현재의 건물 구조가 다르거나 행정청이 뒤늦게 위법 사정을 확인하면 등록취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구내약국 관련 자주 묻는 질문 병원과 약국 사이에 벽만 설치하면 개설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벽과 출입문의 존재뿐 아니라 환자 동선과 공간의 과거 용도, 의료기관과 약국의 기능적 관계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공용 엘리베이터로 연결된 경우도 전용통로인가. 의료기관과 약국만을 위한 승강기인지, 건물의 다른 이용자도 자유롭게 사용하는 공용시설인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기존 약국을 인수하는 경우에도 다시 확인해야 하나.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기존 개설등록이 향후에도 유효하다고 보장할 수 없으며, 인수 후 구조 변경이나 새로운 위법 사정이 발견될 수도 있다. 약국 입지는 매출과 직결되지만 개설등록이 불가능한 장소라면 높은 처방전 수와 권리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계약금을 지급한 뒤 문제를 발견하면 임대인·양도인과의 분쟁까지 이어질 수 있다. 메디컬빌딩이나 병원 인접 약국을 계약할 때는 입지 분석과 함께 약사법상 구조적·기능적 독립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필자 약력 -영남대학교 약대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7기) -주식회사 셀트리온 -법무법인 그루제일 -법무법인(유한) 대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센터장 -(현)법률사무소 리오 대표 변호사2026-06-23 06:00:42데일리팜 -
[특별기고] 'PDRN' 의심하던 약사가 두 눈으로 본 것요즘 약국에서 PDRN을 찾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 연어에서 온 성분이 피부 재생에 좋다더라, 시술 후에 바르면 좋다더라 하는 이야기가 돌면서다. 처방전을 들고 온 손님도, 피부에 바를 것을 고르러 온 손님도 "PDRN 들어간 거 있어요?"라고 먼저 묻는다. 약국 안에서 이 네 글자가 차지하는 자리는 눈에 띄게 넓어졌다. 그리고 그 흐름은 이제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PDRN은 K-뷰티의 한복판에서 주목받는 핵심 성분이 됐고, 그 변화는 숫자보다 약국 현장에서 먼저 느껴진다. 동료 약사들을 만나면, 번역기를 켜 든 외국인 손님이 PDRN 성분의 약국화장품을 콕 집어 찾는다는 이야기가 부쩍 늘었다. 'K-약국 투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약국이 K-뷰티 쇼핑의 한 코스가 된 것이다. 과거 우리가 파리의 몽쥬약국을 순례하던 풍경이, 이제는 거꾸로 한국의 약국에서 펼쳐지고 있다. 약사가 곁에서 고성분·고기능 제품을 직접 골라 주는 공간이라는 점이 그 인기의 한 축일 것이다. 사실 PDRN은 내게도 낯선 성분이 아니다. 나는 진작부터 약국을 방문한 손님에게 PDRN 재생 크림을 권해 왔다. 레이저나 시술 뒤 예민해진 피부를 빠르게 회복시키고 싶을 때, 화상이나 쉽게 아물지 않는 상처가 흉터 없이 아물길 바랄 때, 또 항생제 연고를 쓸 만큼 감염이 걱정되진 않지만 깨끗한 재생을 바라는 상처에 나는 PDRN을 먼저 떠올린다. 그런데 약사인 나는 이런 성분일수록 효능 설명보다 먼저 따지는 게 있다. 원료가 어디서, 어떻게 왔는가. 같은 이름을 달고 있어도 그 뒤에 어떤 원료와 공정이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물건이 되기 때문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PDRN 함유'라는 한 줄만으로는 제품을 권하지 않는다. 시장에는 함량을 부풀리거나 시험성적서를 흐릿하게 내세우는 제품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성분표에는 그저 '연어 DNA'나 '소듐 DNA'만 적어두고 PDRN인 양 파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누군가 좋은 성분이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한 발 물러서서 그 출처를 의심하는 버릇이 있다. 직업병이라면 직업병이다. 그런 내게 제대로 확인할 기회가 생겼다. 파마리서치가 강릉에서 연 'RE:BORN RTM(라운드테이블 미팅)'에 초청을 받은 것이다.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공개 행사가 아니었다. 약사 여덟 명을 포함해 임직원 등 관계자까지 모두 열여섯 명 남짓이 모인 소규모 좌담 자리였다. 첫날은 강릉에 모여 팜뷰티 시장과 약국 채널 전략, PDRN 제품 차별화를 두고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고, 둘째 날 오전에 공장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사실 가는 길부터 만만치 않았다. 내가 사는 광주에서 강릉까지는 열차를 두 번 갈아타고도 여섯 시간이 넘게 걸린다. 게다가 나는 365일 문을 여는 약국을 지키는 약사이고, 일곱 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이틀을 통째로 비운다는 건 솔직히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갔다. 