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병원-약국 공통어로 소통…페이퍼리스 약국 실현"[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오는 12월 24일부터 시범사업 꼬리표를 뗀 비대면 진료 시행을 앞두고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 도입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플랫폼 업계는 물론 국민건강보험공단도 비대면 진료 지원시스템과 공공 전자처방 전달시스템 구축을 위한 준비에 착수하며 본격적인 속도전에 돌입할 전망이다. 비대면 진료가 모든 대상자에게 허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자처방 전달시스템 도입 등이 약국의 변화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기존 종이 처방전 위주의 의료 인프라가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적지 않은 혼선과 기술적 변화 등이 필연적으로 수반되기 때문이다. 변수현 서울시약사회 부회장(64, 성균관대)으로부터 전자처방전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대만의 사례와 시사점 등을 들어봤다. Q. 최근 타이베이시 약사회를 방문해 전자처방전 도입 사례를 직접 보고 오셨다. 환자 중심의 의약료 데이터인 NHI MediCloud 시스템에 대해서도 기고해 주셨는데, 직접 보신 소회가 궁금하다. A. 전자처방전으로의 전환이 단순히 종이를 없애는 것 이상의 거대한 패러다임 시프트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환자가 종이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방문한다'는 개념을 넘어 대만의 사례를 보면서 전자처방전이야 말로 환자와 의료진, 지역 약국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의료 전달 체계 혁신의 마중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Q. 전자처방전, 어떻게 구현되고 있나? A. 의사가 전자 처방전을 발행하고 데이터를 플랫폼에 업로드하면, 환자에게 QR코드가 전송이 된다. 환자가 약국을 방문해 QR코드를 읽히면 처방 데이터를 가져올 수 있고, 처방에 따라 조제할 수 있다. 다시 약국이 조제 정보를 플랫폼으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대북시약사회는 전자처방전을 통해 환자들의 편의성과 접근성이 향상됐다고 말한다. 우선 모바일 QR코드 인증만으로도 참여 약국 어디에서나 안심하고 약을 수령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타이중에 있는 환자가 타이베이의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현지 타이중에서 약을 수령하는 방식이다. 가령 전남 섬마을에 거주 중인 환자가 수술을 받은 서울 빅5병원의 의료진으로부터 진료를 받고, 전남지역 약국에서 약을 수령하는 것이 가능한 셈이다. 약국의 업무도 용이해졌다. 기존 종이 체계에서는 조제 데이터가 전산에 반영되기까지 최대 24시간이 소요됐지만, 즉시 데이터가 플랫폼에 업로드되다 보니 약국에서도 환자의 약력을 살펴 중복처방이나 오남용 가능성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이 같은 과정이 환자 중심의 맞춤 케어로 연결된다는 게 현지 약사들의 설명이었다. Q. 전자처방전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병의원과 약국이 각각의 EMR과 청구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대만 역시 각기 다른 전산 시스템(HIS)을 사용하고 있다는 현실에 봉착했다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격인 중앙건강보험서(NHIA)가 정부 차원의 시스템을 구축해, 병의원과 약국이 서로 다른 전산 시스템을 사용하더라도 데이터가 원활하게 소통될 수 있도록 준비에 나섰다. 공통의 언어라고 할 수 있는 보건의료 정보교환 국제 표준 'FHIR(Fast Healthcare Interoperability Resources)'을 채택한 것이 신의 한 수이자, 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는 핵심이 됐다. 또 소규모 파일럿 형태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고 한다. 처방 측 시스템을 먼저 안정화한 뒤 비교적 약품 구성이 단순하고 조제 난이도가 낮은 진료과부터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이 과정에서 약사회가 단일 창구로 나서 주도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수정·반영했다. Q. 우리나라도 전자처방전 시범사업을 시도했던 것으로 아는데, 다른 점은 무엇이었나? A. 국내에서도 3차례 가량 전자처방전 시범사업이 진행된 것으로 안다. 2020년 대한약사회와 농심데이터시스템(NDS)이 손을 잡고 모바일 기반의 전자처방전 약국 전송 시범 사업을 진행한 바 있으며, 건보공단이 주도해 강원도 원주 연세의료원과 인근 문전약국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일산병원이 주축이 돼 경기도 고양시 전역에서 시범사업이 가동됐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른 점을 꼽자면, 이같은 시범사업이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됐던 반면 대만은 바텀업 방식으로 사업을 풀어나갔다는 점이다. 우리 시범사업이 처방전을 전달하는 시스템에 집중했다면, 대만은 전자처방전이라는 본질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처방전을 어디로 보낼 것인가, 약 배송을 어떻게 할까 같은 부수적인 문제 보다는 환자 중심의 제도 설계에서부터 논의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환자를 중심에 두고 정부와 의약계가 연대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설계됨으로써 직역간 갈등이나 주도권 싸움 등이 전부 배제됐다는 설명이다. Q. 그들의 향후 과제는 무엇인가? A.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정비를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종이 도장을 대체할 '전자 조제 서명' 매커니즘의 보안성을 확보하고, 마약류 의약품 처방전의 점진적 포함 등을 과제로 꼽았다. Q. 본사업까지 남은 5개월간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A. 전자처방전 도입은 종이 문서를 모바일 화면으로 옮기는 1차원적 기술 작업이 아니라는 점을 보고, 듣고 왔다. 의료계와 약업계, IT업계, 정부 당국의 긴밀한 협력과 지속적인 제도 개선이 맞물려야 성공할 수 있는 거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라는 게 이번 방문의 소회다. 타이베이약사회의 실무경험이 보여준 연대와 단계적 접근의 지혜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도 환자 중심의 안전하고 편리한 미래 의료 플랫폼 구축을 향해 보건의료계가 함께 하기를 기대한다.2026-07-07 06:00:48강혜경 기자 -
"고령층 독감백신, 접종률 넘어 보호의 질 논의할 시기"[데일리팜=손형민 기자] "현재 정책의 장점이 접종률 확대에 있다면 앞으로의 과제는 보호 효과 향상입니다. 이제는 접종률과 함께 고령층에게 어떤 백신이 더 충분한 보호를 제공할 수 있는지, 즉 '보호의 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최민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층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정책의 방향을 이같이 제시했다. 인플루엔자는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300~500만건의 중증 감염과 최대 65만명의 사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호흡기 감염병이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은 입원과 중증 합병증, 사망 위험이 가장 높은 고위험군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인플루엔자 입원 환자의 약 70%, 사망 환자의 약 80% 이상이 고령층에 집중돼 있으며, 이들의 의료비 부담 역시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높은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고령층의 질병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고령층은 면역노화(immunosenescence)로 인해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 능력이 건강한 성인의 40~80%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표준용량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충분한 면역반응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주요국은 이미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면역증강 또는 고용량 인플루엔자 백신을 표준용량 백신보다 우선 권고하고 있으며, 대한감염학회 역시 2023년 성인 예방접종 권고안을 통해 같은 방향을 제시했다. 이 같은 배경에서 최 교수는 한국과 대만의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MF59 면역증강 4가 인플루엔자 백신(aQIV)의 비용-효과성을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Vaccine에 게재됐다. 고령층 백신 전략의 임상적 효과와 함께 비용-효과성까지 함께 평가한 국내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비용효과성에 건강 편익까지…경제성 분석 의미는 연구 결과 면역증강 백신은 표준용량 백신보다 접종 비용은 높았지만, 인플루엔자 관련 입원과 합병증, 사망 감소에 따른 의료비 절감 효과를 고려하면 비용-효과적인 전략으로 평가됐다. 특히 표준용량 백신에서 면역증강 백신으로 변경했을 때 ICER(점증적 비용-효과비)는 2200달러/QALY로 산출돼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지불의향 기준인 1인당 국내총생산(GDP) 약 3만6130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추가 접종 비용보다 건강 편익이 더 크다는 의미다. 최 교수는 "표준용량 백신보다 접종 비용은 증가하지만 입원과 합병증, 사망 감소를 통해 추가 비용의 상당 부분을 상쇄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추가 비용 대비 얻을 수 있는 건강 편익이 상당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비용-효과성 분석은 단순히 백신 가격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 가능한 감염과 합병증, 입원, 사망 감소에 따른 의료비 절감과 삶의 질 향상까지 함께 반영해 예방접종 전략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이번 연구에서도 한국과 대만의 고령층 인구 구조와 백신 접종률, 의료 이용 패턴 등이 반영됐으며, 다양한 민감도 분석과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결과의 안정성을 확인했다. 분석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변수는 상대적 백신 효과(relative vaccine effectiveness, rVE)와 백신 가격이었다. 최 교수는 "민감도 분석에서도 상대적 백신 효과가 가장 영향력이 큰 변수로 나타났고, 백신 가격 역시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용량 백신과의 비교에 대해서는 신중한 해석을 주문했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면역증강 백신이 비용 절감 전략으로 나타났지만 두 백신 간 직접 비교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라며 "고용량 백신과의 비교 결과는 탐색적 결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으며, 이번 연구의 핵심은 표준용량 백신 대비 면역증강 백신의 임상적·경제적 가치를 확인했다는 데 있다"고 밝혔다. 질병부담 넘어 경제성까지 분석 이번 분석은 최 교수가 2022년 발표한 고령층 인플루엔자 백신 전략 연구를 확장한 후속 연구다. 당시 연구에서는 국내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표준용량 4가 백신과 고용량 4가 백신, 면역증강 4가 백신 전략에 따른 감염과 합병증, 입원, 사망 등 질병 부담을 비교했다. 이를 통해 향상된 면역원성을 가진 백신 전략이 고령층 질병 부담 감소에 기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예방접종 정책을 실제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임상적 효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새로운 백신 전략을 국가예방접종사업 등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 대비 얼마나 건강 편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제성 평가가 함께 요구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2022년 연구 당시에는 국내에서 면역증강 백신과 고용량 백신의 활용 경험이 제한적이었고, 경제성 평가에 중요한 변수인 백신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도 컸다"며 "당시에는 비용-효과성 분석을 신뢰성 있게 수행하기 어려웠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후 국내에서도 실제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가격에 대한 가정을 보다 현실적으로 설정할 수 있게 됐고, 이를 토대로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연구는 한국과 대만을 동시에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도 차별화된다. 