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제약, 그들만의 잘못인가
- 데일리팜
- 2011-05-23 06: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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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산업에 대한 정부의 토끼몰이식 일방 정책이 몇 년째 지속되면서 개별 제약회사들이 길을 잃고있다. 국내 모 제약회사 고위 임원은 "정부가 대체 우리에게 뭘 하라는 사인을 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원망했다. 이 관계자는 "출구는 열어주고 몰아 붙여야지 사방이 벽으로 둘러 쌓였는데 몰아 붙이기만 하니…"라며 암담해했다. 이 관계자의 이야기가 작금 대한민국 제약산업계의 공통된 여론이라해도 하나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외자와 국내 기업이 따로없다.
정부는 최근 5년새 '5.3 약제비적정화 방안'을 비롯해 리베이트 약가연동제, 리베이트 쌍벌제, 제네릭 가격 추가인하 추진 등 그야말로 제약기업을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돈벌레인양 다뤄왔다. 백지를 펴놓고 왼편에 기업친화적인 정책을, 오른편에 비 우호적인 정책을 적어 내려간다고 가정하면 왼편은 그대로 공란이다.
복지부는 말한다. "국내 제약산업은 영세하고 숫자가 많은데다 제네릭 중심의 내수 중심형"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이제는 R&D와 글로벌 진출이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정말 옳은 진단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제약산업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한 자신들의 정책적 판단 착오에 대해서는 일말의 반성도 내비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제약산업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수준도 "제약회사들은 그동안 뭐했느냐"는 식이다.
1980년대 GMP 시설을 도입하면서 '요건을 갖춘 기업만 살리겠다'는 당초 원칙을 지켰으면 규모의 기업들이 탄생하고 영세한 기업들도 즐비하지 않았을 것이며, 2000년 8월 준비안된 의약분업을 도입해 놓고 후보완 성격으로 생동성시험을 마구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생동성조작 파동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으면 오늘 날 국산의약품의 발목을 꽉잡고 있는 의료계의 두터운 불신도 아예 자라나지 않았을 것이다. 탈크파동 역시 당국의 기준 미비에서 나타난 문제인데 모두 제약회사들에게 덤터기를 씌우듯 처리했다.
정부는 'R&D 확충과 글로벌 진출이 대안'이라고 제시하지만 예상보다 사용량이 늘었다고 사업의 원천인 가격을 깎고, 거래상 갑에게 을의 주머니를 재량껏 털어내라는 제도를 버젓이 시행하는 현실에서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내수에 안주해 온 제약회사들을 깨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맞지만 국내 제약회사들의 실력이 갑작스레 글리벡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이제 겨우 국산 신약을 만들어 내는 정도인 제약회사들에게 지금 꼭 필요한 것은 '건강한 자극과 함께 시간'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제약산업을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정책 대상으로 만 바라보지 말고, CEO의 관점도 살펴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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