추천을 하려면 내가 먼저 봐야 한다는 생각이, 그 모든 번거로움을 이겼기 때문이다. 가는 날, 전국적으로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두 번째 열차의 차창에 빗줄기가 길게 그어지는 걸 보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좋은 말은 누구나 한다. 나는 그 말이 어디에 발을 딛고 있는지, 이 비를 뚫고 가서라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좌담회 자리부터 인상적이었다. 회사가 설명하고 약사가 듣는 구도가 아니라, 약사가 의문을 던지면 회사가 받아내는 방식이었다. 좌담회 화제는 자연스레 약국 현장의 고민으로 모였다. 손님이 재생 크림이나 PDRN을 찾을 때, 약사는 무엇을 기준으로 '좋은 제품'을 가려내야 하는가. 원료의 출처와 순도, 의약품과 화장품의 구분, 믿을 만한 시험 근거와 같은 잣대를 약사가 쥐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책임 있는 권유가 가능하다는 데 생각이 모였다. 나아가 그 상담 역량이야말로 K-뷰티 흐름 속에서 약국이라는 채널을 한 단계 넓힐 기회라는, 솔직하고 기대 섞인 이야기도 오갔다. 그리고 다음 날, 회사는 공장을 통째로 열어 보였다. 공장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에 짚어둘 게 하나 있다. 같은 'PDRN'을 표방해도 원료 출처와 분자량, 제조공정이 다르면 다른 물건이 된다. 약리학의 표준 리뷰(Squadrito, 2017)가 짚는 사실이자, 약사인 나에게는 익숙한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그 원료는 왜 하필 연어 계열 어류일까. 어류 같은 척추동물의 DNA는 사람의 유전 서열과 상동성이 높아 면역 반응 가능성이 낮고, 식물성 원료와는 이 지점에서 갈린다. 여기서 더 중요한 건 '어떻게 다듬었나'다. 같은 연어에서 출발해도 분자량이 어긋나거나 불순물이 남으면 A2A 결합 같은 핵심 작용과 안전성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파마리서치는 PDRN을 분자량과 순도 기준으로 정제·규격화하는 자사 기술을 'DOT(DNA Optimizing Technology)'라 부른다. 다만 여기까지는 발표 자료에 적힌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DOT가 자료 속 이름인지, 라인 위에서 실제로 도는 시스템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 마음이 나를 빗속을 뚫고 공장까지 이끌었다. 둘째 날, 공장에 들어서려면 먼저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우리가 오염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특수복을 갖춰 입고, 절차를 거친 뒤에야 문이 열렸다. 안내하는 분이 말했다. 이렇게 공장을 외부에 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보안 문제도 있고, 무엇보다 내부를 통째로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 말이 묘하게 마음에 남았다. 떳떳하지 않으면 굳이 약사를 불러 다 열어 보일 이유가 없다. 가운을 입고 문턱을 넘는 그 순간, 보여준다는 행위 자체가 이미 하나의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공장 안에 발을 들이자 처음 든 생각은 '생각보다 훨씬 깔끔하다'였다. 막연히 떠올렸던 분주함이나 어수선함은 없었다. 작업하는 분들은 각자 맡은 역할이 또렷이 나뉘어 동선이 겹치지 않았고, 누가 무엇을 책임지는지 한눈에 들어왔다. 큰 소리 하나 없이 공정이 막힘없이 흘렀다. 잘 굴러가는 시스템은 시끄럽지 않다는 걸, 그 차분한 공기가 말해주는 듯했다. 그날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검수 공정이었다. 완성된 원료에 이물질이 섞이지 않았는지, 첨단 검사 장비가 먼저 원료를 훑었다. 사람이라면 놓칠 수 있는 미세한 불순물까지 잡아내도록 설계된 단계였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기계가 한 번 걸러낸 것을, 작업자가 다시 눈으로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었다. 자동화가 당연해진 시대에, 굳이 사람 손을 한 번 더 거친다. 비효율처럼 보일 수도 있는 그 한 단계가 나에게는 오히려 신뢰의 증거로 보였다. 생각해보라. 이건 DNA 수준의 의약품 원료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한 톨의 불순물이 분자량 규격과 최종 품질을 흔들 수 있는 영역이다. 순도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태도가 그 이중·삼중의 확인 공정에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료가 약국 전용 브랜드 리쥬비의 제품으로 이어진다. 리쥬비넥스크림과 리쥬비-에스 앰플, 공장에서 본 그 공정의 끝에 있는 이름이다. 흥미로웠던 건 담당자의 설명이었다. 사람 눈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했다. 아무리 숙련된 작업자라도 집중력에는 끝이 있고, 미세한 차이를 사람이 끝까지 다 잡아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검사 장비를 최대한 늘리고, 더 정밀하게 고도화하려 계속 애쓰고 있다고 했다. '사람 손맛'을 자랑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못 보는 영역을 기계로 메우겠다는 쪽이었다. 