기존 경제성 연구는 대부분 북미와 유럽 등 서구 국가를 중심으로 수행됐지만, 이번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두 아시아 국가의 인구 구조와 의료 환경을 반영했다. 최 교수는 "한국과 대만은 고령층 인구 구조와 인플루엔자 유행 양상, 의료 이용 패턴에는 차이가 있지만 두 국가 모두 초고령사회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서구 중심 근거를 보완하고 아시아 지역의 역학적 특성과 보건의료 환경을 반영한 예방접종 정책의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고위험군 중심 예방접종 전략 확대 필요 최 교수는 이번 연구가 65세 이상 전체 고령층을 대상으로 진행된 만큼 특정 고위험군 만을 대상으로 한 결과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대표적인 고위험군인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이번 분석 결과는 향후 위험도 기반 예방접종 전략을 논의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최 교수는 "접종률 향상을 넘어 입원과 중증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예방 전략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이 옮겨가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연령과 개별 위험도를 함께 고려하는 예방접종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정책의 장점이 접종률 확대에 있다면, 앞으로의 과제는 보호 효과 향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얼마나 많이 접종했는지 만이 아니라, 고령층에게 어떤 백신이 더 충분한 보호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피력했다. 현재까지 한국의 고령층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정책은 접종률 측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국가예방접종사업을 통해 65세 이상 고령층의 백신 접근성이 높아졌고 실제 접종률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접종률이 높아졌다고 해서 고령층의 질병 부담이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고령층은 면역노화로 인해 백신 접종 후 면역반응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고 이로 인해 접종 후에도 인플루엔자 관련 입원과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높은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고령층의 중증 질환과 입원 부담은 여전히 중요한 공중보건 문제로 남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 교수는 향후 50~64세 성인을 대상으로 예방접종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연령대는 만성질환 유병률이 증가하기 시작하는 시기로, 고령층 이전 단계부터 예방 전략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아울러 성인 예방접종을 건강보험 급여 체계 안에서 관리하는 방안도 장기 과제로 제시했다. 최 교수는 "현재는 성인 예방접종률과 실제 예방 효과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건강보험 청구자료 등을 활용해 예방접종 현황과 효과를 지속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축적된 근거를 바탕으로 보다 정교한 성인 예방접종 정책을 설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2026-07-07 06:00:44손형민 기자 -
"고혈압 치료전략 변화…'인다파미드' 기반 복합제 주목"[데일리팜=손형민 기자] 고혈압 치료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26 고혈압 진료지침은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의 목표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강화하고 초기부터 병용요법을 적극 활용하도록 권고했다. 목표혈압 달성을 위한 2제·3제 치료와 단일제형복합제(SPC)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관련 치료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개정은 단순히 혈압 목표 수치를 조정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최근 STEP, ESPRIT, BPROAD 등 주요 임상연구에서 적극적인 혈압 조절이 심뇌혈관질환 및 사망 위험 감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보다 적극적인 혈압 관리 전략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은 130/80mmHg 미만으로 하향 조정됐다. 만성콩팥병 환자 역시 단백뇨 여부와 관계없이 130/80mmHg 미만의 혈압 조절을 권고했으며, 견딜 수 있는 경우 수축기혈압 120mmHg 미만까지 고려할 수 있도록 했다. 뇌졸중 병력이 있는 환자 역시 수축기혈압 목표를 기존 140mmHg 미만에서 130mmHg 미만으로 강화했다. 반면 합병증이 없는 일반 고혈압 환자와 노인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은 기존과 동일한 140/90mmHg 미만을 유지했다. 고위험군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혈압 조절의 이점이 확인된 반면, 일반 위험군에서는 강력한 혈압 강하의 추가 혜택에 대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는 최근 데일리팜과 만난 자리에서 "수축기혈압을 140mmHg까지 조절하는 것과 130mmHg까지 조절하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목표혈압이 낮아진 만큼 약제가 하나 이상 추가로 필요할 수 있어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고위험군 환자에서 목표혈압 강화는 단순히 숫자를 낮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줄이고 장기 예후를 개선하기 위한 접근"이라고 짚었다. 초기 2제 요법 중요성 커져 고혈압은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만성콩팥병 등 주요 심혈관질환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 중 하나다. 특히 당뇨병, 만성콩팥병, 심혈관질환 병력 등을 가진 환자는 혈압이 소폭 상승하는 것만으로도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어 보다 엄격한 혈압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이번 진료지침은 목표혈압 강화와 함께 초기 병용요법의 중요성을 알렸다. 그동안 고혈압 치료는 단일제를 먼저 사용한 뒤 목표혈압에 도달하지 못하면 용량을 늘리거나 다른 계열 약제를 추가하는 단계적 접근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목표혈압에 도달하지 못한 환자가 적지 않음에도 치료 강도가 충분히 높아지지 않는 치료 관성이 혈압 조절률 향상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김 교수는 "고혈압 조절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환자의 복약순응도와 의료진의 치료 관성"이라며 "목표혈압에 보다 빠르게 도달하고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서는 초기부터 적절한 병용요법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하면 SPC 형태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진료지침은 SPC 활용 확대와 함께 초저용량, 저용량, 표준용량, 고용량 복합제로 구분하는 새로운 SPC 분류체계도 제시했다. 학회는 SPC가 개별 약제 병용요법보다 혈압 조절과 치료 지속성 측면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국내는 다양한 조합과 용량의 SPC가 개발돼 있다는 강점이 있다"며 "최근에는 용량 선택 폭도 넓어지면서 치료 유연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난치성 고혈압 개념 도입…3제 치료 중요성 확대 이번 진료지침은 혈압 조절이 어려운 환자에 대한 접근 방식도 새롭게 정비했다. 특히 기존의 저항성 고혈압 개념을 확장한 '난치성 고혈압' 개념을 새롭게 도입했다. 난치성 고혈압은 이뇨제를 포함한 2제 이상 항고혈압제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목표혈압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기존 저항성 고혈압과 불응성 고혈압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실제 임상 현장에서 보다 체계적인 진단과 치료 알고리즘을 적용하기 위해 마련됐다. 진료지침은 난치성 고혈압이 의심되는 경우 무조건 약제를 추가하기보다 먼저 복약순응도와 혈압 측정의 정확성을 확인하도록 권고했다. 가정혈압 또는 활동혈압 측정을 통해 백의고혈압 여부를 확인하고, 혈압 상승을 유발하는 생활습관과 약제 사용 여부, 이차성 고혈압 가능성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약제가 듣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복약순응도나 혈압 측정 문제, 백의효과 등으로 실제보다 혈압이 높게 평가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요인을 교정한 이후에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특히 진료지침은 ACE억제제 또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칼슘채널차단제(CCB), 이뇨제 기반 3제 병용요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혈압은 레닌-안지오텐신계 활성화, 혈관 수축, 체액 증가 등 다양한 기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이다. 이에 따라 ARB, CCB, 이뇨제를 함께 사용하는 병용치료가 효과적인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김 교수는 "한 가지 기전만 조절해서는 충분한 혈압 강하 효과를 얻기 어렵다"며 "2제 요법으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3제 요법으로 넘어가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접근"이라고 전했다. 이어 "강화된 목표혈압을 달성해야 하는 고위험군에서는 추가 약제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3제 치료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인다파미드 기반 3제 복합제 관심↑ 이 같은 치료 환경 변화에 맞춰 최근 국내에서는 다양한 3제 복합제가 등장하고 있다. 안국약품의 ‘레보살탄플러스(발사르탄·S-암로디핀·인다파미드)’를 비롯한 인다파미드 기반 3제 복합제 역시 강화된 목표혈압 달성과 SPC 활용 확대 흐름 속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인다파미드는 체액 배출을 통한 이뇨 효과뿐 아니라 혈관 확장 효과도 함께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랜 기간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며 혈압 강하 효과와 대사적 안전성이 확인된 대표적인 티아지드 유사 이뇨제다. 김 교수는 "고혈압 환자의 예후 개선 근거는 HYVET 연구를 비롯한 다수의 임상연구에서 인다파미드와 클로르탈리돈 등 티아지드 유사 이뇨제를 중심으로 확인됐다"며 "인다파미드는 대사 관련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장점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글로벌 가이드라인 역시 일반 티아지드계 이뇨제보다 인다파미드와 클로르탈리돈 같은 티아지드 유사 이뇨제를 우선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S-암로디핀 역시 이번 진료지침과 맞물려 관심을 받고 있다. 김 교수는 CCB 복용 중 말초부종 등 부작용이 발생한 환자에서 S-암로디핀으로 변경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김 교수는 "S-암로디핀은 기존 암로디핀 대비 말초부종 발생을 줄이면서도 혈압 강하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며 "부종으로 인해 복약순응도가 떨어지는 환자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발사르탄은 예후 개선 근거가 풍부한 ARB이고 인다파미드는 임상적 근거가 확인된 티아지드 유사 이뇨제"라며 "강화된 목표혈압 달성이 필요한 고위험군 환자에서는 이러한 조합이 하나의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2026-07-03 06:00:44손형민 기자 -