사람과 기계가 서로의 빈틈을 덮고, 그 위에서 다시 기계의 비중을 높여간다. 이 태도는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파마리서치는 지금 강릉에 제5공장을 짓고 있다고 했다. 더 큰 생산 능력과 더 정밀한 설비를 갖춘 GMP 공장이라고 한다. 완성형을 자랑하는 게 아니라 더 나아질 여지를 인정하고 거기에 투자하는 셈이다. 오늘 본 깐깐함이 도착점이 아니라 방향이라는 뜻으로 들렸고, 나는 그 솔직함에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견학 중 한 약사님이 던진 질문 하나가 기억에 남는다. PDRN 원료를 어떻게 마련하고, 왜 그렇게 품질 관리에 공을 들이느냐는 것이었다. 돌아온 답은 단순하지 않았다. 원료를 확보하고 다듬는 일에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다. 연어는 정해진 시기에만 돌아오고, 그렇게 얻은 것도 곧장 제품이 되는 게 아니라 분자량과 순도 기준에 맞을 때까지 여러 번 정제하고 골라내는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원료를 다루는 방식도, 앞서 라인에서 본 검수 공정과 다르지 않았다. 결국 그 까다로움이 품질로 이어지는 셈이다. 연어 원료에 대해 약사라면 한 번쯤 던질 법한 질문이 또 있다. 회귀 연어를 쓴다는 게 실무적으로 무슨 의미냐는 것이다. 파마리서치의 연어는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동해생명자원센터와 맺은 협력 관계를 통해 확보된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연어를 인공 부화시켜 동해안 하천에 방류하고, 산란을 위해 회귀하는 어미연어를 국가 기관이 포획해 채란하는 자원조성 체계를 갖추고 있다. 멸종을 걱정해야 하는 야생 자원을 무분별하게 잡아 쓰는 구조가 아니라, 방류와 회귀로 순환·보충되는 국내 관리 자원을 기반으로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연어가 어디서 왔는지 거슬러 추적할 수 있다는 점, 약사 입장에서 보면 이 '추적 가능성'이야말로 원료를 신뢰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축이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고 나오며 받은 인상은 '우리는 이걸 약사들 앞에 다 열어 보일 수 있을 만큼 떳떳하다.' 였다. 원료의 출발점부터 정제, 검수, 생산까지 통째로 보여주는 자신감은 발표 자료의 문구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종류의 메시지였다. 신뢰가 갔다고 해서 모든 걸 뭉뚱그려 권할 수는 없다. 오히려 약사가 할 일은 분류와 허가 범위를 정확히 구분해 안내하는 것이다. 파마리서치는 같은 PDRN 계열 기술을 의약품과 화장품으로 모두 상업화했기에, 제품마다 성격이 다르다는 걸 더더욱 짚어줘야 한다. 공장을 다녀온 뒤 가장 오래 곱씹은 건 제품이 아니라 약사의 자리였다. 특히 기계가 한 번 거른 원료를 작업자가 다시 눈으로 확인하던 검수 장면이 오래 머릿속에 남았다.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도 마지막엔 사람이 한 번 더 본다 - 팜뷰티 시장에서 그 마지막 한 번을 약사가 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가 기술과 근거를 투명하게 열어 보이는 만큼, 약사는 그것을 끝까지 따져 소비자에게 건네야 한다. 약사는 단순한 판매 창구가 아니라, 성분과 소비자 사이에 선 마지막 눈이어야 한다. 정리하면, 내가 파마리서치 PDRN에 신뢰를 갖게 된 근거는 화려한 광고가 아니었다. 첫째, PDRN을 분자량과 순도 기준으로 정제·규격화하는 DOT 기술. 둘째, 사람과 기계가 서로를 보완하며 끊임없이 고도화하는 정제·검수 시스템. 셋째,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동해생명자원센터와 연결된, 추적 가능한 국내 원료 수급. 넷째, 의약품과 화장품의 분류를 명확히 구분해 책임지는 구조. 좌담에서 묻고, 공장에서 보고, 직접 확인했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물론 공장이 잘 관리된다고 효능이 곧장 입증되는 건 아니다. 그 둘은 다른 이야기다. 의약품인 리쥬비넥스크림은 허가된 적응증 범위에서 쓰고, 호전되지 않는 상처라면 진료를 권해야 한다. 화장품 라인은 어디까지나 피부 컨디션 관리 목적임을 분명히 안내하는 것이 좋다. 어떤 성분도 만능은 아니니까. 이런 전제를 또렷이 세워두는 것이야말로, 비판적으로 훈련된 약사 동료들에게는 약점이 아니라 신뢰의 근거가 된다. 돌아오는 길에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그런데 들어올 때와는 기분이 달랐다. 성분의 출처를 두 눈으로 보고 나니 권하는 말의 무게가 달라졌다. 광주에서 강릉까지 빗속에 여섯 시간을 달려 들어갔던 그 이틀이 나에게 남긴 건, 바로 그 차이였다. 필자 약력 -전남대학교 약학대학 졸업 -조선대학교 임상약학대학원 졸업 - 출간2026-06-22 09:43:43최다은 기자 -