"약사들이 즐겁다면 망가져도 OK"…B급 감성 약사 릴스 장인[데일리팜=강혜경 기자] "니가 좋아~ 그거 한번 보여주시면 안돼요?" 영화 와일드씽의 최성곤부터 쇼핑 플랫폼 지마켓의 추노 역할을 맡은 장혁 배우까지 패러디한 허용성 약사(50·중앙대)가 약업계 릴스 장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새빨간 립스틱에 가발, 날개, 맨발 투혼까지 그의 노력은 어디까지 계속될지 감이 안 올 정도다. B급 감성 러버로 꼽히는 그는 가발을 주문하고, 함께 일하고 있는 모연화 휴베이스 부사장의 화장품을 협찬받아 즉흥 연기에 나섰다. 지천명 나이의 열연에 고개를 내젓는 건 아내 뿐이었다. 오히려 아들은 디테일을 지적하며 완성도 높은 영상을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재미있겠는데?' 하는 생각에 하는 생각에 한 연기에 많은 분들이 웃어주셨고, 자꾸만 그거해 봐, 그거해 봐라고들 하세요. 더운 여름 약사님들이 즐거우실 수 있다면 이 정도는 망가져도 괜찮죠." 건축학도에서 약사로…IMF가 가져다 준 선물 검게 그을린 얼굴에 서글서글한 웃음. 가만 보면 그의 이미지는 책상에 가만히 앉아 책을 보고 연구하는 약사보다는 에너제틱한 느낌이 강하다. 실제 그는 건축학도를 꿈꾸던 사람 중 하나였다. 하지만 1997년 IMF가 그를 약사의 길로 이끌었다. 1996년에 입대한 이후 IMF가 터졌고, 1998년 제대해 보니 100대 건설회사 절반이 망하고 건설경기는 바닥을 쳤기 때문이다. '취업이 잘 되는 길을 찾아보고자' 수능을 쳤고, 02학번으로 뒤늦게 약대에 입학하게 됐다. 졸업 후 제약회사 영업팀을 거쳐 개국가로 나왔을 때까지도 '이런 약사가 돼야 겠다'는 당찬 포부는 없었다. 그저 대형약국을 운영하는 잘 나가는 선배들을 보면서 '이렇게 약국을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선배 약국에서 배운대로 하다 보니 약국도 잘 됐다. 빚도 빠르게 갚았지만 약국→집→약국→집으로 이어지는 일상에서 재미를 찾기는 어려웠다. 그에게 약사로서의 새로운 인사이트가 됐던 건 휴베이스였다. "김포시약사회 총무로 연수교육을 준비하다 우연히 매칭 됐는데, 다른 강의들 보다 좋았어요. 제가 약국을 잘 한다기 보다는 잘 되는 약국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었구나라는 깨달음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지역본부장으로 활동하다 2018년 합류해 약국체인 본부에서 일하게 됐어요." 똑똑하고 부지런한 조직원들 사이에서는 나태해질 수가 없었다. 등 떠밀리듯 경영대학원에 입학하게 됐고, 휴베이스몰을 맡게 됐다. 약국체인 커머스 이사, 무슨 일을 하나? 분장부터 B급 영상을 찍는 일까지도 커머스 이사의 일이라고 하면 너무나 가혹할까. 사실, 몰에 입점할 업체들과 미팅을 하고 제품을 선정하는 MD(머천다이저) 역할이 주다. 현재 70여개 업체가 입점해 있고, 판매 상품수는 5만5996가지에 달한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상품이 입점해 있어도 약국이 이를 모르면 무용지물이다 보니, 큐레이션에 힘을 쏟았다. 약국에 꼭 필요한데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약국에서 취급하면 약사와 고객 모두에게 좋을 제품을 발굴하고 교육과 연계하는 큐레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게 찾은 진흙 속 진주가 '큐라프록스'다. 건강한 치아관리를 원하는 고객, 올바른 정보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약사, 그러기 위해 약사에게 제대로 된 구강교육을 할 수 있는 공급업체라는 3박자가 맞아 떨어져 고객은 물론 약사, 회사 측의 시너지가 가능했다. "허 이사님 안목이라면 인정해요" 같은 한 마디, 한 마디가 그에게는 휴베이스의 베스트셀러인 밸포이(밸런스 포텐시 이뮨) 못지 않은 힘이 된다. K-뷰티로 인해 약국이 떠오르면서 최근에는 미팅도 늘어났다. 창고형 약국으로 인해 대형 규모 약국들이 늘어나면서 SKU(Stock Keeping Unit)는 물론, 제품 구성이나 계절성·이벤트 제품에 대한 약사들의 인식도 높아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장에서 만나는 약사님들 역시 잘되는 약국을 인수해 처방전만 받아도 되는 시대는 지났다고들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품목 도입, 품목 관리, 재고 관리 등에 대한 니즈가 강해지시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럴수록 눈을 부릅뜨고 휴몰에서만 만날 수 있는 좋은 제품을 선별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지고 있어요." '귀감 될 수 있는 선배약사' 그의 목표는? 그의 목표는 그에게 귀감이 됐던 선배들처럼,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것이다. "한 때는 잘 버는 선배들이 부러웠는데, 이제는 직업적 만족감, 사명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약사로서의 만족감, 소명의식, 자존감 같은 것들이 있을 때 약사로서 행복하고 당당할 수 있다는 거죠." B급 영상 터지면서 당분간 릴스 장인 활동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달 알러팜 매출이 잘 나와 자의 반, 타의 반 계속해 영상이 업로드 될 거 같아요. 어설프지만 더위를 식혀 줄 웃음벨을 기대해 주세요."2026-07-02 06:00:50강혜경 기자 -
조기 폐암 치료 진화…'타그리소'가 연 재발 예방 시대[데일리팜=손형민 기자] 다양한 표적항암제의 등장으로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 성적은 크게 향상됐다. 전이성 환자의 장기 생존이 현실화되면서 치료 전략도 생존기간 연장을 넘어, 조기 병기에서 재발을 예방하고 완치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환자의 일상과 삶의 질까지 함께 고려하는 접근도 새로운 치료 목표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이 같은 변화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3세대 EGFR 티로신키나제억제제(TKI) '타그리소(오시머티닙)'가 전이성 치료를 넘어 수술 후 보조요법까지 적응증을 확대하면서, 재발 예방 전략이 급부상하고 있다. 데일리팜은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를 만나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 패러다임 변화와 타그리소 수술 후 보조요법의 임상적 의미, 그리고 장기 생존 시대의 치료 목표에 대해 들었다. 타그리소를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러한 치료 환경 변화를 '퀄리티 서바이벌(Quality Survival)'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는 단순히 생존기간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재발을 지연시키고 완치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일상과 삶의 질, 치료 지속성까지 함께 고려하는 새로운 치료 목표다. 수술 후 보조요법부터 절제 불가 국소진행성, 전이성 치료까지 이어지는 타그리소의 전 주기 치료 전략 역시 이러한 방향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분석이다. 실제 조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재발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완전 절제술을 받더라도 병기에 따라 재발률은 1기 약 20%, 2기 약 40%, 3기에서는 70% 이상으로 알려져 있으며, 상당수 환자는 수술 후 3년 이내 재발을 경험한다. 이에 따라 수술 이후 재발 여부를 지켜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재발 위험 자체를 낮추기 위한 보조요법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타그리소는 임상3상 ADAURA 연구를 통해 수술 후 보조요법에서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위약 대비 73% 줄였고, 전체생존기간(OS)에서도 사망 위험을 51% 감소시키며 조기 EGFR 변이 폐암 치료 전략 변화의 근거를 마련했다. 중추신경계(CNS) 재발 위험 감소 효과까지 확인되면서 장기 생존뿐 아니라 장기적인 삶의 질까지 고려한 치료 옵션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EGFR-TKI가 연 정밀의료 시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폐암 치료가 정밀의료 시대로 전환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분야로 평가된다. 과거에는 조직형과 병기 중심으로 치료 전략을 세웠다면, EGFR 변이가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대표적인 바이오마커로 자리 잡으면서 환자의 유전자 특성에 맞춰 치료제를 선택하는 시대가 열렸다. 이후 ALK, ROS1, RET, MET, BRAF, KRAS 등 다양한 바이오마커 기반 치료제가 잇따라 개발되며 폐암은 가장 빠르게 정밀의료가 발전한 암종 가운데 하나가 됐다. 특히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등 유전자 검사 기술이 발전하면서 환자별 분자적 특성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고, 맞춤형 치료 전략도 빠르게 자리 잡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EGFR-TKI는 폐암 분야에서 정밀의료와 표적치료의 개념을 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교수는 EGFR 변이가 폐암 치료에서 갖는 의미를 크게 두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특정 분자 표적을 기반으로 표적치료가 가능하다는 개념을 정립하며 이후 다양한 표적치료제 개발과 정밀의료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일부 환자에서 장기 생존을 가능하게 하면서 폐암 치료 성과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그는 "EGFR 변이는 폐암 정밀의료 시대를 연 대표적인 바이오마커"라며 "특정 분자 표적이 존재해야 표적치료가 가능하다는 개념을 정립했고, 이후 다양한 표적치료제 개발과 정밀의료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짚었다. 이어 "일부 환자에서는 장기 생존을 가능하게 하면서 폐암 치료 성과 자체를 크게 향상시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타그리소 역시 치료 영역을 꾸준히 넓혀왔다. 2016년 국내 도입 이후 1차 치료를 시작으로 수술 후 보조요법, 절제 불가 국소진행성(3기) 치료까지 적응증을 확대하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전 주기를 아우르는 치료 전략을 구축했다. 최근에는 항암화학요법 병용요법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며 치료 단계별 핵심 옵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교수는 "타그리소는 뇌전이에 대한 예방 효과가 확인된 약제인 만큼 수술 후 보조요법에서도 CNS 재발 위험을 낮췄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뇌전이를 예방한다는 것은 단순히 재발을 줄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인지 기능과 뇌 기능을 유지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지키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수술 후 경과관찰에서 재발 예방으로…조기 치료 전략 변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최근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치료 개입 시점이 앞당겨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수술 이후 재발 여부를 추적 관찰하다가 재발이 확인되면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는 접근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재발 위험을 조기에 낮추는 것이 장기 생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근거가 축적되면서 수술 후 보조요법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EGFR 변이 폐암은 완전 절제술을 받더라도 병기에 따라 재발 위험이 높은 암종이다. 재발이 발생하면 다시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이후에는 전이성 폐암 치료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재발 이후 어떤 치료를 할 것인지보다 재발 자체를 줄이는 것이 더욱 중요한 치료 목표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ADAURA 연구가 있다. 완전 절제술을 받은 EGFR 변이 1B~3A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 연구는 타그리소 수술 후 보조요법이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유의하게 낮출 뿐 아니라 OS까지 개선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여기에 CNS 재발 위험 감소 효과도 주목받았다. EGFR 변이 폐암은 다른 폐암보다 뇌전이 발생 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전이는 생존뿐 아니라 인지기능 저하와 신경학적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단계부터 이를 예방하는 전략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 교수는 "환자가 완치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생각한다면 재발 이후 사용할 치료를 미리 고민하기보다 현재 시점에서 재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치료를 먼저 고려하는 것이 맞다"라며 "치료는 다음 단계를 걱정하며 미루기보다 지금 가장 적절한 선택을 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술 후 보조요법은 재발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질병 없이 일상을 유지하는 시간을 늘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며 "재발 없이 생활하는 기간 자체도 환자에게는 중요한 치료 성과"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보조요법이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치료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조기 폐암에서는 수술만으로 완치가 가능한 환자도 있는 만큼, 일부 환자에게는 불필요한 치료가 될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견해다. 이 교수는 "EGFR-TKI가 전이성 환자에서 장기 생존의 이점을 입증한 만큼, 조기 폐암에서도 치료 목표를 어떻게 설정할지는 환자마다 다를 수 있다"며 "어떤 환자는 장기 생존의 관점에서 재발 없이 편안하게 생활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둘 수 있고 또 다른 환자는 완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생존 넘어 일상 회복까지...장기 관리 시대의 새로운 치료 목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 성적이 향상되면서 의료진이 바라보는 치료 목표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질병을 얼마나 오래 조절하고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치료를 이어가면서 환자가 일상과 사회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고 있다. 이 교수는 장기 생존 시대에는 환자 개인의 치료 목표를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임상 데이터를 두고도 어떤 환자는 완치 가능성을 우선할 수 있고, 또 다른 환자는 재발 없이 일상을 유지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둘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진단이다. 이 교수는 "같은 데이터를 보더라도 환자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는 다를 수 있다"며 "의료진은 객관적인 근거를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가 자신의 삶과 치료 목표를 고려해 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의료진이 치료 방향을 결정하고 환자가 이를 따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환자가 치료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대"라며 "치료 효과를 설명하는 것뿐 아니라 환자가 충분히 이해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타그리소의 의미도 단순한 치료 효과를 넘어선다고 평가했다. 표적치료제를 통해 질환을 장기간 조절하면서 환자가 직장과 가정, 사회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 역시 장기 치료 시대에는 중요한 가치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타그리소가 1차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1·2세대 EGFR-TKI보다 내약성이 우수하고 환자가 보다 편안하게 치료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며 "향후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도 후속 치료 옵션을 확대하는 동시에 환자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까지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 입장에서는 질병의 진행 없이 오랜 기간 일상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십 년 동안 재발 없이 지내다가 이후 재발한다면, 그 기간 동안 질환 부담 없이 지낸 시간 역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런 점에서 수술 후 보조요법은 환자에게 충분히 의미 있는 치료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2026-06-29 06:00:42손형민 기자 -
"만성손습진, 스테로이드 치료 한계…'앤줍고' 역할 주목"[데일리팜=손형민 기자] 만성손습진 치료에서 국소 스테로이드를 반복하는 기존 패턴에서 벗어나 환자 상태에 맞춰 치료 전략을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비스테로이드 국소 pan-JAK 억제제 '앤줍고(델고시티닙)'가 등장하면서 전신요법 이전 단계에서도 활용 가능한 치료 옵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마르기타 보름(Margitta Worm) 독일 샤리테-베를린 의과대학 피부과 및 알레르기학과 교수는 최근 데일리팜과 만나 만성손습진 치료에서 '적기 개입(Timely intervention)'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효과가 충분하지 않은 국소 스테로이드 치료를 반복하기보다 환자의 질환 상태에 맞춰 적절한 시점에 치료 전략을 변경해야 장기적인 질환 악화와 기능 저하를 줄일 수 있다는 게 보름 교수의 설명이다. 만성손습진(Chronic Hand Eczema, CHE)은 가려움과 통증을 동반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손 기능 저하와 직업 수행 제한, 삶의 질 악화는 물론 생산성 저하와 결근 등 사회·경제적 부담까지 초래하는 질환이다. 병변이 발생하는 손은 일상생활과 직업 활동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신체 부위인 만큼 증상이 지속되면 업무 수행과 대인관계,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의료진과 미용사, 요리사, 제조업 종사자 등 손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직업군에서는 직업 유지가 어려워질 정도로 질환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국소 스테로이드 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서도 동일 치료를 반복하거나 전신요법으로의 전환이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치료 지연은 질환의 만성화와 재발을 반복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최근에는 적절한 시점에 치료 전략을 변경하는 '적기 치료'가 새로운 관리 원칙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치료 환경 변화의 중심에는 바르는 JAK 억제제 앤줍고가 있다. 앤줍고는 하나의 염증 경로가 아닌 JAK 신호전달 경로를 조절해 다양한 염증성 사이토카인에 작용하는 기전으로 만성손습진의 여러 임상 아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글로벌 임상3상 DELTA 1·2 연구에서는 16주 치료 후 환자 2명 가운데 1명에서 증상이 75% 이상 개선됐으며, 최대 52주 추적한 DELTA 3 연구에서는 장기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연구자 주도 임상인 Del Bi 연구에서는 피부장벽 유지에 관여하는 단백질 발현 증가도 확인되면서 단순 증상 개선을 넘어 피부장벽 회복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보름 교수는 "만성손습진 환자 상당수는 상위 단계 치료가 필요함에도 국소 스테로이드를 반복 사용하면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면 기다리기보다 적절한 시점에 치료 전략을 변경해야 장기적인 질환 악화와 환자의 삶의 질 저하를 막을 수 있다"고 전했다. Q. 만성손습진에서 치료 지연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만성손습진에서 진단 및 치료 지연은 현재 매우 중요한 임상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덴마크에서 약 4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만성손습진 환자의 상당수가 전신요법을 시작하기까지 평균적으로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환자의 약 44%는 처음 전신 치료에 도달하기까지 8년 이상이 걸린 것으로 보고됐다.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상황이 다를 수 있겠지만, 이 연구 결과를 기준으로 본다면 중등도에서 중증의 CHE 환자 중 최소 50%는 사실상 상위 단계 치료로의 전환이 필요한 환자들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치료가 지연되는 기간 동안 환자들은 주로 국소 스테로이드(TCS)를 여러 차례 반복해서 사용하게 된다. 국소 스테로이드는 만성손습진에서 기본이 되는 1차 치료이지만, 질환의 중증도에 맞춰 적절한 시점에 상위 단계 치료로 이행하지 못한 채, 동일하거나 유사한 국소 스테로이드 치료를 여러 사이클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Q. 만성손습진의 질환 부담을 고려할 때, 새로운 치료 옵션이 갖는 임상적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만성손습진은 환자의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이는 단지 개인의 일상생활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직장에서 요구되는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환자들은 통증과 가려움증으로 인해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다. 적절한 시기에 충분한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질환은 악화될 수밖에 없고, 영향을 받는 환자층도 고령 환자에만 국한되지 않고 상당수의 젊은 근로 연령층을 포함한다. 이 경우 개인의 근로 역량과 직장 생활, 나아가 사회·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크며, 결근이나 생산성 저하 등으로 사회 전체의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성손습진은 반드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며 다행히 현재는 이를 위한 치료제가 존재한다. 혁신적인 개발과 발전을 통해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한 만큼 환자들에게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에 사용하던 국소 스테로이드는 부작용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환자의 피부 상태를 악화시키고 특히 환자에게 매우 중요한 피부 장벽 기능을 더 저하시킬 위험이 있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대안이 매우 필요한 상태였다. Q. 앤줍고크림 등장 이후 만성손습진 치료 환경에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가 국소스테로이드(TCS) 의존도를 어느 정도 줄이면서도 질환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국소 치료제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만성손습진 치료 환경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국소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다가 증상이 조절되지 않으면 곧바로 전신 요법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으나, 이제는 그전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국소 치료제 옵션을 하나 더 확보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국소 스테로이드제의 사용을 줄이면서도 전신 요법을 시행하기 전에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시도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마련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Q. 앤줍고크림이 다양한 아형에 적용 가능한 이유와 임상적 이점은 무엇인가 이 약제의 임상적 강점으로는 먼저 우수한 국소 내약성을 들 수 있다. 앤줍고크림은 임상과 실제 진료 경험에서 이러한 국소 자극과 관련된 이상반응이 거의 보고되지는 않았고, 전반적인 국소 내약성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로 인해 환자들이 비교적 거부감 없이 치료를 받아들이고, 치료를 꾸준히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증상 개선 속도가 빠르고 그 효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된다는 점이다.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핵심 증상인 가려움증은 약을 바르기 시작한 뒤 하루(1일 차) 만에도 뚜렷하게 호전되는 양상이 관찰되며, 통증 역시 투여 후 수일 이내, 임상연구에서는 3일 차부터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감소가 확인된다. 임상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신속한 초기 치료 효과와 질환 조절 양상은 최대 1년(약 52주)까지 치료를 지속한 장기 연구에서도 전반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처럼 초기에 증상이 빠르게 완화되고 장기적으로 유효성이 이어지기 때문에, 환자들의 치료 만족도를 높이고 치료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 이어가는 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환자 중에는 치료에 잘 반응하여 약을 잠시 중단하더라도 재발이 더디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중단 후 비교적 빠르게 재발하는 환자들도 있다. 후자와 같이 재발이 빠르게 나타나는 환자의 경우에는 DELTA 3 연구에서 확인된 최대 52주까지의 장기 투여 데이터에 근거해 그 이상 기간 동안도 장기 치료를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연구자 주도 임상(IIT)인 ‘Del‑Bi 연구’의 배경과 주요 결과, 임상적 의미에 대해 설명해 달라 A. Del‑Bi 연구는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근로 연령대인 평균 연령 약 43세 만성손습진 환자를 대상으로, 앤줍고크림 치료가 단순한 증상 억제를 넘어 피부 장벽에 어떠한 생리학적 변화를 가져오는지 평가하기 위해 설계된 연구다. 환자들에게 약 12주간 치료를 시행한 후 피부 조직 생검을 통해 분석한 결과, 피부 장벽 유지에 관여하는 주요 단백질들의 발현이 치료 전보다 유의하게 증가하는 양상이 확인됐다. 이는 앤줍고크림이 눈에 보이는 병변을 호전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손상된 피부 장벽의 복구와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로 외부 자극물의 침투를 줄이고 향후 염증 재발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질환의 경과를 더욱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의미 있는 임상적 근거로 평가할 수 있다. Q. 실제 진료 현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앤줍고크림의 장점은 무엇인가 국소 도포제라고 하더라도 약제가 피부를 통해 전신으로 과도하게 흡수되어 전신 노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52주 장기 연구에서도 앤줍고크림은 혈액에서 유의미한 농도로 높게 검출되는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따라서 별도의 혈액검사를 반복하며 모니터링해야 할 정도의 전신 노출 문제는 없다고 보며, 이 점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중요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환자 편의 측면에서 불필요한 검사 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러한 추가 검사가 필요 없다는 점은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임상 효과 측면에서 보면 앤줍고크림은 만성손습진의 다양한 아형에 관계없이 일관된 치료 효과를 나타냈다. 따라서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환자가 어떤 세부 아형에 속하는지를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더라도 비교적 폭넓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전반적으로 이러한 혁신적인 치료제가 잘 개발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2026-06-26 06:00:50손형민 기자 -