[데스크 시선] 탈모치료제 급여 검토가 만든 착시[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정부가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탈모 관련 종목이 급등했다. 일부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 뒤로는 익숙한 장면이 이어졌다. 탈모 치료제를 판매하는 기업들이 앞다퉈 보도자료를 냈다. 기존 제품이 다시 조명됐다. 오래전 확보한 생산시설과 원료 공급 역량도 재소환됐다. 관심이 높아진 시장에서 기업이 자사를 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기대와 현실의 경계가 흐려진다는 점이다. 최근 시장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탈모 수혜주'다. 하지만 탈모 치료제를 보유한 기업과 탈모 시장의 승자가 될 기업은 다르다. 탈모 관련 기업과 탈모 수혜 기업도 같은 의미가 아니다. 시장은 이 둘을 같은 범주로 묶고 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착시가 시작된다. 현재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은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제네릭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이미 수많은 제약사가 경쟁하고 있다. 급여가 확대되면 시장은 커질 수 있다. 환자 접근성도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시장 확대가 곧바로 모든 기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네릭 시장은 결국 점유율 경쟁이다. 환자가 늘어도 경쟁사는 그대로다. 가격 경쟁 역시 사라지지 않는다. 단순히 탈모 치료제를 판매한다는 이유만으로 기업 가치가 재평가돼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하기 어렵다. 더 우려되는 것은 과도한 기대다. 정책은 아직 검토 단계다. 급여 범위도 정해지지 않았다. 적용 대상도 미정이다. 재정 추계 역시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그런데 시장은 이미 결론이 난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 사실 이런 모습은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 치료제, 비만치료제, 인공지능(AI) 신약개발 등 새로운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비슷한 현상이 반복됐다. 기업들은 관련성을 강조했고 투자자들은 미래 기대를 주가에 반영했다. 문제는 기대가 실적보다 앞서갈 때다. 최근에는 수년째 판매해 온 제네릭 제품이 다시 성장주로 포장되고, 오래전 구축한 생산시설이 새로운 사업 기회인 것처럼 소개되는 사례도 나타난다. 새로운 허가가 나온 것도 아니다. 혁신 기술이 등장한 것도 아니다. 사업 구조가 바뀐 것도 아니다. 달라진 것은 정책 기대감뿐이다. 확정된 정책도 없 늘어난 실적도 없다. 진짜 경쟁력은 따로 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같은 차세대 제형 기술,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 개발 역량, 글로벌 임상 경쟁력, 생산 플랫폼과 제조 경쟁력은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요소다. 반면 단순히 탈모 치료제 품목 하나를 보유한 것만으로 같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시장은 종종 특정 키워드에 반응한다. 하지만 기업 가치는 키워드가 아니라 경쟁력으로 결정된다. 정부의 탈모 급여 검토는 의미 있는 논의다. 환자의 삶의 질과 건강보험의 역할을 함께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투자 판단은 별개의 문제다. 탈모약을 판매한다는 사실과 탈모 시장의 승자가 된다는 사실 사이에는 적지 않은 거리가 있다. 지금 시장에 필요한 것은 기대를 키우는 홍보가 아니다. '탈모'라는 단어에 반응하는 열기가 아니라 기업 경쟁력에 대한 검증이다. 정책 기대감은 언젠가 사라지지만 기업의 실력은 결국 실적과 숫자로 남는다.2026-06-22 06:00:42이석준 기자 -
[기자의 눈] 유한양행의 다음 100년에 거는 기대[데일리팜=차지현 기자] 대한민국에서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지난해 기준 국내 100년 기업은 16곳에 불과하다. 이웃 나라 일본에 100년 이상 기업이 4만5000여곳을 웃도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장수 기업의 희소성이 한층 두드러진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산업화와 외환위기를 지나며 수많은 우리 기업이 사라졌다. 유한양행이 한 세기 동안 이름과 신뢰를 지켜왔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한국 기업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성취다. 괄목할 만한 건 유한양행의 100년이 단순히 명맥을 이어온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한양행은 1936년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했고 1962년 제약 업계 최초로 주식을 상장했다. 1969년에는 창업주 일가가 아닌 내부 출신 인사에게 경영을 맡기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열었다. 이후 국내 첫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항암신약까지 탄생시켰다. 