"임핀지, 위암수술 전후 치료 진입…재발 위험 감소 기대"[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위암 수술 성적은 꾸준히 향상되고 있지만 2·3기 환자에서는 여전히 재발이 가장 큰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수술 전부터 미세전이를 조절하는 치료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김형일 교수와 종양내과 정민규 교수는 최근 데일리팜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강조하며 '임핀지(더발루맙)' 기반 수술 전·후 보조요법이 위암 재발 관리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위암은 국내에서 발생률 상위권을 차지하는 대표 암종이다. 국가암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 비율이 높아지면서 전체 생존율은 꾸준히 개선됐지만, 병기가 진행된 환자에서는 여전히 재발이 장기 예후를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특히 절제가 가능한 2·3기 위암 환자는 근치적 수술과 수술 후 보조항암요법을 시행하더라도 재발 위험이 적지 않다. 실제 국내 임상 현장에서는 2기 환자의 약 20~30%, 3기 환자의 절반 이상이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발이 확인된 이후에는 완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초기 치료 단계에서 재발을 얼마나 낮추느냐가 치료 성패를 좌우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재발의 주요 원인으로 기존 영상검사로 확인하기 어려운 미세전이를 지목한다. 미세전이는 진단 시점에서 이미 종양 세포가 혈행성 또는 림프계를 통해 전신으로 퍼져 있으나, 기존 영상검사로는 검출되지 않는 수준의 잔존 질환(MRD)를 의미한다. 수술 전 CT나 복강경 검사에서도 발견되지 않을 정도로 작은 암세포가 이미 혈액이나 림프계를 통해 전신에 퍼져 있다가 수술 이후 재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절제 가능 위암의 표준치료는 수술과 수술 후 항암요법이었다. 수술 후 항암요법은 재발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했지만, 재발 고위험군 환자에서 발생하는 미세전이를 충분히 제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종양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면역 기능이 보존된 수술 전 단계부터 치료를 시작해 미세전이를 조기에 억제하려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면역항암제 수술 전후 보조요법(perioperative)이 가능성을 확인하며 위암 치료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 3월 아스트라제네카의 면역항암제 ‘임핀지(더발루맙)’는 절제 가능한 위암 및 위식도접합부 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전·후 보조요법 적응증을 획득했다. 치료 전략은 절제 가능한 위암 및 위식도접합부 선암 환자에서 수술 전·후 FLOT(5-플루오로우라실·류코보린·옥살리플라틴·도세탁셀) 항암화학요법과 임핀지를 병용 투여한 뒤, 임핀지 단독요법으로 유지 치료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허가 근거가 된 글로벌 3상 MATTERHORN 연구에서는 임핀지 수술 전·후 보조요법이 기존 치료 대비 질병 진행·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29% 감소시켰다. 전체생존기간(OS) 분석에서도 사망 위험을 22% 줄이며 생존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또 무사건생존기간(EFS), 병리학적 완전관해(pCR) 등 주요 평가지표에서도 대조군 대비 크게 개선된 결과를 나타냈다. 위암 완치를 위한 치료의 근간은 여전히 수술이다. 그러나 아시아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위암 환자에서 수술 단독으로는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MATTERHORN 연구는 수술 전에 면역항암제와 FLOT 병용 투여와 근치적 절제술을 시행한 후 추가 치료를 이어가는 전략이 장기적인 치료 성과를 의미 있게 향상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 두 교수는 "절제 가능 위암 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이 아니라 재발을 줄여 장기 생존율을 높이는 데 있다"며 "임핀지 수술 전·후 보조요법은 미세전이를 조기에 관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향후 적절한 환자 선별과 다학제 진료를 기반으로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활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재발 위험이 높은 2·3기 환자에서는 새로운 치료 옵션의 임상적 가치가 크다"며 "궁극적으로는 급여 적용을 통해 환자들이 적시에 치료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Q.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에서는 수술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위암 치료 전략에 보완이 필요한 지점은 무엇이라고 평가하는가 [김형일 교수]: 위암 수술의 핵심은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암 조직과 림프절을 정교하게 절제하는 데 있다. 최근에는 복강경, 형광 유도 기술, 로봇수술 등의 발전으로 수술 정밀도가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다만 아무리 수술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수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은 존재한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는 데 있어 최근 가장 큰 변화는 면역항암제를 기반으로 한 수술 전·후 보조요법의 등장이다. 과거에는 항암치료가 재발 시점을 늦추는 데 의미가 있었다면, 이제는 재발 자체를 줄이고 장기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Q. MATTERHORN 연구에서 임핀지 수술 전·후 보조요법은1차 평가변수인 무사건 생존율(EFS)을 유의하게 개선했다. 이러한 결과가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환자 예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는가? [정민규 교수]: 그동안 위암에서는 다양한 면역항암제 기반 수술 전후 보조요법 관련 연구들이 진행됐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보이지 못한 경우들도 있었다. 반면 이번 글로벌 3상 MATTERHORN 연구는 절제 가능 위암 환자에서 처음으로 면역항암제 기반 수술 전·후 보조요법이 임상적 혜택을 입증한 연구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임핀지와 FLOT 병용요법은 질병 진행, 재발 또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을 29% 감소시키며 EFS를 유의하게 개선했으며 OS에서도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특히 pCR이 대조군에 비해 약 2.7높게 나타난 점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수술 전 임핀지와 FLOT 병용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전이 및 미세잔존암을 조절한 뒤 수술을 시행했을 때 pCR이 약 19.2%까지 향상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특히 pCR을 보인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치료 효과가 가장 좋은 환자군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도 우수한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PD-L1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비교적 일관된 치료 효과가 관찰됐다는 점이다. Q. 수술 전·후 보조요법에서는 다학제 전략이 매우 중요할 것 같다.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는지 설명해달라 [김형일 교수]: 수술 전·후 보조요법이 도입되면서 치료 과정 전반에도 변화가 필요해졌다. 수술 전·후 보조요법이 효과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어떤 환자가 해당 치료를 통해 가장 큰 혜택을 얻을 수 있는지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수술 전 면역항암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적절한 시점에 선별하고, 외과에서 종양내과로 연계한 뒤 수술 전 치료와 수술이 유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외과, 종양내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환자의 병기와 재발 위험도를 평가하고 최적의 치료 순서를 결정하는 다학제 진료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수술을 위해 병원을 찾았는데 먼저 면역항암치료를 받은 뒤 수술을 진행하자는 설명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다학제 협진을 통해 의료진이 환자에게 치료의 필요성과 기대 효과를 명확하게 설명해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 역시 성공적인 치료를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Q. 임핀지 수술 전·후 보조요법을 실제 임상에 적용할 때, 어떤 환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 단순한 절제 가능 여부를 넘어, 실제로는 어떤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치료 여부와 전략을 결정하고 있나 [정민규 교수]: 한국이나 일본의 경우 위암이 비교적 조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든 환자에게 수술 전 치료를 적용할 필요는 없다. 영상검사에서 종양이 위벽을 깊게 침범한 환자나 림프절 전이가 의심되는 환자를 대표적인 고위험군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환자들은 재발 위험이 높아 수술 전 치료를 통해 더 큰 혜택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위식도접합부선암(gastroesophageal junction cancer)의 경우 해부학적 특성상 수술이 복잡하고 완전 절제가 어려울 수 있어 수술 전 치료의 필요성이 더욱 높다. Q. 임핀지 수술 전·후 보조요법의 급여 적용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형일 교수]: 위암 수술 전·후 보조요법은 3상 임상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유의미한 효과가 확인된 만큼 급여 적용을 검토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3기 위암 환자는 수술 후에도 절반 가까이 재발하는 만큼,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들을 우선적으로 선별해 적시에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신속한 급여 적용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정민규 교수]: 현재 절제 가능 위암 환자에서 수술 전·후 보조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급여 치료 옵션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군에서는 임상적 가치가 확인된 치료임에도 비용 부담으로 인해 실제 치료 선택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환자가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임상적 필요성을 고려한 제도적 지원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Q. 향후 위암 치료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는가 [정민규 교수]: 우리나라는 국가검진을 통해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정기적인 검진을 받지 않은 환자들이 증상이 나타난 뒤 병원을 찾게 되면 3기나 4기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고위험군을 어떻게 더 잘 찾아낼 것인지가 앞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또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 등 새로운 치료 옵션이 계속 등장하고 있는 만큼, 환자별 특성에 맞는 맞춤 치료 전략을 발전시키는 연구도 필요하다. [김형일 교수]: 위암은 발견 시점과 병기에 따라 치료 목표가 달라진다. 조기에 발견된 환자에서는 치료 후 삶의 질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된 환자에서는 재발률을 낮추고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 과제다. 수술 기술도 로봇수술, 형광 유도 수술 등으로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수술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영역을 보완할 수 있는 약물치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향후 효과적인 약물치료가 더 발전한다면, 과거에는 수술이 어려웠던 환자들까지 수술 가능한 범위로 이끌 수 있는 가능성도 기대해볼 수 있다.2026-06-24 06:00:50손형민 기자 -