그야말로 한국 제약산업의 변화를 앞장서 이끈 기업이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서도 유한양행은 남달랐다. 사람 중심 경영 아래 유한양행은 창업 이후 단 한 차례의 노사분규도 겪지 않았다. 회사가 거둔 이익은 유한재단을 통해 다시 사회로 돌아갔다. 지난 10년간 유한재단이 공익사업에 집행한 금액은 514억원, 재단 출범 이후 장학금 수혜 인원은 누적 1만200여명에 달한다. 항암 신약 '렉라자' 국내 허가 이후에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 전까지 환자에게 약을 무상 공급하는 파격적인 지원책도 내놨다. 유한양행이 한국 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이 같은 행보는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가 남긴 결단 덕분이다. 기업인이 평생 일군 기업과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럼에도 유 박사는 기업을 개인의 소유물이 아닌 사회가 키운 공적 자산으로 봤다. 친인척을 경영에서 배제했고 보유 주식과 재산은 사회에 환원했다. 오늘날 유한양행이 이뤄낸 경영 안정과 혁신신약 성과는 창업주 경영철학이 한 세기에 걸쳐 맺은 결실인 셈이다. 유한양행이 걸어온 길은 국내 기업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와 같다. 상속과 경영권 분쟁으로 기업의 존속이 흔들리는 현실에서 유한양행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오히려 장기 성장과 혁신의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기업이 성장하고 그 이익이 연구개발과 구성원, 사회로 다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유한양행은 오래 살아남는 기업을 넘어 오래 존경받는 기업의 기준은 세웠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이 본받아야 할 모범이다. 물론 100주년이 여정의 끝은 아니다. 현재 유한양행에는 기업가치에 걸맞은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 관리, 렉라자를 이을 후속 혁신신약 발굴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전문경영진이 장기 성과와 주주가치에 책임지는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고 기업 성장의 결실이 장학·복지와 환자 지원으로 이어지는 사회환원 체계도 한층 발전시켜야 한다. 한 세기에 걸쳐 쌓아온 신뢰와 혁신을 기반으로 한국 제약산업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갈 유한양행의 다음 100년을 응원한다.2026-06-19 06:00:44차지현 기자 -
[기자의 눈] 탈모약 급여 논의 우선 순위 '갑론을박'[데일리팜=최다은 기자]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논의가 정치권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청년층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 질환에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맞서고 있다. 사실 탈모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결코 가볍지 않다.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는 물론 사회생활과 대인관계,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외모에 민감한 청년층에게 탈모는 단순한 미용 문제가 아닌 삶의 질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은 본질적으로 삶의 질 향상보다 생명과 건강 보호를 우선하는 사회안전망이다. 재정이 무한하다면 탈모를 포함한 다양한 질환에 급여를 확대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건강보험 재정이 올해 적자로 전환한 뒤 2035년에는 39조원 규모 적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령화와 신약 등장으로 의료비 부담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결국 건강보험은 무엇을 먼저 지원할 것인지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의 박탈감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암 환자와 희귀질환 환자들은 급여 등재가 늦어져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비급여 약값으로 매달 수백만원을 부담하고 있다.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로 국회전자청원과 청원24에는 지난 1년간 희귀·중증질환 치료제 급여 확대를 요구하는 청원이 수십 건 제기됐다. 환자와 가족들은 생존을 위한 치료제 접근성을 높여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탈모 급여화를 우선 검토하겠다고 나서자 "생명과 직결된 치료제는 재정 부족을 이유로 미루면서 탈모약은 왜 서두르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탈모 급여화 자체를 무조건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지금 필요한 것은 여론조사 결과나 정치적 인기보다 건강보험이 지켜야 할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건강보험 재정은 한정돼 있고 우선순위는 명확해야 한다. 생명을 구하는 치료제,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중증·희귀질환 보장성 강화가 먼저다. 그 위에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급여 확대를 논의하는 것이 순서다. 탈모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 아니다. 다만 건강보험이 존재하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정부가 답해야 할 질문은 '탈모도 힘드니 지원하자'가 아니라 '한정된 재정으로 누구를 먼저 도울 것인가'다. 건강보험의 우선순위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결국 가장 큰 피해는 급여 지원이 절실한 환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2026-06-18 06:00:44최다은 기자 -
[기자의 눈] n번째 바이오위원회, 이번엔 결실 맺을까[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이재명 정부의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가 지난 15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단과 첫 간담회 자리를 가졌다. 지난 4월 위원회가 출범하고 두 달여 만에 마련된 공식 소통의 자리다.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인 만큼 정부에 건넨 요구사항도 적지 않았다. R&D 투자환경 개선부터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 필수의약품 안정공급까지 업계의 숙원들이 테이블 위에 가득 차려졌다. 정부가 산업계와 민관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소통 채널을 가동한는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이번 간담회에서 오간 의제들을 보면 묘한 기시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매 정부마다 제약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며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하는 시도가 관행처럼 반복됐다. 그러나 하나같이 산업계가 체감할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진 못했다. 화려했던 출범식에 비해, 정권 교체와 맞물린 퇴장은 늘 소리 소문 없이 초라했다. 박근혜 정부가 2016년 신설한 '바이오특별위원회'는 파편화된 바이오 R&D 로드맵을 범부처 차원에서 조율하고자 만든 기구였다. 그러나 장관급이 아닌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이 위원장을 맡은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산하의 전문위원회 수준에 머물렀다. ‘차관급’ 위원장의 명함으로는 보건복지부의 약가 정책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규제 등 부처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핵심 규제의 문턱을 넘기 어려웠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전 대선 공약으로 ‘대통령 직속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신설’을 내걸었다. 그러나 부처간 주도권 다툼으로 정작 정권이 출범한 뒤로는 독립기구 신설이 무산되는 진통을 겪었다. 대안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 ‘바이오헬스특별위원회'가 마련됐으나, 공식 소통창구 역할에 그쳤다. 법적 구속력과 예산권이 없는 자문기구의 한계는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직전 윤석열 정부 역시 강력한 육성 의지를 표명하며 국무총리 산하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와 대통령 직속의 ‘국가바이오위원회’를 각각 출범시켰다. 그러나 거버넌스가 이원화되면서 역량이 결집되기는커녕 기능과 역할이 중복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컨트롤타워가 쪼개지니 추진력은 분산됐고, 거시적인 마스터플랜만 무성할 뿐 현장이 원하는 규제 혁신은 지지부진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거버넌스 교통정리부터 나섰다. 전 정권이 남긴 이원화 구조의 비효율성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3월 기존 거버넌스들을 전격 폐지·통합했고, 4월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를 정식 출범시켰다.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는 과거 위원회들이 남긴 낮은 위상의 한계, 독립성 부족, 이원화의 비효율이라는 '오답 노트'를 모두 지켜본 뒤 출범했다. 