"코센틱스, 화농성한선염 치료 패러다임 변화 견인"[데일리팜=손형민 기자] "화농성한선염은 과거에는 항생제 치료와 반복적인 수술 외에 선택지가 많지 않았지만, 최근 생물학적제제가 도입되면서 치료 목표 자체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희정 분당차병원 피부과 교수는 최근 데일리팜과 만난 자리에서 IL-17A 억제제 '코센틱스(세쿠키누맙)' 등장 이후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화농성한선염(Hidradenitis Suppurativa, HS)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결절과 농양, 고름 배출, 흉터를 특징으로 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주로 겨드랑이와 서혜부, 둔부 등 마찰이 많은 부위에 발생하며 심한 통증과 악취, 고름 배출로 환자의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큰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질환 초기에는 여드름이나 모낭염, 단순 피부 감염과 유사한 양상을 보여 정확한 진단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해외 연구에서는 진단까지 평균 7~10년이 걸리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여러 진료과를 전전하거나 반복적인 절개·배농 치료만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문제는 치료 시기를 놓칠수록 질환 부담이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개별 염증성 결절과 농양이 반복되는 수준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피부 깊숙한 곳에 농루관(터널)과 광범위한 흉터가 형성된다. 심한 경우 통증 때문에 앉거나 걷는 것조차 어려워지고 지속적인 상처 관리와 드레싱이 필요해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화농성한선염을 만성 염증성 면역질환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치료 접근법도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개정된 유럽 화농성한선염 진료지침(S2k)은 염증성 병변과 비염증성 병변을 구분해 약물치료와 수술을 병행하는 통합 치료 전략을 제시했으며, 중등도~중증 환자에서는 비가역적인 조직 손상이 발생하기 전 생물학적제제를 활용한 조기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인터루킨(IL)-17A 억제제 코센틱스가 주목받고 있다. 코센틱스는 화농성한선염 치료 영역에서 약 8년 만에 등장한 신규 생물학적제제로, 국내에서는 2023년 적응증을 획득한 데 이어 지난해 말 중증 화농성한선염 환자를 대상으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최근 발표된 국내 치료목적 사용 프로그램(MAP) 분석에서 코센틱스는 16주 시점 HiSCR 달성률 86.9%, IHS4-55 달성률 78.3%, NRS-30 달성률 81.8%를 기록하며 실제 진료 환경에서도 의미 있는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화농성한선염 임상 반응(HiSCR)은 농양 및 누관의 수 증가 없이, 농양 및 염증성 결절의 수가 50% 이상 감소된 경우로 정의된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항생제 치료나 반복적인 수술 외에 선택지가 많지 않았지만 생물학적제제가 도입되면서 중증 화농성한선염 환자들의 치료 목표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며 "특히 세쿠키누맙은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유의미한 증상 개선 효과가 확인된 만큼 실제 진료 현장에서 중요한 치료 옵션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Q. 화농성한선염은 어떤 질환인가? 화농성한선염은 국내 환자가 많지 않은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 데이터상으로는 지난해 약 1만2000명이 집계됐으며, 유병률 연구에서는 약 0.06~0.1% 수준으로 보고된다. 이를 단순 환산하면 국내 환자는 약 3~4만 명으로 추산되며, 진단받지 않은 환자까지 고려하면 실제 환자 수는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진료 현장에서도 10~20년간 증상을 겪었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이 질환은 주로 겨드랑이, 사타구니, 엉덩이처럼 피부가 접히고 마찰이 잦은 부위에 발생한다. 1cm 이상 크기의 통증성 염증이나 고름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일반적으로 6개월 내에 두 번 이상 재발할 경우 화농성한선염을 의심한다. 접히는 부위에 큰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누공이 형성된 경우에는 비교적 명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최근에는 질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 특히 가수 이홍기의 사례나 유튜브 등을 통해 질환을 인지한 뒤 내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Q. 화농성한선염 환자들의 피부과 진료가 필요한 이유가 있다면? 발생 부위 특성상 환자들은 외과나 대장항문외과를 먼저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엉덩이와 사타구니에 큰 고름이 잡혀 절개·배농이 필요한 상황이 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엉덩이 부위에 수술 흉터가 수십 군데 남은 채 피부과를 찾는 환자도 적지 않다. 그러나 외과적 처치는 병원을 반복적으로 방문해야 해 환자의 삶의 질에 부담을 준다. 이에 조기에 완치를 도모하고 일상생활을 회복할 수 있는 치료법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는 우선 특정 계열의 항생제를 3개월 정도 충분히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중요한 점은 많은 환자들이 약물 치료를 경험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일주일가량 복용한 뒤 증상이 호전되면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화농성한선염은 피부 깊은 곳에서 진행되는 만성 염증 질환이기 때문에 단기 치료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항생제 치료에 반응이 부족하거나 부작용으로 지속이 어려운 경우에는 다른 약제로 변경을 시도하며, 이후에도 조절되지 않으면 생물학적제제나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Q. 세쿠키누맙 등장 이후 치료 환경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종양괴사인자 알파(TNF-α) 억제제도 효과는 우수했지만, 반응이 부족하거나 부작용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IL-17A 억제제인 세쿠키누맙이 등장하면서 치료 선택지가 한층 넓어졌다. 특히 IL-17 계열은 건선 분야에서 이미 장기간 사용되며 안전성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돼 있다는 점에서, 환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기존 TNF-α 억제제는 피부암을 포함한 암 발생 위험과 면역학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치료를 망설이는 환자들이 있었으나, IL-17 억제제는 이러한 환자들에게 보다 안전한 새로운 선택지가 되고 있다. Q. 국내 연구를 진행하게 된 배경과 가장 의미 있었던 결과는 무엇인가? 국내 환자들은 글로벌 임상 환자군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 환자에서도 동일한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화농성한선염은 본래 여성에서 더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국내에서는 남성 환자 비율이 약 4분의 3을 차지한다. 또 해외에서는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부위에 병변이 흔하게 나타나는 반면, 국내에서는 둔부에 호발한다. 이는 국내의 낮은 비만율과 유전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 아래 진행된 국내 연구에서 세쿠키누맙의 치료 효과가 매우 긍정적으로 확인되었으며, 일부 지표에서는 글로벌 3상보다 더 높은 개선율이 관찰됐다. 특히 HiSCR뿐 아니라 IHS4-55, 통증 개선(NRS-30) 등 다양한 평가 지표가 전반적으로 개선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또 전사체 분석을 통해 치료 후 염증 관련 경로가 분자 수준에서 하향 조절되는 결과도 함께 확인됐다. Q. 실제 임상 현장에서 세쿠키누맙 급여 적용 후 환자 삶의 질 개선 사례가 있었는가? 세쿠키누맙 급여 적용 이후 기존 TNF 억제제로 개선되지 않았거나 부작용으로 치료를 지속하지 못했던 환자들이 새롭게 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나이가 어려 치료를 받지 못하던 환자가 18세가 되어 생물학적제제 치료를 시작할 때, 비교적 안전한 IL-17A 억제제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임상에서도 삶의 질이 개선된 사례가 다수 관찰된다. 일반적으로 치료 시작 후 최소 50% 이상의 개선이 있어야 해당 치료제가 효과 있다고 평가하는데, 치료 4개월 시점에 효과가 없어 중단한 환자는 없었다. Q. 생물학적제제의 등장으로 완치를 기대해 볼 수 있는가? 과거에는 산정특례 기준이 흉터나 병변 범위가 매우 넓은 환자만 중증으로 인정했으나, 최근에는 염증이 심한 환자도 중증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기준이 확대됐다. 이를 통해 염증이 심했던 환자 중 치료 후 증상이 사라진 사례도 나오고 있다. 다만 중증으로 진행된 환자에서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치료를 통한 삶의 질 개선과 50% 수준의 개선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환자들을 볼 때마다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Q. 현재 제도적으로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소아·청소년 환자의 치료 접근성 확대다. 조기 진단이 중요함에도 적응증이 없어 치료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FDA는 해당 치료제가 다른 적응증에서 이미 10대 환자에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화농성한선염 소아 환자 대상 임상 데이터가 없음에도 적응증을 확대 승인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10대 환자들이 항생제·수술 등 제한적인 치료를 반복하며 18세가 되기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둘째는 수술 관련 제도의 개선이다. 중증 화농성한선염 환자는 광범위 절제와 재건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현재 수술 수가 체계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환자들이 필요한 치료를 적절히 받을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2026-06-22 06:00:44손형민 기자 -