그럼에도 위원회가 내건 슬로건과 추진 전략의 거시적 방향성은 지난 정부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결국 차이를 만드는 것은 화려한 청사진이 아니라 강력한 실행력이다. 아무리 좋은 계획도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사장된다는 것을 업계는 위원회들의 명멸을 통해 확인했다. 이제는 구상 단계를 넘어, 기업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속도감 있는 조치를 보여줘야 한다. 업계의 관심은 이번 위원회가 기존 정권의 전철을 밟아 또 하나의 ‘무력한 자문기구’로 흐지부지될지, 아니면 성과를 내는 거버넌스로 자리 잡을지에 쏠려 있다. 조직 통합으로 출발선에 선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의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이번만큼은 구체적인 결과물로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 내길 기대한다.2026-06-17 06:00:40김진구 기자 -
[기자의 눈] 커지는 약 접근성 확대 요구, '반대' 그 다음은[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최근 약사사회를 둘러싼 정책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정부는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를 공식 정책 과제로 제시했고, 비대면진료 법제화 과정에서는 의약품 재택수령 확대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여기에 실증특례를 통한 화상투약기 품목 확대, 안전상비약 자판기 도입도 꾸준히 제기되는 이슈다. 약사사회는 그간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통해 일정 부분 제동을 걸 수 있었다. 실제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논의는 수차례 제기됐지만 번번이 무산됐고, 비대면진료에 따른 의약품 배송 역시 약사사회의 우려 속 ‘재택수령’이라는 명칭으로 제한적 범위에서만 운영돼 왔다. 하지만 최근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정부는 물론이고 국회에서도 의약품의 '접근성 확대' 필요성을 언급하는 시대가 됐다. 늦은 밤 약을 구하기 어렵다는 불편, 의료취약지의 의약품 접근성,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편의성 요구가 정책 논의의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소비자 편의쪽에 무게추를 둔 이 같은 방향성이 정답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약은 일반 소비재가 아니며,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런 점에서 화상투약기든, 안전상비의약품이든, 의약품 배송이든 약사사회가 우려하는 이유 역시 충분히 타당하다. 문제는 정책 환경이 바뀌고 있는데도 여전히 "안 된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으로 사회를, 여론을 설득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약사사회가 주도적으로 대안을 설계하는 일일 수 있다. 의약품 접근성 확대가 사회적 요구라면 어떤 조건 아래에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비대면 환경에서도 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해 어떤 장치가 필요한지, 안전상비의약품 확대가 불가피하다면 어떤 품목까지 허용할 수 있고 어떤 관리체계가 전제돼야 하는지를 약사사회가 먼저 제시해야 한다. 단순 정책을 막는 데 집중하는 동안 정책의 설계권은 다른 곳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제도는 결국 약사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형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면 끝까지 반대해야 할 정책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 반대가 사회적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왜 안 되는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안전한가'에 대한 답까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 약사사회는 지금 중요한 갈림길 앞에 서 있다. 접근성 확대라는 시대적 요구와 안전한 의약품 사용이라는 전문성의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고민할 시점이 왔다. 이제는 반대의 논리를 넘어 대안의 언어를 고민해야 할 때다. 그것이 전문가 집단으로서 약사사회가 사회적 신뢰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2026-06-16 06:00:36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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