"빠른 증상 개선 강점…'랩시도' CSU 치료 새 선택지"[데일리팜=손형민 기자]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CSU)는 단순 피부질환이 아니다. 기존 치료에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이 여전히 다수 존재하며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한 요구도가 높다." 사르빗 사이니(Sarbjit Saini) 미국 존스홉킨스대학병원 알레르기·면역학과 교수와 최정희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최근 데일리팜과 만난 자리에서 CSU 치료의 미충족 수요와 새로운 치료 옵션의 의미를 이같이 평가했다. 실제 CSU 치료 환경은 최근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항히스타민제 치료에도 증상이 지속되는 환자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 최근 국내 허가된 최초의 경구용 BTK(Bruton's Tyrosine Kinase) 억제제 '랩시도(레미브루티닙)'가 빠른 증상 개선 효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치료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CSU는 특별한 유발 요인 없이 팽진과 혈관부종이 6주 이상 반복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두드러기는 흔히 일시적인 알레르기 반응으로 여겨지지만, CSU는 증상이 장기간 반복되고 악화와 호전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급성 두드러기와 구분된다. 환자들이 겪는 부담도 크다. 반복되는 가려움과 팽진은 수면장애와 피로감으로 이어질 수 있고 얼굴이나 입술 부종이 동반되는 경우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준다. 증상이 갑자기 악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환자의 일상 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환자들은 가려움, 수면 부족, 집중력 저하, 업무 효율 감소 등을 호소하지만 질환 자체는 여전히 단순 피부질환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현재 CSU 치료는 2세대 항히스타민제를 1차 치료로 사용하고, 증상 조절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용량 증량이나 생물학적제제 등 추가 치료를 고려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다만 항히스타민제 치료에도 절반 이상의 환자에서 증상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히스타민제 증량 이후에도 가려움과 팽진이 지속되는 환자들은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가이드라인에서는 단계적 치료 강화를 권고하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질환 인식 부족, 치료 접근성, 비용 부담, 병원 방문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치료 단계 상승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일부 환자들은 증상 악화 시 단기적인 약물 사용에 의존하거나 스테로이드 등 장기 사용에 부담이 있는 치료를 반복적으로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나 CSU는 만성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질환인 만큼 증상 악화에 대응하는 방식만으로는 질환 부담을 충분히 줄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랩시도는 기존 치료 흐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옵션으로 평가된다. 랩시도는 CSU 최초의 경구용 BTK 억제제로, 비만세포와 호염구 활성화 과정에 관여하는 BTK를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이를 통해 히스타민과 염증성 매개물질의 분비 자체를 차단하는 기전이다. 기존 항히스타민제가 이미 분비된 히스타민이 수용체에 작용하는 것을 막는 방식이라면, 랩시도는 히스타민 분비 과정의 상위 신호를 조절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자가알레르기와 자가면역 경로가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CSU에서 새로운 표적치료 접근법으로 주목된다. 복용 편의성도 차별점으로 꼽힌다. 랩시도는 하루 두 번 복용하는 경구제로, 기존 '졸레어(오말리주맙)' 등 주사제 치료에 부담을 느끼거나 정기적인 병원 방문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사회활동이 활발한 젊은 환자 비중이 높은 CSU 특성을 고려하면 경구 치료 옵션의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다. 랩시도는 임상 연구에서 빠른 증상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REMIX-1·2 연구에서 랩시도는 투여 1주차부터 가려움과 팽진 개선 효과를 보였고, 12주차에는 위약 대비 주간 두드러기 활성도(UAS7)를 유의하게 개선했다. 일부 환자에서는 증상 조절 상태뿐 아니라 가려움과 팽진이 완전히 소실되는 결과도 확인됐다. 최근 개정된 국제 두드러기 가이드라인은 CSU 치료 목표를 완전한 증상 조절로 제시하고, 항히스타민제 이후 고려할 수 있는 표적치료 옵션 중 하나로 랩시도를 반영했다. 국내 진료지침 역시 향후 개정 과정에서 이러한 글로벌 흐름을 반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실제 처방 경험과 접근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인 만큼 국내 환자 대상 사용 경험과 장기 안전성 데이터가 축적되는 과정이 중요하며, 비용 부담과 급여 여부 역시 환자 접근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두 전문가는 "랩시도는 경구 복용이 가능한 새로운 표적치료 옵션으로, 기존 치료에도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의미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며 "향후 실제 치료 경험과 근거가 축적되면 CSU 치료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Q. 기존 치료만으로 증상 조절이 어려웠던 CSU 환자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어왔는가? [사이니 교수] 가장 큰 어려움은 증상 발현이나 급성 악화(flare)가 매우 예측 불가능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질환 활성도가 낮아졌다가도 갑자기 혈관부종이 심하게 악화돼 얼굴과 입술이 부어오르면 환자 입장에서 굉장히 두렵고 즉각적인 의료 조치를 원하게 된다. 결국 질환을 스스로 통제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항히스타민제는 CSU 환자의 증상과 중증도를 조절하기 위해 사용되지만, 실제 기대할 수 있는 치료 효과에는 한계가 있었다. 증상이 지속적으로 적절히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결국 스테로이드 등의 치료까지 사용하게 되는데, 스테로이드는 단기적으로 효과가 좋을 수 있으나 잘 알려진 여러 부작용 때문에 의료진 입장에서도 선호하기 어려운 옵션이었다. 결국 최근과 같은 신약들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선택지 자체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최정희 교수] 고용량 항히스타민제에도 반응하지 않는 환자가 적게는 20%, 많게는 50%까지 보고되고 있다. 졸레어에 불응하는 환자도 약 20%정도다. 과거에는 항말라리아제를 포함한 다양한 면역조절제들이 시도되었는데, 이후 졸레어라는 생물학적제제가 등장하면서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마련됐다. 다만 졸레어도 한 달에 한 번 병원을 방문해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무엇보다 CSU 환자에게 가려움은 참기 어려운 증상이다. 환자들은 증상이 악화될 때 보다 편리하게 사용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을 원한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치료제들이 완벽한 질환 조절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러한 약제들이 질환의 경과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럼에도 랩시도는 새로운 기전을 가진 치료 옵션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가능성과 기대를 갖고 있다. Q. BTK 억제제가 CSU 치료에서 갖는 기전적 의미는 무엇인가? [최정희 교수] 두드러기는 기본적으로 면역글로불린 E(IgE)와 비만세포 활성화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졸레어가 IgE 자체를 직접 억제하는 치료제라면, BTK 억제제는 그 이후 비만세포가 활성화되는 세포 안의 신호 전달 과정을 차단하는 치료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BTK는 B세포 활성화와 면역글로불린 생성 과정에도 관여하는 만큼, BTK 억제제가 보다 폭넓은 면역조절 효과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특히 기존 졸레어 치료에서 반응이 제한적인 일부 자가면역성 CSU 환자군에서도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사이니 교수] BTK 억제제 랩시도는 히스타민 등 염증 유발 물질을 분비하는 비만세포(mast cell)와 호염구(basophil)에 작용해 가려움증이나 부종, 혈관부종 등을 유발하는 염증성 매개 물질의 분비 자체를 억제한다. 또 항체를 생성하는 면역세포인 B세포에도 영향을 주는데, 이를 통해 CSU 증상 발현과 관련된 자가항체 반응에도 일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Q. 임상 연구에서 확인된 랩시도의 유효성과 안전성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특히 주목해야 할 데이터는 무엇인가? [사이니 교수] 유효성 측면에서 랩시도는 비교적 빠르게 증상 개선 효과를 보였다. 랩시도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비교적 이른 시점부터 증상 개선 효과가 확인됐으며, 실제로 투여 1주차부터 환자들의 증상 개선이 나타났다. 이번 3상 연구에는 항히스타민제로 적절히 조절되지 않는 중증 환자들이 참여했으며, 평균 유병 기간도 약 6년에 달할 정도로 오랜 기간 질환 부담을 겪어온 환자들이 많았다. 또 약 3분의 1은 기존 치료를 충분히 경험했음에도 증상이 적절히 조절되지 않은 환자들이었다. 연구 초반 24주는 이중맹검 위약 대조 방식으로 진행됐고, 이후에는 위약군 환자들도 랩시도로 전환해 치료를 이어갔다. 이때 위약군에서 전환된 환자들 역시 비교적 빠르게 질환 조절 효과를 보였다. 또 52주 장기 분석에서도 치료 효과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BTK 억제제는 혈액암 분야에서 먼저 사용되며 계열 약물에 대한 경험이 어느 정도 축적돼 있었고, 이후 세대를 거치며 약물의 선택성이 높아져 왔다. 랩시도 역시 기존 BTK 억제제에서 우려됐던 이상반응들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가운데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정희 교수] 랩시도의 임상 연구 결과는 충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처음에는 BTK 억제라는 기전이 다소 광범위하게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랩시도는 고선택적(highly selective) 기전이라는 점이 계속 강조되고 있고 실제 임상 데이터에서도 안정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임상적으로 주목하는 부분은 증상 개선 속도다. 졸레어는 환자에 따라 반응 시점의 차이가 있고, IgE 수치 등을 치료 반응 예측에 참고하기도 한다. 반면 랩시도는 이런 요소들과 관계없이 비교적 빠르게 가려움과 두드러기 증상이 호전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아직 졸레어와 직접 비교한 연구가 충분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의 데이터를 보면, 기존 생물학적제제에 준하는 수준의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랩시도의 빠른 증상 개선 효과를 고려할 때, 실제 진료 현장에서 어떤 환자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가? [최정희 교수] 항히스타민제로 적절히 조절되지 않아 추가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주요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항히스타민제로 어느 정도 조절은 되지만 부작용 때문에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환자, 주사를 맞기 위해 병원에 자주 내원하기 어려운 환자, 주사 치료 자체에 부담이나 거부감을 느끼는 환자들도 치료 선택 과정에서 함께 고려될 수 있는 환자군이다. [사이니 교수] 여러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고 가이드라인에 따라 다양한 치료를 받았음에도 증상이 적절히 조절되지 않아, 질환 활성도가 여전히 높은 환자들에게 우선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특히 중증 부종이나 혈관부종으로 응급실을 자주 방문해야 하는 환자들처럼 빠른 증상 조절이 필요한 경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다른 선택지가 없어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고 있거나, 구세대 항히스타민제 복용으로 졸림 등의 부작용을 겪는 환자, 스테로이드나 사이클로스포린 등 면역억제 치료로 정기적인 혈액검사 모니터링이 필요한 환자들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Q. 랩시도가 허가된 지 얼마되지 않았음에도 글로벌 가이드라인에 반영되었는데 어떻게 평가하는가? [사이니 교수] 이번에 랩시도가 비교적 이른 시점에 가이드라인에 포함됐다는 것은 여러 국가와 학회, 연구자들이 임상적 가치에 대한 충분한 평가가 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미국에서는 약 6~7개월 정도 실제 진료 현장에서 사용 경험이 축적된 상태이고, 임상 연구를 통해서는 보다 폭넓은 환자군에서의 경험도 가지고 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경험에 대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임상 연구에서 기대했던 것처럼 빠른 증상 개선 효과가 실제 현장에서도 관찰되고 있으며, 환자들이 "생각보다 빨리 좋아졌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자주 경험하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 치료 효과를 직접 체감하는 경험 자체가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는 동기에도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최정희 교수]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도 랩시도가 주요 2단계 치료 옵션 중 하나로 비교적 빠르게 반영됐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고 본다. 아직 실제 임상 경험은 더 축적될 필요가 있지만, 국제 가이드라인에 포함됐다는 사실 자체가 국내 의료진들에게도 보다 신뢰를 가지고 받아들이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임상 연구 등을 통해 랩시도에 대한 경험과 기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가이드라인 반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분위기다. Q. 향후 CSU 치료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최정희 교수] 졸레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에도 초기에는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부담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임상 경험이 충분히 축적됐다. 현재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 비교적 익숙하고 신뢰할 수 있는 치료 옵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랩시도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국내 CSU 진료 지침 업데이트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개정 작업은 올해 말 시작돼 내년 중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며, 랩시도에 대해 심도있게 다뤄질 것으로 생각된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지금보다 더 개선될 필요가 있다. 난치성 만성 두드러기는 여전히 질환 부담에 비해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다만 과거와 비교해 실제 치료 옵션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환자들이 보다 적절한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논의도 함께 이어질 필요가 있다. [사이니 교수] 랩시도의 처방이 폭넓게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랩시도는 환자들에게 보다 편리한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으며, 증상이 조절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는 랩시도와 같은 최신 치료 옵션의 활용이 늘어나면서 CSU로 어려움을 겪던 환자들이 증상이 빠르게 해소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랩시도는 다양한 알레르기 질환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식품 알레르기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초기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예를 들어 땅콩이나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에서 알레르기 반응을 비교적 빠르게 억제하는 모습들이 관찰됐고, 이는 예상치 못한 노출 상황에서 중증 반응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약물 알레르기 분야에서도 적용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특정 약물에 알레르기가 있지만 치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약물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BTK 억제제를 통해 보호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2026-06-18 06:00:50손형민 기자 -
"매일 아침 피를 봅니다"…1형 당뇨와 28년 함께한 약사[데일리팜=강혜경 기자] '딸깍, 탕!' 매일 아침 손끝을 찔러 피를 보는 이가 있다. 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예기치 못한 불청객 '제1형 당뇨'를 맞이한 박상욱 약사(35·부산대)의 얘기다. 친구들이 구슬치기를 하던 나이에 스스로 주사 놓는 법을 배웠고, 지난 30년간 9만번의 채혈과 4만5000번의 인슐린 주사를 견디며 평범함을 사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그가 약사이자 환자로서의 고백을 담은 에세이 '나는 매일 아침 피를 봅니다'를 출간했다. 약으로 아픈 사람들을 낫게 하는 약사로, 치유가 되는 따뜻한 글을 쓰는 작가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지만 그의 꿈은 '남들처럼 사는 것'이었다. 9살에 우리나라 당뇨 인구 1%에 불과한 1형 당뇨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육체적 고통은 마음 속 깊숙한 곳까지도 침범했다. 늘 평균에서 제외됐고, 장래희망 같은 것도 없었다. 나중에는 '나는 1형 당뇨가 있으니까'라는 말을 모든 선택의 기본값으로 삼으며 스스로를 위축시켰다. 그러던 어느 날 마주하게 된 거울 속 모습이 그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아무런 목표도, 표정도 없이 평생 살 수는 없다는 비장한 각오가 들었기 때문이다. 병아리가 껍집을 깨뜨리기 위해 알을 쪼는 것처럼 그는 달리기와 헬스를 시작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걷고, 움직이는 작은 행동 변화부터 시작됐다. 책을 읽고 글을 써보기도 했다. 놀랍게도 마음이 편안해졌고, 춤을 추던 혈당도 안정화됐다. 불청객이자 이겨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던 당뇨에 대한 무게도 줄어들었다. 저혈당 쇼크 공포를 이겨내고 10km 마라톤을 완주하고 바디 프로필을 준비하는 도전들이 쌓이면서 근육뿐 아니라 자신감도 생겼다. 다만 현실적으로 일반 직장인들처럼 회사라는 조직에 들어가 생활하고, 혈당을 관리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택한 길이 약사였다. '스스로를 돌보는 데 도움이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던 작은 바램은, 누구보다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토닥여주는 약사로 성장하게 했다. 여전히 그의 하루는 채혈과 브로콜리를 데치는 것으로 시작되지만, 이제는 세상에서 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뿐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나를 숨기지 않고 살아가는 연습, 마음의 문을 여는 용기 그리고 삶을 대하는 사고와 태도가 스스로에 대한 긍정을 이끌어 냈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 보다는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사람으로, 일상을 성실하게 이어나가고 싶다는 게 그의 각오다. 책을 읽은, 혹은 읽고 있는, 읽게 될 1형 당뇨인들과 동료 약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를 들어 봤다. Q. 1형 당뇨를 어떻게 알게 됐나. 그리고 주사 보다 힘들었던 게 있었나요? A. 학교에서 놀다 집에 오면 기절하듯 잠이 들었고, 자다 깨서는 닥치는 대로 먹고 물, 탄산음료도 끝없이 마셨던 거 같아요.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았고 1999년 봄 제1형 당뇨 진단을 받게 됐습니다. "내 몸은 왜 이래요?" 어린 시절 스스로에게, 또 부모님에게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이예요.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데 기능 결함이 있는 몸이 야속하기만 했죠. 친구들이 알세라 비밀처럼 꽁꽁 숨겨왔지만 늘 체력단련에서 열외가 됐고, 친구 생일파티를 가도 케이크 한 입 제대로 못 먹었어요. 친구들 사이에서의 소외감, 억눌림 같은 감정들이 가족, 친구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주홍글씨처럼 새겨진 1형 당뇨 상병 코드인 'E10'가 어느덧 삶 전체를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장래희망 역시 늘 공란이었어요. 그러다 스스로 건강을 돌보고자 약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됐죠. 제게는 이런 마음을 먹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어요. 10km 마라톤, 바디 프로필 같은 것들도 모두 도전이었고요. 직접 부딪치며 쌓아가다 보니 어느덧 책을 출간하게 됐네요. Q. 약국에서 만성질환자를 만날 때 마다 하는 얘기가 있다고 하는데... A.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같이 만성질환 진단을 받으신 분들은 표정부터 달라요. '평생'이라는 꼬리표가 꽤나 무겁게 다가오기 때문이죠. 저는 이런 꼬리표를 먼저 달아본 사람으로서, 만성질환은 완치가 아닌 '관리'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늘 환자들께 말씀드려요. 낫는 게 목표가 아니라, 잘 관리하면서 살아가는 게 목표인 거죠. 저 역시 30년 가까이를 그렇게 살고 있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매일 약을 먹는 게 짐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도구가 됩니다. 약을 먹으면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체가 사실 감사한 일이예요. 가끔은 모두 내려놓고 싶어지는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제게 얘기하듯 환자분들께도 말씀을 드립니다. Q. 출간 전 브런치 작가로도 활동하셨던 걸로 알아요. 글쓰는 걸 좋아하셨나요? A.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마음이 편해지고 싶어서였어요. 소위 잡생각이라고 하는 생각들을 많이 하는데, 그 생각들을 글로 옮기면 잡념이 사라지면서 마음이 가라앉는 걸 느꼈어요. 글쓰기가 혼란스러운 제 마음에 안정제가 된 거죠. 그 편안함을 느끼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글 쓰는 걸 좋아하게 됐고, 쓴 글이 점점 늘어나다 보니 어느 순간 '나도 책을 쓸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책으로 위안받았던 적이 많아요. 누군가의 글을 읽으면서 처지는 달라도 비슷한 생각이나 감정을 공유한다는 느낌만으로도 위로가 되더라고요. 먼저 걸어간 사람이 있다는 사실 하나가 힘이 됐다고 할까요. 그래서 제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나는 매일 아침 피를 봅니다'가 빛을 보게 됐습니다. Q. 책이 제1형 당뇨환자들에게, 또 약사들에게 어떻게 읽히길 희망하시나요? A. 제1형 당뇨인 분들께는 책이 작은 거울이 됐으면 합니다. 저도 오랫동안 이 병을 숨기고, 혼자 감당하고, 때로는 사는 게 무의미하다는 생각까지 했거든요. 그런 시간을 지나온 사람이 여기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이 결국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줬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건 병이 있다는 사실이 내 전부가 돼서는 안된다는 거예요. 당뇨는 제 삶의 일부일 뿐, 저라는 사람 자체가 아니거든요. 자신을 환자로만 보는 순간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부디 자신을 환자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소중하게 대해주셨으면 해요. 이 책이 그런 마음을 갖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약사님들께는 조금 다른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저는 약사이면서 동시에 매일 약을 써야 하는 사람으로, 두 가지 입장을 동시에 살아 보니 카운터 안과 밖이 얼마나 다른 세계인지 알게 됐어요. 약 봉투를 받아가는 분들 중에는 저처럼 매일 주사를 맞고, 혈당 숫자 하나에 일희일비하고, 오늘 하루를 겨우 버텨낸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께는 말 한마디가 그날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될 수 있어요. 이 책이 약사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조금 더 넓혀드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요? A. 지금처럼 살고 싶습니다. 매일 약국에서 많은 분을 만나고 약사로서 제 자리를 꾸준히 지키고 싶어요. 약사로서의 일상을 이어가는 것처럼, 작가로서의 집필도 꾸준히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쓰는 일이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줬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써나가면서 그 과정을 나누고 싶어요. 1형 당뇨를 안고 살아가는 분들, 혹은 당뇨가 아니더라도 막막한 현실 앞에서 힘들어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습니다. 살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버거운 순간에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도록 약사로서, 또 작가로서 성실히 살아갈 계획입니다.2026-06-11 06:00:48강혜경 기자
오늘의 TOP 10
- 1김좌진 마더스제약 대표의 핵심 진용…IPO 조직 경쟁력 완성
- 2K-바이오가 견인한 무역흑자…전통 제약 합성약은 만성 적자
- 3포시가 제네릭 성장 속 염변경 후발약 잇단 급여 진입
- 4'약사만 약국 개설' 약사법, 24년째 헌법불합치인 이유
- 5셀트리온, 코센틱스 시밀러 허가 추진…신속심사 혜택 받나
- 6"문 열었나" 검색 먼저한다…약국 정보도 이젠 온라인으로
- 7의료용 대마, 낡은 마약류 규제 속박…CBD 국산화 길 열릴까
- 8화이자, RSV 경쟁 합류...'아브리스보' 국내 진입 임박
- 9"대만 병원-약국 공통어로 소통…페이퍼리스 약국 실현"
- 10"고령층 독감백신, 접종률 넘어 보호의 질 논의할 시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